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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63화 (63/250)
  • 제63화

    제63편

    “네? 그런데요.”

    대호 형의 대답과 함께 나도 뒤를 돌아보는데, 역시나 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아아……. 은하준 씨. 오랜만이네요.”

    그 역시 나를 알아본다.

    금성 길드의 스카우터다.

    “그러게요.”

    역시 대호 형도 시작된 거다. S급을 섭외하려는 길드들의 움직임. 결이는 그나마 괴물 특수부대랑 깊이 엮여서 초반에만 반짝했지만, 대호 형의 경우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저번에 물어보니까 괴물 특수부대에서 별다른 말을 안 했다고 하던데.’

    그건 그것 나름대로 이상했다.

    S급인데 군에서 탐내지 않을 리가 없다. 결이만 보더라도 군의 관심 때문에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었던 거다.

    ‘다른 꿍꿍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잘 살펴봐야 해.’

    다행히 대호 형은 각성자 관련으로 내게 많이 의지하고 있기에 어떤 쪽에서 수작이 들어오더라도 방어해 낼 수 있을 테지만.

    ‘일단은 등록증을 얻고 곧장 류환희와 길드를 만들도록 해야 해. 어려운 일은 대충 환희가 알아서 해 주겠지. 그 전까지만 대호 형을 지키면 된다.’

    회귀 전에는 어떻게 두 사람이 만나고 함께 일하게 됐을 때까지 조용했는지 정말 궁금하지만, 이제는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뭐, 그게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저는 금성 길드에서 나온 심우진이라고 합니다. 차대호 님께 아주 좋은 정보를 알려 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직 입실까지 시간이 남았는데 제 이야기를 좀 들어 보시죠.”

    “듣는 것 정도야 어려운 것 없죠.”

    내 말에 금성 길드의 심우진이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래, 내가 옆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 하하하.’

    심우진이 먼저 시작하자, 여기저기 숨어 있던 다른 길드의 직원들이 하나둘 우리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S급으로 각성하신 소감은 어떻습니까?”

    “어? 저기 S급 각성자 한결 아냐? 대박이다. 저쪽도 찍어.”

    “일단 저희 길드에서 제안하는 계약 조건은 말입니다.”

    “선생님, 제 이야기도 들어 보시죠.”

    “뭐야? 저기? 사람이 왜 저렇게 많아?”

    “S급이 왔대.”

    “뭐? 우리 기수에 S급 각성자가 있는 거야?”

    “누군데?”

    길드 직원들에 기자, 소란에 끌린 사람들까지. 분위기는 갑작스레 아주 어수선해졌다.

    “아빠…….”

    보리가 놀라 대호 형의 다리 뒤로 숨어 바지를 꽉 잡아당겼다.

    “자! 여러분!”

    짜악! 순간 대호 형이 손뼉을 치자 엄청난 소리가 났다.

    “이곳은 다른 분들도 함께 이용하는 곳이니 소란스럽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계약과 관련된 일이라면 일단 명함을 주시고 돌아가시면 제가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정말 모든 분께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돌아가 주세요!”

    그러더니 형은 자신을 향한 카메라에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인터뷰 역시 따로 약속을 잡아야겠죠? 제 친구들에 관한 인터뷰는 따로 당사자에게 직접 하셔야겠고요?”

    솔직히 당연한 말인데 지키지 않는 사람이 무척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대호 형 정도의 거구가 말하니 어쩐지 위력이 가미된 것 같다.

    “그,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한마디라도 더 해 주시면……!”

    “음, 역시 쉽게 포기하지 않네.”

    대호 형은 일단 길드 직원들의 명함을 모두 챙긴 뒤 주머니에 넣고는 보리를 번쩍 들어 인화 선배에게 안겨 주었다.

    “죄송하지만, 오늘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유, 뭘요. 이미 이야기되어 있었잖아요? 우리 바다랑 하늘이가 보리를 너무 좋아하니까.”

    “그럼 모두 오늘 이렇게 배웅까지 와 주고 정말 고맙다. 나는 일찍 들어가 봐야겠어. 선량한 다른 각성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면 안 되지.”

