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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19화 (19/250)
  • 제19화

    제19편

    금룡의 힘줄.

    골드 드래곤의 허벅지 힘줄로 생성된 아이템.

    드래곤의 힘줄이라니 언뜻 들으면 무시무시하지만, 팔찌 형태에 디자인도 심플하다. 효과는 정신력의 고양.

    지금 이 상황에서 전투력 상승 능력 아이템이 아니라 정신력의 고양이 굳이 필요할까 싶지만, 우리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아이템이다.

    ‘사실 내게 여러 가지 행운이 따르지 않았더라면, 내 특성치를 조금이라도 끌어내는 편이 효과가 좋았을지도 몰라. 당장 전투에 투입되려면 내 피지컬이 너무 딸리니까. 어차피 이 돈으로는 한결에게 맞는 S급의 아이템을 살 수도 없고 말이야.’

    하지만 이제 내게는 도깨비불과 헤르메스의 신발이 생겼고 소울 포인트를 투자해 S급의 민첩을 손에 넣었다.

    그러니 굳이 어중간한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겨우 결이에게 발맞출 수 있으니, 결이의 단점을 보완할 아이템에 투자하는 것이다.

    게다가 시장 상황을 들어 보니 지금은 이 아이템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고.

    “금룡의 힘줄을 구매하시려면 손님께서 가진 금액으로는 부족합니다만.”

    안사홍이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문제없다. 내 돈만 내 돈이 아니니까. 한결이 돈도 내 돈이거든.

    아니, 한결이 돈은 한결이 거지만…… 어쨌든 이건 한결이 아이템이니까!

    “한결아, 돈 보태라.”

    “응? 뭐?”

    “이거, 네 아이템이거든.”

    “내 아이템?”

    한결이의 얼굴이 얼떨떨해진다.

    “아, 두 분이 함께 구매하시는 거라면…… 그렇군요. 금룡의 힘줄을 사고도 약간의 금액이 남습니다.”

    스으으으, 책상 위로 은색의 팔찌가 생성되었다.

    아이템 위로 작은 정보 창이 뜬다.

    [금룡의 힘줄]

    장신구 아이템.

    신성한 골드 드래곤의 허벅다리 힘줄로 만들어진 팔찌.

    용의 비밀스러운 지성이 당신의 정신을 확장해 줄 것이다.

    촌스럽지 않고 성별에 상관없이 무난하게 어울리는 체인 형식의 심플한 팔찌다. 용의 힘줄이라고 해도 가죽의 재질은 아니었다.

    척 보기에는 그냥 금속 팔찌다.

    캬. 이걸 실물로 볼 줄이야. 사실 뒤늦게 이 팔찌를 구하고자 했지만, 무슨 수를 써도 구할 수가 없었다.

    아이템을 제대로 쓸 줄도 모르는 놈들이 억지로 꾸역꾸역 쓰고 있었고, 그때는 안사홍도 나와 우리 길드에게 절대로 답변을 주지 않았으니까.

    “2억이나 되는 아이템을 날 준다고?”

    “응, 당연하지. 이거 너한테 꼭 필요한 거야. 정신력 고양 아이템이거든.”

    게다가 금룡의 힘줄은 숨겨진 기능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후에야 우연히 발견된 기능.

    전격계 각성자가 이 아이템을 사용하는 순간, 히든 속성이 열리면서 여러 가지 축복 버프를 받을 수 있고 정신력 고양 능력이 2배로 늘어난다.

    그러니까 정말로 한결이한테 안성맞춤인 아이템이란 거다.

    이런 아이템을 놓치다니. 얼마나 분했는지.

    심지어 이 아이템 대부분이 우릴 적대시하는 길드와 각성자들 쪽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들은 일부러라도 이 아이템을 시장에 풀지 않았다.

    한결이가 더 강해지는 걸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나 이제 안정됐어.”

    한결이는 각성 직후 불안 증세를 말하는 것 같지만, 그거랑은 상관없는데……. 아니 게다가 내 생각에는 아직도 별로 안정된 건 아닌 듯하고.

    “……음, 그런데 앞으로도 좀 필요할 거야.”

    “왜?”

    네 약점이야.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한결이 너는 진짜 다 완벽한데 정신력 하나가 조금……이라고 말하면 분명 화내겠지.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아냐고.

    “우리는 당장 마법 계열이나 힐러 계열 헌터들이랑 함께 움직일 수 없으니까. 당연히 필요하지.”

    “그럼 너는?”

    나는 안사홍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결이의 어깨를 툭 쳤다.

    “야야, 형님이 선물로 주고 싶다는데, 자꾸 튕길래?”

    “……이게 당장 필요한가.”

    “무슨 소리야? 당연히…….”

