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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5화 (5/250)
  • 제5화

    제5편

    츠츠츠.

    내 몸에서부터 피어오른 에너지가 줄처럼 길게 늘어지더니 한결이의 등에 달라붙었다.

    “……어?”

    한결이 녀석도 스킬이 적용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내가 가진 버프 스킬이야. 지금 넌 능력이 훨씬 향상됐을 테니까. 뭐, 사실 넌 내 버프가 없어도 객관적으로 놀을 상대하기에 강하긴 하니까. 너무 떨지 마.”

    “……어, 응.”

    “자, 이제 더는 시간이 없어. 서둘러야 해.”

    이제는 대부분이 뒤쪽 객실로 대피해 비어 있는 객차 안.

    나는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무기로 쓸 만한 게 있나.

    “없군. 이걸로라도 대체해야지. 합!”

    나는 근처에 있던 기둥형 손잡이를 잡아 뜯었다.

    기기긱. 힘을 주자, 손잡이가 떨어져 나왔다. 사실 레벨 1짜리 D등급에게는 조금 버겁긴 했다. 하지만 내가 하는 모양을 보고 한결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뭘 놀라고 그래. 우리 이제 각성자잖냐.”

    나는 손잡이를 하나 더 뜯어 결이에게 던져 주고 비상 레버를 돌려 지하철 문을 열었다.

    취이익.

    이제 놈들을 사냥할 차례다.

    “우리가 가장 앞 칸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작게 혼잣말하며 놀을 의식해 몸을 숨겨 이동했다. 기관실을 흘끗 넘겨보자 참혹한 광경에 눈이 찌푸려졌다.

    앞 유리가 완전히 깨지고, 기관사는 즉사한 것 같았다.

    “욱.”

    한결이가 뒤에서 신음했다. 생경한 모습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회귀하기 직전에는 나나 한결이나 둘 다 베테랑 헌터였기 때문에 시체를 보는 일에 일일이 놀라지 않게 되었었다.

    그만큼 많은 시체와 그만큼 많은 참혹한 광경들에 익숙해졌었다.

    그런 일에 익숙해져서 견딜 수 있게 되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한결이는 회귀 전과 다르다.

    세상의 온갖 쓴맛은 다 겪고 폭력에 무자비하게 당한 우리지만, 눈앞에 있는 건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르다. 피와 시체, 몬스터. 지금 그저 모른 척, 각성자가 아닌 척 살아가게 된다면. 이 애는 훗날의 그 잔혹한 광경들을 보지 않아도 될까.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세상은 변했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다. 앞으로는 더욱 잔인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니까.

    ‘내가 더 잘하면 돼. 이전보다 더. 위험하고 더러운 건 다 내가…….’

    회귀 전에는 한결이가 나를 위해 했던 모든 것.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난 할 수 있다.

    아직 혼란스럽긴 해도 삶을 한 번 살아 봤다는 점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이전보다 더 잘할 수 있겠지. 내가 더 잘하면, 내가 더 잘하면…….

    “크르르르…….”

    놀들은 지하철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띠링.

    눈치도 없는지 시스템이 알림을 울렸다.

    [각성자로서의 첫걸음]

    난이도: 최하

    눈앞의 적을 소탕하십시오.

    ▶보상: 경험치 300P

    이번 생의 첫 퀘스트.

    놀 가까이 가면 발동되는 거였구나. 전에는 도망가느라 이런 퀘스트가 있는 줄도 몰랐다.

    “하준아.”

    “쉿.”

    수는 대충 보이는 걸로 서른 마리 정도.

    쉴 새 없이 코를 킁킁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마치 던전 밖을 나온 건 처음이라는 듯이. 물론 틀린 말은 아닐 거다.

    전혀 본 적 없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것처럼 굴었다.

    그렇군. 바람이 놀들이 있는 쪽에서 우리 쪽으로 불고 있었다.

    그래서 놈들이 눈앞에 있는 전철을 뻔히 보고도 아직 달려들지 않은 거다.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리를 듣고도 반응하지 않은 건 좀 의아하지만.

    “결아. 저거 보이지? 저 도끼 창. 저거랑 이거랑 지금 싸워야 하는 거거든?”

    “진심이야?”

    놀들의 두 손에 꼭 쥐여 햇살과 던전 오로라를 받아 반짝이는 건 그들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할버드였다.

    창끝에 도끼가 달린 무시무시한 흉기. 놀처럼 지능이 별로 뛰어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저 정도 되는 무기는 그저 휘두르기만 해도 그야말로 살상 무기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나만 믿어. 내가 하는 것 보고 따라 해. 명심해. 넌 네 생각보다 훨씬 강해.”

