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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3화 (23/250)
  • 제23화

    제23편

    “캬르르륵. 끄르르륵.”

    어둠에 익숙한 녀석이겠지만, 놈은 아직 우리를 볼 수 없다. 우리가 아직 문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뻔히 보이는 사냥감을 공격하지 않는다.

    이런 기괴한 느낌이 게임과 참 닮았다.

    “결아, 알지?”

    타앗!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나와 한결이는 동시에 문안으로 힘차게 돌격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샤프투스가 움직인다.

    다각, 다각, 다각, 다각.

    “오른쪽!”

    내 외침에 결이의 전진 방향이 90도로 확 틀린다. 동시에 내리찍히는 샤프투스의 다리를 피해 낸다.

    콰앙!!

    놈은 약간 놀란 듯 움찔거린다. 이 어둠 속에서 공격을 피해 내리라곤 생각도 못 했을 테니.

    휘익, 쾅! 콰앙!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도약하는 결이에게 샤프투스의 시선이 꽂히고 곧 돌진했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천장을 훑었다.

    ‘여기 어디쯤인데.’

    이 보스 룸에는 참 친절하게도 스위치가 있단 말이지.

    “위로! 반대편으로 움직여!”

    결이는 이 완벽한 어둠 속에서 내 지시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솔직히 말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데 지시만으로 전투할 수 있다니, 결이는 정말 대단하다.

    회귀 전이야 오랜 기간 합을 맞췄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데.

    카가가가가, 쿠웅!! 눈앞에서 결이를 놓친 샤프투스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벽에 처박힌다.

    우르르르…….

    내부가 흔들리는 바람에 천장에 붙어 있던 거미줄이 후두둑 떨어진다. 거기에 해골을 얽어 만든 토템이 삐죽 드러나 보인다.

    내가 찾던 스위치다.

    말 그대로 여기 이곳에 불을 켜 줄 스위치!

    하여튼 초급 던전은 친절하다니까.

    물론 처음 왔을 때는 마법 계열 헌터도 없었고 빛을 만들어 줄 아이템도 없어서 개고생했지만 말이다.

    “좋아, 찾았다.”

    단번에 뛰어올라 공중을 밟았다.

    헤르메스의 신발로는 단 몇 초밖에 하늘을 걸을 수 없지만, 이거면 스위치를 누르는 데 충분한 시간.

    순식간에 천장에 박힌 토템을 잡아당겨 꺾어 놓는다.

    화륵! 화륵! 벽에 붙어 있는 횃불에 차례로 불이 붙으며 보스 룸 안이 밝아진다.

    “윽.”

    갑자기 밝아진 탓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자 거미줄이 가득한 지저분하고 소름이 끼치는 공간과 샤프투스의 징그러운 몸체가 아까보다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그야말로 괴물의 둥지.

    놈의 전체적인 껍질 표면은 풍뎅이의 것 같아서 횃불의 빛을 반사시키며 반들거렸다. 하지만 번들거리는 검은 껍데기는 결코 아름답거나 멋있지 않았다. 오히려 소름이 쭉 끼쳤다.

    게다가 등 위에는 썩은 시체 같은 것이 잔뜩 엉켜 있었는데 그곳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오물 덩어리가 걸어 다니는 것과 같은 모습.

    1단계의 보스일 뿐이지만, 놈이 뿜어내는 살기와 카리스마는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 정도다.

    “이제 시야가 확보됐으니 놈을 공략하자. 아까 말했다시피 사홍 씨가 힌트를 좀 줬지. 놈의 약점은 등 아랫부분! 그러니까 복부야!”

    이 역시 안사홍이 알려 준 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생명체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이 녀석도 사실은 머리가 최대 약점이다. 하지만 녀석의 머리는 커다란 눈을 보호하기 위해 딱딱한 껍데기가 한 겹 더 씌워져 있다.

    아주 투명해서 좀처럼 눈치채기 어렵지만 말이다.

    더 높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면 단번에 머리를 노리겠으나, 아직 레벨이 낮은 한결이와 애초에 공격력 스텟이 어중간한 나로서는 불가능. 머리를 공격한다면 체력과 마나를 낭비할 뿐이다.

