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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7화 (7/250)
  • 제7화

    제7편

    「일반 민간인들에게 대피하도록 지시한 각성자들은 재빠르게 몬스터에게 공격을 가합니다.」

    내가 놀 무리에게 뛰어드는 모습, 곧이어 한결이가 합세하는 것.

    둘이서 놀 무리와 보스까지 처치하는 게 고스란히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쩐지, 상황 정리 후에 주변이 웅성거리더라니, 도망 안 가고 저런 걸 찍고 있었군.

    카메라 줌을 당겼다가 늘렸다가, 각도를 보아하니 전철 뒤에 숨어서 찍은 모양이었다.

    하여튼 요즘 젊은 애들은 목숨 아까운 줄을 모른다니까. 쯧쯧.

    아닌가? 따지자면 과거 젊은 애들인가?

    “하준이 너 진짜 대단하다.”

    “뭐가 또 대단하냐.”

    “TV로 보니까 무슨 영화 같아.”

    한결이는 화면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화면 속에서는 재난 속 미담이니 어쩌니 하며 우리를 칭찬하기 바빴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로비며 병원 바깥이며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저 멀리 보이는 응급실 입구로는 계속해서 구급차가 도착하고 있다.

    우리가 있었던 한강 다리 위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서 사상자들이 쏟아지고 있을 테지.

    왜 하필이면 오늘일까.

    조금 더 이전으로 돌아갔더라면, 오늘의 참극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별로 바뀌는 게 없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난 조금 전까지 각성자도 뭣도 아닌, 그냥 평범하고 보잘것없고 시시한 사람이었으니까. 아무도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았겠지.

    어쨌거나 내가 회귀를 했다는 건 이젠 확실해졌다.

    그렇다는 건 내가 겪었던 일들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는 말이다.

    몇 차례의 끔찍한 던전 브레이크와 길드 전쟁을 제외하고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전부.

    그리고 마지막 전투. 그건 어떻게 됐을까. 그때 죽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이 무사한 걸 볼 수 있었을까?

    마지막 전투의 뒤에는 뭐가 있었을까?

    확실한 건, 그 퀘스트 이벤트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거다. 게다가 결과를 못 보고 죽어 버리긴 했지만, 그 이벤트 실패 시 페널티가 인류 멸망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실패했던가? 그 이벤트. 분명 정신이 끊어진 다음에 그런 광경을 본 것도 같은데.

    그럼 큰일이다.

    ‘막아야 해.’

    지금부터 그날을 대비한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내가 죽지 않는 미래를, 사람들이 죽지 않는 미래를.

    멸망으로 치닫는 미래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더 강해진다면.

    한결이를 더 강하게 만든다면.

    믿을 만한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서, 끔찍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한다면.

    “어? 야, 저기 저 사람들…….”

    “어, 정말이다. 너튜브에 영상 올라온 애들 맞지?”

    “대박, 지금 뉴스에도 나오고 있잖아.”

    “진짜 신기하다. 안 그래도 한국 대학 병원에 각성자 전문 과가 있다더니, 진짜로 각성자인가 봐.”

    “못 봤냐? 아까도 자기 각성했다면서 온 사람들 엄청 많았잖아.”

    “나도 각성자 하고 싶은데.”

    “야, 각성자 하면 괜히 이상한 괴물이랑 싸워야 해. 전쟁터로 뛰어드는 거라고.”

    “그래도 돈 많이 번다던데?”

    “목숨 걸고 일하니까!”

    “오스킬 채널에서 그러던데, 쟤네 오늘 각성한 완전 초짜라고 그러더라?”

    “헉 진짜? 영상에선 완전 날아다니던데? 원래 각성한 후에 바로 그렇게 안 된다며? 오스킬 채널에서 나도 봤는데?”

    “너 오타쿠냐? 각성자에 대해서 왜 이렇게 아는 게 많아?”

    “……쟤네가 오늘 각성한 각성자라는 건 원본 영상 찍은 사람 말인데, 오스킬 그 사람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막 그러더라고.”

    “뭐야, 뭐야. 그럼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지금 물어볼까? 물어보고 오스킬 님한테 제보하면 되잖아.”

    “헉, 진짜? 그럴까?”

    “뭐야, 너네 진짜 오타쿠야?”

    어느새 주변에서 숙덕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손에는 휴대폰을 쥐고 사진이라도 찍으려는 듯 기웃거리는 몇 사람이 보였다.

    사건이 터진 지 5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다니. SNS라는 거 생각보다 엄청 무서운 거구나 싶다. 쯧.

    안 되겠군, 일단은 집으로 가야겠어.

    “다들 우리 이야기 하는 것 같지?”

    한결이 녀석도 주위 분위기를 알아채곤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러곤 곧장 성큼성큼 걸어가는 게 아닌가. 문제는 결이가 향한 곳은 출입구가 아니었다.

