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82화 (82/250)
  • 제82화

    제82편

    쇼오오옵!

    “으븝?”

    망량이의 푸른 불꽃에 전신이 다 삼켜진 나는 깜짝 놀라 뒷걸음을 쳤다. 삼켜진 상태였지만, 생각보다 몸을 움직이는 건 수월했다.

    불꽃 이펙트를 몸에 걸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무와앙!”

    “망량!”

    삼켜져 불꽃 속에 있는 상태에서는 뭔가 소리가 웅웅 울리게 들린다.

    센터에서 첫 던전 실습을 나갔을 때, 두 신을 만나게 해 줄 때 망량이가 내 머리만을 삼켰었다.

    “이걸로 괜찮은 거야?”

    “무아앙! 뫄웅!”

    망량이는 그렇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정말로……?

    슈오오오옵~!

    어쩐 일인지 망량이가 나를 다시 뱉어 냈다.

    “무오오……. 므읍!”

    나를 삼키고 있는 행위가 무척 힘든 것 같았다. 망량이는 끝내주는 산책을 즐긴 강아지처럼 헥헥거린다.

    “조금 쉬었다가 할까?”

    “무왕! 뫙! 왕망!”

    망량이가 고개를 마구 흔든다. 불꽃으로 팔을 만들어 내더니 쭈우욱 뻗어 위를 가리킨다.

    “다들 기다리고 있다고?”

    “무앙! 망! 망뫙!”

    “……다들.”

    기력이 모두 빠진 것 같던 마음에 힘이 돌아온다. 바닥에 널브러뜨려 놓은 새벽의 검을 다시 쥐었다.

    어쩌면 놈의 위벽이 갈라지지 않았던 건, 내 의지가 부족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핫!!”

    단번에 튀어 올라 망량이가 짚어 준 포인트를 내려쳤다.

    촤아악!!

    옅은 생채기가 났지만, 아직 부족하다.

    쉬익, 쉭! 휘이이익!!

    사정없이 내려친다. 힘이 부족하더라도, 대미지가 나오지 않더라도. 나는 이곳에서 나갈 거니까.

    “으아아아!!”

    콰악!!

    오기로 독기로 검을 쑤셔 박아 버렸다. 원래는 베는 형태의 검이지만, 원래 구멍인 기관이었기에 날 하나가 쑥 들어갔다.

    움찔, 움찔.

    식도로 연결되는 구멍 주위의 근육들이 조금씩 움찔대더니 아예 위장 전체가 떨리기 시작한다.

    “무아앙!”

    “지금이다!”

    쇼오오옵!

    망량이가 다시 나를 삼키는 그 순간에 격렬한 떨림과 함께 엘리게이웨일의 위장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식도를 향해 뿜어져 나간다.

    좌아아아악!

    강한 힘으로 튕겨 나감을 느꼈지만, 시야로 뭔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온몸이 뱅글뱅글 돌며 쏘아져 새카만 바다를 가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욱, 내가 다 토하겠네. 그만, 그만!”

    몸을 휘적거려 더는 튕겨 나가지 않도록 반대로 수영한다. 망량이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거다.

    우선 어디가 위인지 알아야 할 텐데, 이 자식이 얼마나 아래까지 왔는지 사방이 새카맣다.

    ‘어쩐다.’

    그때 눈에 보이는 건 내게 연결된 희미하고 가느다란 줄 하나다.

    줄은 어떤 한 방향을 향해 이어져 있다.

    결이가 있는 곳.

    그곳이 위다.

    ‘좋아! 이쪽으로!’

    안간힘을 다해 수영을 시작했다.

    망량이가 삼켜 준 덕분인지 물의 저항을 덜 받으면서 수월하게 수영이 된다.

    그러나 수면을 통과하는 빛이 보일 때까지는 꽤 오랫동안 헤엄쳐야 했다. 그러나 나는 길을 잃지 않았다. 소울메이트로 결이와 연결된 선이 있으니까.

    촤악.

    “푸하아!”

    “어! 은하준!!”

    “하준 오빠!!”

    “형!!”

    해수면 근처의 빙하에서 기다리고 있던 길드원들이 보인다.

    “기다렸어!”

    “무사했구나!!”

    “대단해! 망량이가 해냈구나!”

    “정말 걱정했어.”

    앞을 다투어 나를 바다에서 끌어 올린다.

    쇼오우우웁.

    망량이는 다시 나를 뱉어 냈고 손바닥 위로 하늘하늘 내려앉았다.

    “어라? 망량이…… 작아진 것 같은데?”

    “힘을 너무 많이 써서 그래요.”