    ‘우리, 아니 옛 길드에서 초반에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그렇기에 두 번째로 약한 부분을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거미 형태의 몬스터는 체형상 복부가 바닥에 밀착해 있기에 이 역시 공격하기가 쉽지 않지만 다이아몬드처럼 강력한 머리 껍질보다는 손이 많이 가더라도 이쪽이 낫다.

    “억압의 손길!”

    촤르르륵! 투명한 사슬이 바닥에서부터 솟아올라 거대한 거미의 발을 걸었다.

    쿠웅! 놈의 다리 하나가 확실하게 걸려 넘어졌지만, 나머지 다리로 재빨리 다시 자세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녀석치고 아주 재빠르다.

    “칫.”

    레벨이 8까지 올랐지만, 보스를 완전히 속박하기에는 사슬의 힘이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뭐, 괜찮다.

    “한결!”

    내가 외치자마자 파츠츳! 하고 전격이 튄다. 방금 걸어 넘어트린 샤프투스의 바로 반대편 다리에.

    “크샤아아아!”

    거대한 거미 샤프투스가 짜증이 난다는 듯 비명을 지르며 다시 한번 고꾸라진다. 하지만 아직 복부를 공격할 만큼의 각도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놈이 공격할 차례다.

    샤프투스 녀석은 선제공격하지 못했다는 것에 분노한 듯 성급하게 그대로 엎어진 상태에서 커다랗고 날카로운 발을 뻗어 나를 공격해 왔다.

    슈아악!

    맹렬하게 내다 꽂히는 다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 솔직히 받아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면으로 받아치면 두 쪽이 날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니, 아쉬운 마음으로 훌쩍 비켜 공격을 흘려 보낸다.

    다행히 속력만으로 겨루자면 샤프투스 녀석보다 나나 한결이가 더 빨랐다.

    챠르르륵! 곧장 놈의 다리를 붙들 사슬을 더 소환해 낸다.

    “이번에는 그냥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니고! 확실히 묶어 둘 거다!”

    세 겹의 사슬이 샤프투스의 다리 하나를 완전히 옭아맸다.

    “키이이익!!”

    놈이 발버둥을 치지만, 한결이가 시간을 주지 않는다.

    파츠츳! 결이의 전격이 내가 묶은 발의 반대편에 꽂힌다.

    “캬아아악!!”

    녀석은 전격에 당한 다리를 파르르 떨다가 이내 한결이 쪽으로 거세게 휘둘렀다.

    콰아앙!!

    순식간에 거대한 공동의 벽이 무참히 박살 났다.

    우르릉. 공간 전체가 울릴 정도로 강력한 공격. 하지만 한결이는 구름의 아들 스킬로 간단하게 놈의 공격을 피했다.

    ‘스피드 측면에서 이 녀석이 따라오질 못하니, 생각보다 쉬운 싸움이 되겠어.’

    샤프투스가 벽 한쪽을 완전히 무너뜨린 뒤, 잠깐 머뭇거렸다.

    처음엔 우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는데 쉽게 제압되지 않으니 뭔가 이상하겠지. 거대한 거미의 눈이 데록 구르더니 슬금슬금 뒷걸음을 친다.

    그리고 곧, 스샤샤샥! 놈이 벽 쪽에 붙어서 거미줄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야 거미줄을 쓸 셈이냐. 오만한 자식. 그냥 보낼까 봐?”

    재빨리 억압의 손길을 사용했다.

    사슬이 두 개 더 튀어나오고 천장으로 올라가는 샤프투스의 다리 하나를 옭아맸다.

    놈의 움직임이 천장에 완전히 닿기 전에 멈추고 번들거리는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케에에에!!”

    거미가 거미줄이 가득한 은신처에서 옴짝달싹 못 하게 묶이다니, 모르긴 해도 아마 굉장히 열받았을 거다.

    놈이 괴성을 지르더니 엉덩이를 들어, 내 쪽을 향해 거미줄을 쏘아 댔다.

    취이익! 췩!

    “헛!”

    퍽! 퍼억! 철퍽!

    아슬아슬하게 피해 낸 끈적한 거미줄이 바로 앞에서 튀었다.

    “이휴, 이거 한 방 맞으면 떼어 내느라 일주일은 걸리겠는데!”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피해!”

    반대편에 있던 한결이가 툭 한마디를 던지고는 점멸을 사용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샤프투스와 거리를 좁힌다.

