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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92화 (92/250)
  • 제92화

    제92편

    [랜덤 아이템 (태산 각반)을 획득했습니다.]

    [태산 각반]

    방벽 생성 시 체력 회복 속도 20% 상승.

    방벽 강화 13%

    힘 +22

    강화: 2/5

    “오오!”

    “어때요?”

    “우리도 좀 알려 줘요!”

    “드디어 내가 가질 아이템인가.”

    새 아이템을 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환희가 어깃장을 부리며 앞으로 튀어나온다.

    “내 생각에는 이거 인화 누나 거 같은데.”

    “뭐어?”

    얌전히 뒤로 물러나 있던 인화 선배가 깜짝 놀라며 후다닥 튀어 온다. 선배라고 아이템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니까.

    “아쉽게도 레어 아이템은 아녜요. 하지만 강화가 앞으로 3번이나 더 남았고 전반적으로 탱킹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거든요. 방벽 특화 아이템이에요. 지금 굳이 사용하는 각반 아이템이 없다면 꽤 오래 쓸 수 있는 괜찮은 아이템 같은데요.”

    “나한테 줘 봐.”

    “다들 괜찮죠?”

    “물론이죠. 지금 우리 중에 방벽 제일 많이 쓰는 사람이 인화 씨잖아.”

    “잘됐어요, 언니!”

    아이템을 넘겨받은 인화 선배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각반 아이템을 착용한다.

    유치하지 않은 은은한 금빛으로 반짝이는 각반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고 섬세한 각인이 새겨져 있어 미관상으로도 굉장히 아름다운 물건이었다.

    선배의 종아리를 완벽하게 감싸 앞으로 부상의 위험도 줄여 주겠지.

    “이거 왠지 디자인이 신발 아이템이랑 세트일 것 같은데, 단홍 상사에 한번 문의해 볼게요.”

    “엄청 비싼 것 아닐까. 각반만 해도 이렇게 옵션이 좋은데? 아아, 바로 써 보고 싶다.”

    아이템 하나에 들뜬 인화 선배를 봤더니 이제껏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공격력을 빨리 올릴 수 있는 한결이나 태규,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될 환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해서 애들이 아이템을 하나씩 꿰찰 동안 인화 선배는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것이다.

    물론 아이템이 그렇게 나와 준 것도 있었지만, 선배를 신경 썼다면 단홍 상사에서라도 아이템을 맞춰 주었을 터.

    ‘선배를 데려와 놓고 챙기지도 않다니. 완전 나쁜 놈이네, 나. 선배 각반 업그레이드랑 신발 세트 구하는 건 내가 책임져야겠다. 어차피 길드원 복지 명목으로 길드 돈을 사용할 수도 있고.’

    나는 음흉한 눈으로 환희를 슬쩍 보았다.

    내 눈빛을 알아차린 환희가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미간을 팍 구겼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생각해 보니 내가 벌어다 주는 돈이 얼마야. 이렇게 숨겨진 팁으로 아이템까지 조달하니 그 정도는 해도 된다고.’

    머릿속으로 인화 선배에게 맞춰 줄 아이템을 열심히 구상해 본다.

    * * *

    “어서 오세요. 없는 게 없는 상점 단홍 상사입니다. 오늘은 두 분이서만 오셨군요. 한결 님은 다른 스케줄이 있으신가 보죠?”

    단홍 상사의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사홍이 맞이한다.

    안사홍이 이야기했듯이 오늘은 나와 인화 선배 둘이서 상점을 찾았다. 결이는 볼일이 있다나.

    사실 하케임도 따라왔으나 단홍 상사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바깥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앗,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요?”

    “안내 멘트를 바꿔 봤습니다. 은하준 님이 말씀해 주신 멘트를 이용해서요. 혹시 사용료를 내야 할까요?”

    “아, 아뇨. 그러실 필요는 없죠! 뭔가 분위기가 밝아지신 것 같아서요.”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있었답니다.”

