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4화 (4/250)
  • 제4화

    제4편

    [첫 번째 각성을 축하합니다.]

    “젠장…….”

    이럴 수가.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기가 찬다.

    하하, 대체 뭐냐고. 정말 회귀라도 한 걸까?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지금 한가하게 앉아 있을 겨를이 없다. 정말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거라면. 회귀 같은 게 일어난 거라면. 바로 이다음에 일어날 일 또한 나는 알고 있으니까.

    ‘시스템, 상태 창.’

    생각한 것만으로, 위웅. 곧장 반투명한 전자 문자들이 떠오른다.

    방금 각성한 각성자라면 여기까지 닿는 데도 우여곡절을 겪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베테랑 헌터다.

    [은하준]

    혼백의 인도자(Lv. 1)

    체력▷92%(92/100)

    마력▷100%(50/50)

    기력▷100%(20/20)

    *힘: 17

    *민첩: 9

    *지구력: 2

    소울: 100P

    ‘우왁. 스텟 좀 봐.’

    나는 완벽하게 D등급이 될 형편없는 기본 스텟을 바라보며 기겁했다.

    각성자 등급은 초기 각성 스텟으로 나누어진다. 등급별로 기본 스텟 자체가 다른데, 등급마다 차이가 엄청나게 난다. 지금 내 힘은 17 정도인데 S급은 각성하자마자 100이 넘을 거다.

    게다가 등급이 높을수록 레벨을 올려 얻는 스텟 수치가 크다.

    그래서 레벨을 아무리 많이 올려 더 강해진다고는 해도 D등급의 40레벨, 딱 그만큼 어치로 성장하는 거다. 방금 각성한 레벨 1짜리 S급보다 스텟이 떨어지는.

    거지 같고 불공평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있는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말도 안 되는 것들뿐인데.

    어쨌든 무슨 방법인지는 몰라도 과거로 내 의식만 전이된 거 같으니까. 몸뚱어리만은 이제 막 깨어난 병아리 수준이다.

    그렇다. 지금의 나는 정신만 베테랑 헌터고 완전 물몸이라는 거다.

    가만, 그런데 소울 100P는 뭐지?

    P라……. 포인트? 하지만 원래 저런 스텟은 없었다. 하지만 포인트라는 건, 역시 뭔가 이득이 될 것 같은데?

    회귀한 기념으로 선물이라도 받은 걸까? 100포인트가 있으면 뭐가 좋은 걸까? 분명…….

    “하준아! 저, 저기……!!”

    깨진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던 한결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손짓했다.

    먼 거리였지만, 일반인의 시력을 벗어난 내 눈은 또렷하게 상황을 잡아낸다. 선로가 던전의 포털 때문에 끊어져 있다. 그리고 그곳에선.

    “크르르…….”

    이족 보행하는 하이에나가 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그것과 흡사하게 생긴 몬스터.

    “놀이다.”

    덩치는 평균 1.5미터를 넘어서고, 큰 놈들은 2미터가 족히 넘는다.

    오크보다는 약하고, 코볼트나 고블린보다는 강하다. 그래, 과거랑 정말 똑같아.

    “놀? 몬스터란 말이야?”

    한결이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일반인이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몬스터를 맞닥뜨리는 일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일어난 적이 없을 테니까.

    물론 녀석도 이젠 일반인이 아니니 익숙해질 장면이지만.

    “결아, 침착하고. 아직 놈들이 멀리 있으니까, 진정해.”

    “……하지만.”

    “정신 차려야 해. 곧 각성자들이 구하러 올 거야. 그래도 시간을 우리가 끌어야 해. 집중해.”

    “우리가?”

    나는 떨리는 한결이의 어깨를 붙들었다.

    집중해. 침착해. 늘 내가 녀석에게 듣던 말이었는데.

    “머릿속으로 시스템, 상태 창이라고 읊어 봐. 그리고 스킬도 확인해. 각성자 다큐멘터리 본 거 기억나지?”

    한결이는 패닉에 빠진 눈을 하고 있다가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결이는 뭐든지 빠르고, 강하다.

    사실 과거의 나는 이때 도망치기만 바빴다. 한결이를 잡아끌고 멀리, 더 멀리 도망쳤지. 등 뒤로 들리는 비명을 모른 척하고 미친 듯이 달렸었다.

    ‘상태 창, 스킬.’

    한결이가 스텟과 스킬을 확인하는 사이에 나도 스킬을 확인한다.

    [선구자의 방벽]

    [영혼 분별사]

    [소울메이트]

    [억압의 손길]

    ‘으으! 역시 막 각성해서 스킬이 몇 개 없어. 레벨이 오른다고 해도 쓸 만한 공격 스킬은 원래 없긴 하지만.’

