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25화 (25/250)
  • 제25화

    제25편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299번째 수수께끼를 푼 자]

    “어라?”

    업적이다.

    벌써 또 새로운 업적을 얻다니. 게다가 업적은 한 사람밖에 얻을 수 없는 것인데, 한결이가 아닌 내가 얻었다.

    ‘확실히 문제 두 개를 내가 풀긴 했는데. 그런 것도 정확하게 나눠서 배당되는 건가?’

    바로 업적을 살펴본다.

    색깔은 황동색. 브론즈 단계다. 가장 낮은 단계의 업적. 그래도 이게 어디야. 이곳에 와서 업적을 딸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회귀 전에는 발견된 적이 없는 장소니까.

    ‘이 업적의 보상은 뭘까.’

    저번에 얻었던 실버 등급의 업적과는 다르게 아래 항목이 더 있었다.

    [수수께끼를 풀 때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업적 이름 자체도 299번째 수수께끼를 푼 자다. 그렇다는 건 이렇게 숨겨진 수수께끼가 수두룩하다는 뜻이겠고.

    ‘뭔가 부가 퀘스트가 엄청나게 생기는 느낌인데. 어찌 되었건, 발견할 수 있으면 수수께끼를 푸는 편이 도움이 될 테니까.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건 괜찮은 보상이네.’

    지금 당장 큰 도움이 되는 업적은 아니지만, 미래를 생각했을 때 꽤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한결아, 너 혹시 업적 같은 건…….”

    시선을 내리니 바닥에서 사당이 뱉어 낸 물건을 줍는 한결이가 보였다.

    “업적?”

    이번에도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 역시 이 업적은 나만 얻게 되었나 보다.

    “그건 뭔데?”

    한결이의 손에 들린 것은 언뜻 보기에 나무토막처럼 보였다.

    “응? 이거, 검 자루인가.”

    너무나 투박하게 생겨서 영락없이 나무토막인 줄 알았던 것이 자세히 보니 자루의 머리 부분인 폼멜과 키용까지 엉성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응, 아이템이야.”

    “검날이 없는 검이라. 능력치는 어떤데?”

    한결이가 인벤토리 안으로 검 손잡이를 집어넣었다가 빼냈다.

    “숨겨져 있다. 라고 쓰여 있어.”

    “숨겨져 있다고? 잠깐 줘 볼래?”

    한결이가 내미는 검 자루를 받아 들었다.

    츠츳.

    시스템이 아이템의 정보를 띄워 준다.

    [벽조목이 될 손잡이]

    그의 검날은 숨겨져 있다.

    합당한 주인을 만날 때, 비로소 진가를 드러낼 것이다.

    정보를 읽어 보며 한숨이 나왔다.

    하여튼 시스템은 이딴 식이라니까. 친절하게 능력을 설명해 주는 아이템도 있는 마당에 이런 불친절한 설명이라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뭔가 알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이것도 하나의 수수께끼인가? 그럼 힌트를 줘야지, 왜 안 줘? 쳇. 벽조목이라……. 그거 벼락 맞은 대추나무 말하는 거 아닌가?”

    “벼락 맞은 대추나무라고?”

    한결이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더 의아할 뿐이다. 이거 어쩐지 너무 한결이 맞춤 아이템 같지 않나?

    게다가 회귀 전의 한결이는 이런 검날이 없는 검을 썼었다. 그때와 지금은 아이템의 이름이 전혀 다르지만.

    “그때는 아이템 제작 각성자에게 주문 제작했던 건데…….”

    “응? 주문 제작?”

    “아, 아냐. 혼잣말이야.”

    그 아이템은 얻은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커스텀해서 제작 능력을 지닌 헌터에게 맡겨 만든 거였다.

    그저 검 손잡이 모양을 만들고 거기에 몇 가지 스텟 강화 특성을 추가했을 뿐이었다. 지니는 것만으로도 공격력이나 방어력이 높아질 수 있게 말이다.

    말하자면 장식품이나 다름없던 아이템이었다.

    물론 돈을 엄청나게 바른 S급 전용의 기능이 쩔어 주는 장식품이었지만 말이다.

    ‘능력이 어떤지는 까 봐야 알겠지만…….’

    손잡이를 돌려주며 눈을 빛냈다.

    “이거, 여기에 전격을 흘려보내 보자.”

    “뭐?”

    내 말에 한결이의 미간이 약간 찡그러졌다.

    “이게 뭔지 알아?”

    “아니. 몰라! 그렇지만,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될 손잡이라잖아. 넌 이 손잡이에 벼락을 맞출 수 있고. 그렇다는 건 이 아이템에 합당한 주인이라는 건 한결이 너란 말이야!”