    그는 싱긋 웃으며 우리를 자리로 이끌었다.

    “원하시는 물건이 보호구 아이템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네, 맞아요. 이 태산 각반의 세트가 되는 신발 아이템이 있다고 알고 있어서요.”

    안사홍은 인화 선배가 내미는 태산 각반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태산 각반…… 태산 각반이라. 물론이죠. 게다가 마침 저희 가게에 재고도 있군요.”

    “오! 그럼 기다리지 않고 바로 구매가 가능한 거지요?”

    “맞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안사홍은 혼자서 새로운 방향에 나 있는 커튼이 쳐진 문 안으로 들어갔다.

    ‘저건 처음 보는 문인데……. 건물을 저렇게 개조할 수 있는 건가?’

    고민도 잠시, 안사홍이 빠르게 다시 문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태산 각반과 세트가 틀림없는 신발 아이템이 들려 있었다.

    “와, 진짜 멋지다.”

    절로 감탄이 나오는 신발이었다. 태산 각반과 함께 신으면 약간 두툼해지는 모양새가 메카닉스러운 느낌이 나면서도 전체적으로 날렵하게 잘빠져 세련되게 보였다.

    “누나 한번 신어 보세요. 물론 사이즈야 사용자에 맞춰지는 거지만. 누나도 얼른 신어 보고 싶으시죠?”

    “으음. 그래도 될까나.”

    선배가 눈치를 살짝 보자 안사홍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한번 신어 볼까?”

    선배는 못 이기는 척 곧장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츠츠츳. 아이템을 적용하자 인화 선배의 다리와 발에 태산 세트가 휘감겼다.

    “와, 엄청 강해 보이는데요?!”

    “놀리지 마~”

    인화 선배는 내 호들갑을 나무라면서도 무척이나 기뻐 보였다. 그런 선배의 모습을 보니 나도 무척이나 기뻤다. 진작에 선배의 아이템을 맞춰 줄 것을.

    지금껏 일반 상점에서 산 일반 장비를 하게 했다니.

    “착용자님께 보이겠지만, 이 태산 신발 아이템은 강화 최대 5회에 0회 강화된 상태고 능력치는 태산 각반과 일치. 세트로 함께 착용하시면 그 능력치가 0.3% 플러스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특이점은 없으며 가격은…….”

    “쉿. 가격은 말하지 말아 주세요.”

    “네?”

    안사홍은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법인 카드로 그을 거라서요.”

    내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할 터였다. 안사홍은 그런 내 얼굴을 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법인 카드를 사용하는 일에 그렇게까지 비장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대부분 헌터들이 저를 찾아오면 값비싼 아이템은 법인 카드로 긁던데요. 전부 길드에서 처리하는 식 아닙니까?”

    “맞아요, 맞지만. 우리는 신생 길드라고요.”

    “아아, 그렇죠. 맞아요. 신선 길드는 아직 만들어진 지 1년도 되지 않은 완전 신규 길드죠. 그런 길드에서 법인 카드를 막 그어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안사홍이 장난스레 묻는다.

    “후원자가 부자라서 괜찮습니다.”

    그러고서는 힘차게 카드를 긁었다.

    역시 아무리 돈이 많아졌다곤 해도 내 돈보다 남의 돈 쓰는 게 천 배는 재밌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이제 단홍 상사에서의 일을 끝마쳤으니 하케임을 데리고 백화점에 들를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결이의 옷을 빌려 입다 보니 불편한 구석이 있었다.

    하케임이 앞으로 입을 옷을 사고 그동안 배려해 준 결이를 위해서도 옷을 몇 벌 살 생각으로 나왔다.

    “하준아.”

    단홍 상사를 벗어나며 선배가 나를 불러 세운다.

    “이렇게 신경 써 줘서 고마워.”

    “네? 아니, 뭘요. 이런 것 가지고. 게다가 제가 산 것도 아니고 길드 돈으로 산 건데요. 전 가격도 몰라요.”

