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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67화 (67/250)
  • 제67화

    제67편

    “……이럴 수가.”

    “어때?”

    “진짜 맛있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결이가 든 포크의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저건 결이의 사소한 버릇인데 진짜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저런다. 거짓말이 아니라는 증거다.

    이게 요리하는 기쁨이라는 건가.

    사실 회귀 전에는 결이나 나나 이렇다 할 요리 실력이 없었다. 헌터 생활을 하며 잘 벌게 됐을 땐 거의 사서 먹거나 길드 건물 내부의 식당을 이용했었다.

    “너도 먹어 봐!”

    결이가 포크를 건네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그걸 먹어서 효과가 있는 건 결이뿐이니까. 굳이 내가 먹을 필요는 없지. 배가 고프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고.

    딱히 몬스터 고기가 먹기 싫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다.

    절대로.

    “나만을 위해서 이 요리를 만든 거야?”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틀린 말은 아니지.

    접시를 들고 있는 결이의 손이 살짝 떨린다. 그러고는 포크를 움직여 스테이크를 입 안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감동해라. 감동하고 얼른 스킬 특성을 얻으라고!’

    이제는 내가 기대감을 품은 얼굴로 결이를 살핀다.

    “어때? 뭔가 변화가 있어?”

    “……음? 으믓드. 그그응지.”

    “다 씹고 말해도 돼. 그런데 뭔가 느낌이 안 와?”

    결이는 우물거리며 엄지손가락만 들어 올린다.

    “앗! 뭐야!”

    등 뒤에서 들리는 높은 목소리의 정체는 진보라였다.

    ‘일부러 파티원들이 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나왔는데 어떻게 우리를 찾았을까? 역시 사랑의 힘은 대단한걸.’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결이를 탐지하는 어떤 능력이 있나 보다.

    우리를 발견한 진보라는 소리를 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둘이서 뭐 맛있는 거 먹고 있었어요? 아! 맛있는 냄새! 대체 뭐야~?”

    진보라가 다가오며 묻는 사이, 결이가 놀라운 속도로 스테이크를 입 안으로 없애 버리고 있었다.

    “뭐야? 결이 씨만 드시는 거예요? 왜? 하준 씨는요? 하준 씨가 해 준 거예요?”

    “흥. 으즈애 을읏든 믈은그. 으므 느즛드.”

    “결아, 다 씹고 말하라니까. 아니, 그게……. 이게 전격계 각성자한테 보양식이거든요. 팀원들 전부 챙기기는 버겁고 그래도 결이만 챙겨 주기 뭐해서……. 하하하. 비밀로 해 주세요. 보라 씨.”

    진보라는 새초롬한 얼굴로 결이를 쏘아보다가 포크를 뺏어 들었다. 분명 피할 수 있는데도 순순히 그릇을 빼앗기는 결이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결이가 다 먹고 스킬 특성 얻어야 하는데!!

    “나도 하준 씨가 해 준 요리 먹고 싶어요! ……앗, 아 뭐야?! 채소밖에 안 남았잖아?! 이잉!”

    “결아, 채소도 먹어야지.”

    “으앙, 이거라도 먹을래요.”

    진보라는 채소만 남아 있는 그릇에 포크질을 해 대고 결이는 양 볼이 잔뜩 부풀어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갑자기 난장판이 되어 버렸네. 뭐, 다행이기는 하지만.’

    결이는 입가를 슥슥 닦더니 시스템 창을 확인하는 듯 시선이 움직인다. 그리고 이내 나를 보며 활짝 웃는다.

    “네 말대로 스킬 특성이 생겼어.”

    * * *

    “우중격침.”

    스스슷, 츠츠츳!

    번개로 그린 그림 같은 거대한 검 모양의 형상이 만들어진다. 지금 당장은 단 하나의 상밖에 없지만, 결이가 스킬 레벨을 올릴 때마다 그 개수는 늘어날 거다.

    쉬이이익! 콰과과과!!

    거대한 검이 몬스터가 있는 바닥으로 내리꽂히고 주변은 튀겨지는 듯 전기가 튄다.

    [메탈 그레이 하운드가 상태 이상에 걸렸습니다.]

    [상태 이상: 화상]

    공들여 요리해 낸 보상으로 얻은 스킬 특성.

