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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343화 (외전) (343/346)

00343  외전  =========================================================================

"헉...헉...!"

앤디는 날아갈 듯이 달렸다. 멜우드에서 집까지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4km는 떨어져 있었다. 평소에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차를 얻어 타거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가만히 있지 못할 만큼 흥분된 상태였기에 무작정 집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훈련을 마친 뒤라 피곤할 법도 했지만 전혀 느끼지 못하는지 바빠 움직이는 다리가 가벼워 보였다.

"드디어...드디어...!"

아직도 믿기지 않는 것인지 연신 탄성을 흘린다. 오늘은 앤디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이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드디어 퍼스트 팀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나도 이제 퍼스트 팀이야! 프리미어 리거라고!"

이 기쁜 소식을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아들이 드디어 프리미어 리그에 데뷔하게 되었노라고,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었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마음이 급해진 앤디는 한층 더 속도를 끌어 올렸다.

조금은 어두은 실내, 여러 개의 모니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하나 같이 축구 경기의 장면이 나오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 그 앞에서 뚫어져라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끔은 탄성을 흘리기도,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며 메모를 하는 모습이 진지하기 이를데 없다. 그때 다른 손님이 찾아 왔다.

"여기 계셨군요."

"음? 아아, 볼 것이 좀 있어서 말이야."

"여전 하십니다."

"프리미어 리그는 방심할 수가 없어. 우리가 지금 조금 앞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박싱데이 주간 아닌가. 난 이 빌어먹을 놈의 일정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지만, 그놈의 전통이 뭔지."

불평을 늘어 놓는 중년의 남자, 무슨 불만이 있는 것처럼 찌푸린 인상과 깊은 주름이 인상적인 이였다. 이 불만 많아 보이는 중년이야말로 리버풀 FC의 전설이자 현재 리버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스티븐 제라드였다.

"그런데 자네는 무슨 볼일인가? 혹시 겨울 이적 시장 건에 대해 다른 무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도?"

때가 때인만큼 스카우트 부서에서 자신을 찾는다면 그런 부분이 먼저 생각난다며 질문을 던지는 제라드였다.

"아, 아닙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전에 이야기했던 왼쪽 풀백, 그러니까 크리스티안 비올레였죠. 그 선수에 대한 영입을 노리는 정도로 그칠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그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더군요."

"음. 그 정도면 충분하지. 크리스티안의 영입에 힘을 좀 써주게나. 알겠지만 우리 팀은 지금 왼쪽 풀백이 괴멸 상태야. 이래서는 선두권을 지키는 것이 어려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담할 수는 없었기에 무난하게 대답하는 스카우트. 어쨌거나 이적 시장 관련 용건은 아니었다.

"그럼 무슨 일인가? 아, 일단 나가지. 여기서 볼 것은 다 보았으니까."

그리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비디오 실을 나선다. 두 사람이 발 걸음을 옮긴 곳은 구단 내에 준비된 휴게실, 간단히 마실 거리를 준비하고는 자리를 잡고 앉는다.

"사실 감독님의 집무실에서 보고드리는 것이 맞겠지만, 아무래도 감독님께서는 휴식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죠. 하하, 그러면서 일 거리를 들고 왔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아아, 걱정해줘서 고맙군. 하지만 아직 문제 없어."

그러니 용건을 어서 말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제라드. 스카우트는 웃음기를 지우고 몇 장의 보고서를 테이블 위에 펼친다.

"전에 말씀하셨던 리저브 선수들의 콜업 건입니다. 이번에 잭 클랙슨 선수가 부상으로 리저브로 내려가게 되었고, 그 자리를..."

"앤디 장. 그 아이를 올리기로 했었지."

"맞습니다. 현재 리저브에 있는 사이드 미드필더 자원들 중에 폼이 가장 좋습니다. 잭 클락슨의 부상이 아니었다고 해도 슬슬 퍼스트 팀에 올려 보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던 친구입니다."

"음."

자신도 익히 들었던 이야기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제라드. 사실 리저브에 있는 선수들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선수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의 아버지와는 인연이 깊은 사이였으니까. 물론 그 사실이 앤디에게 특혜를 준다거나 그런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리저브 감독님, 그리고 코치진은 입을 모아 앤디 장 선수는 이미 퍼스트 팀 레디가 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스카우트 부서 역시 동의하는 바 입니다. 여기 앤디 장 선수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한 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보고서를 집어 들고 천천히 읽기 시작하는 제라드.

