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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62화 (62/250)
  • 제62화

    제62편

    “뒤에서 꽉 끌어안아 버려!”

    나의 외침에 결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완력으로 못 당해!”

    “정전기를 일으켜!”

    “……!!”

    이 정도만 말해도 결이는 내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린 소울메이트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결이는 곧장 검을 해제시키고 허리춤에 찼다. 그리고 구름의 아들을 이용해 대호 형의 뒤로 바짝 붙었다.

    “하앗!!”

    그리고 있는 힘껏 대호 형을 붙들었다.

    야수화된 상태라 더욱 커다래진 형을 뒤에서 붙들어 포박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거기에 힘을 보탠다.

    “억압의 손길!”

    이것만으로는 금방 끊어 냈지만, 결이와 함께 사슬로 얽어 버리니 쉽게 떨치기 힘들 거다.

    차르르륵!!

    사슬이 대호 형과 결이를 완전히 묶었을 때, 결이의 머리카락이 위로 솟기 시작한다. 그리고 번쩍!!

    “읏! 눈부셔!”

    “지금 스킬을 써!”

    류환희가 앞으로 튀어 나간다.

    “테이밍 시스템!”

    손을 뻗자 레이저 같은 것들이 뿜어져 나오며 대호 형의 몸을 훑는다. 마치 저 빛 자체가 대상을 조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테이밍 스킬이라고 해도 엄청 독특하잖아.’

    츳, 츠츳.

    마치 연구실에서 쓸 것 같은 기계의 느낌이랄까.

    마도 공학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스킬이라고 생각했지만, 저 모습을 보니 오히려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으르릉!!”

    “크읏……!”

    분명 결이가 만들어 내는 정전기에 계속해서 당하는 와중에도 대호 형은 벗어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다.

    정말로 내 사슬까지 더해지지 않았다면 잠깐이나마 묶어 두기 힘들었을 거다.

    사실 S급을 묶어 둔 것 자체가 내 입장에선 엄청나게 대단한 경험이긴 하다.

    “서둘러!”

    “조금만 더 기다려!”

    류환희의 얼굴 주위에도 대호 형을 감싸고 있는 붉은빛의 홀로그램 같은 것들이 생겨나 있었다.

    붉은빛은 어떤 정보값 같은 걸 그녀에게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컹컹! 크르르……!”

    5분이 아니라 1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긴장되고 숨 막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킬의 붉은빛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크르…… 크윽!”

    동시에 대호 형이 발작을 일으키듯 고개를 쳐들었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간다.

    “헉!”

    대호 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결이 역시 비틀거린다.

    ‘환희의 스킬이 먹혔다!’

    차르르륵! 두 사람을 감쌌던 사슬을 없애고 다시 대호 형만을 향해 사슬을 만들어 낸다.

    사슬이 풀리자마자 결이는 몸을 피했고 대호 형은 사슬을 둘둘 두른 채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제대로 된 건가?”

    “으응, 아마도.”

    “아마 제대로 됐을 거야.”

    곧장 대호 형 쪽으로 달려갔다. 완전한 짐승의 것이었던 얼굴이 대호 형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형! 정신이 들어요?”

    “으윽……. 이, 이게 무슨……. 으으으.”

    대화가 통하는 것을 확인하고 억압의 손길을 해제했다. 그런데도 대호 형은 한 번에 일어나지 못하고 누운 채로 숨을 골랐다.

    “형…… 방금 각성했어요.”

    “뭐라고?”

    “각성 후유증으로 폭주해서 소란이 있었어요.”

    어리둥절한 얼굴의 대호 형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생일 파티가 한창이던 뒤뜰의 잔디밭은 흙이 패고 온갖 장식과 나뭇가지가 지저분하게 흐트러져 마치 태풍이라도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엉망이었다.

    “내가…… 이랬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소리는 컸으니까 신고가 들어갔을지도 모르지만.”

    대호 형의 시선이 다급하게 아이들을 찾는다.

    그제야 인화 선배의 보호막이 걷히고 아이들이 몸을 일으켰다.