    “그렇지만 네가 생각해서 내가 쓰기에 알맞은 아이템을 골라 준 거잖아. 그렇게 마음을 써 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워서 그래.”

    “에이……. 솔직히 누나가 저랑 결이한테 신경 써 준 게 훨씬 많죠.”

    “그래도. 나는 사실 아이템을 장만한다든가 하는 일에는 아직 좀 서툴거든. 그래서 장비 같은 것도 상점에서 주는 대로 사용하고.”

    아아. 옛 기억이 하나둘 조금씩 올라온다.

    회귀 전 인화 선배도 그랬다. 다른 건 정말 뛰어난 선배인데 무기 맞추는 것을 무척이나 귀찮아했다. 해서 본래 능력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아이템을 착용하기 일쑤였다.

    그때도 내가 선배를 위해서 아이템을 맞추고 목록을 정리해서 추천해 주곤 했는데.

    어쩐지 그때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달큰해진다.

    “뭐…… 앞으로도 계속 제가 신경 써 드릴 테니까요. 매번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아니? 나는 매번 고마워할 거야.”

    “네?”

    “이렇게 계속 신경 써 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누나는 잘 알아. 내가 나 챙기기도 귀찮을 때가 있는데 남 챙기는 건 오죽하겠어. 그런 일은 매번 고마움 받을 일이야.”

    “아…….”

    “그러니까 나는 매번 하준이한테 고맙다고 할 거야. 네가 정성을 다해 선의를 베풀어 준 일이 그냥 허투루 지나가는 일이 없게 할 거야. 항상 네가 좋은 일을 했다는 걸 알게 할 거야.”

    “……감동인데요, 선배.”

    “이런 게 네가 매번 감동하지 않아도 될 일이야. 당연하니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선배랑 있으면 작고 사소한 일에도 챙겨진다는 느낌이 든달까. 마음이 따뜻해지고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고마워요.”

    “당연한 일이라니까? 그리고 나도 말로만 때울 생각은 없어. 기대하고 있어도 좋아.”

    “정말요?”

    “……어떻게 갚아야 하나 고민이 엄청 되긴 한다, 얘.”

    “힘들걸요. 하하하, 그럼 이제 전 하케임이랑 백화점에 가 보려고요. 옷이 필요하거든요. 앞으로 쭉 같이 지내게 될 것 같아서요.”

    인화 선배의 눈썹이 팔자를 그린다.

    길드원들은 그날 하케임이 한 말을 거의 다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던 세계가 완전히 멸망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 기억을 찾는다면 얼마나 슬플까.

    하지만 우리도 방심하고 있을 수 없다.

    지구도 인류 멸망이라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나도 같이 갈까? 옷을 잘 고르진 못해도 깔끔한 건 골라 줄 수 있는데.”

    “선배만 괜찮으면 같이 가죠.”

    “좋아, 내 차 타고 움직이면 되겠다. 짐도 들어 줄 수 있고.”

    “좋네요.”

    발걸음을 재촉해 하케임이 기다리고 있을 방향으로 움직였다.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과연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뛰어난 인싸력으로 할아버지 친구들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지 걱정하며 걷는데 곧장 하케임의 금발 머리가 보였다.

    “하케…….”

    그를 불러 세우려다가 입이 천천히 벌어진다.

    하케임의 맞은편에 작은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처음에는 새로 사귄 할아버지 친구들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무리가 입은 옷에 선명하게 박힌 로고.

    괴물 특수부대의 마크였다.

    ‘젠장, 뭐지? 왜 저들이 여기에……. 아니, 그것도 그거지만 어떻게 하케임을 만난 거지? 찾아낸 건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침이 꿀꺽 넘어간다.

    옆에 있던 인화 선배도 상당히 긴장한 기색이다.

    괴물 특수부대의 마크를 보고 떨리는 눈으로 천천히 시선을 올리고 나서 나는 더욱 경악했다.

    하케임의 바로 앞에 있는 건 성현준 대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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