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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83화 (83/250)
  • 제83화

    제83편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은하준 씨?”

    “저, 대답 좀 부탁드립니다! 류창희 씨가 무슨 일을 당한 건가요?!”

    “S급이 세 명이나 있었는데 던전 공략에 실패한 이유가 있나요?! 부상자는 어떻게 된…….”

    “좀…… 비켜 주세요! 구급차…… 아니 근처에 힐러가 있나요?!”

    포털을 벗어나자마자 사람들이 가득 보였고 나는 크게 외쳤다. 류창희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난 거냐고.’

    엘리게이웨일의 배 속에 들어가 심해로 납치당한 것만으로도 벅찬 하루였다. 더 큰 일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팀원 중 하나의 큰 부상이라니. 하필이면 힐러인 류창희가 다치면서 의식까지 잃은 탓에 던전 안에서 치료가 불가능했다. 그나마 진보라에게 하급 마법 스킬 지혈이 있어서 어떻게든 포털 밖까지 나왔지만…….

    “하준아. 진정해.”

    “어, 어. 응. 결아…….”

    나보다 더 끔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제에 결이가 나를 달랜다. 그래, 일단 진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를 해 보자.

    그러니까 이건…… 이건 정말로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내가 몬스터 배에 들어가서 심해로 납치되는 것보다 훨씬…….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뒤에서 은화 선배와 태규가 부축해서 나오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어라? 저 사람은 누구지?”

    “인원이 하나 많은데?”

    “누구야?”

    “저 사람도 다쳤어!”

    “어떻게 된 거지?”

    포털에서 나오는 그 존재를 보고 기자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 * *

    1시간 전.

    B급 던전 안 깊숙한 곳.

    “이제 슬슬 보스 룸을 찾을 때가 된 것 같죠?”

    “후우, 지쳤어요.”

    은화 선배와 진보라가 기지개를 쭉 켜며 말했다.

    우리는 B급 던전 공략을 순조롭게 마치고 있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모두의 역량에서 아슬아슬하게 낮은 난이도였으니까.

    ‘그래도 뭐, 대부분은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 시간도 얼추 지났고 슬슬 보스 몬스터까지 깨고 클리어해서 나가면 기자들이 알아서 기사를 써 줄 거다. 기대에 못 미친다는 둥, 빈 깡통이라는 둥, 신선 길드에 S급이 셋이나 있어서 기대했는데 전혀 티가 안 난다는 둥.’

    아주 신랄한 평가들이 쏟아지겠지.

    오히려 그게 원하는 바다. 대충 욕 좀 들어먹고 조용히 관심 속에서 사라져야 우리만의 ‘짓거리’를 할 수 있으니까.

    “무앙! 무앙!”

    “뭐야, 갑자기? 뭐라도 발견했어?”

    망량이가 수수께끼라도 발견했을까 싶어서 마음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내가 본 건 하늘에 간 손바닥만 한 금이었다.

    포털의 빛으로 빛나는…….

    저걸 뭐라고 해야 할까.

    하늘이 찢어져 있다.

    “저건…….”

    “어?”

    “오빠, 저게 뭐…….”

    팀원들도 하나둘씩 하늘을 보고 눈치를 챈다.

    쩌적. 쩌저적…….

    “어라? 좀 더. 찢어지고 있는 듯한…….”

    그건 느낌만 그런 게 아니었다.

    쩌저적!!

    공간 하나가 완전히 찢어지면서 뚫려 버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늘에 길이 5m, 폭 2m 정도 되는 틈이 생겨 버렸다.

    “어어어! 다들 조심해!”

    “이럴 수가! 절대 연구해야 해!”

    “야! 류환희! 다가가지 마!”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환희가 연구 스킬을 사용하는 동시에 갈라진 틈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류환희!! 뒤로……!!”

    드드드드!!

    와장창!!

    깨진 틈을 무엇인가가 더욱 깨부수며 바깥에서부터 안으로 들어온다.

