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41화 (34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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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포부입니다. 언젠가 데이빗 씨가 꼭 그런 지도자로서 팬들 앞에 선보일 수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하하,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 놓은 것 같네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지도자의 길은 분명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요? 데이빗 장 선수의 현역 시절 모습을 축약한 영상입니다. 한 번 보시죠."

진행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촬영장 가운데에 비치된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멋들어진 글씨체로 표현된 No. 10 DAVID. CHANG 이라는 타이틀이 나타났고 그의 간단한 프로필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현역 시절 전체를 통해 추려낸 하이라이트 필름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와우..."

"진짜 끝내 준다..."

방청객들의 탄식에 가까운 감탄이 흘러 나온다. 모든 장면이 예술이었다. 눈이 정화된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을 정도로 데이빗의 하이라이트 필름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그대로 잡아 끄는 힘이 있었다.

"어떻습니까? 본인의 현역 시절을 다시 되돌려 보는 느낌은요?"

"아, 정말 기분이 묘하네요. 멋진 영상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네, 정말 그 당시의 기분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데이빗도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현역 생활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큰 만족감을 선사해 주었다.

"그렇군요. 그럼 방금 보신 장면 중에서 본인의 기억에 가장 남는 골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 영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골 중에서 꼽아 주셔도 됩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모든 골은 저에게 특별한 기억이었습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는 데이빗.

"아무래도 데뷔골은 특별한 법이죠. 사실 그리 기술적으로 멋진 장면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프리미어리거로서 자리를 잡게 되는데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골입니다."

"아, 역시 데뷔골을 선택해 주셨군요. 분명, 2010년 5월에 있었던 경기였죠?"

"네, 37라운드 첼시전이었습니다. 그때 정신없이 페널티 박스 내에서 뛰어 다니다가 우연히 공이 저에게 굴러 왔고 어떻게 슈팅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던 상황에서 그대로 밀어 넣었습니다. 정말 엄청났어요. 그 이후에 기억이 잠시 끊겼을 정도로 말이죠. 기억 나는 것은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는 것과 동료들이 저를 축하해 주었다는 것밖에 없네요."

데뷔골의 추억을 떠올린 데이빗, 이어 다른 골은 없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다시 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리고 첫 번째 트레블을 달성했던 2012-2013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기록했던 골도 역시 특별하네요."

"결승골이었던 세 번째 골 말씀이시죠? 그땐 정말 대단했습니다."

진행자의 말에 방청객들도 정말 그렇다며 한 마디씩 거드는 통에 촬영장이 잠시 술렁인다. 데이빗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았죠. 두 번 다시 해내기엔 어려운 플레이였어요."

"물론 그 이후 한 번에 7명을 제치고 골을 넣진 못하셨습니다만...3~4명을 제치고 골을 넣는 장면은 꽤 많았습니다. 운이라고 보기에는 좀 어려운 것 같네요."

"하하, 그게 운이죠. 그때는 정말 신기했어요. 저도 지쳐 있었거든요. 연장 후반까지 경기가 이어졌으니까요. 당시 저는 그리 활동량이 많은 선수가 아니었음에도 엄청나게 지쳐 있었죠. 저보다 훨씬 많이 뛰는 다른 동료들은 말할 것도 없었어요. 사실 혼자서 뚫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영상으로 보면 '저때 내가 저렇게 했구나'하지만 정확히 그 당시의 상황이 기억이 나진 않아요. 약간 무아지경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저 공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만 생각했던 것 같네요."

"그만큼 집중력이 엄청났다는 이야기겠죠. 그런 집중력 덕분에 혼자서 70m를 달리며 7명의 수비를 제치고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진행자의 연이은 칭찬에 데이빗은 뺨을 긁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 때의 그 골 이후, 마라도나의 5인 돌파는 옛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데이빗 장의 7인 돌파가 새로운 전설로 떠올랐죠. 잉글랜드의 경사였습니다. 당시 마라도나의 전설적인 퍼포먼스의 희생양은 다름 아닌 잉글랜드였으니까요. 역사에 남은 황당한 해프닝도 있었던 경기였구요."