    놈이 내게 정신이 팔린 사이에 틈을 노리는 거다. 하지만 샤프투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캬아아악!”

    드디어 놈의 이빨이 마치 분쇄기 같은 기괴한 움직임으로 내 사슬을 끊어내기 시작했다.

    “이런, 아깝게!”

    투웅! 퉁! 날카로운 이빨에 사슬이 순식간에 모두 끊어져 버렸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놈이 사슬을 끊어 내느라 정신이 팔린 덕분에 한결이가 샤프투스의 코앞에 도착했으니까.

    파직, 파지직!

    한결이의 손끝에서 이번에는 꽤 스케일이 큰 전격이 튀어 나갔다.

    콰아아앙!!

    “케에에엑!”

    전격에 의해 샤프투스에게도 강한 대미지가 들어갔고 거미줄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놈이 추락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녀석은 뒤집어지지 않고 바닥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에이, 아쉽네. 오! 꽤 열받은 거 같은데?”

    “캬아아아!!”

    놈은 이빨을 기기긱거리며 곧장 내 쪽으로 돌진했다.

    “다행이야. 내 기억보다 더 멍청한 것 같아서.”

    촤아앗!

    바닥에서 반투명한 사슬이 솟아올라 놈의 다리를 다시 옥죄었다.

    “이 몸은 마력이 아주 충분하걸랑.”

    “무아앙!”

    내내 내 곁을 지키고 있던 도깨비불 덕분에 억압의 손길을 여러 차례, 강력하게 사용했음에도 아직 마나가 넉넉했다.

    휘이익, 쿵!

    놈이 가속도에 의해 내 앞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캬르르륵!”

    “가까이서 보니까 더 무섭다, 야. 아이고 징그러워.”

    “무아앙!!”

    헐떡이는 거미 위로 번쩍, 다시 섬광이 비쳤다.

    파지지지직!!

    내리꽂히는 전격.

    ‘한결이 녀석, 저 정도의 강한 전격 공격을 여러 번 사용해도 이번엔 지친 기색이 없어. 레벨 1이 더 올랐을 뿐인데 마력이 많이 늘었나 보군. 이래서 S급들이란 부럽다니까.’

    레벨을 8까지 올린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것 같다. 고작 레벨 1만으로 말이다. 난 도깨비불까지 있는데. 부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애초에 D급으로 각성한 게 문제지.

    “우캬아아악!”

    샤프투스가 한 번 더 바싹하게 구워졌다.

    놈은 결이의 전격에 경련하며 나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오히려 좋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놈이 발버둥 칠수록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한결이의 전격으로 대미지가 꽤 들어갔다. 최소한 체력의 1/3은 깎였을 터.

    파츠츳! 챠르륵! 다시 한번 한결이의 전격과 나의 사슬이 추가되면서 허둥대는 7개의 다리가 서로 얽히기 시작한다.

    “좋아, 좋아. 전부 계획대로 되어 가는군.”

    거대한 발에 서린 노기는 사라질 줄 모르지만, 오히려 놈이 흥분할수록 움직임을 읽기는 쉽다.

    한순간의 찰나만 노리면 된다.

    쿠웅! 쿠웅!

    놈의 움직임은 이제 본능에 가까웠다.

    “케엑!”

    놈이 발을 더 세게 구르기 위해 힘껏 몸을 일으켰다.

    “바보 녀석.”

    나는 곧장 튀어 올랐다.

    휘이익! 샤프투스의 입 언저리까지. 그걸 눈치챈 놈이 나를 삼키기 위해 끔찍한 이를 마구 움직였다.

    톡.

    헤르메스의 신발이 발동된다. 공중을 걸어 다시 한번 크게 도약.

    그런 나를 삼키기 위해 샤프투스의 몸이 따라온다.

    톡. 놈이 나를 향해 입을 쩌억 벌릴 때 한 번 더 걸었다.

    나는 녀석이 포기하지 않고 따라올 정도의 높이를 유지해 가며 한 번 더 공중을 걸었다.

    놈의 몸은 거의 반쯤 들려 완전히 나를 쫓아오고 있다.

    나는 뒤를 휙 돌아보았다.

    아래에는 한결이가 내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한결이의 곁에서 무시무시할 정도로 사나운 스파크가 튀었다.

