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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8화 (8/250)
  • 제8화

    제8편

    [처음으로 영혼석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소울 포인트를 분배할 수 있습니다.]

    “소울…… 포인트?”

    그때 각성 직후 살펴본 상태 창이 떠올랐다. 조금 전에도 살펴봤으면서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내게는 소울 포인트라는 것이 생겼었다. 이것 역시 회귀 전에는 없던 것.

    “사용할 수 있다고…….”

    나는 재빨리 스텟 창으로 전환했다.

    [은하준]

    혼백의 인도자(Lv. 2)

    체력▷28.6%(30/105)

    마력▷7.7%(4/52)

    기력▷54%(12/22)

    *힘: 18

    *민첩: 11

    *지구력: 4

    소울: 103P

    레벨 업을 했음에도 변화가 거의 없는 스텟과 소울 100포인트. 의미를 알 수 없었던 바로 그 포인트가 상태 창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분배를 할 수 있다고 했지.”

    그렇다곤 하더라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살짝만, 조금만…….”

    가장 낮은 스텟인 지구력에 5포인트 정도를 써 볼 심산으로 상태 창을 조작했다.

    [소울 포인트 5점. 정말로 ‘지구력’에 분배하시겠습니까?]

    [한번 사용한 포인트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꿀꺽. 내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방을 울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소울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츠츠츳.

    각성자의 기운과 묘하게 다른 것 같은 느낌이 온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눈앞의 스텟 수치가 바뀌고 있었다.

    *힘: 18

    *민첩: 11

    *지구력: 9

    “저, 정말이다. 올랐어!”

    나는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이건 완전 대박이었으니까. 말이 되나? 이건 완전 사기다.

    그러니까 회귀를 한 후에, 나는 남들과 달리 100포인트나 추가 성장할 수 있는 보너스를 받은 거다! 아니, 추가된 영혼석까지 합치면 103포인트.

    정말이지 미친 일이다.

    무슨 미친 일이 벌어지든 간에 중요한 건 나는 확실히 회귀 전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거다.

    심지어 사용한 영혼석만큼 소울 포인트가 추가되었다.

    그 말인즉, 이런 방식으로 강해질 수 있는 게 일회성이 아니라는 거다. 영혼석을 모을수록 나는 더욱더 성장할 수 있다.

    “푸하아!”

    너무 놀란 나머지 멈추고 있던 숨을 몰아쉬었다.

    “하하, 하하하……. 뭐냐, 이거. 정말로 신이 날 돕는 건가? 이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하하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진심으로 기뻤다.

    “좋아, 그렇다면 문제는…… 남은 포인트를 어떻게 분배할까다.”

    나는 턱을 괴고 스텟 창을 뚫어지게 보았다.

    “적당히 세 가지 스텟을 비슷하게 올려서 적당히 강해질지, 아니면 하나의 특성을 완전히 끌어올릴지.”

    솔직히 말해서 남은 98포인트를 힘, 속도, 지구력에 적절하게 배분한다면 내 등급은 C, 아니 B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한 기능에 몰빵한다면.

    “한 가지 스텟을 S급만큼 끌어올릴 수 있는 거야.”

    게다가 나는 사실 골고루 강해질 필요도 없다.

    이미 한결이가 S급이다. 한결이의 공격력과 방어도가 이미 높고, 앞으로도 끝내주게 강해질 거라는 건 이미 겪어 봐서 안다.

    “하지만 항상 전투 중에 나를 신경 쓰느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

    나는 한결이에게 의지가 되는 친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짐이었다. 냉정하게 각성자의 능력만 따지자면 그렇다는 거다.

    “그렇다면 한결이에게 짐이 되지 않는 쪽의 스텟에 몰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더욱 효율적으로 한결이의 보조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일단 제일 급한 건 짐이 되지 않는 거야. 그렇다면 역시 포인트를 몰빵할 스킬은…….”

    그러다가 떠올렸다.

    이른 시일 내에 성 대위가 연락해 올 것이다. 각성자 등록도 치러지겠지.

    그럼 너무 이상할 거다. 다른 스텟은 분명 D등급인데, 한 가지 스텟만 S급이다? 내가 죽던 날까지 그런 각성자에 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없다.