    우중 격침의 본래 전격 대미지를 제외하고도 지속적인 대미지를 줄 수 있는 특성이다.

    높은 확률로 상대를 화상 상태로 빠트릴 수 있게 된 거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지속 대미지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벌써 이 특성을 얻다니, 앞으로의 전투가 훨씬 더 수월해질 거야.’

    투쾅! 쿠과광!

    놀라운 스킬들 사이에서 결이의 스킬은 유독 눈에 띈다.

    “와, 진짜 대단하다. S급의 스킬이라는 건 저런 건가 보죠?”

    “진짜 멋지다.”

    “게임으로 치면 우리는 무과금 유저고 한결 씨는 과금러 같아요.”

    “차이가 나도 너무 나네.”

    팀원들은 장난을 섞어 투덜거렸다.

    그만큼 서로 편해진 탓도 있었다.

    전투와 던전 공략이 순풍을 단 배 같으니 사이가 좋을 수밖에 없다.

    “보라 씨~! 힐 드릴게요!”

    “저 아직 체력 괜찮아요.”

    “민철 씨! 저 좀 힐해 주세요.”

    “흐음, 아직 체력 반도 안 깎이신 것 같은데 그냥 분발해 보시죠.”

    김민철만 빼면.

    하지만 김민철이 조금 거슬리는 짓을 해도 귀하신 힐러님이시기에 아무도 쓴소리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파티 운영에 치명적인 실수는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민철 씨, 조금만 더 집중해 주세요.”

    여전히 진보라에게 집적거리는 민철에게 약간의 제재를 가하자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던전 공략 내내 거의 내가 팀을 지휘하고 있으니 마냥 무시하기 어려울 거다. 게다가 이미 저번 던전 공략에서부터 내 실력을 인정했으니까.

    “보라 씨도 힘내요. 이때까지 가 본 던전들 중에 제일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미 절반 이상 공략에 성공했으니까요.”

    “네!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그럼 다행이고요.”

    진보라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주먹을 불끈 쥔다.

    하여간 저 사람도 의욕이 좋아서 마음에 든다. 센터에서 처음 봤을 땐 아주 조용하고 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자, 모두 힘내서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죠!”

    “예!”

    “좋아요!”

    망량이가 능숙하게 길을 안내한다.

    우리는 점점 더 밀도가 진한 빌딩 숲 사이로 파고들어 이 던전의 보스 룸을 향해 전진했다.

    “와 거의 하늘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에요.”

    어느덧 무너져 엉망이 된 빌딩과 거대한 나무가 서로 뒤엉켜 커다란 동굴 같은 모양새로 변화한 장소 안으로 진입한다.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보스 룸이다.

    ‘벌써 이까지만 해도 성과가 나쁘지 않아. 이제껏 모은 것과 이 던전에서 얻은 것까지 해서 영혼석이 24개.’

    이대로 안정적으로 소울 포인트가 모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다.

    ‘다음엔 어느 스텟에 포인트를 투자할까.’

    오늘 조금 인원을 늘려 던전을 공략해 본 소감으로는 역시 민첩에 찍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다.

    이렇게 인원이 늘어날수록 서포터가 많이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전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팀원들을 보조하는 것.

    ‘속도가 엄청나게 뒤처지는 건 아니지만, 결이가 레벨이 올라가다 보니까 쫓아가는 게 조금 힘이 든달까.’

    거리를 두고 보조하는 입장이니 완벽하게 속도를 맞출 필요는 없지만, 다른 스텟의 활용도를 생각했을 때 이번 타이밍에는 민첩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인원수가 많을 때는 특히나 앞으로 나서지 않는 게 중요하게 작용하니까.

    ‘그리고 다음번에 다시 포인트를 꽤 모은다면 마나양에도 투자하면 좋을 것 같고.’

    소울 포인트 덕분에 보조되는 능력치를 생각하면 어느덧 나는 C급 헌터 평균의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그러니 괜히 대미지를 많이 내려는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다.

    ‘잘하고 있어.’

    아드득.

    영혼석을 꺼내 입 안에 던져 넣고 씹으니 달콤함이 밀려든다.

    ‘이것 때문에 단맛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별사탕을 닮은 이 영혼석을 먹는 때가 아니어도 은근히 달달한 게 당긴달까.

    “아, 또 드시네요. 사탕.”