신의 손 사건은 잉글랜드 내에서 그리 유쾌한 부분이 아니었기에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는 모습, 데이빗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는 어떤 플레이에서 몇 명을 제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제 플레이가 팬들을 기쁘게 했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그 골이 많은 이들에게 계속 기억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게 전부에요. 다른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팬들이 뽑은 데이빗 장의 베스트 5 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데이빗은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며 촬영에 임했다.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노리는 부분과 생각하는 방식, 동료들을 이용하는 요령 등에 대해 아낌없이 설명했고 진행자는 찬탄을 금치 못했다.

"제 생각에 오늘 촬영한 내용이 방송된다면 선수들도 꼭 한 번은 봐야할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플레이를 펼쳤고 어떤 방식을 선호했는지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싶네요."

"그럼 이 방송은 교육방송이 되는 건가요?"

"나쁘지 않네요. 교수는 데이빗 장 씨가 되겠고 저는 조교를 맡은 걸로 하겠습니다."

너스레를 떠는 진행자, 그리고는 여유롭게 다음 코너로 넘어간다.

"준비한 부분이 거의 끝나가는 군요. 아쉽습니다. 이번에는 데이빗 장 선수의 기록을 살펴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데이빗 장 선수의 커리어 자료를 한 번 살펴 보시죠."

출장   골   도움  리그순위    챔스   FA컵   리그컵   발롱도르

09-10  2     2     1       6      -      -      -       -

10-11  18    19    8       4      -      -      -       -

11-12  44    54    16      1     8강     -       -      3위

12-13  54    63    20      1     우승    우승     -      1위

13-14  51    56    27      1     4강     -      우승     2위

14-15  55    70    13      1     우승     -       -      1위

15-16  16    13    5       3     8강     -        -      -

16-17  50    50    15      1     준우승   -      우승     1위

17-18  51    75    11      1     우승     -       -      1위

18-19  49    47    9       1     4강     우승    우승     2위

19-20  27    16    11      4     16강     -       -      -

20-21  49    47    10      1     4강     우승    우승     1위

21-22  53    24    12      1     우승     -       -      3위

22-23  45    17    5       3     8강      -       -      -

23-24  43    37    15      1     준우승  우승    우승      1위

24-25  47    18    4       1     우승     -       -       -

25-26  37    11    6       1     8강      -       -       -

26-27  34    10    10      2     8강      -      우승      -

27-28  36    13    5       2     16강    우승      -       -

28-29  32    11    9       1     8강      -       -       -

통산   793    645   212    13회   5회      5회     6회     6회

*A매치  128경기 출장  81골  21어시스트  (유로 2012, 2016 우승,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하하,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기록이네요. 통산 793경기 출장에 645골 212어시스트, 리그 우승 1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5회, FA컵 5회 우승, 리그컵 6회, 발롱도르 수상 6회...읽다가 숨 넘어가겠습니다. 거기에 월드컵 우승 1회와 유로 대회 2차례 우승, 잉글랜드 국가대표 역사상 최다골 기록, 올림픽 금메달 1회...정말 대단하네요. 기록을 보니 어떠십니까?"

"많이도 넣었네요."

데이빗의 재치있는 대답에 방청객들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진행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가까쓰로 웃음을 정리하고 질문을 계속했다.

"데뷔 시즌을 제외하고 모든 시즌에서 두 자리 수의 골을 기록했습니다. 무려 19시즌 연속 두 자리 수 골 기록입니다. 의심의 여지 없는 세계 유일의 기록입니다. 사실 19년 동안 현역 생활을 이어 나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었습니까?"

"글쎄요. 딱히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저도 힘에 부침을 느꼈어요. 특히 30대 초반이 지날 무렵부터 더 이상 제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달았죠. 사실 받아 들이기 힘들었어요. 잘 되던 플레이가 갑자기 어긋나기 시작하고 계속 실패하다보니 자신감도 떨어졌죠. 그게 2022-2023 시즌이었을 겁니다. 제 나이가 32~33세 무렵이죠."

"그렇군요. 사실 이전 시즌까지 큰 부상이 아니었다면 매 시즌 최소 20골, 아니 40골 이상 기록했던 데이빗 장 선수 아니었습니까? 직전 시즌에도 47골이나 넣었구요. 그런데 2022-2023 시즌 들어 갑작스레 부진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기록을 살펴보며 말을 잇는다.

"...사실 부진이라고 표현하는 부분도 데이빗 장 선수 정도 되니까 쓰는 말이지 다른 선수들이라면 부진이랄 것도 없습니다. 17골을 기록했네요."