    그다음은 순식간이었다.

    파지지지직!! 콰과과광!

    한결이의 전격이 샤프투스가 드러낸 여린 배에 냅다 꽂혔다.

    놈의 복부가 찢어지며 그야말로 내장과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띠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시스템 알림이 눈앞을 채웠다.

    [보스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던전 1층을 클리어했습니다.]

    [2층 공략을 진행하시려면 전진하십시오.]

    [던전에서 퇴장하시려면 포털을 이용하십시오.]

    [레벨이 올랐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우와 장난이 아닌데. 레벨이 한 번에 5나 올랐어.”

    직접 보니 놀랍긴 하지만, 사실 그 정도의 성과를 낼 만큼 좋은 이곳은 훌륭한 던전이다.

    “나도 레벨 1 올랐어.”

    “오 대단한데!”

    “넌 13인데 난 겨우 3인걸.”

    한결이의 입이 불툭 나왔다.

    “아이 참, 내가 몇 번을 말해. S급의 레벨 3은 급이 다르다니까~?”

    “난 잘 모르겠는걸.”

    “보스 몹 잡는 데 유의미한 대미지는 네가 다 넣은 건 기억하지? 방금 30초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게다가 우리 둘 다 하나도 다치지 않았잖아.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야!”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고작 초짜 각성자 둘이서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것이.

    중간중간 레벨을 올렸고 한결이가 빠른 속도로 전투에 노련해지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 몸께서 몬스터들의 패턴이나 약점을 모두 꿰고 있어서도 있지.

    나는 한결이의 머리를 헝클어 버리고는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좋아, 아이템도 꽤 얻었다. 이 정도면 값이 굉장하겠는데. 또 장비를 살 수 있다고. 이래서 곧장 단홍 상사에 들르자고 했던 거고.”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하는 건 영혼석이었다.

    ‘아까 던전의 다른 몬스터들을 해치울 땐 영혼석이 나오지 않았어. 포털의 바깥에서 상대했던 녀석들보다 안쪽 녀석들에게선 영혼석이 덜 나온다.’

    샤프투스를 상대하고 얻은 영혼석이 고작 두 개.

    영혼석을 많이 얻기 위해서는 바깥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게 나으려나 싶다.

    인벤토리를 확인하던 한결이의 표정도 밝아졌다.

    “넌 금룡의 힘줄 덕분에 아이템을 훨씬 더 많이 받았을 텐데.”

    “그런가. 바깥에서 상대했던 녀석들보다 훨씬 많이 얻어지는 게 던전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밝아진 녀석의 표정을 보니 나 역시 무척 뿌듯하다.

    “이대로라면 2층을 깨는 것도 조만간이겠다. 어차피 1층은 이 보스 룸을 찾는 게 제일 어려울 정도로 쉬운 단계긴 하지만.”

    장비를 더 마련하고 1층을 몇 번 더 공략해서 레벨을 충분히 올리기 전까지는 2층에 도전할 생각이 없었다.

    단지 층 하나가 바뀌는 것뿐이지만 난이도는 몇 배로 뛰니까.

    나는 눈앞에 보이는 탈출 포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무왕!”

    “응?”

    포털의 앞에 서자 어쩐지 도깨비불이 나를 막아섰다.

    “뭐야? 왜?”

    “무앙! 왕! 앙!”

    도깨비불의 언어능력이 향상된 건 아니지만 포털로 들어가지 말라는 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왜 그래? 오늘 2층으로 갈 순 없어.”

    “무왕! 뫙!”

    “이때까지 네가 앞장섰던 건 보스 룸을 찾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그랬다고.”

    물론 덕분에 몬스터를 단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쓸어버릴 수 있었지만. 보스 몹까지 해치우고 나니 조금 피곤해져서 도깨비불 녀석의 장단에 맞춰 주기가 귀찮았다.

    “망……!!”

    내 말에 도깨비불은 충격을 받았는지 잠깐 멈췄다. 하지만 이내 다시 포털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나를 저지하는 게 아닌가.

    “대체…….”

    쭈우욱. 도깨비불에서 불길이 길게 늘어났다. 마치 녀석이 팔을 만들어 낸 것처럼.

    도깨비불의 팔이 가리키는 곳에 시선이 가 닿는다.

    “어라? 구멍?”

    거기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통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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