    “아까의 수수께끼들과 같은 수준이긴 하네.”

    “뭐, 아니면 사당이 보상으로 네게 꼭 필요한 아이템을 줬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나에게는 업적, 한결이에게는 아이템.

    우리에게 필요한 하나씩.

    ‘그렇게 생각하면 내 업적과 아이템을 비교해야 하는데……. 업적이 브론즈 등급이니 이것도 좀 시시한 아이템인 거 아냐? 재밌긴 했지만.’

    한결이는 손잡이를 몇 번 돌려 보더니 마음을 먹었는지 내게 물러나라 눈짓했다.

    파츳, 파츠츳!!

    한결이 곁으로 스파크가 튀고 뻗은 팔을 따라 손잡이로 전기가 모이는 것이 보였다.

    파츠츠츠츳!!

    전격을 뿜어내는 한결이의 표정이 일순간 커졌다가 심각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결이의 팔이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한결은 스스로가 각성자가 되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은하준이 금룡의 힘줄을 사 준 뒤로는 잠이 온다는 느낌조차 잘 모르게 되었는데, 지금은 몇 날 며칠을 고생한 사람처럼 온몸이 무거웠다.

    마치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동시에 각성자가 된 이후로 느낄 수 없었던 전기에 감전되는 날카로운 통증이 온몸을 타고 올랐다.

    S급 전격계 각성자에 축복의 힘까지 더해져 원래라면 느낄 수 없을 고통이었다.

    “크윽……!”

    마치 손잡이가 삼켜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한결을 삼키기 위해 마구 발버둥을 치는 것 같았다.

    게다가 폭주하며 압도하는 손잡이의 힘이 너무나 강력해서, 어쩌면 정말로 한결 자신이 삼켜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안 돼.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란 말이다!’

    한결은 이를 악물었다.

    각성자가 된 후부터 지금까지 한결은 너무나 약했다.

    등급이 S급인 것은 상관없었다. 레벨을 올려 나중에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이 강해진다는 사실은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은하준에 비해 자신은 너무나 아는 것이 없고 서툴고 약했다. 때문에, 한결은 늘 불안했다.

    이제 더는 자신이 은하준을 지켜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땅 밑이 불쑥 꺼지는 것 같은 느낌에 한결은 휘청거렸다.

    살면서 힘에 부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무력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아이야, 네 한계를 시험해 보겠느냐?]

    자상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가 한결의 귓가를 울렸다.

    ‘내 머릿속에서 나가라고 했다.’

    [이런, 오늘도 차갑구나. 내가 도와주면 간단한 일이거늘.]

    ‘도와주긴. 이곳 사정은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내가 너의 차원 일을 모른다고 해서 삐쳤구나.]

    ‘정신 사나우니까, 제발 입 닥쳐.’

    [음? 내 축복은 야무지게 챙겨 놓고 이러면 섭섭하지.]

    한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손잡이를 놓칠 것만 같았다. 이게 다 빌어먹을 금룡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금룡의 힘줄 아이템을 착용하고 축복을 다 받을 때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이상한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자신을 힘줄의 주인이라 말하는 목소리. 하지만 도저히 목소리의 주인과는 성격이 맞질 않았다.

    무엇보다 목소리는 자신이 심심할 때만 튀어나와 한결을 귀찮게만 했다. 아직 도움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빌어먹을 팔찌는 손에서 빠지지도 않았다.

    ‘네놈이 쓸모 있었다면 진작에 다 해결됐을 거다. 얼른 강해져서 네놈을 지워 버리겠어.’

    한결은 결심했다. 그래서 하준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 목소리는 지워 버릴 것이므로. 자신의 결점을 들키지 않고 없애 버릴 것이므로.

    [어이쿠, 무서워라. 그래. 아이야, 힘을 내 보렴. 네 그런 뾰족한 점이 마음에 든다니까.]

    ‘닥치라고 했지!’

    나무 손잡이가 심하게 덜그럭거리고 한결은 이대로 의식이 실패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하필이면 저 정신 사나운 목소리까지 등장해서 방해하다니.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걸까? 파괴되는 걸까? 하준이는 아무것도 못 받았는데. 내가 이 아이템을 놓치게 된다면…….’

    파칫, 파치칫!!

    한결이 끌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이 바닥나고 있었다.

    ‘보스 룸을 공략하기 전이었다면……. 내게 마나 포션이 더 있었다면, 그랬다면.’

    [쯧, 집중해야지.]

