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61화 (61/250)

제61화

제61편

“형?”

“어, 하준아.”

“안색이 왜 그래요?”

“모르겠네. 속이 안 좋아.”

이제 막 케이크를 불고 선물을 뜯어봤을 뿐 아직 본 식사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아침에 뭐 드셨어요?”

“아니, 사실은 들떠서 아무것도 안 먹고 왔거든.”

“형 그러다가 근 손실 나요.”

“푸핫……. 그래. 그렇긴 한데.”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 보려고 했지만, 대호 형의 안색이 엉망이다.

“병원 가셔야 하는 거 아녜요?”

“그런 것까지는……. 윽!”

“형!”

“보리 생일 파티를 망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저쪽으로 부축 좀 해 줄래? 좀 누워 있어야겠어.”

대호 형은 머리를 감싸 쥐고 비틀거렸다.

“갑자기 왜 그러는…….”

형을 부축하기 위해 마주친 눈에는 기묘한 빛이 맴돌고 있었다.

“이건 설마…….”

오묘한 붉은 빛. 포털의 빛이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각성할 거라고? 이렇게 갑자기?

이런데 각성 때 이런 식으로 통증을 동반하기도 하나?

차대호에 관해서 그다지 알려진 정보가 없으니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그런데 상황이 점점 더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으적, 으지직.

“형? 몸이…… 부풀고 있는 것 같은데.”

“……으으. 으르르…….”

“응?”

대호 형의 몸이 부풀고 있다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평균 신장을 훨씬 넘어서는 커다란 덩치를 가졌는데, 지금은 거의 1.5배로 불어난 것 같다.

게다가 짐승의 것처럼 들리는 앓는 소리.

갑자기 대호 형의 별명이 떠올랐다.

늑대인간 차대호.

‘아, 설마. 진짜로. 그런 식으로?’

이건 단순히 생일 파티를 망치니 뭐니 하는 수준이 아니다.

나는 대호 형을 부축하던 손을 놓고 다시 생일 파티가 진행 중인 테이블로 달려갔다.

“누나! 실드!”

달려오는 나를 본 순간 인화 선배는 당황하지 않고 스킬을 사용했다. 찰나에 생일상 전체가 보랏빛 보호막으로 뒤덮인다.

“꺄악!”

“엄마!”

아이들이 선배에게 들러붙고 나는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크르르르…….”

2m가 넘는 거대한 키에 늑대의 얼굴. 길쭉한 주둥이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인다. 노란 눈에는 분노가 가득해 보인다.

머리를 제외한 신체 대부분은 인간과 비슷했지만, 뒤덮인 털과 손끝과 발은 짐승의 것이었다.

몬스터가 아니다. 눈앞에 있는 늑대인간은 차대호다.

입고 있던 상의는 거의 다 찢어졌고 신발도 어디 갔는지 벗겨져 있다.

“하, 하하……. 형. 정신이 들어요?”

소수지만 각성자 중에서 능력을 사용할 때 신체가 완전히 변화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화염계 능력자인데 평소에는 일반적인 모습을 유지하다가 스킬을 사용할 때 몸 전체가 불덩어리가 된다거나 비행 스킬을 사용할 때 거대한 조류의 형태로 변하는 드루이드 속성의 능력자도 있었다.

그러니까 차대호도 그런 종류의 각성자인 거다.

그것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차대호의 첫 각성이 이런 식으로 벌어진다는 건 몰랐다.

‘문제는 지금 각성 후유증 때문에 이성을 잃은 것 같다는 거야.’

모든 각성자가 각성 직후 후유증을 겪지만, 특히나 신체가 변화하는 종류의 각성자들에게서는 그 증상이 크게 일어나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지금 차대호는 폭주 중인 거다. 어쩌면 형의 의식은 내면 깊숙이 잠들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야단났네.’

S급을 제대로 저지해 낼 수 있을까.

“크르르……. 크아앙!”

위협적인 꼬리 움직임을 보이던 대호 형이 곧장 내게 달려든다.