    “헉!”

    “환희야!!”

    순간적으로 환희 쪽으로 떨어지는 바깥에서 들어온 것을 막아 낸다.

    새벽의 검으로 베려는 찰나.

    채에에엥!!

    검을 막아 내는 쇳소리.

    “허억, 허억…….”

    “사람?”

    “큭!”

    내 검을 막아 낸 것은 틀림없이 사람이었다. 머릿속은 더욱 어지러워진다.

    사람이라니. 이상한 차원의 틈 같은 걸 타고 넘어온 게 사람이라니?!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의문의 남자와 대치하자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그 혼란이 그냥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륵, 구르륵. 꾸물꾸물.

    남자가 나왔던 틈새로 시커먼 촉수 같은 것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이거 뭔가 불길한데.”

    “저건 진짜로 찔러 봐야 해!”

    환희는 겁도 없이 다시 연구 스킬을 발동시켰다.

    눈앞의 남자는 나를 상대할지 촉수 괴물을 상대할지 조금 고민하는 것 같았다.

    “■■■, ■■■■ ■■ ■■ ■■■ ■■■■■!!”

    그가 뭐라고 소리쳤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하나도 없었다. 지구상에 저런 언어를 쓰는 사람이 있을까?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어쩐지 나를 불안하게 했다. 거의 반사적으로 검을 고쳐 잡는다.

    맞은편 남자의 눈에는 약간의 분노가 서리더니 공격 자세를 취해 온다.

    뭐야, 뭐냐고! 그쪽이 먼저 잘못한 거 아니냐고!

    마음속으로 울부짖는 사이에 환희의 주사기가 촉수에 내리꽂히고 있다.

    “그그그그……. 끄으으으으…….”

    촉수 괴물이 꾸물럭거리고 환희의 주사기에는 내용물이 차오르…… 차올라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환희 역시 당황하며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어? 어라? 이상하다.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주사기 안으로 시커먼 것이 빨아들여지더니 곧 행위가 멈추고 말았다. 주사기는 막혀 버린 것처럼 더는 채취하지 못했다.

    “이건 말도…….”

    “그르르르륵……. 게에엑, 긁, 그에에에에엑!!”

    촉수 괴물은 더더욱 불길한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가 마치 영혼의 뿌리부터 자극하는 것 같아서 순식간에 속이 메스꺼워질 정도였다.

    실수했다.

    메스꺼워질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메스꺼워지고 있었고 급작스러운 두통이 시작됐다.

    “으, 으으……!”

    “아아아!!”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팀원들 하나하나 고통을 호소하며 심지어 자리에 주저앉는 이도 속출했다.

    ‘대체 뭐란 말이야? 저거?’

    눈앞의 남자도 머리를 움켜쥐더니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

    젠장, 누가 생각해도 지금 모든 일이 단단히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걸 알 거다.

    꾸직, 빠지직.

    검은 촉수가 벌어진 틈을 더 넓히려고 하고 있었다. 그 행동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몸에 느껴지는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래, 어느 순간부터 한 발짝 떼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건 대호 형이나 결이도 마찬가지.

    “■■ ■■■ ■ ■ ■■■ ■■!”

    맞은편 남자가 다시 알 수 없는 언어로 외치더니,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촉수 괴물에게로 돌진했다.

    “■ ■■■ ■ ■■■■ ■ ■ ■■!”

    “그르르르……. 크르르르. 게에에에엑……!”

    그 순간이 무척 느리게 느껴졌다.

    남자가 촉수 괴물에게로 달려들고 그의 검이 촉수를 내리찍기까지가. 남자의 검이 푸른빛을 냈고 그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촉수 하나가 잘려 나갔고 그것이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 정확히는 환희가 있는 쪽이었다.

    “환희야!!”

    류창희의 외침이 들렸고 모든 시야가 낯선 남자의 푸른빛으로 가려졌다.