    나는 스킬 창을 보며 오만상을 다 찡그렸다. 이게 문제였다. 하이브리드 능력자라 끝내주는 공격 스킬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초반에 방어 스킬이나 공격 스킬이 없으니 성장이 더뎠다.

    ‘그래도 내 스킬 중에 가장 자주 사용하던 스킬은 레벨 1부터 있으니까.’

    안도하는 와중에 눈에 거슬리는 게 있었다.

    ‘선구자의 방벽? 이건 모르는 스킬인데?’

    스킬을 자세히 보기를 원하자, 상태 창으로 자세한 설명이 드러난다.

    [선구자의 방벽-Lv. 1]

    소울계 디버프 완전 면역.

    자세한 설명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간결한 설명이지만. 원래 시스템이란 건 이따위다.

    ‘소울계 디버프……? 정신계도 아니고? 이전에는 그런 거 없었잖아.’

    그러니까, 이게 되게 애매했다.

    내 스킬들은 대부분 영혼과 관련된 것 같은 설명이 붙은 것들이었다. 유체 이탈 비슷한 스킬도 있고, 빙의 같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 모두 정신계나 에너지계로 분류되었었다.

    14년간 각성자로 살면서, 헌터로 살면서. ‘소울계’라는 타입은 본 적이 없었다.

    ‘아까 소울 100P도 그렇고. 이거 뭐냐? 회귀가 아닌가? 뭔가 다른 세상에 떨어져 버린 건가?! 다른 차원의 지구라든지?! 평행 세계라든지?! 그럼 진짜 세계의 한결이는 역시 죽은 건가?!’

    다급한 마음에 다른 스킬도 확인해 본다.

    [영혼 분별사-Lv. 1]

    소울메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영혼의 질과 등급을 볼 수 있다.

    [소울메이트-Lv. 1]

    영혼 분별사 감정 싱크로율 70% 이상인 대상에게 사용 가능.

    스킬로 연결된 대상에게

    스텟 0.5% 상승

    스킬 0.5% 상승

    모든 특수 효과(면역, 이득) 0.5% 상승.

    [억압의 손길-Lv. 1]

    영혼을 묶는 사슬을 소환한다.

    빠르게 훑으니 알고 있는 스킬은 기억하던 때와 같다.

    영혼 분별사의 ‘영혼의 질과 등급을 볼 수 있다.’라는 문구만 빼곤.

    대체 뭐지?

    그나마 스킬의 효과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다행이었다. 억압의 손길 스킬이 있는 것도 안심이 된다. 레벨 1의 스킬이니 강력하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이 도망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 수 있을 터.

    ‘일단 영혼 분별사 스킬을 사용해 보자.’

    키이잉. 각성 전까지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에너지가 몸 안을 감도는 것 같더니, 눈앞에 있는 한결이 옆으로 정보가 떠올랐다.

    [한결]

    영혼 등급: B

    영혼 상태: 불안정

    싱크로율: 73%

    ‘좋아, 지금 당장이라도 소울메이트를 사용할 수 있군. 이전에는 방법을 몰라서 각성자 센터에 간 후에나 겨우 사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의 내게는 너무 익숙한 스킬이었지만, 감회가 새롭다.

    회귀 전에는 스킬을 파악하고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전에는 싱크로율만 측정 가능했었어. 지금 저건…….’

    영혼 등급과 상태가 보인다. B등급에 불안정. 뭘까, 이건.

    한결이의 각성자 등급은 S급일 텐데, 별개의 등급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하지만 머리를 굴려 봐도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다.

    회귀를 한 건데……. 왜 벌써 무엇인가가 바뀐 거지?

    원래 영화 같은 데 보면,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갔다가 과거의 사건들에 손을 대게 된다. 그러면 미래가 바뀌게 되고, 행복하거나 비극적인 사건들이 손쓸 수 없게 벌어지곤 하지.

    나비효과? 뭐 그런 것처럼.

    하지만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소설 같은 데서도, 초반에는 회귀한 덕분에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이용하고, 막 승승장구하고, 카타르시스 얻고! 그런 게 클리셰 아니야?

    아직 내게 불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영 찜찜하다.

    “하준아. 확인했는데…… 사실 봐도 잘 모르겠어.”

    결이가 내 팔을 툭툭 쳤다. 여전히 불안이 걷히지 않은 눈동자. 당연한 일이다.

    각성하면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는 것은 맞다. 하루아침에 말이다. 하지만 각성 직후 그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아무리 강한 S급 각성자라도 그럴걸.

    애초에 자신이 각성자가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할 테니까. 각성하기 전까지는.

    방금 각성한 각성자는 자신의 힘도 모르고, 능력도 모른다. 각성자 전용 훈련장에 가서 한참 단련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

    누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엄청나게 빨리 달릴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올림픽 대회 규정을 하나도 모른다면? 레일을 따라, 자신의 레일에서만 달려야 한다는 걸 모른다면? 모두와 나란히 서고, 신호에 맞춰서 동시에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아니 애초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 사람이 경기에서 뛸 수 있을까? 제대로 겨룰 수 있을까?