    “네, 형! 파이팅입니다!”

    “다녀오세요.”

    “아저씨 조기 졸업 하세요!”

    모두의 인사를 들으며 대호 형은 센터 안으로 척척 걸어 들어갔다.

    일부가 형을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너무 긴 다리를 쫓아가기도 힘들었고 입구에서부터는 센터 직원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놓칠 수밖에 없었다.

    ‘형의 말랑말랑한 모습만 보다 보니, 뭔가 새로운 느낌이네.’

    차대호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감상에 젖기도 잠시. 대호 형을 놓친 기자들의 관심이 결이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한결 님! 이번 세컨드 오픈 이후 각성한 사람 중에 단 두 명뿐인 S급이시잖습니까. 소감은 어떠신가요?”

    “그간 정체가 베일에 감싸여 있다시피 하셨습니다. 괴물 특수부대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 겁니까?”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보육 시설에서 성장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사실입니까?”

    쏟아지는 질문들.

    게다가 어느 정도 이미 결이에 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서 알고들 온 것인지. 하기야 기자들이니 다른 사람들보다 정보에 접근하기 쉽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자리에서 예민한 부분까지 함부로 치고 들어오다니.

    턱.

    앞으로 나서려는 내 손목을 결이가 붙잡았다.

    “우리도 가자.”

    “어? 어.”

    “인화 누나. 가죠.”

    결이는 몰려드는 인파를 뚫고 그냥 지나쳤다. 각성자의 신체니, 기자들이 아무리 떼로 몰려 있어도 밀려날 수밖에 없다.

    ‘결이는 항상 옛날이야기만 나오면 쉽게 이성을 잃었었는데.’

    회귀 전을 떠올리면 초반에, 아니 쿨 타임만 차면 한 번씩 사건이 터지곤 했다.

    결이의 신경을 건드려 싸움을 일어나는 사건.

    워낙 부드럽지 못한 성정이어서 더욱 그렇기도 했지만, 세상은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사람을 가만히 두질 못한다.

    ‘지금은 뭐가 달라졌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벌써 우리에게는 친구가 많이 생겼다. 각성자로서 혼란스러운 시기에 의지할 친구들.

    ‘좋네.’

    훨씬 많은 고난 후에 만났을, 아니면 아예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

    “얘들아, 얼른 닫아. 바로 출발할게!”

    올라탄 인화 선배의 차 안이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 * *

    “레벨링에 힘을 좀 쏟아야겠어.”

    햄버거를 잔뜩 베어 문 결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레벨링?”

    “응. 대호 형이 헌터 자격증 따는 동안 열심히 달려 볼까 해. 아무래도 S급이 늘어나는 거니까. 나도 좀 따라가야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각성 후 지금까지 쉬지도 않고 레벨을 올렸는걸.”

    “남들보다 빨리 강해지면 좋지.”

    “다칠까 봐 그러지.”

    “다들 나보다 급수가 높잖아. 뒤처지기 싫어서.”

    결이는 열심히 먹던 햄버거를 슬쩍 내려놓았다.

    “넌 뒤처지지 않아. 지금 우리 중 그 누구보다 대단해.”

    “말이라도 고맙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짜식. 햄버거나 마저 먹어.”

    반듯한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가 다시 펴지질 않는다.

    “그……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말해 봐.”

    “소울메이트 스킬 말이야.”

    “응?”

    “레벨이 올랐었잖아.”

    “어, 그렇지.”

    “전에 오거가 나타났을 때 인화 누나한테도 그 스킬을 썼었잖아.”

    벌써 몇 주나 지난 일인데 갑자기 그때 일을 꺼내다니. 나는 조금 얼빠진 얼굴로 결이를 바라보았다.

    찡그린 얼굴은 어쩐지 곤란해 보였다.

    “그 스킬은 레벨이 오를수록 더 많은 사람을 서포트해 줄 수 있는 건가?”

    “음…… 그런 것 같더라고.”

