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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69화 (69/250)

제69화

제69편

회귀 전, 한창 헌터 일에 대한 경력이 쌓이고 일이 익숙해질 즈음에는 금전적인 여유도 많이 생겼다.

어린 시절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됐고 더 급이 높은 헌터들이 들으면 가소롭겠지만, 솔직히 나는 내 벌이에 충분히 만족했다.

투자네 뭐니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었고 욕심이 별로 없었달까.

삶이 여유로워지는 것 외에는 딱히 바랄 게 없었으니까.

하여튼 큰 구실이나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한가한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어린 시절에 못 했던 게임이나 실컷 하지 싶었거든.

그러니까 그런 거다.

지금 이 상황이 마치 게임에서 단서를 찾아 스토리 퀘스트를 이어 나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건.

“스노우퀸.”

“응?”

바로 곁에 있던 한결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까 그 로봇 말이야. 장난감. 걔 이름이 스노우퀸이었잖아.”

“아…….”

결이가 고개를 끄덕이긴 하지만 의아한 얼굴이다.

“정말로 그거랑 관련이 있을까?”

“……아까 녹음된 음성 말이야. 토냐의 생일이 나와 있었거든?”

“혹시 그게 비밀번호?”

“만약 그게 맞는다면……. 그리고 뭐, 아니면 아닌 거지.”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키패드에 가 닿는다. 그래, 아니면 아닌 거지.

삑. 삑. 삑. 삑. 삑. 삑.

여섯 자리 숫자를 입력하는데 괜히 가슴이 떨린다.

키패드의 까만 부분이 푸른색으로 바뀐다.

“세상에.”

결이가 놀라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문이 스르륵, 소리도 없이 열렸다.

“응? 부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열렸네?”

“대박~! 어떻게 열었어요!”

“역시 하준이는 대단한데?”

“형 바로 들어갈까요?”

팀원들은 별달리 의문점도 가지지 않았다. 나 혼자 심각하게 침을 꼴딱 삼킬 뿐이다.

‘이 던전은 회귀 전에도 와 본 적이 있어. 그런데 이런 일은 없었지.’

정부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물건을 내가 무슨 수로 찾을 수 있었겠냐만.

‘망량이가 없었다면 이번에도 영원히 이런 식의 전개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이 보물 덩어리.’

괜히 망량이를 품에 끌어안으며 쓰다듬는다.

“무왕!”

“쉿.”

숨을 죽이며 팀원들과 함께 열린 문을 통과한다. 던전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던 그대로다.

이 넓은 공간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슈퍼컴퓨터가 늘어서 있다고 하면 좋을까?

육중한 기계들이 가득한 공간은 그 모습이 답답해 보이지 않을 만큼 크고 넓었다.

잔뜩 복잡해 보이는 기계들로 가득 들어찬 공간.

저 너머에는 커다란 스크린 같은 것들도 몇 개나 있었다. 다만, 약간 어두운 내부와 천천히 깜빡이는 불빛들은 마치 절전 상태에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

“와, 그래도 여기는 뭔가 이전의 공간들보다 훨씬 깔끔하네요.”

“나무가 자란 곳도 없고요.”

“보스 몬스터는 어디에 있는 거죠?”

모두가 주위를 기민하게 살피며 깊숙하게 들어가는 순간.

즈으으응. 찰칵, 찰카닥.

뭔가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리며 내부가 환하게 밝아졌다.

「침입자 발견. 1단계 보안 가동.」

억양이 없는 음성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높은 벽면 여기저기에서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무기들이 등장했다.

“레이저 공격이니까 다들 조심해요! 스치는 즉시 엄청난 대미지가 들어갈 겁니다!”

구우웅.

아래에 있는 문이 열렸을 때는 거미처럼 다리가 여러 개 달리고 360도 어느 방향이든 즉각적으로 움직임을 바꿀 수 있는 기계 몬스터가 등장했다.

몬스터의 이름은 데스 휠.