    “찍었어?”

    “네?”

    “찍었냐고.”

    “아…… 그게.”

    “찍었네.”

    한결이가 안경을 낀 남자의 휴대폰을 빼앗아 액정을 확인한다. 직후 와그작! 한결이의 손안에서 남자의 휴대폰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헉, 한결아!”

    나는 다급하게 한결이에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결이는 꿈쩍도 하지 않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하, 큰일이다. 원래도 결이는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데.

    “왜 남의 얼굴을 함부로 찍어.”

    “아니, 잠깐, 결아!”

    “죽고 싶어?”

    “그만해!”

    말리다 못해 내가 남자 앞을 가로막자, 그제야 한결이의 눈빛이 돌아왔다.

    “아니, 저 새끼가 네 얼굴 함부로 찍었다고. 보라고.”

    보기는 뭘 봐. 내민 손에는 완전히 부서진 휴대폰뿐이다.

    “저기, 죄송한데. 여기 연락처 써 드릴 테니까. 보상해 드릴게요. 얘가 방금 각성해서 그렇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허락 없이 촬영하신 건 맞으니까요. 초상권 아시죠? 하하. 예, 연락 꼭 주세요. 저 잠깐 펜 좀…….”

    “아, 네. 여기요.”

    나는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의 목에 걸린 볼펜을 빌려 남자의 손에 번호를 써 주었다.

    “네 번호를 왜 줘.”

    “괜찮아, 괜찮아. 진정해. 너 지금 각성 에너지 때문에 그런 거야.”

    “아니야, 난……!”

    “그래, 그래. 이런 건 어차피 금방 사그라들 테니까. 집에 가자.”

    펜을 돌려주고 한결이의 등을 토닥거렸다. 결이의 미간이 더욱더 깊게 패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아, 어어……! 저기……!”

    불러 세우는 여러 명의 목소리를 무시하곤 한결이와 급히 병원을 빠져나왔다.

    등 뒤로 커다란 전광판에서는 거대 길드의 각성자들과 괴물 특수부대에서 세컨드 오픈으로 엉망진창이 된 서울을 문제없이 정리해 나가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 * *

    집에 도착하고 내가 먼저 씻는 동안 한결이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아무리 흔들어도 깨지 않았다.

    “그때도 그랬던가. 아니었는데. 그래, 예전엔 스킬을 쓰지 않았으니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았던 거구나.”

    나는 한결이에게 담요를 덮어 주곤 머리에서 물기를 털어 내며 내 방으로 들어갔다.

    “자아, 상태 창을 좀 둘러볼까?”

    위웅.

    생각만으로도 게임 화면 같은 상태 창이 눈앞에 펼쳐진다.

    “체력이나 기본 스텟들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아주 조금 상승했을 뿐이다. 딱 레벨 1만큼.

    “흐음……. 어?”

    상태 창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또 처음 보는 스킬이라고?”

    [도깨비불]

    당신이 걸어갈 길을 안내하는 등불 친구입니다.

    “등불 친구? 장난해?”

    레벨 업을 통해 얻은 스킬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불성실한 스킬 설명에 열받는다. 하지만 시험해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집 안에서 난생처음 보는 스킬을 사용해 보는 게 맞는 걸까?

    조심스러운 생각과는 반대로 손가락을 뻗어 스킬을 건드렸다.

    상태 창은 생각뿐 아니라 이렇게 손으로 터치하는 것으로도 발동이 된다.

    츄르르르륵!

    마력이 빠져나가는 기분과 함께 현기증이 일었다. 아, 마나가 거의 바닥났었는데 회복되기도 전에 스킬을 써 버렸군.

    쿵.

    옆으로 쓰러졌지만, 정신은 말짱하다. 기울어진 시야로 푸른 불빛이 보인다. 등불 친구라더니 야구공만 한 구형의 불꽃이 공중에 둥실 떠 있다.

    “정말로 도깨비불이라고?”

    “무웅.”

    “헉?”

    도깨비불이 소리를 냈다. 약간의 울림이 동물이 짖는 소리랑 비슷하게 들린다. 눈코입이 없는, 그냥 불꽃인데?

    소리를 낼 때마다 뭔가 말랑말랑하게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무왕.”

    “헉!”

    불꽃, 그러니까 도깨비불이 내 얼굴 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당연하게 느껴질 열기에 몸을 움츠렸지만, 뜨거움은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므오옹!”

    “너, 너어…….”

    도깨비불은 아주 친근하게 내 볼에 불꽃을 비비기까지 했다.

    “뜨겁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음?”

    스스스. 도깨비불이 비비적거리자 체력이나 마나가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아주 소량이지만, 정확히.

    “아, 버프계 펫인가.”