    내가 한결이가 든 봉 손잡이를 꽉 쥐자, 차르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에너지체인 사슬이 봉 손잡이에 감겨들었다. 내 것과 한결이의 것이 동시에.

    “헉! 이게 뭐야?”

    “내 스킬. 원래는 이 에너지체인 사슬을 이용해서 속박하는 용도로 쓰는 건데. 할버드랑 싸워야 하니까, 이렇게 감으면 봉 손잡이가 각성자의 힘을 입으니 좀 더 강해지지.”

    봉 손잡이는 아무런 마력도 없는, 그렇다고 던전 소재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 일반 물질이니까. 강한 몬스터를 붙들어 둘 수 있는 에너지체를 감는 것으로도 충분히 본래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거다. 약간의 기술 응용인 거지.

    “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나랑 같이 각성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스킬을…….”

    “설명할 시간이 없다. 친구야.”

    “뭐…….”

    나는 놀이 우리를 발견하기 전에 먼저 튀어 나갔다.

    파앗! 땅을 박차고 높이 도약한다. 단 한 번에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높이로 뛰어오른다. 그 높이가 2미터를 훌쩍 넘는다. 각성자의 점프다. A급이나 S급에 비교하면 기어가는 것이나 다름없겠지만.

    가차 없이 봉 손잡이를 휘둘렀다.

    퍼어억!! 가장 선두에, 그리고 약간 옆으로 떨어져 있던 놀의 머리가 움푹 팬다.

    찌르르르, 봉 손잡이를 타고 손에 울리는 타격감.

    익숙하면서도 무척이나 생경하다. 회귀 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다. 그때는 정말이지 각성하자마자 도망치기 바빴다.

    각성자가 되었든 말았든.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른 사람을 챙길 새도 없이, 그저 한결이를 끌어당겨 미친 듯이 도망갔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그때 여기 생존자가 몇 명이더라…….

    “께게게겡!!”

    내게 공격당한 놀이 속절없이 휘청인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한 번, 두 번. 손잡이를 휘두른다.

    털썩.

    결국 이 놀은 제대로 공격 한 번 못 해 보고 쓰러졌다.

    좋았어. 역시 놀 정도는 D급으로도 상대할 만하다. 물론, 베테랑의 지식을 가진 D급.

    “크르르릉!!”

    순식간에 놀 무리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짜식들이 노려보기는. 긴장으로 봉 손잡이를 더욱 꽉 끌어 쥔다.

    “하아앗!!”

    그때 옆에서 튀어나온 건, 한결이었다.

    내가 놀을 한 방에 잡는 걸 보고 용기를 얻은 모양이었다. 그래, 기왕에 S급 각성자니, 힘 좀 보태 주렴. 다치지는 말고.

    “컹컹!!”

    “크르르르……! 켕켕!!”

    부웅! 붕! 서툴게 봉을 휘두르는 한결이는 영락없이 방금 각성한, 너무나 일반인에 가까운 모습이다. 놀들은 두 번은 안 당하겠다고 다짐한 모양인지 한결이의 공격을 능숙하게 피해 낸다. 이럴 땐 역시 내가 도와줘야지.

    “억압의 손길.”

    촤르르륵!! 이번에는 바닥에서 솟아오른 사슬이 한결이 바로 앞에서 공격을 피하려는 놀을 붙들어 맸다.

    쳇, 에너지체 사슬을 서너 개쯤 더 소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둘뿐이라니. 형편없다. 막 각성했다는 것은 생각보다 적응하기 어렵구나.

    그것도 잠시.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한결이가 앞에 있던 놀의 머리를 가격했다.

    놀의 머리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한결이의 얼굴 위로 따뜻한 피가 흩뿌리듯 튄다.

    나이스 샷!

    “허, 허억!”

    기뻐하는 나와 달리 한결이는 제가 한 일에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어릴 적부터 폭력에 익숙했던 우리라곤 하지만, 너무 잔혹한 광경이다.

    잠시 한결이 머뭇거리는 사이로 놀 두 마리가 접근한다.

    쉬리릭! 촤르륵!!

    나는 사슬 두 개로 한결이를 공격하려던 놀의 할버드 두 개를 낚아채 막았다.

    “한결! 집중!”

    내가 외치는 소리에 한결이의 눈빛이 돌아오고, 재빨리 두 마리의 놀을 향해 봉 손잡이를 휘두른다.

    퍼억! 퍽!

    “깨갱!”

    내 사슬에 붙들린 놀들은 한결이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머리가 으깨졌다.

    “워후, 역시 S급 각성자 기본 근력 죽여준다.”

    장난스럽게 외치자, 잔뜩 긴장했던 한결이의 표정이 조금 풀린다. 그래, 지금 한창 정신없겠지. 나라도 녀석의 불안을 덜어 줘야 해.