    또 그는 자신의 달리기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각성자를 위한 교육은 그런 것이었다. 쇠를 두드려 검으로 만들듯,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 사람 몫의 각성자 노릇을 할 수 있는 거다.

    물론 지금은 14년 전이니……. 가만, 이때 각성자 교육 상황이 어땠더라? 기억도 안 날 만큼 엄청 후지고 끔찍했던 것 같은데?

    “괜찮아. 스킬 뭐뭐 있어?”

    “장검, 양손 검, 대검 특화랑 성스러운 고집. 번개 신의 가호랑 구름의 아들……. 이게 능력이 다 어떤 거냐면.”

    “좋아, 그 정도면 됐어. 역시 S급은 다르네.”

    굳이 스킬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14년간이나 함께 페어를 했었는데, 스킬 이름만 들어도 뭔지 다 알지. 물론 레벨 1이니까 아직 약하겠지만.

    성스러운 고집은 패시브 스킬인데 방어력을 엄청나게 높여 주는 사기 스킬이다. 맞으면 맞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능력이랄까.

    이 스킬 덕분에 한결이는 한 방에 못 죽이면 결코 죽일 수 없는 헌터라는 별명도 얻었었다. 게다가 지나친 복수자 스킬까지 있으니. 솔직히 녀석의 탱킹은 괴물 수준이다.

    ‘번개 신의 가호는 패시브 능력이랑 액티브가 같이 있어서 전격계 면역에 곧장 전격 소환 가능하니까, 구름의 아들 이동기로 쓰면서 공격하면……. 게다가 내 스킬로 0.5%라도 버프 넣고, 가능해. 놀 정도면 충분히.’

    놀은 지금 막 각성한 헌터들에게는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내 정보력과 기억으로 충분히 이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

    “S급이라고?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런 말은 안 보이는데?”

    아차. 말실수했다.

    “어, 어? 몰라, 그냥 느껴지는 게 겁나 센데? 막 너한테서 엄청나게 강한 오로라 같은 게 흘러나오는데?”

    “그런 게 느껴져? 난 너한테서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너, 너 인마. 쨔샤. 내가 약하다고 지금 꼽 주는 거야?! 그래 인마, 난 지금 좋게 봐줘야 D등급이다! 어쩔래!”

    “……D라고?”

    한결이가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나는 기분이 상한 척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확실히 각성자의 등급은 국가 기관을 통해서 스텟과 스킬을 종합해서 결정되는 것이고, 그마저도 상대의 스텟과 스킬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남의 등급을 알기 쉽지 않았다.

    특히 레벨이 높은 S급이 아니고서야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 같은 걸로 각성자 등급을 알아채는 것은 불가능.

    그러니까 지금 나는 완전히 실언했다는 거다. 물론 지금의 한결이는 각성자에 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을 테니까 대충 넘기면 넘어갈 수 있겠지만.

    조심해야겠어. 나는 회귀한 것처럼 미래……의 기억이 존재하지만, 여기는 과거니까.

    “됐어, 인마.”

    “널 비하하려던 건 아녔어.”

    다행히 당황한 한결이는 내가 자신의 스킬에 훤한 것 같은 점을 지적하지는 못했다. 타이밍을 놓치다 못해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다.

    나는 무심하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람들에게 외쳤다.

    “저기요! 여러분! 몬스터가 오니까, 도망가실 수 있는 분들은 좀 위험해도 뒤쪽으로 도망가세요! 차에서 내려서 선로를 따라 쭉!”

    내가 벌떡 일어나 손을 휘저었더니, 사람들은 잔뜩 겁에 질렸다. 안 그래도 패닉에 빠질 만한 상황인데 몬스터라니. 무섭기도 하겠지.

    “흐, 흐아악! 모, 몬스터라고?! 말도 안 돼!”

    “지, 진짜야! 저기! 창문 밖……!!”

    “꺄아악!”

    “사, 살려 줘!”

    하나둘씩 도망가기 시작하는 사람들. 놀들은 어느새 전철과 부쩍 가까워져 있었다.

    “으르르르…….”

    잔뜩 흥분한 짐승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지척이다.

    “너도, 나도.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냐.”

    내리깔아 진지한 목소리에 한결이 역시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한결이의 어깨를 꽉 붙들었다.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괜찮아. 한결아.

    이번에는 내가 더 잘할게.

    이번에는 고생도 절반만 하자.

    이번에는 너 결혼할 때까지, 애 낳을 때까지.

    행복해질 때까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살아 있을게.

    나는 스킬을 사용했다.

    ‘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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