    회귀 전에도 이런 걸 본 적 있다. 스킬을 사용하는 데 마나가 들긴 하지만, 소환해 두고 있는 편이 훨씬 이득이 많은 서포터형 펫.

    이런 종류의 펫 스킬이 성능 좋은 헌터들은 같은 등급, 같은 계열의 헌터 서넛이 할 일을 혼자서 해내기도 한다.

    “진짜 대박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런 펫 스킬이…….”

    회귀 전엔 이 녀석이 할 역할을 내가 했다. 물론 한결이 한정이었지만.

    “무우우웅!”

    도깨비불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마구 파고드는 게 강아지 같기도 하고.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든다. 펫이라……. 마냥 좋긴 한데. 대체 왜 모르는 스킬이 생긴 거지?

    “정말로 신이 날 돕고 있는 건가?”

    “무왕!”

    도깨비불은 대답이라도 하듯, 크게 짖었다. 그러더니 쩌어억. 입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덥석.

    그리고 나를 물었다.

    “으아악! 뭐야, 뭐야!!”

    나는 겨우 차린 기운으로 녀석을 밀쳐 냈다. 도깨비불의 힘은 강하지 않았다. 쉽게 밀려나는가 싶더니,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돈다. 그러고는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이, 이 자식!! 장난치는 게 아니라고!”

    와구와구. 녀석은 마치 이제 막 이가 난 강아지처럼 내 머리를 씹어 대기 시작했다.

    난 다시 녀석을 끄집어내려 품에 가뒀다. 소환 해제해 버리면 편하겠지만, 덕분에 녀석을 소환하기 전보다 빠르게 마나와 체력이 회복되고 있으니까.

    품에 안긴 녀석은 조금 진정한 것 같았다.

    뭔가 지금 한결이랑 비슷한 느낌이…….

    “아, 인벤토리에 영혼석이라는 게 있었지.”

    이제는 왼손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도깨비불을 토닥거리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영혼석을 인벤토리에서 꺼내고자 생각했더니 공중에서 작은 빛이 일었다.

    “대체 뭐냐고.”

    툭.

    내민 손 위로 아이템이 소환됐다.

    “별사탕?”

    손바닥 위에 있는 건 아주 작았고 여러 가지 빛깔이었다. 그런데 그 모양이 꼭 별사탕처럼 생겼다.

    뽀빠X 과자 안에 들어 있는 그 별사탕. 건빵이랑 먹는 그 별사탕. 달기만 한 설탕 덩어리 과자 말이다.

    “므웅!”

    언제 눈치챈 건지 도깨비불 녀석이 영혼석을 든 내 오른손 가까이에 입을 들이댔다.

    “아, 그렇구나. 펫 먹이?”

    그렇다면 새로운 스킬에 새로운 아이템이니까 뭔가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한결이에겐 영혼석이 없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회귀 전에 펫의 밥이 따로 아이템으로 있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나는 도깨비불에게 영혼석을 갖다 댔다. 하지만 녀석의 반응이 이상했다.

    “므왕! 므왕!”

    야무진 입으로 먹는 시늉만 하는 것이다.

    “뭐야? 먹어. 자~ 착하지. 먹어라~”

    도깨비불이 몇 번 먹는 시늉을 하더니, 나를 올려다본다.

    눈이 없으니까 올려다보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입이 있는 방향이 내 쪽을 향하니 나를 보는 거겠지.

    내가 가만히 있자 녀석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뭐야, 설마. 나보고 먹으라는 거야?”

    황당하지만, 어쩐지 도깨비불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검증도 안 된 아이템을 먹으라고?”

    영혼석이라니. 그걸 먹으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불길할 뿐인데.

    “므왕! 므왕!!”

    도깨비불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둥그런 형태일 뿐이니 고개가 없긴 하지만…….

    “꽤 의사소통이 되잖아……?”

    나는 도깨비불을 신기해하면서도 의심스러운 눈으로 영혼석을 내려다보았다.

    겉보기에는 정말 설탕 과자 같다. 그렇지만…….

    “죽기야 하겠어?”

    합. 나는 단숨에 세 개의 영혼석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아무리 회귀했다고는 해도 나 역시 한결이처럼 각성 에너지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게 분명하다.

    죽기야 하겠어, 라니.

    “음?”

    달다. 익히 아는 별사탕 맛이다. 사각사각한 설탕 덩어리의 맛.

    “므왕! 뫙!”

    도깨비불은 신난다는 듯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었다.

    역시 내 개인 펫이니까 나에게 해가 될 짓은 하지 않는다, 뭐 그런 건가. 하지만 여전히 영혼석의 효과는 알 수가 없었다.

    체력이 오른 것도 마나가 오른 것도 아니었다.

    버프가 걸린 느낌도 없었다.

    그때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띠잉.

    [처음으로 영혼석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소울 포인트를 분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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