    한결이의 얼굴이 심각하다. 짜식. 이때까지 없이 살아서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내가 그렇게 설명해 줬건만. 그래, 이때만 해도 우리는 매일 라면에, 삼각김밥에…….

    갑자기 심장이 시큰해진다.

    한결아, 우리 이제 돈 잘 벌 거야.

    2억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아질 거야.

    “한결아, 부담 가질 거 없어. 이게 있어야 앞으로 우리 전투가 훨씬 수월해지니까. 투자야.”

    진심이다. 우리 한결이가 유일하게 약한 부분이 바로 이 정신력 부분. 다른 S급들에 비해서 말이다.

    특히나 초반에 이 정신력 때문에 전투 중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계 공격형 몬스터가 나오면 언제나 폭주하기 일쑤였다.

    애초에 나의 소울메이트 스킬 역시 상대방에게 정신력 고양 효과를 주지만, 그걸로는 완전히 커버가 되지 않았다.

    마법사나 힐러 계열 헌터에게 도움을 받아도 됐지만, 이미 나를 페어로 두고 있는 마당에 그들의 마력을 한결이에게만 할애하는 건 아무래도 힘든 일이었다.

    레벨이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 보강이 되기는 하지만, 역시나 끝까지 한결이의 발목을 잡게 되는 부분이었다. 이후로 임무도 정신계 공격 몬스터 쪽으로는 전혀 나오지 않게 되고.

    그러니까 지금 이 금룡의 힘줄이 가진 정신력 고양 2배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솔직히…… 내 소울메이트로 메꿔 줄 수 없어서 얼마나 미안했는데. 기껏 소울메이트인데 말이야.’

    그런 미래를 겪어 본 적 없는 한결이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돈 내놔. 결제할게요.”

    “……이런 말이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만.”

    안사홍은 나와 결이의 얼굴을 조금 훑어보더니 조금 머뭇거렸다.

    “제 생각에는 금룡의 힘줄 외에 다른 아이템을 구매하시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이 아이템은 드래곤에게서 나왔다는 점 때문에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지만, 사실 정신력 고양 능력 하나밖에 없답니다.”

    미안한 얼굴의 안사홍에게서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는 한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눈앞에 누가 봐도 이제 갓 각성자가 된 것 같은 애들 둘이서 2억은 너무 크네, 갚네, 마네 하는 것을 보고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테고 그래서 도우려는 것이다.

    “그 금액으로 차라리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올릴 수 있는 하급 아이템 몇 개를 구매하시는 편이 앞으로의 전투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안사홍은 훨씬 친절한 사람이구나.’

    회귀 전에는 어째서 연락에 한 번도 응해 주지 않은 걸까. 그만의 사정이 있는 거겠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런 배려는 놀랍다.

    스으으, 안사홍이 손을 놀리자 테이블 옆으로 다른 아이템 몇 가지가 떠올랐다.

    “지금 거래할 수 있는 아이템은 이 정도겠군요.”

    그리고 떠오르는 정보 창.

    [사막 늑대의 엄니 벨트]

    열기 내성 +3

    방어력 +5

    [파충류 전사의 창]

    공격력 +14

    힘 +5

    동족상잔: 파충류 계열의 적을 상대할 때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이 정도라고는 해도 언뜻 괜찮아 보이는 것이 이 두 개.

    그 옆으로도 나쁘지 않은 초급 각성자들의 아이템이 펼쳐져 있었다. 나쁘지 않다. 초보 각성자들에게는 딱 알맞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우린 초보지만 초보가 아니란 말이지.

    “이 아이템의 가치를 못 알아보시다니. 대한민국 최고의 상인이라 들었는데, 생각보다 안목이 아쉽네요.”

    내 말에 안사홍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조금 무례하긴 했지만, 인상을 강하게 남길 수 있겠지.

    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금룡의 힘줄을 손에 넣고는 결이의 팔을 잡아당겼다.

    찰칵. 팔찌는 시원한 소리를 내며 결이의 손목에 감겼다.

    “햐, 때깔 봐라. 진짜 잘 어울리네.”

    “…….”

    막상 팔찌가 채워지자 마음에 들었는지 한결이는 한참이나 손목을 바라보았다.

    분명 벌써 안정감을 뿜어내 주고 있을 거다.

    자, 그럼 이제 축복을 발동시켜 볼까.

    나는 여전히 딱딱한 안사홍의 얼굴을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결아, 전격 스킬 쓸 수 있겠어?”

    “여기서?”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안사홍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이 아이템의 진가를 보여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진가라니.”

    “확실하게 보여 드리죠.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런.”

    “허락해 주시겠죠?”

    그는 맹랑한 내 말에 기분이 상했지만, 한편으로는 강하게 호기심을 느끼는 게 분명했다.

