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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89화 (89/250)
  • 제89화

    제89편

    츠츠츳!!

    일순간 하늘에 생성된 거대한 검의 형태. 빛나는 번개로 만들어진 검의 모습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스윽.

    결이가 손짓하자마자 높은 하늘에서부터 콘베라의 등 위로 사정없이 내리꽂힌다.

    퍼억! 퍽! 파악! 푸악!

    전격 공격에 당한 콘베라들은 마치 춤을 추듯 공중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추락한다. 또는 공중에서부터 불타 버리고 만다.

    ‘역시 추가된 화상 상태 이상!’

    거대한 콘베라가 타오르며 추락하는 건, 마치 메테오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추가 화상 상태 이상이 없는 일반 공격에 비해서 1.5배는 더 대미지를 주고 있을 터.

    “끝내준다.”

    근처에 있던 염태규가 저도 모르게 조용히 읊조리다가 흠칫 놀라며 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태규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지만, 고개를 돌려 버려 더는 표정을 살필 수가 없다.

    녀석. 조금 진정되는 대로 한마디 해 줘야겠다.

    강한 상대를 동경하는 건 절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나 역시 결이를 얼마나 동경하는데.

    “끝이 아니야.”

    일격으로 콘베라 무리의 1/3이 타격을 입었지만, 결이는 멈출 생각이 없다. 츠츠츠츳. 결이의 번개로 된 검이 모습을 드러낸다.

    캬. 정말 멋지다니까?

    휘잉!

    그때 측면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케임!”

    스카아아악!!

    거칠게 하늘을 찢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바람이 우리가 있는 바닥에서부터 몰아친다.

    이건 스킬이 아니다.

    저 거대한 검을 휘두를 때 생기는 바람일 뿐이다.

    “핫!”

    퍼버버버벅!!

    한 번의 가름으로 수십 마리의 콘베라가 절반으로 쪼개진다.

    푸촤아아악!

    마치 비처럼 벌레의 체액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하하하. 벌써 절반이나 처치했는걸? 셋이니까 정말 금방 끝나겠는데.”

    하케임이 여유로운 얼굴로 다시 창검의 자세를 다잡는다. 그는 자연스럽게 공중에 떠 있었다. 고유로 가지고 있는 비행 스킬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움직임이 마치 새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자유롭다.

    공중에 떠 있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나와 결이의 이동기 스킬과는 다른 부류인 것.

    ‘다 가졌네.’

    하지만 확실히 하케임 덕분에 전투가 막힘없이 쭉쭉 밀리는 감이 있다. 하케임은 본인을 S급이라고 말했지만, 이 정도면 SSS급 아닌가 싶다.

    이다음부터는 마나를 분배해서 쓰기 위해 평타 공격이 진행된다.

    딜러들의 공격이 너무 압도적이라 다른 헌터들이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라니. 이 모습을 기자들이 봤어야 했는데 말이다.

    “후우, 후우.”

    “셋이서 금방이네. 그렇지, 은하준?”

    “고생했어.”

    대호 형이 가장 지쳐 보였고 하케임은 헐떡이지도 않았다.

    “앞으로는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다른 팀원들이랑 합을 맞추면 그렇게 지치지 않을 테니까요. 알겠죠, 형?”

    “그래, 후욱. 왠지 오기가 생겨서 말이야.”

    대호 형이 하케임 쪽을 보며 씩 웃는다. 하케임 역시 형을 마주 보며 싱긋 웃어 준다.

    ‘분위기가 좋아서 다행이야.’

    결이는 여전히 툴툴대는 것 같지만.

    “그나저나 나도 이거 해 주면 안 돼?”

    “응?”

    던전 공략을 위해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하케임이 바짝 다가와 묻는다.

    “뭐?”

    “소울메이트.”

    “에엥? 그게 필요해 보이지 않는데?”

    “무슨 소리야. 그거 있으면 수치가 얼마나 올라가는데.”

    “며, 몇 퍼센트 안 되는걸.”

    “전투에서 몇 퍼센트, 몇 포인트 차이가 얼마나 큰지 몰라? 그런 걸로 승부가 결정되는 거라고.”