이 던전에서 보스를 제외하고 제일 강력한 녀석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중간 보스보다도 강하다.

“우리는 보스 몬스터의 내부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나 주위를 잘 살펴야 해요!”

“알았어요!”

“다들 가 보자고!”

휘리리릭!

데스 휠이 돌아가며 위협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카가가각!

놈의 움직임은 마치 발레리나처럼 절도 있고 우아했다. 내부의 다른 기계는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우리 침입자들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을 쏟아 낸다.

“하앗!”

푸화악!

염태규의 건틀릿에서 불이 솟구쳤고 다른 팀원들 역시 재빠르게 포지션에 맞게 공격을 막아 낸다.

‘이 던전은 2차례의 페이즈를 견뎌야 보스 몬스터가 나온다.’

이미 파티원들에게 일러두었던 내용이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에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기에 내가 조금 더 공격에 집중해도 좋을 터.

“억압의 손길!”

사슬을 사용하며 적의 움직임을 훼방한다. 그러면서 n번째 시야로 주변을 탐색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몬스터들만 포착될 뿐 보스 몬스터의 위치 추적은 불가하다.

‘정말로 토냐가 관계된 일이라면, 이제 어떻게 더 캐낼 수 있을까.’

헤르메스의 신발을 사용해 높이 뛰어오른다. 공중을 걸어 높은 천장까지 올라가 샅샅이 뒤지지만, 단서는 없다.

“흐음.”

신발의 능력을 해제하고 신속하게 바닥으로 착지하려는 찰나.

내 바로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데스 휠이 튀어 오른다.

마치 나를 갈가리 갈아 버리려는 듯 여러 개의 다리를 믹서기 칼날처럼 움직이면서.

“형!”

투화앙!

거센 불꽃 펀치가 데스 휠을 밀어낸다.

놈은 부서지지 않았지만, 큰 충격에 잠시 비틀거렸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팀원들이 데스 휠을 둘러싸고 공격을 퍼붓는다.

“괜찮아요?”

염태규가 다급하게 물어 온다.

“어. 덕분에. 고맙다.”

“뭐, 뭘요! 당연하죠!”

그렇게 말하더니 재빨리 뒤를 돌아 남아 있는 데스 휠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는다.

불꽃이 맹렬하다. 확실히 저 무기가 태규의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것 같다.

파칙, 파치칙!

높은 곳에서 스파크가 튀고 비가 오듯 전격이 떨어진다.

콰광! 콰과광!!

벼락에 맞은 데스 휠들의 몸체가 박살이 난다.

“휘유! 역시 한결 씨다! 깔끔하네.”

“멋지다~!”

“아직 남았으니까 다들 집중합시다!”

“예이!”

공격 한 턴을 끝낸 결이가 옆으로 다가온다.

“뭔가 찾는 것 같던데.”

“응, 장난감과의 연결 고리를 찾고 있었어.”

“그래서?”

“못 찾았어.”

쉬이익!

우리에게 돌진하는 데스 휠 하나의 공격을 결이가 검으로 막아 낸다. 나도 머뭇거리지 않고 몸을 낮춰 결이가 막아 낸 데스 휠의 아래로 파고든다.

데스 휠의 거대한 기계 몸체는 약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지만, 딱 여기 하나.

다리들이 이어지는 관절 이음새 부분이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흡!”

새벽의 검으로 예리하게 베어 낸다. 하지만 말끔하게 잘리지는 않는다. 대미지가 부족하기 때문.

데스 휠이 휙! 물러나 거리를 벌린다.

“역시 한 방은 안 되네.”

될 리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약간 아쉽달까.

“너무 무리하지 마.”

“다 계산하고 행동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나저나 너도 지금은 스킬을 아껴 둬. 페이즈가 생각보다 길 거야.”

결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난 데스 휠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나갔다.

우웅. 우우웅.

공간 전체가 약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보안 단계 상승. 클리어 모드 강화.」

철컥, 철컥.