    다시 시야를 되찾았을 때는 상황이 나아진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류창희!! 야!! 일어나!! 무슨……. 네가 왜 나 대신……!!”

    쓰러진 류창희를 일으키려 애쓰는 환희의 모습과 시커먼 먼지를 만들어 내며 바스러지는 촉수 하나, 그리고 쓰러진 낯선 남자가 보였다.

    하늘은…….

    하늘의 틈새에서는 촉수 괴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틈새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스스로 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틈이 생긴 적도 없다는 듯 매끈하게,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런! 창희 군 상처가 깊어요!”

    “정신을 잃었어요. 스스로 힐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 모두 가지고 있는 포션 전부 꺼내요!”

    팀원들이 모여들어 류창희를 치료하기 위해 인벤토리에 있는 포션이란 포션은 다 꺼내고 있었다.

    “저한테 지혈 마법이 있어요! 이것밖에는 없지만…….”

    “지금 지혈 마법 정도라도 얼마나 필요한데! 진보라 씨 어서 스킬을!”

    “네, 넷!”

    대충 상황을 본 뒤 나는 낯선 남자에게 달려갔다.

    “숨을 안 쉰다.”

    하지만 왠지 남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하준아!”

    “결아, 도와줘!”

    “어, 응!”

    반복적으로 가슴을 압박하고 확보한 기도에 숨을 불어 넣었다.

    ‘결국 이 사람이 우릴 다 구해 준 거 아냐? 그런데 이렇게 죽어 버리면…….’

    아직도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고 있었다.

    하늘이 갈라지는 일, 틈새로 나타난 사람과 괴물, 둘의 싸움, 빛. 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이 남자를 살리는 거다.

    “커헉!”

    “됐다!”

    놀랍게도 남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는 심장뿐이 아니라는 거다.

    깨어난 남자가 하복부의 고통을 호소했다. 이미 흘러넘친 피로 옷이 죄다 젖은 상태.

    “진보라 씨! 여기도 지혈 마법을 걸어 줄 수 있겠어요?!”

    “앗, 네네! 가요!”

    처음에 남자는 정신을 차리곤 나와 진보라를 거부했다. 하지만 그녀가 억지로 스킬을 사용하고 지혈되는 것을 보자 의아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일단은 같이 가자고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당신을 살려야 돼.”

    남자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무렴 어떠랴. 남자를 부축하자 그는 몸을 맡겨 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대로 왔던 길을 돌아가 던전을 빠져나갔다.

    훨씬 먼 길이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 상태로 보스 룸을 깰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다.

    * * *

    그리고 다시 현재.

    덜컹, 덜컹.

    앰뷸런스 안은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아마 류창희가 있는 차도 다르지 않겠지.

    이름도 모르는 이 남자에게서 달아나는 숨을 붙들기 위해 한국대 병원 의료진이 애쓰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두 사람이 응급 수술실로 바로 들어가는 걸 보고는 우리 모두 바닥에 주저앉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모두 같은 생각뿐일 것이다.

    “일단…… 일단 그 남자가 살아남는다면 물어볼 수 있을 거야. 말이 전혀 안 통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야.”

    “하준이 넌 그 사람이랑 대화하던 것 같은데.”

    결이가 잔뜩 심각한 얼굴로 물어 온다.

    “전혀.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고 서로 뜻을 전달하지 못했어.”

    “……그 남자, 외모가 엄청 독특했어.”

    사람 얼굴을 보고 컴퓨터 그래픽 같다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거겠지. 하지만…… 저자가 사람이 맞나? 인간이…… 맞는 걸까.

    어쨌든 뭐랄까. 그냥 보통 외국인의 얼굴이라기보다는 게임 속에 나오는 인물 같달까.

    그의 언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그의 인종 역시 뭔가 처음 본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 맞아, 차라리 엘프를 봤을 때의 느낌이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의식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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