    금룡이 피식 웃는 순간, 한결의 심장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끓어올랐다.

    ‘어.’

    파츠츠츳!!

    그리고 맹렬하게 몰아치는 전격.

    콰아아아! 나무 손잡이가 엄청난 수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됐다.’

    한결은 직감했다. 손잡이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순식간에 빛과 전격이 사그라들었다. 끝이 났다. 그리고 귓가에서는 웃음소리가 멀어져 갔다.

    * * *

    결이와 손잡이는 마치 힘을 겨루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한결이의 전격은 더욱 살벌하게 뿜어져 나왔고 그제야 나는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렸다.

    손잡이가 한결이의 전격을 삼키고 있다.

    “결아, 괜찮……!”

    “큭!”

    번쩍!

    섬광이 눈앞을 가린다. 하지만 빛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치이이익……. 수분이 말라비틀어지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헉, 허억…….”

    한결이가 숨을 고르며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었다.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어서 철렁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한결아, 괜찮아?”

    “어, 으응……. 이게 내 에너지를 빨아들였어.”

    “내가 보기에도 그랬어.”

    스으으으.

    한결이의 손에 들린 손잡이는 아까와 달리 아주 새카만 색으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내 손에 쥔 것도 아닌데 여기까지 열감이 느껴졌다.

    “변화는?”

    “이름이 바뀌었어. 벽조목 손잡이. 번개의 검날을 소환할 수 있다. 검 형태일 때 공격력 +108, 상태 이상 쇼크 확률 +15% 증가…… 그리고 강화?”

    “대박!”

    높아진 목소리에 한결이가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다.

    공격력 +108이라니, 상태 이상 쇼크 확률 +15%라니! 그런 것도 엄청난 능력이라 중요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강화 기능이 붙어 있다는 거지.

    “강화, 내가 강화에 관해서 설명했던가?”

    “응, 네 신발 아이템에 붙어 있는 기능이라며. 이 특성이 붙어 있으면 다른 아이템들보다 더 뛰어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래! 맞아!”

    “검 형태로 공격해야 한다면…… 그냥 전격을 쏠 때처럼 원거리나 광범위 공격은 안 되겠지만, 단거리 내의 적에겐 훨씬 더 강한 공격을 할 수 있게 된 거구나.”

    “아이고 우리 한결이 설명 안 해 줘도 이제 척 하면 척이네. 아이고 똑똑하다.”

    한결이의 미간이 푹 찌그러진다. 아차차, 너무 어린애 다루듯이 말해 버렸나. 다급하게 말을 덧붙여 본다.

    “게다가 멋지잖냐.”

    “뭐?”

    “번개로 된 검이라니. 그냥 딱 보기에도 모양새가 죽여주잖아.”

    “참 나. 애도 아니고.”

    구시렁거리던 결이의 어깨가 어쩐지 조금 처졌다.

    “하필이면 또 내 아이템이네.”

    내가 업적을 얻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으니 자신의 아이템이 나온 것이 미안한 모양이었다.

    “어…… 그렇긴 한데, 상관없어.”

    “하지만.”

    “뭐 이미 나온 아이템인데 어쩌겠어? 랜덤으로 나온 거고. 네가 운이 좋은 거지. 게다가 네가 강해지면 난 오히려 좋지. 너는 곧 나니까. 네가 강해지는 건 내가 강해지는 거나 다름없어. 우린 하나잖아.”

    “…….”

    “안 그래? 우린 한 팀이잖아.”

    “맞아. 오늘 던전에서 번 돈으로 네 아이템 맞추자.”

    “오냐~!”

    따지고 보면 한결이가 얻은 아이템이 훨씬 값어치가 높다. 내 업적은 있으면 좋겠지만 엄청나게 메리트가 있는 업적은 아니니까.

    또 언제 이런 수수께끼를 찾을 수 있겠어?

    그래도 한결이에게 한 말은 진심이다.

    한결이가 강해지는 건 내가 강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회귀 전에도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

    10년이 넘도록, 아니 한결이를 만난 후 항상 그랬다.

    스으으.

    눈앞에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포털이 보였다.

    “돌아가자.”

    “무앙!”

    기묘한 힘에 온몸을 담그며 우리는 다시 원래의 숲으로 돌아왔다.

    * * *

    “방어구는 필요 없으신 겁니까?”

    “아, 뭐. 방어구는 너무 비싸니까요. 장신구랑 무기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안사홍은 걱정스럽다는 듯 내리깐 눈으로 내가 고른 아이템 목록을 한참 보았다.

    하지만 나는 당분간 맞을 일이 없는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