    센터의 던전에서도 이랬었지. 그때는 레벨이 오르면서 다시 모습을 되찾았었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작아진 모습으로 꽤 오래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준아.”

    “결아…….”

    결이 얼굴이 죽상이다.

    기껏 살아 돌아왔더니 환대가 별로구먼.

    “……미안해. 내가 널 지켰어야 했는데.”

    “무슨 소리야. 네 덕분에 여기로 돌아왔는걸. 내 생명선 잘 지키고 있어서 고마워.”

    결이의 듬직한 두 어깨를 툭툭 친다.

    “무아아앙~”

    “그리고 망량이 보낸 것도 네가 생각해 낸 거지?”

    “어? 어어.”

    “역시. 결이라니까. 짜식. 고맙다. 진짜 덕분에 살았다니까.”

    “하지만 이렇게 빨리 널 구할 줄은 몰랐어. 난 망량이가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어서 뭍으로 데려오게 하려고 했던 거였는데.”

    “그랬구나. 망량이 놈이 생각보다 더 유능했네. 어쨌거나 덕분에 살았다!”

    띠링.

    감동의 도가니를 깨는 알림음이 들린다.

    ‘시스템……?’

    [업적을 획득하셨습니다.]

    [업적: 물고기 배 속에서 바다 여행]

    장난하나.

    업적 이름이 아주 사람을 열 받게 만든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업적을 따기 쉽다고?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쉽게 얻을 수 없는 업적이기는 한데.

    [업적 보상: 경험치 17,783]

    다른 업적에 비해서 보상이 소소하다. 역시 브론즈 등급의 업적이군.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업적이다.

    다만…….

    띠링!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은하준]

    혼백의 인도자(Lv. 35)

    띠링!

    [새로운 스킬을 획득합니다.]

    “헉, 대박.”

    “응?”

    “레벨 올랐는데 새 스킬 떴다.”

    “어! 잘됐다.”

    결이는 깜짝 놀라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만, 사실 나는 35레벨 때 새 스킬이 생긴다는 걸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사실 35레벨이 된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류창희한테 힐도 받고 좀 쉬면서 스킬 확인해 보고 다시 출발하자.”

    “어어, 그래.”

    “류창희 불러올게.”

    결이가 날 두고 떠나고 천천히 스킬 창을 확인한다.

    [불길한 예감](소울 어택)

    3분 동안 상대에게 디버프.

    집중력 하락 15%.

    신체 능력 하락 5%.

    스킬 레벨에 따라 가중치 상승.

    “불길한 예감. 좋군.”

    이 스킬이 또 뭐가 좋냐면 스킬을 사용하는 티가 나지 않는다는 거다. 해서 각성자를 상대로 사용할 때 요긴하게 쓰였다.

    대부분 싸움을 일으키기 싫은데 시비를 걸어오는 상대에게 쓰긴 했지만.

    게다가 몬스터와의 싸움에서도 꽤 쓸 만한 스킬이다.

    일단 걸어 두면 몬스터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는 틈이 생기기 쉬워지고 몬스터가 실수하는 빈도가 늘어난다.

    ‘내 스킬답게 뭔가 화끈하진 않고 잔잔하지만. 그래도 다시 스킬을 얻으니까 반갑군.’

    부지런히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동안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하준 씨, 괜찮으세요?”

    결이가 류창희를 데리고 돌아온 것이다.

    “아, 뭐. 크게 다친 건 아닌데요.”

    “이걸 보고도 그렇게 말하나요?”

    “네?”

    다시 돌아오는 데만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내 양손은 상처투성이였다.

    “어라?”

    “어라가 아니에요. 이쪽에 앉아 보세요.”

    “엘리게이웨일 위장 속에서 탈출하려고 애쓰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그래, 안 그래도 궁금했어. 대체 어떻게 탈출한 거야?”

    “토하게 했거든.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했지.”

    “뭐?”

    “지금 역류성 식도염보다 은하준 씨 치료가 우선이니까요~ 자, 손 내미시고요. 그래도 뼈가 다치지 않았으니까 치료는 아프지 않을 거예요.”

    류창희가 시키는 대로 하자 그가 두 손으로 주위를 감쌌고 그 순간 반짝이는 작은 빛이 어렸다. 적, 저저적. 상처 부위가 따끔하더니 순식간에 새살이 돋아난다. 시간이 지나자 상처와 통증 모두 사라진다.

    “오…… 이게 S급의 힐? 어, 지금 손만 치료된 게 아닌데요.”

    “네, 전체적인 체력과 스태미나 회복 모두 돌렸고 근육통을 유발하는 과사용 근육의 스트레스 모두 해소해 놨습니다.”