높은 벽면이 열리면서 이번에는 꽤 크기가 큰 무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기관총처럼 생긴 형태의 기계 무기다. 저기에서는 조금 전까지 있던 레이저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강력한 에너지탄 공격이 쏟아질 거다.

문제는 벌써 그럴 타이밍이 아니라는 거다.

“왜지?”

“하준 씨! 이건 미리 말씀해 주신 두 번째 페이즈 상황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요?”

“맞아요.”

원래라면 첫 번째 페이즈의 적을 모두 쓰러트린 후 진행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아직 보스 룸 안에는 데스 휠이 남아 있다.

이 몬스터는 중간 보스 녀석보다 덩치가 크지만, 더욱 강력한 놈이라 이놈들만으로도 애를 한참 먹어야 한다.

‘애는 먹는 참인데, 거기다가 두 번째 페이즈가 겹쳤다고?’

평범한 진행 상황과는 달라진 거다.

“일단 싸워 보죠! 다들 아까 많이 쉬었잖아요?!”

“민철 씨 힐에 신경 좀 더 써 주세요! 적이 너무 많아요!”

“알겠습니다!”

우이이잉.

새로 등장한 에너지탄 무기가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세이프티 플레이스!”

인화 선배의 보호막이 팀원들을 감쌌다.

슈슈슈슈! 퓨뷰뷰뷰뷰뷰!

에너지탄 공격이 쏟아진다.

“크읏!”

“다들 버텨!”

쿠콰쾅! 쿠와앙!!

원래라면 인화 선배의 세이프티 플레이스는 1회에 한해서 공격을 막아 주는 스킬이지만 연달아 이어지는 공격에도 버티고 있었다.

“스킬을 중첩시켰네요?”

“응, 하준이 네가 그렇게 써 보라고 했잖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계속 실패했는데 긴박하니까 되네?”

“대단해요. 이렇게 성공시키다니.”

과거의 인화 선배가 오랜 시간을 거쳐 응용해 낸 기술이었다. 조금의 조언만으로 이걸 성공시키다니. 역시 인화 선배는 천재가 분명하다!

“네가 그런 식으로 써 보라고 하지 않았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야.”

“선배가 천재라서 가능한 거라고요.”

“선배?”

“아니, 누나요.”

퍼버버버벙!

한차례 폭격이 멈추고 인화 선배의 스킬도 모두 깨졌다.

“후우, 덕분에 버텼습니다. 저거 무시무시하네요.”

“모두 모이지 말고 흩어집시다. 그리고 저 공격은 맞으면 정말 치명적일 겁니다. 조심해요, 다들.”

“살아서 나가자고~!”

위기 상황이 덮쳤지만, 파티원들의 분위기는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하지만 확실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

‘달라진 게 뭐지. 달라진 건…….’

달라진 건 보스 룸으로 입장할 때의 방식뿐이다.

회귀 전에도 그랬고 오늘 이전에도 항상 키패드를 부수는 방법으로 진입했을 거다.

‘그 행동 하나로 뭔가 변했다는 건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닐까?’

더 달라진 것은 없는지 주위를 살핀다. 파티원들의 전투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일단 전투에 집중하면서 살펴봐야겠군. 일단 제일 거슬리는 에너지탄부터 쳐 내야겠어.’

쉭, 쉬익! 새벽의 검이 잔여 대미지를 주며 억압의 손길로 몬스터들을 저지하고 팀원들을 보호한다. 특히 억압의 손길로 새로 등장한 에너지탄 총이 파티원들을 조준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서로를 조준해 공격하도록 방향을 틀었다.

쿠쿵! 쾅!

에너지탄 총이 2대 박살 나는 성과를 얻었다.

“크윽!”

“으악!”

하지만 총공세에도 부상자가 속속들이 발생하고 있다.

“평안의 손길!”

김민철이 힐 스킬을 사용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음?”

공간 구석구석에 붙어 있는 카메라처럼 보이는 것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파티원들을 감시하는 걸까.

보스 몬스터의 눈?

하지만 카메라가 쫓는 건 한 사람이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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