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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38화 (38/250)
  • 제38화

    제38편

    “좋아요. 보라 씨가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동하는 동안 다른 분들은 주변을 경계해 주세요. 일단 우리 목적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되도록 아무도 다치지 않고 임무를 끝낼 수 있도록 해요!”

    “옙!”

    인화 선배의 말에 따라 팀원들이 대열을 맞춰 전진하기 시작했다.

    길을 안내할 진보라가 가장 선두, 거기에 한결이와 강민혁이 그녀를 보호하고 차례로 공격형 각성자들이 섰다.

    뒤로는 서포터 계열과 힐러 계열이 따랐고 가장 뒤에는 인화 선배가 낙오되는 팀원이 없는지 살폈다.

    “음 좋네요. 대열의 구성도 탄탄해요.”

    윤지한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가져온 채점지에 체크를 해 댔다.

    결과적으로 저는 선두에, 나는 끝에 서게 된 탓에 결이는 불만이 많아 보였지만.

    한참 걷는 동안 정글은 새소리와 벌레 소리뿐이었다. 가끔 동물이 풀을 헤치는 소리도 들렸지만, 해를 끼치지 않는 작은 소동물들이었다.

    “엇.”

    앞쪽에서 걷고 있던 어쌔신 계열 각성자인 주서솔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양팔을 벌려 손바닥을 세운 채 집중했다.

    “서솔 씨? 뭔가 느꼈어요?”

    강민혁이 대열을 멈춰 세우고 주서솔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숨결 밟기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대기의 파장을 아주 기민하게 읽어 들여 그 누구보다 적의 접근을 빨리 알아챌 수 있는 스킬이었다.

    분명 그 스킬에 뭔가 걸린 거다.

    나는 곧장 전투준비를 했다.

    “모, 몬스터예요! 근처예요!”

    주서솔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부웅! 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부우웅, 부우웅!

    모터가 돌아가는 것 같은 소리는 순식간에 대열과 가까워졌다.

    “다들 고개를 숙여요!”

    부우우웅!

    마치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처럼 큰 소음과 함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건, 거대한 모기였다.

    “정글 모스키토예요!”

    “다들 조심해!”

    “대열에서 흩어지지 말아요!”

    개보다 큰 모기 모습 몬스터를 보고 당황한 10팀 팀원들에게 팀장과 부팀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피부를 보호하길 잘했는데?”

    “진짜네, 큰일 날 뻔했는데. 하마터면 모기한테 물릴 뻔했잖아.”

    중앙 열에 있던 염태규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역시 비꼬는 실력은 어린 염태규나 나이 든 염태규나 똑같네. 라고 생각한 순간, 중간 측면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으아아아악! 아아악! 도와줘!”

    10팀 팀원 중 한 명인 정석현이 정글 모스키토 두 마리에게 붙들린 거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한결이의 눈이 번쩍였다. 하지만 나는 손을 뻗어 저지했다.

    ‘다들 놀랐겠지만, 정글 모스키토는 약한 몬스터다. E급 정도 될까?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무서운 상대지만, 우리 10팀에는 같은 E급 각성자가 두 명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 이상이니까.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S급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것.

    대신 대미지가 안 들어가는 스킬이 많은 나는 도울 수 있다.

    “억압의 손길!”

    촤르르륵!

    반투명 사슬이 튀어 올라 정석현을 붙잡고 있는 정글 모스키토의 몸에 휘감겼다.

    부웅! 부웅! 부우웅!

    정글 모스키토 녀석은 당황한 듯 날개를 퍼덕였지만, 내 사슬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제, 제가 갈게요!”

    가장 근처에 있던 팀원 하나가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두 명도 각자의 무기를 들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

    “하아앗!”

    “핫! 이쪽으로!”

    “갑니다!”

    세 사람은 한 번씩 공격에 성공하며 억압의 손길에 속박된 정글 모스키토 둘을 해치우는 데 성공했다.

    “됐다!”

    “으아악, 고, 고맙습니다!”

    정석현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서 있으면서 눈을 비볐다.

    “아직 안심하긴 일러요. 엄청 많이 남았다고요!”

    부우우웅, 부우우웅, 부우우웅.