    “그렇게 말해 주면 고맙지만.”

    “정말이야.”

    “…….”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해 주는 사람이 있었던가. 하케임은 정말 솔직하고 스스럼없는 사람이다.

    “한결에게는 계속 연결해 주고 있잖아?”

    “응, 그렇지.”

    “두 사람을 연결하는 게 힘든 일이 아니라면 나도 연결해 줘.”

    “……응, 알겠어. 그렇게 할게. 뭐, 힘든 일은 아니니까.”

    스킬로 연결해 두기만 하면 되니까 크게 상관없다. 마나 소모량이 늘어나겠지만, 그거야 망량이가 있으니까.

    솔직히 최근 전투할 때 마나가 바닥나서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마워. 든든하다!”

    하케임이 찡긋 윙크하더니 앞으로 척척 걸어 나간다.

    “……흠흠.”

    “므왕? 무와앙!! 뫙!”

    “그래, 나도 너한테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 망량아. 내 마음 알지?”

    “무무뭉!!”

    괜히 망량이만 신이 나서 빙글빙글 머리 주위를 돈다.

    이후의 전투는 정말 볼만했다.

    딜러들에게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전투에 임하라고 했는데 별로 먹히지 않았다. 셋은 경쟁하듯 화려한 전투를 보여 주었다.

    “나는 기권이야. 이제 더는 못 하겠어.”

    대호 형이 가장 먼저 두 손을 들고 백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경쟁하지 말라니까요?”

    “선의의 경쟁이었어.”

    “다들 실력 뽐내느라 소통이 잘 안 되잖아요.”

    나뿐만 아니라 인화 선배나 염태규도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도 S급들의 극성에 후방으로 밀려난 상태였기 때문.

    “미안, 미안. 이제 집중할게. 난 이제 진짜 끝이라니까?”

    “형, 리더시면서 체통을…….”

    “에이! 하준아, 알겠어~! 나 평소에 잘하잖아. 운동을 해서 그런가 가끔 이렇게 승부욕이 막 샘솟는단 말이야. 그나저나 하케임 정말 장난 아닌데.”

    대호 형이 슬쩍 귓속말로 속삭인다.

    “당연하죠. 일단 우리랑은 경력 자체가 달라요. 뭐라 그랬더라. 300살이라고 그러던가.”

    “후,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란 말이지?”

    “뭐 자기 말로는 그렇죠. 기억을 잃어서 스킬이 꽤 잠겼다고는 하지만 차원을 넘어올 정도로 뭔가 특별한 사람이잖아요?”

    “와, 스킬이 잠겼대?”

    “네. 아예 정보가 모자이크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고 거의 평타만 치는 거예요.”

    “허허허. 평타만 해도 다른 사람들 스킬 못지않아. 과연 경력이 많은 다른 S급들이랑 붙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한걸.”

    “왜 같은 각성자한테 붙일 생각을 하세요. 몬스터 잡기도 바쁜데.”

    “에이, 그래도 뭔가…… 같은 종족끼리 겨루는 재미가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 문명에 스포츠가 생긴 것 아니겠어?”

    “흐으응……. 같은 종족이 아닐지도 모르는데요.”

    “응?! 저, 저렇게 인간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나는 대호 형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문제는 대호 형은 백기를 들었지만, 결이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는 거다.

    대호 형처럼 대놓고 힘을 겨룬다는 티는 내지 않지만, 계속 결이를 지켜봐 온 나는 알 수 있다. 결이가 하케임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저러다가 다치지나 않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울트라 그린 빅풋을 상대하고 있는 결이와 하케임이 보인다. 결이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빠듯해 보이고 하케임은 여유가 넘친다.

    거대한 고릴라처럼 생긴 그린 빅풋 아래로는 자이언트 울프 무리가 수백 마리.

    메인 딜러들에게 빅풋을 맡기고 아래에서는 자이언트 울프를 상대하고 있던 참이었다.

    ‘안 돼. 저러다가 정말로 다치겠어.’

    아래 팀은 인화 선배와 태규가 딜러 겸 탱커를 맡고 나와 진보라가 서포트, 류창희가 힐러로 단단하게 받쳐 주고 있어서 안정적이었다.