이름: 앤디 장 (Andy Chang)

나이: 18세

국적: 잉글랜드 (England)

신장: 185cm

체중: 77kg

포지션: 사이드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주력발: 오른발

클럽: 리버풀(리저브)

코멘트

-18세의 앤디 장은 빠른 주력과 정교한 크로스가 최고의 장점이다. 전형적인 클래식 윙어에 가깝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 역시 수행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선수의 스피드가 퍼스트 팀에서도 최고 레벨이라고 생각한다.

-스피드를 살린 돌파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며 역습 시 그 능력이 극대화 된다. 크로스 역시 프리미어 리그에서 손 꼽히는 수준이라 판단하는데 러닝 크로스, 스탠딩 크로스 모두 정교하다. 퍼스트 팀 합류 시 코너킥을 전담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다만 드리블 스킬 자체가 뛰어난 편은 아니며 피지컬로 밀어 붙이는 느낌이 강하다. 짧게 주고 받는 패스는 평범한 수준이며 사이드에서 대각선으로 침투하는 능력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만약 윙 포워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라면 왼쪽 윙어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체력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플레이어로 90분 내내 성실히 뛰어다니는 것은 이 선수의 최대 장점이다. 수비 가담 역시 준수한 편인데 제한적으로 윙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몸싸움을 상당히 즐기고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밸런스를 잡는 능력 역시 뛰어나 쉽게 균형을 잃지 않으며 상대의 압박 속에서도 볼을 지켜내는 능력 역시 준수한 편이다.

-슈팅 능력은 평범, 혹은 그보다 조금 못 미친다. 슈팅보다는 패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이 사항

-크로스 및 코너킥 정확도는 수준급이나 프리킥 전담 시 확률이 떨어진다. 프리키커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직접 프리킥 찬스에서는 배제하는 것이 나아 보임.

-왼쪽 발의 숙련도도 나쁜 편은 아니다. 왼쪽 미드필더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보여줄 수는 있으나 오른발 크로스에 비해 전반적으로 정확도가 부족한 편.

-과거 리버풀의 선수였던 데이빗 장의 아들로 리저브 선수 중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퍼스트 팀 데뷔 시 어느 정도의 티켓 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함.

스카우트 평점

슈팅 - 4/10

패스 - 7/10

태클 - 6/10

헤딩 - 7/10

속도 - 9/10

시야 - 6/10

현재능력 - 6/10

잠재능력 - 8/10

전체 스카우트 평점 - 53/80

깔끔하게 정리된 보고서를 정독한 제라드, 얼추 다 보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서를 덮는다.

"잘 보았네. 정리하느라 수고 많았어."

"제가 할 일입니다."

"그래. 아무튼 전반적으로 괜찮게 성장했군. 이 정도라면 적응 여부가 중요하겠지만 클락슨의 빈 자리는 충분히 채워줄 수 있겠어."

"저도 동감합니다. 오히려 클락슨은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겠네요. 좋은 경쟁이 될 겁니다."

어느 팀에나 경쟁은 필수적인 요소였기에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베테랑 선수에게 가장 자극이 되는 것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신인의 존재였으니까.

"그나저나..."

피식 웃음을 흘리며 보고서를 다시 뒤척거린다.

"앤디 녀석, 제 아버지와는 뭐랄까...정 반대의 선수가 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앤디 장의 아버지이자 자신에게 있어 최고의 동료, 파트너였던 데이빗 장을 떠올린다. 스카우트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데이빗 장 선수는 리버풀의, 아니 축구 역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였죠.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선수였고 창조성 넘치는 판타지 플레이어였습니다."

"그래. 자네는 그 친구의 신인 시절을 잘 모르겠지만 그때 그 친구는 정말 극단적인 플레이어였어. 수비 쪽은 아예 꽝에다가 체력이 약하고 몸 싸움이 부족했지. 나중에 어느 정도 보완이 되긴 했지만 전형적인 스피드, 테크니션 계열의 선수였단 말이야. 하지만 그 아들은 뭐랄까..."