"하하,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1년 사이에 제 몸이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어요. 관리를 충분히 하고 있던 상황이라 더 그랬죠.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미련했죠. 안 되는 일에 계속 매달렸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우승도 놓쳤고 커리어 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내야 했습니다. 저에게 있어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이에요."

아직도 그리 유쾌한 기억은 아닌지 데이빗이 조금 씁쓸하게 이야기한다. 자신의 시즌 중 유일하게 아집으로 가득찼던 부분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랬군요. 사실 당시에 말이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데이빗 장 선수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 슬슬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네 그랬죠."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다들 이제 자신이 늙었으며 더 이상 최고 레벨에 어울리지 않을 거라 이야기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무려 37골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팀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기에 이렇게 화려한 부활을 이루어 낼 수 있었나요?"

진행자의 질문에 데이빗이 밝은 미소를 짓는다. 자신이 생각해도 뿌듯한 시즌이었고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큰 교훈이 남은 시즌이었다.

"지금은 감독을 맡고 계신, 당시 코치였던 제라드 씨의 도움이 컸어요. 언젠가 제라드 씨와 챔피언스리그 우승 뒷풀이에서 이야기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제라드 씨는 저에게 그때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해주었어요.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 할 필요 없다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말해 주었죠. 사실 처음부터 그 말이 와닿지는 않았어요. 전 아직도 통한다고 생각했죠. 일시적인 부진이었다고 여겼으니까요. 하지만 제라드 씨는 천천히 저를 설득했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네, 저는 인정해야 했어요. 제가 더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을, 예전처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한숨을 돌리는 데이빗, 그리고는 흔들림 없는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스타일을 바꿨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기 힘든 일을 명확히 구분했죠. 제가 못하는 부분은 동료에게 부탁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었고 저는 피니셔의 역할만 수행하게 되었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30대 중반에 접어 들어서도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준 팀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죠. 리버풀이 아니었다면 그런 신뢰를 저에게 보여주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그 믿음에 보답해야 했고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뿐이에요."

이후 가벼운 화제가 주가 되었다. 공격수에서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한 부분, 그리고 어린 선수들과의 에피소드 등, 몇 가지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니 어느새 촬영 종료 시점이 다가 왔다.

"마지막으로 질문이네요. 시간 정말 빠릅니다. 준비한 것이 많았는데 말이죠."

진행자의 말에 데이빗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가 느끼기에는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데이빗 장 선수가 현역 시절 달았던 10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리버풀에서는 10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자는 말이 많았습니다. 데이빗 장 선수의 반대가 아니었다면 말이죠. 그래서 영구 결번이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무도 지금 10번을 달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후배 선수들 중에 본인의 등 번호를 달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습니까?"

"아...어려운 질문이네요."

딱히 생각해 본적이 없다며 데이빗이 어색하게 웃었다. 방청객 중 누군가가 '아들이 달길 원하고 있죠?'라고 외쳤고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 앤디가 제 번호를 달고 뛴다면 그것도 멋지겠네요. 하지만 정말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부분이라서 지금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그래도 굳이 한 마디 하자면..."

잠시 뜸을 들이는 데이빗, 이윽고 환한 미소와 함께 마지막 대답을 남겼다.

"저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가 번호를 물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달았던 번호라고 해서 무게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선수가 10번을 단다고 해도 그 친구가 리버풀이라는 클럽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팀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저는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선수가 클럽에서 행복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 작품 후기 ============================

-오랜만입니다~

-완결을 낸지 벌써 열흘이 지났네요

-저는 그 동안 휴식도 취하고 차기작 구상도 하고 E북 원고 작업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The Answer 외전 구상도 틈틈히 했는데요

-몇 가지 아이템을 놓고 고민하다가 일단 주인공의 커리어를 좀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위해 이번 편을 준비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주인공의 시즌 기록을 알고 싶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구요

-그리고 발롱도르에 대해서 본편에서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발롱도르에 대한 권위랄까, 수상 기준에 대해 개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로 크게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외전은 시간 날때 틈틈이 올릴 생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본편은 이미 마무리가 되었고 이건 보너스 라운드 같은 느낌이니

-부담없이 느긋하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번에 차기작으로 찾아 뵙게 될지, 아니면 외전이 한 편 더 올라갈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잊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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