    회귀한 지금도 13년 동안 그런 각성자는 없었겠지.

    아직 힘이 없는 상태에서 이목을 끄는 건 자칫 불필요한 위험을 불러들일 수 있다.

    “각성자 등록이 끝날 때까지만 좀 더 미뤄 둘까?”

    나는 도깨비불을 끌어안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그리고 이불의 감촉이 폭신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다.

    * * *

    킁킁.

    맛있는 냄새에 눈을 떴다. 방은 온통 어둡다. 비척비척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한결이 녀석이 부엌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 하준아. 일어났어?”

    “너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냐?”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시계를 보니 아직 오전 6시도 안 됐다.

    “자고 일어났더니 엄청 배고파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려고.”

    각성자 초기에는 이렇다. 한동안 정신이 불안정한 것처럼 모든 감각기관이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회귀한 덕분인지 별로 그러지 않고 있었다.

    “응? 그런데 너, 어깨에 그거 뭐야?”

    결이의 말을 듣고 시선을 돌렸더니, 앙증맞게 타오르고 있는 도깨비불이 보였다.

    ‘아, 이 녀석 덕분인가?’

    확실히 어제 온종일 느껴졌던 각성 후의 묘하게 들뜨는 기분이 사라졌다. 갑자기 배가 엄청 고프지도, 감정이 널뛰지도 않는다.

    레벨 1의 펫 주제에 성능이 좋은데?

    “내 펫이야. 어제 레벨 오르면서 스킬이 하나 늘었어.”

    “펫? 그거 엄청 희귀한 스킬 아냐?”

    “……음, 그렇긴 하지?”

    “하준이 너, 진짜 대단하구나!”

    한결이가 내 양팔을 쥐고 흔들었다.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니, 아직 안정화되려면 한참 남았군.

    “네 것까지 끓일게.”

    “응. 고맙다.”

    잠시 뒤 접이식 상 위, 라면이 가득 담긴 냄비에서 허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 시절엔 정말 많이 먹었었던 것 같다. 나에겐 한참 예전 일이지만 한결이에겐 현재진행형이겠지.

    이제 각성자가 됐으니, 라면과도 이별시켜 줄게.

    “그나저나 정보가 너무 없어서 걱정이야.”

    내 그릇에 라면을 덜어 주던 결이가 사뭇 진지해진 어투로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것저것 검색해 봤거든. 그런데 전부 수박 겉핥기식이야. 실전에 도움 되는 건 별로 없더라고.”

    그래, 맞다. 이때의 각성자들은 뭔가 비밀스러운 게 많았다. 그들의 수가 적었던 것도 그렇고, 국가에서 깐깐하게 관리하는 것도 그랬고.

    각성자들에 관한 정보가 일반인들에게 퍼지지 않도록 관리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던전 짐꾼 일을 시작한 우리도 별로 아는 게 없었다.

    길드에서도 짐꾼들에게조차 비밀 유지 계약서를 썼고 각성자들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도록 관리했다.

    각성자가 되고 나서도 세컨드 오픈으로 각성한 사람들이 제대로 헌터 활동을 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이들을 모두 교육하고 육성할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결이와 내가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지 잘 안다.

    “하긴, 그렇긴 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린 늘 잘해 왔잖아.”

    나는 결이를 안심시키려고 웃어 보였다. 그건 그냥 말뿐인 게 아니라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는 미소였다. 결이 녀석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누가 뭐래도 하준이 넌 믿을 수 있어. 넌 항상…… 나에겐 거짓말하지 않으니까.”

    짙고 까만 눈이 신뢰감으로 반짝였다. 어쩐지 조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데. 지금 와서라도 결이에게는 진실을 말할까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 미래가 바뀔지 모른다.

    내가 회귀 전의 정보를 가진 것만으로도 이미 과거와 완벽히 같지는 않아졌으니까. 게다가 내가 건드리지 않아도 달라진 것들이 있다. 그럼 위험 요소는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게 맞겠지.

    ‘확실히 결이는 거짓말에 예민하긴 하지만…….’

    이건 우리 두 사람을 위한 하얀 거짓말이니까!