    진보라가 눈을 빛낸다. 그녀의 눈에는 자주 당 떨어지는 사람처럼 보이겠지.

    “어……. 그러고 보니 그때 사탕 맛있었어요.”

    사실 나는 한 개도 제대로 맛을 못 봤지만.

    결이가 하나 뺏어 먹고 나머지는 전부 차보리 양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면 무척 실망할 게 분명하지.

    “무슨 맛이 제일 취향이셨어요?”

    “……딸기 맛이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먹어 봤어야 무슨 맛이 있는지 알지.

    그냥 대충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걸 아무거나 말했다. 무슨 맛이 취향이었냐고 묻는 건 당연히 맛 종류가 두 가지 이상이라는 거다.

    그럼 어떤 맛이 있을 확률이 제일 높을까.

    사탕이라면 딸기 맛이나 오렌지 맛 같은 게 보통 아닌가?

    소규모 병원이나 음식점 등에 비치된 사탕의 경우에 대부분 딸기나 레몬, 오렌지 등의 과일 맛 사탕이니까.

    박하의 경우도 있겠지만, 이건 취향을 꽤 타니까?

    그러니까 딸기 맛이 제일 무난한 거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그냥 다 맛있었다고 하는 게 제일 최선의 대답이었나 싶다.

    “……다 맛있었어요.”

    재빨리 덧붙이자 진보라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딸기 맛을 제일 좋아하시다니, 의외네요.”

    “그런가요, 하하하. 뭘 좋아할 것 같은데요?”

    “박하 같은 싸한 맛을 좋아하실 것 같았거든요.”

    “홍삼 맛을 좋아할 것 같은 게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보라 씨는 뭘 제일 좋아하시는데요?”

    “저도 딸기 맛이요.”

    해맑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딸기 맛이라는 대답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휴.

    “결이는 초콜릿 맛이나 우유 맛을 좋아해요. 사탕보다는 아이스크림 종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안에 딸기잼 들어가고 겉에 초콜릿 코팅된 거 있잖아요. 그래, 꿀꿀이바? 그거 자주 먹더라고요.”

    “음? 음…… 그래요?”

    진보라를 위해 사탕의 보답을 좀 하려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별로다. 사탕보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말 걸 그랬나.

    아무래도 아이스크림은 직접 만들기 어려울 테니까.

    “아 맞다. 결이는 젤리 같은 것도 좋아해요.”

    “흐응. 그렇구나.”

    어디서 들어 보니까 젤리는 그나마 만들기 쉽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이것도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아무래도 아직 미는 단계인가 보지.’

    뭐 젊은이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나는 인류 멸망을 막을 계획이나 구상해야겠다.

    “무왕!”

    망량이 녀석이 멈춰 서더니 같은 자리를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음? 아무것도 없는 곳인데?”

    “하준 씨. 펫이 갑자기 왜 저러는 건가요?”

    파티원들이 의아한 얼굴로 물어 온다. 확실히 망량이가 서성거리고 있는 곳은 망가진 기계 부품들이 잔뜩 쌓인 쓰레기장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게다가 한눈에도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공간.

    ‘설마 수수께끼를 발견한 건가?’

    그렇다면 꽤 오랜만의 일인 거다. 눈이 확 뜨인다. 정말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면 풀지 않을 이유는 없다.

    확인할 가치는 충분하지.

    “잠시만요. 아직 넉넉하긴 하지만 보스 몬스터를 대비해서 잠깐 쉬어 가죠.”

    “음, 뭐. 괜찮아요. 그렇게 하도록 하죠.”

    “좋아요.”

    “마침 전 좀 쉬긴 해야 해요.”

    파티원들은 넓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쉬기 시작했다.

    “뭔데?”

    결이가 곧장 나를 따라오며 관심을 보인다.

    “새로운 수수께끼일지도 몰라.”

    “저번처럼 어려운 건 안 나왔으면 좋겠네.”

    두 신의 사원 던전을 말하는 거겠지. 그때 한결이도 잠깐 의식을 잃을 정도였으니까.

    “함께라면 잘 풀어낼 수 있어. 오늘은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하잖아.”

    망량이가 빙글빙글 도는 곳을 살펴보니 온통 기계 쓰레기인 와중에 낯이 익은 물건이 보인다.

    “이건…… 장난감 아닌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변신 로봇 장난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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