    어느새 머리 위를 까맣게 채운 모기떼의 모습은 두려울 정도였다.

    “싸웁시다!”

    “네!”

    * * *

    “후우우.”

    “하아, 하아.”

    “해냈네요.”

    바닥에 널브러진 10팀 팀원들이 숨을 몰아쉬며 땀을 닦았다.

    “아까 은지 씨가 힐을 해 준 덕분에 상처가 벌어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지 뭐예요.”

    “제가 뭘요.”

    “생각보다 버겁네요. 정글 모스키토는 E급인 데다가, 비행 능력만 제외하면 최하급 몬스터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러게요. 역시 실전은 다르달까요.”

    “그래도 아주 못 당할 정도는 아녜요. 이런 식으로 경험을 쌓아 나가면 노련한 헌터가 될 수 있겠죠.”

    “맞아요. 후후.”

    바닥에는 정글 모스키토의 사체가 50마리가 넘을 정도로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일단 좀 휴식을 취하죠!”

    인화 선배의 말에 팀원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역시 팀장님은 우리 상태를 제일 잘 아신다니까.”

    “흥, 우린 전혀 안 지쳤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보스 룸까지 갈 수 있다고.”

    찬물을 끼얹은 건 염태규였다.

    “그렇지, 얘들아?”

    “당연하죠! 형님!”

    “아까 형님 스킬 쓰시던 거 장난 아니던데요. 와씨 모기 새끼들이 한 번에 다 타 버렸잖아요.”

    “역시 벌레 새끼들 쓸어버리는 데는 화염방사기만 한 게 없지.”

    “솔직히 우리가 다 잡았다. 킬킬킬.”

    염색모 무리는 염태규의 말에 동조했지만, 그중에 몇 명은 힘든 기색으로 겨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사실 염태규와 염진혁 두 형제만 A급 각성자일 뿐, 다른 녀석들은 대부분 C급이나 D급이었던 것.

    “20명 전원이 함께 보스 룸까지 가야 하니까 조금만 배려해 줍시다.”

    인화 선배는 염태규 무리의 말을 부드럽게 정리하고 팀원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쳇, 정말 딱딱하다니까.”

    “완전 꼰대.”

    염태규 무리가 숙덕거렸지만, 딱히 개인행동을 하거나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래야지. 잘못하다간 여기서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아무리 A급이 둘이라지만, 정글 모스키토 떼를 지들끼리만 만나면 무진장 귀찮아질 테니까.’

    나는 슬쩍 대형에서 비켜 나와 인벤토리 창을 켰다.

    ‘영혼석이 1개. 50마리를 넘게 잡았는데도 이 정도면…… 몬스터의 등급이 높아야 더 많이 드롭되는 건가 보네.’

    당분간은 스텟을 올릴 이유가 없으니 영혼석을 좀 묵혀 둘 생각이었다.

    저번 신태석과의 싸움에서 꽤 낭패당했기 때문에 좀 더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었다.

    ‘무기를 구하기 전까지는 보류다.’

    대열에 다시 복귀하려 몸을 돌렸더니, 바로 뒤에 한결이가 서 있었다.

    “혼자 떨어지면 위험해.”

    “응? 에이, 그래 봤자…….”

    “방심하지 마.”

    “……으응.”

    한결이의 심각한 얼굴을 보니 역시 다음 스텟 투자는 힘이나 체력으로 분배해야 할까 싶다.

    10팀의 대열에 다시 합류한 뒤, 조금 더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모두가 충분히 쉬었을 때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정글 모스키토를 만난 것이 세 번, 식인 식물 몬스터를 만난 것이 두어 번이었다.

    “역시 형님 대단하십니다.”

    “태규 형님 없었으면 뭐, 이거 던전 공략 못 했겠는데요?”

    염색모 무리가 잔뜩 들뜬 채로 나불댔다.

    던전을 공략하지 못했을 거라는 건 많이 부풀려진 거지만, 화염을 다루는 데다가 A등급인 염태규가 몬스터와의 전투에 도움이 많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맞는 말이에요. 확실히 태규 씨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정글 형태의 던전, 게다가 곤충과 식물 타입의 몬스터가 많아서 화염 계열이 효과가 크네요.”