S급에 야수형 각성자인 형의 속도가 엄청나다. 한 번의 돌진으로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형을 피해 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몸이 번쩍 들리는 느낌이다.

“으아! 겨, 결아.”

“저거 형이지?”

역시 결이는 똑똑하다. 단번에 대호 형이라는 걸 알아보다니. 지금 얼굴은 완전히 다른 모습인데 말이다.

“응. 지금 막 각성해서 폭주 중이야.”

“요란하네.”

츠츠츳.

구름의 아들 스킬로 대호 형을 피해 내며 곧장 소울메이트를 사용한다.

결이와 인화 선배에게 연결되고 선배의 보호막이 살짝 더 짙은 색이 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쉿, 다들 조용히.”

인화 선배는 아이들과 남편을 테이블 밑으로 숨기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현재 이곳은 주택가이고 얼른 대호 형을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큰 소란이 일어날 터.

“같은 S급인데 나 때보다 훨씬 강한 것 같아.”

결이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대호 형의 파워나 속도 모두 한결이가 막 각성했을 때보다 높아 보인다.

“야수성 때문일 거야.”

“야수성?”

“응, 원래 고유 패시브 스킬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몇 있잖아? 너 같은 경우는 전격계 면역이라든가.”

“아, 맞아. 내 능력에 맞춘 스킬들이 있었어.”

“형의 경우에는 외모만 봐도 딱 알겠지만, 야수성이라는 공격력 강화 특성 스킬이 있을 거야.”

“본능적으로 더 강해지는 거구나? 마치 야생동물처럼.”

“맞아. 전투력과 전투 센스 모두가 엄청나게 향상되지. 게다가 지금처럼 이성을 잃으면 특히나 더 수치가 펌핑될 거야. 그래서 야수계 각성자들이 특히나 무서운데.”

“정말 무시무시하네. 저걸 어떻게 진정시켜?”

장소가 장소인 만큼 갑자기 전격을 내다 꽂기도 곤란하다.

“일단 시도는 해 봐야지. 무기는 안 돼.”

“저 형은 온몸이 무기인데?”

“……연장자 배려.”

“대호 형은 진심 전력으로 덤빌 텐데.”

“다 끝나면 형한테 고기 사 달라고 하자.”

“먹을 수 있으려나.”

결이는 툴툴거리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나를 내려놓고 맨몸으로 대호 형의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어떻게든 대호 형의 이성을 돌려놓기 위해 노력한다.

“크르르…….”

“형. 정신 좀 차려요.”

휘이익!

날카로운 발톱이 결이를 향해 쏟아진다. 결이의 말을 알아듣는 기색은 전혀 없다.

“억압의 손길!”

차르르륵! 그 손을 잡아 묶는 반투명한 사슬.

철커덕!! 양손이 붙잡힌 대호 형은 잠시 놀란 듯했다.

하지만.

“그르르…….”

투웅! 퉁! 이내 사슬을 끊어내 버린다.

“대호 형 엄청나게 강하잖아.”

놀라는 사이 사슬에서 완전히 벗어난 대호 형의 발톱이 궤적을 그리며 결이의 목을 노린다.

쉬이익! 쉭. 퍼억!

결이와 대호 형이 서로 치열하게 공격을 주고받는다.

‘그래도 결이 레벨이 벌써 9인데 지금 막 각성한 대호 형이랑 막상막하잖아. 그나마 오늘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만약 대호 형 혼자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보리랑 단둘이 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나마 대호 형이 우리한테 어그로가 제대로 끌려서 다행이다. 계획대로 움직여 주고 있어.’

결이의 움직임과 나의 사슬로 대호 형의 움직임이 통제되고 있었다. 대호 형은 우리를 쫓느라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크르르……!! 크르릉!! 컹컹!!”

“형이 꽤나 열받은 것 같은데?”

츳. 츠팟!

구름의 아들을 이용해 변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니 아무리 속도가 빠른 늑대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결이의 움직임을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움직일라치면 내 사슬들이 방해하니 동작이 자꾸 가로막혀 배로 힘이 드는 것이다.