    부우우우. 진동에 깜짝 놀라 휴대폰을 보니 저장이 안 된 번호다. 원래라면 모르는 번호는 안 받겠지만, 아마 성 대위일 것이다.

    “여보세요.”

    [은하준 씨 되시죠? 수도방위군 괴물 특수부대 성현준 대위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각성자 관리부는 방문하셨습니까?]

    “아뇨, 어제는 너무 바깥 상황이 안 좋아서 바로 귀가했습니다. 오늘 상황 보고 가려고요.”

    [예, 알겠습니다. 아직 많이 혼란스러우시겠지만, 오늘 꼭 각성자 관리부 방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 윗선으로 보고가 들어가서요.]

    이런, 윗선에 보고까지 할 일인가? 어제 각성한 사람은 수없이 많을 텐데. 약간 오버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세컨드 오픈 자체가 국가에선 예상하지 못한 너무 큰 변수였으니 사소한 일이라도 자료를 수집하려는 걸 거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런 건 협조해 줘야 맞지. 그리고 어차피 헌터로 활동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니까 성 대위가 가지 말라고 해도 가야 할 곳이다.

    그런데 바깥이 정리되려면 한참 걸릴 것 같은데, 지금 당장 가라니. 아무리 특별 케이스라지만 너무 막 대하는 것 아냐?

    [그리고 사태 진압에 도움을 주셔서 소정의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절차는 각성자 관리부에 가시면 알아서 해 줄 겁니다만 미리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방금 생각한 건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 막 대하다니, 내가 무슨 말을. 감사합니다. 그냥 살자고 한 짓이었는데 보상금을? 얼마나 줄까? 대박 사건이다. 정말 고맙습니다.

    “와, 감사합니다.”

    [제가 드리는 게 아니니, 저에게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생명을 구하셨고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고 나니 이상하다. 다음에 뵙겠다니?

    “뭐야. 누구야? 이 시간에. 예의가 없네. 이런 꼭두새벽에.”

    바로 옆에서 통화해서 대충 누군지 짐작했을 텐데 결이가 날을 세우며 물었다.

    “왜 그때 헬기 타고 온 군인 있잖냐. 오늘 각성자 관리부 꼭 가라고 들들 볶네.”

    “어련히 알아서 갈 텐데, 무슨 이 새벽에 전화하냐. 지금 바깥도 얼마나 위험한데.”

    “그러게. 설마 밤샘 작업했나?”

    그래, 각성자들은 어제부터 아마 한숨도 못 자고 이 사태를 정리하고 있을 터였다.

    “일찍 일어난 김에 얼른 먹고, 관리부 오픈하는 시간 맞춰서 갈까 하는데? 각성자 관리부도 어제부터 비상이었겠지. 그 사람들은 일반인일 텐데, 고생이 많네.”

    “진짜 오늘 가려고?”

    “왜. 무섭냐?”

    한결이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안 무섭거든.”

    “각성자 등록하고 헌터 자격증은 빨리 따 놓을수록 좋아.”

    “…….”

    인벤토리에 들어온 아이템도 갖다 팔아야 하니, 할 일이 많다. 보상금은 정말 얼마나 주려나. 오늘 저녁으로 소고기 사 먹을 수 있겠다. 마트가 열렸다면 말이지.

    한결이는 먼저 일어나서 찾아봤다던 각성자 다큐멘터리를 틀어 줬고, 우리는 그걸 보면서 라면을 먹었다. 사실 나는 볼 필요가 전혀 없었지만.

    ‘그런데 이거, 정말 형편없네.’

    명색이 정부에서 만든 각성자와 던전에 관한 다큐멘터리인데 제대로 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 시기에는 이 정도로 정보를 관리하고 있었구나.

    이전에 있었던 혼란을 떠올리면서, 내 기억이 꽤 미화되었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 시점에 풀리지 않은 정보라고 해도, 나는 다 알고 있는 정보니까.

    식사를 마친 우리는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지하철을 탈 순 있을까?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넉넉하게 출발하면…….

    순간 어두운 그늘이 얼굴에 드리웠다.

    “은하준 씨?”

    “안녕하세요! 은하준 씨!”

    “안녕하십니까, 길드 선라이즈에서 왔습니다!”

    “은하준 씨! 저희 길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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