    잔뜩 떠들고 있던 염색모 무리는 인화 선배의 칭찬에 마치 돌이라도 씹은 얼굴이 되었다.

    네가 뭔데 끼어들어? 라고 말하는 것 같달까.

    하지만 인화 선배 뒤에 윤지한 강사가 있어 입 밖으로까지는 꺼내지 못하고 우물거리기만 했다.

    “아유, 감사합니다~. 드디어 우리 팀장님께 인정받은 건가?”

    염태규가 능글맞게 인사하자, 그제야 염색모 무리가 대충 끄덕거렸다.

    “인정이라뇨. 뭐, 제가 그럴 위치나 실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애초부터 태규 씨는 실력이 좋았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부탁드릴 게 있어요. 다른 팀원들도 스킬을 사용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좀 줄 수 있을까요?”

    인화 선배의 말에 염태규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솔직히 인화 선배가 저 말을 하리라고 예상했다. 다만, 어느 타이밍에 말할지가 궁금했을 뿐.

    확실히 염태규 덕분에 전진하는 속도는 빨랐지만, 염진혁과 둘이서 독주하다시피 했기에 다른 팀원들은 한 번도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해 보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엥? 뭐라고요?”

    “그건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염진혁도 옆에서 얼른 끼어들었다.

    “빠르고 강한 사람이 먼저 공격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느리고 약한 녀석들은 당연히 경험치나 아이템을 적게 가져가는 거지.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목숨을 지켜 주고 있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염태규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저놈의 이기적인 자식은 어릴 때부터 싹이 노랬구나.

    “분명 바깥에서는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곳은 센터 내에서 팀워크로 던전을 공략하는 수업 중이에요. 같은 수강생들도 수업에 제대로 참여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거까지 제가 생각해 줘야 하는 건가?”

    “당연하죠. 우린 한 팀이잖아요.”

    “하…….”

    뭔가 더 쏘아붙이려던 염태규의 눈이 나를 향했다.

    “정말이지, 그런 거까지 신경 써 줘야 해? 형씨?”

    “……음?”

    “당신 D급이지? 보아하니, 그럴듯한 공격 스킬도 없는 것 같고. 얄팍한 스킬을 갖고 겨우 응용해서 뭘 어떻게 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기회를 좀 나눠 줬으면 좋겠어? 내가 기다려 주면 좋겠어?”

    그는 비릿하게 웃으며 꼬인 말을 뱉어 냈다.

    “어떻게 생각해? 매번 S급 친구의 배려를 받는 처지에서?”

    옆에서 듣고 있던 한결이가 움찔거렸다. 나는 한결이의 팔을 가만히 잡았다.

    그야 내가 정말 새파랗게 어린 21살이었다면 열받아서 달려들었겠지만, 이런 말에 하나하나 반응할 정도로 풋풋하진 않아서 말이다.

    “센 척은 밖에 나가서 해. 여긴 신성한 배움의 장이니까. 어차피 E급 던전에서 독식해 봤자 소용없지 않아? 아, 마음 놓고 강한 척할 수 있는 건 E등급 던전에서밖에 없으려나?”

    어라, 이상하다. 좀 더 어른스럽게 달래 줄 생각이었는데 튀어나온 말은 조금 날카로웠다.

    흠흠, 아무래도 회귀 전에 쌓였던 한이 섞여 나왔나 보다.

    결국 나조차 핀트가 살짝 나간 유치한 도발을 한 셈인데, 그게 또 먹혀들었는지 염태규의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정말 어린애네.

    염태규는 손에서 당장이라도 불 장풍을 뿜어낼 것 같았다.

    “왜, 이번에 경고받아 보려고? 그래도 한 번이나 남으니까? 그렇지. 한 번 남았으면 많이 남았지.”

    아차차, 또 도발하고 말았네. 어른스럽지 못하게. 하지만 어쩐지 속이 시원하다.

    “이런, 씨……!”

    “잠깐, 잠깐! 그럴 때가 아니에요!”

    다급한 강민혁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보라 씨가 뭔가를 찾았어요.”

    강민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건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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