슬슬 결이나 나나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호 형은 눈 하나 조금 더 흥분한 것을 제외하면 변화가 없다.

“이 형 진짜 무서운 사람이네.”

“크윽……. 각성 후 폭주는 얼마나 지속되는 거야?”

결이는 대호 형에게 얻어맞아 부은 뺨을 어루만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센터에서 배운 거 벌써 다 까먹었냐?”

“쳇.”

폭주가 언제 잠잠해질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애초에 이렇게까지 폭주하는 수가 많지도 않고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 데다 아주 적은 수지만, 아예 스스로 진정이 되지 않아서 포획되어 격리되는 각성자도 있다고 들었다.

후자라면 뉴스에 나오지 않았을 리 없다. 그랬다면 내가 기억하지 못했을 리도 없고. 그렇다면 대호 형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

‘그나마 다행이네.’

주위를 돌아보니 은하 선배와 아이들은 아직 무사히 숨어 있다. 하지만 저쪽도 슬슬 버티기 힘들어질 거다.

생일을 망치고 싶지 않다던 대호 형의 말이 떠올라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어서 빨리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때 보호막 안쪽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류환희와 눈이 마주친다.

‘오빠!’

류환희가 입 모양만을 크게 움직여 무엇인가 말을 전하려고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환희는 답답했는지 결국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냅다 내 쪽으로 뛰어왔다.

“……?!”

“컹컹컹!!”

“안 되죠. 형.”

느닷없는 움직임에 대호 형이 반응해 공격하려 하지만, 결이의 검에 막힌다.

“죄송해요, 형. 그래도 제가 다섯 대나 맞아 드렸잖아요. 대신 칼등으로 칠게요.”

결이의 눈에 빛이 서린다.

“저런, 결국…….”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들어!”

“쉿! 어그로 좀 끌지 마. 탱커도 아닌 게.”

어느새 내 옆까지 달려온 류환희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볼을 삐죽인다.

“정말 괜히 왔어.”

“아까는 오길 잘했다며.”

“흥. 그나저나 저 아저씨 좀 못 움직이게 해 봐.”

“응?”

“나한테 방법이 있어.”

“무슨 방법?”

“나한테 테이머 스킬이 있거든. 그게 뭐냐면…….”

“나도 알아. 그런데…….”

류환희가 어색한 얼굴로 나를 본다.

테이머 스킬이란 말 그대로 조련의 기술이다. 이런 스킬을 가진 각성자로는 짐승이나 몬스터들을 다루는 드루이드 등이 있다. 그런데 마도 술사의 대명사인 류환희가 그런 스킬을 가지고 있다니.

“이게 사람한테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완전 짐승 상태잖아 저 아저씨.”

“테이머 스킬이 대체 왜 있는데?”

“내 스킬 특성들이 대부분 던전 연구랑 관련이 있거든. 그 부가 스킬들 중 하나야. 난 부가 스킬이 엄청 많거든.”

“아하……. 몇 개나?”

“10개 정도.”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부가 스킬이 이렇게 많은 각성자는 처음이지만. 류환희도 비상한 머리뿐만이 아니라 조금 독특한 각성자였던 거다.

‘설마 이 회귀 전에도 이 능력 덕분에 차대호와의 인연이 생긴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일의 아귀가 맞아 들어간다. 류환희는 지금 100%의 자신감을 가진 것이 아니지만, 나에게는 확신이 생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대호 형을 꼼짝 못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얼마나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류환희의 스킬이 제대로 발동되려면 단단히 고정된 상태로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3분 정도.”

“길잖아.”

“부가 스킬이니까! 그렇게 엄청 뛰어나진 않다고.”

“그냥 멈춘 상태기만 하면 돼?”

“너희! 수다가 길어!”

저쪽에서 대호 형을 상대하던 한결이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나도 큰 소리로 대답해 줬다.

“결아! 백 허그 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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