    내가 안사홍에 관해서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최고의 상인이라는 자가, 자신이 알아보지 못한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실망스럽다면, 아마 우리 거래는 오늘이 처음이자 끝일 겁니다.”

    여전히 싸늘한 그의 목소리였지만,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내 작전은 이미 성공한 것 같군.

    역시 내 두 번째 필살기. 뭔가 있는 것 같은 미소가 먹힌 거지.

    “결아, 전격을 쏘지 말고 그냥 네 손에 흐르게 해.”

    “흐르게 하라고?”

    “팔찌. 거기에 흘려보낸다고 생각해.”

    “…….”

    한결이가 침을 꿀꺽 삼켰다. 나와 안사홍이 뒤로 물러나자, 곧 결이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틱, 티딕!! 주위로 튀던 스파크들이 결이의 주위로 뱅뱅 도는 듯하더니 곧 왼쪽에 채워진 금룡의 힘줄에 엉기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안사홍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결이의 전격이 마치 한 마리의 황금빛 용처럼 너울거리며 팔찌를 휘감고 순환하고 있었다.

    그 번쩍이는 빛이 상점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한결이의 눈동자는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증명해 주듯 던전 오로라의 빛으로 빛났다.

    분명 지금 한결이의 눈앞에는 골드 드래곤의 축복을 내리는 시스템 창으로 난리가 났을 거다.

    찬란하겠지.

    경이롭겠지.

    축복이 몸을 감싸는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고 들었다.

    괜스레 내 심장도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슈우우우, 츠츠츠츠츠!

    팔찌에 휘감겼던 스파크가 차츰 잦아들고 바짝 섰던 한결이의 머리카락도 차분해졌다. 눈동자의 색도 원래 한결이의 것처럼 짙은 색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직접 보시면 아시겠죠.”

    나는 한결이에게 다가가 팔찌에 손을 얹었다.

    “잠깐 다시 가져갈게.”

    “으, 응…….”

    그러고는 안사홍의 스킬이 남아 있는 테이블 위로 금룡의 힘줄을 올려놓았다.

    지이잉. 곧 아까 보았던 것처럼 아이템의 능력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까와는 정 딴판의 정보가 비치고 있었다.

    [금룡의 힘줄]

    장신구 아이템.

    신성한 골드 드래곤의 허벅다리 힘줄로 만들어진 팔찌.

    용의 비밀스러운 지성이 당신의 정신을 확장해 줄 것이다.

    [축복] 용의 사랑을 받는 아들은 행운이 따르리니.

    [축복] 낮의 해와 밤의 달이 그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고.

    [축복] 작은 우레들은 그의 발에 입 맞추며 경배하리라.

    “이럴 수가.”

    안사홍이 떨리는 목소리로 정보 창을 확인했다.

    “축복이 세 개나 붙은 아이템이라니. 이런 건 들어 본 적이 없군요. 힘이 숨겨져 있던 겁니까?”

    “그렇겠죠? 사실 힌트는 있어요. 이 아이템 설명에 있는 용의 비밀스러운 지성. 이게 바로 축복을 담고 있다는 비밀이죠.”

    당연히 알고 있지. 난 회귀자니까. 의기양양하게 말할 수 있는 거다. 하나 그 사실을 모르는 안사홍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눈을 깜빡거렸다.

    “당신…… 당신은. 아니 손님께서는 어떻게 아이템의 비밀을 아신 겁니까?”

    “흐음, 그건. 영업 비밀이라서 말씀드리기가…….”

    “아. 그건, 그렇죠. 맞는 말씀입니다.”

    안사홍은 반쯤 넋을 잃은 채로 다시 금룡의 힘줄을 보았다.

    “첫 번째 축복, 용의 사랑을 받는 아들은 행운이 따르리니. 이건 단순하게 행운도 상승. 이건 모든 아이템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축복이죠.”

    나는 천천히 아이템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째. 낮의 해와 밤의 달이 그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고. 아이템을 착용하고 정신을 집중하면 잠을 자지 않아도 잠을 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더는 낮과 밤의 구분이 없어지는 거죠.”

    이건 그 효과가 묘한데, 한마디로 8시간 숙면을 해야 할 것을 단 1시간의 명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거다. 아니면 활동을 하면서도 인위적으로 기운을 순환시키면 그와 같은 효과를 내는 것.

    “세 번째. 작은 우레들은 그의 발에 입 맞추며 경배하리라. 이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이 팔찌를 차는 한 우리 결이는 자신보다 약한 전격계 공격에는 전혀 대미지를 입지 않아요.”

    내 설명에 안사홍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런……. 그런 아이템이 2억밖에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물건의 진가를 모르고 싸게 판 것을 산 것이니, 어찌할 수가 있나. 나는 그저 안사홍에게 웃어 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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