    너무 당연하게 ‘그렇지!’라고 대답할 뻔했다.

    확실히 소울메이트 스킬은 그랬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버프를 넣어 줄 수 있는 퍼센티지가 상승하고, 또 연결해 줄 수 있는 상대의 수가 늘어난다.

    회귀 전에도 이 스킬 덕분에 그나마 팀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래도 녀석들에게는 항상 짐짝 취급을 당했지만.

    “……그렇구나.”

    “왜?”

    그런데 이걸 지금에 와서 결이가 왜 묻는 걸까?

    “문제 있어?”

    “……아니, 혹시 여러 명을 함께 연결하면 버프 수치가 떨어진다든가. 아니면 너한테 무리가 간다든가. 뭐 그런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닌가 해서.”

    “음, 그런 건 전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뭐야, 내가 너 보조 제대로 못 할까 봐 걱정하는 거였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걱정하지 마셔. 우리 결이 서포트는 누구보다 신경 써서 하지~! 이 형님이!”

    결이는 제 생각이 조금 부끄러워진 것인지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내려놓았던 햄버거를 다시 크게 베어 물었다.

    햄버거는 이제 나머지 한 입으로 끝이 날 것 같다.

    “하나 더 시켜 줘?”

    “됐어.”

    “짜식, 부끄러워하긴. 강해지기 위해서 남들을 견제하는 걸 나쁘다고 생각 안 해. 물론 스스로 자극이 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에 한해서 말이야. 열정이 있다는 거잖아.”

    “…….”

    “좋은 자세라고 생각해! 다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이 형님이 확실하게 키워 줄 테니까.”

    결이는 말없이 남은 햄버거를 마저 입에 집어넣었다.

    “좋아, 그럼 바로 파티를 모집해 볼까. 안 그래도 레벨링하기 좋은 던전을 알고 있어.”

    “또 안사홍이 알려 준?”

    “어…… 어. 응.”

    “……햄버거 하나 더 먹을래. 네가 사.”

    성장기라 그런가 보다. 그러고 보니 몇 개월 만에 결이 키가 훌쩍 자랐다.

    나도 회귀한 김에 키가 더 자랄 순 없는 건가. 무려 회귀자인데.

    ‘…….’

    결이에게 카드를 건네주고는 휴대폰을 켠다.

    * * *

    “다시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진보라가 밝은 얼굴로 달려왔다.

    이곳은 한 번도 온 적이 없던 던전으로 통하는 포털 앞이다. 그러니까 회귀한 시점에서 말이다.

    회귀 전에는 뻔질나게 드나들던 던전이다.

    이번 던전은 규모가 크니까 파티 인원이 더 많이 필요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포지션이 원거리 딜러시죠? 오늘 던전 도실 때 걱정 하나도 하지 마십시오! 제가 보라 씨 곁에 꼭 붙어 있을 테니까요. 오늘 다칠 생각은 아주 하지도 마십시오. 하하하!”

    “네? 아…… 네에.”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김민철은 아주 신이 났다. 생각보다 활약은 못 했지만, 그래도 힐러는 무조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으니 다시 그를 부른 것이다.

    그래. 여자를 좀 밝히긴 하지만, 힐 자체는 잘 들어오는 편이니까.

    “또 불러 주셔서 감사해요, 형.”

    염태규가 들뜬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너를 안 부를 이유가 없지.”

    염태규 정도면 헌터로서의 재능이 훌륭하다. 괜히 회귀 전에 쌓였던 감정을 끌고 오기보다는 이 녀석을 새로이 잘 키워 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되지. 그럴 가치가 있는 놈이다.

    내가 너를 이렇게 이용해 먹을 생각 만만이라는 걸 꿈에도 모르겠지. 그래, 복수는 이 정도면 됐다.

    “오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형!”

    “그래,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그리고 인화 선배와 결이를 제외하고도 8명의 프리랜서 각성자가 더 모여 있다.

    난 오늘 반드시 결이를 레벨 10으로 만들고 만다.

    “자, 다들 인사가 끝났으면 출발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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