    모두 겁먹은 얼굴.

    “내가…….”

    “형 일단 진정하세요. 형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각성할 타이밍을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형처럼 신체 변화형에 야수형인 각성자의 경우에는 폭주 가능성이 더 커요. 아마 경찰이나 각성자 관리부에서 조사해도 이런 부분은 정상 참작이 될 테니까요.”

    최대한 대호 형을 안심시키려 설명했지만, 형의 귀에는 내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너희가 없었다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몰라.”

    대호 형의 숨이 조금씩 거칠어진다. 자신이 저지른 짓을 보고 충격을 받아 패닉에 빠지는 거다.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형 같은 각성자는 이런 상황을 절대로 조심해야 한다.

    “진정하세요, 형. 각성 직후라 또 폭주할지도 몰라요.”

    “이걸…… 또? 끝난 게 아니야?”

    “네. 한동안은요. 그러니까 정신 차려요! 형은 이제 각성자예요. 형의 힘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요. 마음 단단히 드세요.”

    “아아…….”

    대호 형이 고개를 푹 숙이자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 *

    주변에까지 피해가 확장되지는 않았지만, 전투를 치르는 동안에 발생한 소음 때문에 신고가 들어간 상황이었다.

    대호 형은 경찰에 인도받아 각성자 관리 센터로 곧장 가야 했다.

    “정말 면목 없습니다.”

    대호 형은 센터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에게 무릎을 꿇을 기세였지만, 결이와 인화 선배가 겨우 막아 고개를 깊이 숙인 인사로 대신했다.

    “아이들이 놀랐지만, 그 애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요즘 애들이잖아요. 각성자에 관한 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요.”

    인화 선배가 대호 형의 어깨를 토닥였다.

    솔직히 선배가 그럴 수 있다는 점은 놀라웠다. 나나 한결이라면 몰라도 선배는 부모의 입장이니까.

    자기 아이들이 공포에 질리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이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오히려 대호 형을 걱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일 거다.

    “보리는 우리 집에서 애들이랑 남편이랑 같이 잘 있어요. 좀 전에 연락이 왔는데 저녁도 맛있게 잘 먹었고 아이들끼리 재밌게 놀고 있다고 해요.”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됐어요. 이미 충분하니까 고마워하시기만 하세요.”

    대호 형은 차례로 나와 결이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너희가 막아 줘서 정말 다행이야.”

    “형이 너무 강해서 못 막을 뻔했어요. 어때요. 안에서 결과는. S급이라고 하죠?”

    “응. 그렇다고 하더라.”

    “S급으로 각성한 거면 완전 대박난 건데 표정이 왜 그래요, 형. 좀 웃어요.”

    대호 형이 억지로 웃어 보인다.

    솔직히 오늘 우리가 없었다면 아주 큰 일이 벌어졌을 거다. 그걸 상상하면 마냥 웃을 수 없긴 하다.

    회귀 전에는 어떻게 됐을까?

    ‘됐어. 지금 이렇게 된 게 중요하지. 결국 큰 피해 없이 지나갔으니까.’

    잘해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해 내면 된다.

    나는 뒤쪽에 빠져 있던 류환희를 슬쩍 앞으로 끌고 왔다.

    “아, 학생 스킬 덕분에 내가 진정할 수 있었다고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으흠흠, 학생이라고 부르는 건 좀 부담스럽고요.”

    “왜? 학생 맞잖아.”

    결이가 의문을 제기하자 류환희가 주먹을 슬쩍 들어 보인다.

    그녀의 장난 섞인 행동 하나하나가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 준다.

    “그냥 환희라고 불러 주시면 돼요.”

    “환희 양…… 고마워요.”

    “말 놓으셔도 되고요. 한참 어른이시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어쨌든 저한테 고마워하시는 건 좋아요. 당연하죠. 제가 아니었다면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류환희가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묘한 들뜸과 기대감이 어려 있다. 설마…….

    “그러니까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음?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말해요.”

    “우리 친하게 지내요!”