    “게임이라고 생각해, 너무 리얼한 게임.”

    나는 재빠르게 달려가 주위로 달려드는 놀들을 타격했다.

    한결이에 비하면, 거의 무림 고수나 특수부대원 같은 몸놀림이다. 한결이 녀석도 놀랐는지 눈을 커다랗게 뜬다. 하지만 별수 있나, 나는 10년이 넘게 헌터로 벌어먹은 사람인데.

    휘익, 퍼억!! 놀들의 머리뼈가 깨지고 팔다리가 꺾인다. 파워, 스피드 모두 한결이에게 훨씬 밀리지만, 나는 노련함으로 놀들을 쓸어 냈다.

    “하, 하준아!”

    한결이의 눈짓에 뒤를 돌아보니, 몰려드는 놀의 수는 점점 많아진다.

    애초에 예상했던 서른 마리보다 많았던 모양이다.

    이것들을 한꺼번에 해치울 방법이 없……긴 왜 없어. 우리 한결이는 아직 스킬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컹컹컹!!”

    “끼에에엑!! 껑껑! 컹!”

    우리의 기세에 감히 접근하지 못하던 놀들이 몇 번 컹컹거리더니 뒤에서 덩치가 커다란 놈이 등장한다.

    3미터는 될 것처럼 덩치가 크다. 보스급인가?

    놀처럼 비교적 시시한 몬스터의 경우에는 보스급이라고 하더라도 처리하기 까다롭진 않다. ……물론 지금 막 각성한 각성자들에게는 충분히 까다롭지만.

    “……하준아, 저거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놈 맞냐?”

    한결이가 봉 손잡이를 꽉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사이에 벌써 자세가 훨씬 좋아졌다. 급에 따라 정도의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각성자들은 각성 후 신체 능력과 전투 센스가 상상 초월로 높아진다.

    근력이니, 민첩이니 하는 스텟들이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인과 거의 차이가 없는 F급들은 해당 사항이 없겠지만.

    어쨌든 이것도 각성 후 곧장 전투 머신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 한결이는 아주 잘 따라오고 있는 거다. 하지만 한결이의 손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하긴 자꾸 컹컹거리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저 놀 녀석들이나, 최종 보스 분위기 풍기는 놀 대장이나. 초보 각성자에겐 버겁다.

    버거우니까, 금방 끝내 줄게. 한결아. 나만 믿어라.

    “결아. 스킬 써. 그냥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킬은 발동되니까.”

    “뭐?”

    “아까 뭐뭐 있다고 그랬더라. 번개 신의 가호 있다고 했지?”

    “응.”

    “그거면 너 완전 피X츄거든. 알지? 100만 볼트.”

    내가 찡긋 윙크하자, 한결이의 얼굴이 풀어진다.

    “하지만 괜찮을까? 우리나, 이미 대피했지만, 선로 위에 있을 사람들한테까지 전기가 통하면…….”

    “아니. 괜찮아. 네가 만드는 번개나 전기는 보통 것이 아니니까.”

    “뭐……?”

    “흐르는 방향을 조종할 수 있어.”

    “그걸 어떻게…….”

    “……음, 우리가 던전 짐꾼으로 일하잖냐. 너랑 똑같은 스킬명 가지고 있는 헌터 봤어. 원래 스킬 중에는 말도 안 되는 게 많아. 날 믿어.”

    “……그런가.”

    우습게도 각성자들의 능력은 일반적인 상식을 부수는 것들과 또 일반적인 상식을 따르는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한결이의 전격은 원하는 방향과 범위로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다.

    사기 수준 아닌가. 아주 제멋대로고, 막돼먹은 능력이란 거다. 하나 애초에 평범하던 인간들이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는 게 말이 안 되는 일 아닌가?

    “그어어어!!”

    놀 보스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쿠웅! 쿵!! 놈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울려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다.

    “결아……!”

    파직, 파지직!

    순식간에 한결이의 몸에서 각성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곧 전기의 성질을 띤 것으로 변화.

    한결이는 우리에게 내리꽂히는 놀 보스의 거대한 할버드를 맨손으로 받아 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자칫 잘못하면 팔이 통째로 날아갈 방법이었다. 내 친구 한결이, 어릴 때부터 참 겁도 없었지. 약간 앞뒤 물불 안 가리는 타입이랄까.

    차르르륵!! 내 스킬인 억압의 손길이 솟아올라, 놀 보스가 할버드를 든 손을 억압한다. 이것으로 가속도를 감소시키고 그와 동시에 한결이의 팔을 통해 손으로, 파지지지직!! 거대한 전격이 형성되었다.

    퍼어어엉!!