"전형적인 피지컬 플레이어 스타일이죠. 빠른 발과 강인한 체력, 솔리드한 몸싸움을 즐기는 투사 스타일이랄까요? 아무튼 데이빗 장 선수와는 많이 다르죠."

"뭐 꼭 아버지를 닮을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본인도 어렸을 때는 아버지처럼 하고 싶다고, 억지로 플레이를 따라하려 했다더군."

"그랬었군요."

그건 몰랐다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확실히 그럴 법한 소리였다. 위대한 아버지, 그것도 전 세계 모든 축구 선수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전설의 아들이라면 당연히 아버지를 동경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리라.

"그래. 당시에 유소년 감독이 아주 기겁하며 말렸다더군. 자네도 알겠지만...데이빗 장 같은 선수가 된다는게, 가르친다고, 연습한다고 되는 스타일이던가?"

"...그건 좀 아니겠죠. 모든 선수가 노력하지만 모두가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자네 말이 맞아. 그런 판타지 플레이어는 타고 나는 수밖에 없어. 나도 현역 생활을 그리 짧게 하지는 않았고, 이후로 지도자 생활을 하며 정말 많은 선수를 보아왔지만 그와 같은 레벨의 선수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네."

아직도 데이빗 장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제라드, 뿌듯한 말투로 그렇게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좀 샜군. 그래. 아무튼 앤디 녀석이 자꾸 어설프게 제 아빠처럼 하려고 하다 보니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았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어린 녀석이 은근히 고집이 있어서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데이빗을 따라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고 하네. 그래서 결국에는 앤디 녀석이 따라하고 있는 장본인, 데이빗 녀석에게 이야기하고 말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하지. 뭐, 결과는 지금 보는 것처럼 설득에 성공했고 말이야."

스카우트였지만 구단의 모든 일을 아는 것은 아니었기에 흥미진진하게 듣는 모습이다. 그는 질문을 하는 학생처럼 손을 번쩍 들며 입을 열었다.

"그 때 데이빗 장 씨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어떻게 이야기했기에 고집부리는 선수를 설득할 수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스카우트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하는 제라드.

"나도 몰라. 뭐, 날 따라할 필요는 없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겠어? 그렇게 깊은 부분까지 파고들지는 않았네. 중요한 건 앤디가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올바른 길을 가게 되었다, 그것이니 말이야."

"엄마! 엄마!"

득달같이 집안으로 달려 들어 온 앤디, 에리카는 그런 아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앤디 왔구나. 무슨 일인데 그렇게 흥분하고 그러니?"

진정하라며 물을 한 잔 따라 건네 준다. 하지만 앤디는 지금 물을 마실 겨를도 없었다.

"엄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글쎄? 모르겠는데. 좋은 일인 것 같기는 한데."

"좋은 일이죠! 엄청 좋은 일이에요! 엄마! 나 드디어 퍼스트 팀에 올라가게 되었어요! 이제 프리미어 리거라구요!"

흥분하여 외치는 앤디의 모습, 에리카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대견하다며 아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는데 그녀는 데이빗과 함께 하면서 프리미어 리그가 얼마나 거친 리그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세계로 아들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축하한다 내 아들. 정말 대단하구나."

하지만 앤디에게 그런 내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얼마나 간절히 프리미어 리거가 되길 원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고마워요. 아! 아빠는요? 에밀리는요?"

이 기쁜 소식을 아버지와 동생에게도 빨리 이야기하고 싶은지 고개를 연신 돌리는 앤디였다.

"에밀리는 아직 안 들어 왔고, 아빠는 잠깐 운동한다고 뒤뜰로 나갔는데..."

"알려줘서 고마워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뒤뜰로 달려가는 앤디, 에리카는 못 말린다며 살풋 웃었다. 어쨌거나 앤디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아버지 데이빗이었으니까. 그에게 인정받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럼 오늘 저녁은 앤디의 프리미어 리그 데뷔 기념으로 힘 좀 써봐야 겠네."

============================ 작품 후기 ============================

-최근에 새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외전 준비가 늦어지네요

-그래도 이렇게 간간히 올릴테니

-느긋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작 '정상'도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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