    “위쪽에 상황 좀 보고 올게요. 인화 누나.”

    “여기는 여유로우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다녀와, 내가 보기에도 한결이 좀 아슬아슬해 보이니까.”

    “얼른 다녀와요! 하준 씨!”

    휘익, 헤르메스의 신발을 이용해 일단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간다.

    ‘휴, 솔직히 우리 팀이니까 이 정도 해내는 거지. 다른 길드에서 겨우 이 숫자로 이 던전을 공략하겠답시고 올 수 있을까?’

    신선 길드원들은 정말 잘 해내 주고 있었다. 여기서 이들을 더 성장시킨다면, 내가 알고 있는 방법으로 더욱 빠르고 곧은 길로 키운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우리 길드가 인류 멸망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거야.’

    일단 인류 멸망을 막기 전에 결이가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고개를 드니 한참 높은 곳에서 결이와 하케임이 빅풋을 상대하고 있다.

    빅풋은 거대한 덩치를 완전히 뒤덮고 있는 튼튼한 털가죽을 지녀 S급의 공격들을 꽤 선방해 내고 있는 참이었다.

    “한결, 너무 스킬에만 의존하면 안 돼. 평타를 수련해야 해.”

    “흥, 마력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파츠츠츳!!

    결이의 번개 검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그러자 곧 빅풋의 머리 위에 우중격침의 거대한 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츳, 츳, 츳, 츳, 츳!

    ‘다섯 개?’

    결이의 레벨이 오른 것을 생각하더라도 지금 소환할 수 있는 건 2개에서 3개가 적당하다.

    ‘한결이 이 자식이.’

    츠츳, 콰과과광!!

    검이 내리꽂히고 빅풋의 살을 태우는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다. 검은 연기 속에서 거대한 빅풋이 드디어 비틀거리는 걸 알 수 있다.

    결이는 마치 봤지? 라고 묻는 듯 점멸하는 와중에 하케임을 향해 비릿하게 웃어 보인다.

    그때.

    후우욱!

    검은 연기 속에서 시커멓게 탄 거대한 손이 튀어나왔다.

    퍼어어억!!

    첫 타를 맞은 건 하케임이었다.

    “하케임!”

    찰나의 순간에 하케임이 엄청난 속도로 빅풋의 팔에 내쳐진다.

    쉬이익! 콰과광!!

    몇 킬로나 떨어진 바위산에 그대로 처박히는 하케임의 모습이 보인다.

    “맙소사. 결아 피해!”

    곧장 결이를 향해 쇄도하는 거대한 빅풋의 팔. 결이는 구름의 아들 스킬을 써야 했다. 점멸하며 어떻게 피했는지 상대는 영문을 몰라야 했다.

    하지만 점멸하려던 결이의 몸이 버벅거리더니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나가 다 닳은 거다.

    어쩐지 무리해서 스킬을 쥐어짜 냈다 싶었다!

    “결아……!!”

    * * *

    터억! 콰악!

    거대하고 거친 손아귀에 잡히는 순간 한결은 끔찍한 격통을 겪었다.

    “크으윽!!”

    순간적으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모두 튀어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절반은 맞는 말이었다.

    내장이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한결의 갈비뼈는 순식간에 다섯 개나 부러졌다.

    갈비뼈뿐만이 아니었다.

    왼쪽 팔이 부러졌고 넓적다리관절에 금이 갔다.

    그야말로 끔찍한 고통. 애초에 빅풋의 손에 잡히는 것 자체가 트럭에 치이는 것만큼 큰 충격을 가하는 일이었으니 각성자가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즉사했을지도 몰랐다.

    [그러게, 어리석은 짓은 하지도 말라고 일렀더니.]

    한심하다는 금룡의 목소리가 한결의 머릿속을 울렸다.

    냉큼 닥치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는 것이 한계였다.

    “한결아!!”

    이내 들려온 목소리에 한결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하……준.”

    바로 근처의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은하준을 발견한다. 그리고 빠르게 주변을 훑는다. 하케임은 보이지 않았다.

    “큭……. 하준, 하준아……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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