    터지는 소리와 함께, 놀 보스의 몸이 심하게 경련한다.

    치이이익! 곧 이어지는 탄 냄새. 놀의 누린내와 뒤섞여 끔찍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햐, 정말 강력하다. 과연 뇌공(雷公)이라 불릴 남자.

    “헉!”

    파직, 파직. 놀라 뒤로 넘어진 한결이의 몸 근처에는 아직도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머리도 삐죽삐죽, 정전기가 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아직 천둥의 신이라 불리기에는 너무 귀엽군.

    한결이의 동그랗게 뜬 눈과 시선이 마주쳤고 내가 웃어 주자 떨리는 눈동자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하긴 한결이 입장에선 느닷없이 자신이 피X츄가 된 거니, 놀랄 만도 하지.

    “한결, 집중! 아직 안 끝났다!”

    원래는 레벨 1이라도 놀 보스 정도에 비하면 한결이 스킬이 훨씬 강한데, 미숙함 때문인지 놈의 숨이 붙어 있었다. 나는 단숨에 한결이 옆으로 튀어 가 봉을 휘둘렀다.

    뻐어억!

    바싹하게 익은 놀 대장의 머리가 움푹 팬다.

    기우뚱, 드디어 놈의 몸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나는 시선을 남아 있는 놀 무리에게 옮긴 뒤 검지로 놈들을 가리켰다.

    “가라! 한결!”

    이번에는 자신만만하게 한결이가 놀들을 향해 뛰어갔고, 놀들은 혼비백산으로 도망가는 놈. 거친 몸짓으로 덤비는 놈. 난리가 났다.

    그럼 또 이 형이 상황을 정리해 줘야겠지.

    차르르륵! 내 에너지 사슬이 솟아올라, 놀 무리를 크게 휘감아 한데 모아 버렸다. 마치 서부극에 나오는 카우보이의 올가미처럼.

    한결이와 내가 들고 있던 봉 손잡이는 더 이상 필요 없으니, 놀들을 속박하는 데 힘을 모두 집중했다. 이걸로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다.

    한결이가 스킬을 사용할 만큼의 찰나가 필요할 뿐이니까.

    “컹!”

    “컹컹컹!”

    “케에에엑!!”

    옴짝달싹할 수 없는 놀들이 꽥꽥 비명을 질러 댔다.

    그런 놀들 앞에 도착한 한결이는 맨눈으로 보기에도 엄청난 전격을 두른 팔을 뻗었다.

    파지지지직!! 퍼어어어엉!!

    소음과 냄새. 놀들은 말 그대로 바싹 익어 버렸다. 역시 S급의 스킬은 어마어마하구나.

    “헉, 허억. 아직 놈들이 남아 있어!”

    지친 얼굴의 한결이가 휘청이며 외쳤다. 하긴 아직 레벨 1이다. 연달아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느라 마나가 바닥났겠지.

    무리의 뒤편에 있던 놈들은 운이 좋게도 전격에서 살아남아 도망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을 써 볼까.

    휘익! 내가 손을 뻗자, 다리의 바깥 부분에서부터 내 에너지체 사슬이 뻗어 나왔다. 그리고 붙잡힌 놀들을 힘껏 잡아당겼다.

    “케에엑?!”

    순식간에 끌려간 놀들의 몸이 다리 바깥으로 붕 떠올랐을 때, 나는 스킬을 거둬들였다.

    놀들의 몸이 다리 밑으로 추락한다. 곧 첨벙! 첨벙!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한결이가 놀란 얼굴로 다가온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감탄으로 젖은 얼굴이었다.

    “저런 방법을 쓸 수도 있구나. D급이라더니, 엄청 강하잖아, 은하준! 그 사슬 같은 걸로 강화도 하고 속박도 하고 뭐 공격도 하고 다 되는 거야?”

    “음, 그냥 약간의 응용이야.”

    “……대단해.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긴. 이렇게 응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닫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단다.

    띵. 갑작스레 시스템 알림음이 들린다.

    [‘각성자로서의 첫걸음’ 클리어]

    [보상을 지급합니다.]

    시스템 알림이 친절하게도 우리가 이겼다는 걸 알려 준다.

    보상.

    원래는 던전 안에서 몬스터를 죽이거나, 소탕해 던전을 클리어하면 주어지는 경험치나 아이템들이었다. 정말이지 게임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오늘부터는 이게 바깥에서도 적용된다.

    차르르륵.

    귓가에 동전 같은 게 하늘에서 잔뜩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방금 놀들을 잡은 만큼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받았을 것이다.

    아마 아이템은 각성하고 나면 사용할 수 있는 각성자만의 ‘아공간’인 인벤토리 창에…….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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