    “오, 오오…… 감사합니다. 몸이 정말 가벼워요. 마치 버프를 받은 기분이랄까?”

    “틀린 말은 아녜요. 제 힐은 받는 즉시 모든 수치 +3 정도의 버프가 발동되니까요. 예리하시네요.”

    “진짜로 버프를 받은 거였네요.”

    “그런 셈이죠.”

    저 멀리서 류창희에게 치료받는 내 모습을 보던 류환희가 슬쩍 다가와서는 괜히 자기 오빠의 어깨를 퉁퉁 친다.

    “우리 전부 +3 능력치 버프 받고 있으니까 말이야. 엣헴!”

    * * *

    “늦지?”

    “응, 좀 늦는구먼.”

    “확실히 늦네.”

    “지금 들어간 S급만 해도 셋 아닌가?”

    “완전 미쳤지. 엄청난 파티라고. 누가 S급을 셋이나 거느리고 들어간단 말이야.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데도 한참 늦는데.”

    “차대호가 레벨이 낮은 걸 참작하더라도…… 확실히 늦는구먼.”

    포털의 바깥에서 기자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그들이 기다리는 건 던전 공략을 마치고 나올 신선 길드의 파티. 사실 파티라곤 해도 신생 길드인 신선의 길드원 전부다.

    하지만 신생 길드라고 해서 무시해선 안 됐다.

    길드장 차대호를 시작으로 길드원 한결도 S급, 게다가 각성자 활동을 하지 않겠노라 선언했던 대한민국의 유일한 S급 힐러 류창희가 가입된 곳이었다.

    이를 두고 기자들끼리 의견이 분분했다.

    대한민국에 S급이 세 명 이상인 길드가 있나? 없었다. 길드 신선이 최초다.

    어떻게 S급들이 뭉치게 됐을까. 심지어 각성자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나라의 부름도 무시한 S급이 함께였다.

    신선 길드는 시작부터 사람들의 입에 바쁘게 오르내릴 뜨거운 감자였다.

    기자 한여울도 그런 신선 길드에 관한 기사를 한 줄이라도 쓰기 위해 새벽같이 이곳에서 대기 중인 것이다.

    ‘이쯤 되면 솔직히 봐줄 만한 건 얼굴뿐인 것 아냐?’

    한여울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인원수는 조금 더 많아도 S급 하나를 끼고 들어가는 길드 파티들의 경우 벌써 공략을 마치고도 남아야 했다.

    “흐음,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은가 봅니다.”

    “에이, 대단하기는 하겠지. S급인데. 하지만 다들 레벨이 낮으니까…….”

    “딱히 엄청나게 관심을 가질 만큼 대단하지는 않다 이 말이지 뭐.”

    “어휴, 기사 한번 시시하게 나겠구먼.”

    “에이 시시? 이걸로 얼마든지 자극적으로 뽑을 수 있는 양반들이.”

    기자들 사이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더 지난 후, 즈즈즈즈……. 포털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나온다!”

    “신선 길드가 나온다!”

    곧 커다란 키의 신선 길드 길드장 차대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약간 지친 듯한 얼굴일 뿐, 크게 다치거나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이제 막 포털을 건너온 차대호에게 마이크와 셔터 세례가 쏟아진다.

    “신선 길드! 길드 결성 후 처음으로 B급 던전 공략에 성공하신 소감은 어떻습니까?”

    “예상보다 시간이 좀 지체되었는데요. 안에서 어떤 문제라도 있었습니까?”

    “길드장님……!”

    그런 기자들을 차대호가 거칠게 밀쳤다.

    “윽!”

    “아이 씨, 뭐야?”

    “차대호 씨?”

    “뭐야…….”

    차대호의 표정은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신선 길드는 B랭크 던전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심각한 부상자가 있으니 좀 비켜 주세요!”

    그의 외침에 기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여울 역시 귀가 쫑긋해져 카메라맨을 닦달했다.

    ‘실패했다고? 분명 B랭크 던전이 어려운 곳이긴 하지만, S급을 셋 데리고 어떻게 공략 실패를 할 수가 있지? 그건 말도 안 돼. 게다가 S급 힐러를 달고 들어갔으면서 심각한 부상자가 있다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어쨌든 좋은 기삿감이 될 거 같긴 한데…….’

    포털 입구를 주시하던 한여울은 눈이 빠질 뻔했다.

    들것에 실려 나오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그 헌터는 바로 대한민국 최초, 유일의 S급 힐러인 류창희였다.

    ‘맙소사. 이거 큰일 났다. 완전 특종감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