    “어?”

    대호 형은 당황한 얼굴을 했지만, 나는 류환희의 속내가 뻔히 보였다.

    이대로 친분을 쌓은 다음에 우리에게 했던 대로 길드를 만들자고 제안하겠지.

    ‘오히려 좋다.’

    일부러 이 상황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해결됐다.

    “아까 스킬을 사용해 보니까, 아저씨 안정도가 엄청나게 낮더라고요. 각성 직후라 그래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하준 오빠랑 결이 오빠가 아저씨가 폭주할 때마다 진정시킬 수 있을 거예요. 도와드릴게요.”

    류환희는 청산유수같이 반지르르한 말을 늘어놓으며 아주 천사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너무 큰 민폐를 끼치는 게…….”

    “초반에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릴 때까지는 불안정이 계속될 거예요. 우리한테 도움을 받는 게 오히려 다른 사람들한테 폐를 안 끼치는 걸걸요.”

    “그렇군. 학생, 아니 환희 양 말이 맞아요.”

    “참 나, 말 놓으시라니까요? 아빠 같아서 도와드리는 거예요. 하하하.”

    뭐, 20대 극초반에 애를 낳았다면 안 될 것도 없긴 하다만.

    대호 형은 약간 얼이 빠진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 * *

    “아빠!!”

    인화 선배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보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폴짝 뛰어올라 대호 형의 품에 안긴다.

    “보리야! 잘 있었어? 아빠가 미안해.”

    “괜찮아. 나 바다랑 하늘이랑 지원이 아저씨랑 잘 놀았어. 그리고 아빠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란 거 알아. 지원이 아저씨가 설명해 줬어. 그러니까 아빠 너무 속상해하지 마.”

    “보리야…….”

    보리의 대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분명 무서웠을 텐데. 아이답지 않은 깊은 마음이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현관 입구에 서 있는 지원이 형이 두 아이를 양옆에 끼고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보리를 잘 돌봐 주셔서. 그리고 설명도…….”

    “뭘요. 같이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서로 돕고 사는 거죠. 게다가 인화도 처음 각성했을 때 집을 거의 날려 먹은걸요.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결국 누가 다치는 일도 없었고요.”

    “아저씨! 엄청 강한 각성자라면서요!”

    “조금은 무섭지만 조금은 멋있어요.”

    지원이 형의 옆구리에서 바다와 하늘이가 종알거린다. 인화 선배의 말대로 아이들은 안정적으로 보였다.

    사건이 터진 당시에 보았던 공포감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다 지원이 형이 아이들을 잘 위로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줬기 때문이겠지.’

    회귀 전이나 회귀 후나 지원이 형은 참 어른스러운 사람이다.

    슬쩍 본 대호 형의 얼굴에서는 고마움이 절절 묻어났다.

    “여러분과 아는 사이라서 너무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대호 형은 다시 한번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어째 하루도 조용히 흘러가질 않는 것 같지만, 인류 종말을 피하기 위한 큰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그러면 된 거다.

    * * *

    “자, 그럼 잘 다녀오세요!”

    각성자 센터 앞에 모두가 모였다.

    대호 형의 헌터 자격증 취득 과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다들 여기까지 와 주고. 정말 고마워!”

    한층 밝아진 대호 형이 쑥스러운지 옆머리를 긁적였다.

    “어차피 헌터 자격증 같은 거 엄청 쉬우니까 개근만 한다고 생각하세요.”

    환희가 대호 형의 어깨를 퍽퍽 쳤다. 하여튼 스스럼이 없는 애다.

    “너 학교 가야 하는 거 아냐? 고 3이잖아.”

    결이의 말에 잠깐 환희의 어깨가 떨리더니 한쪽 입꼬리를 쓱 올린다.

    “참 나, 난 천재라서 괜찮아.”

    “뭐?”

    ……그러니까 미래를 아는 나로선 그게 맞는 말이란 걸 알긴 아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

    “차대호 씨 되시나요?”

    등 뒤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아니, 한 번 들어 본 적 있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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