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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후 올라오는 내용은 외전, 후일담과 같은 성격의 글이니 가볍게 즐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특별한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플레이어, 세계 최고의 선수, 리버풀의 영원한 전설, 데이빗 장 선수입니다!"
진행자의 열정적인 소개 멘트가 울려 퍼졌고 이어 데이빗이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객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데이빗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자리에 앉았다.
"정말 반갑습니다 데이빗 장 씨. 방송 출연이 정말 오랜만이시죠?"
"그렇네요. 은퇴한 이후 처음입니다. 하하,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다보니 좀 떨리네요."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무튼 정말 반갑습니다. 은퇴하신 이후에도 팬들은 데이빗 장 씨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 하셨는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알려진 그대로 입니다. 1년 동안 특별한 일은 하지 않았어요. 가족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죠. 여행도 다녀오고, 가끔 리버풀의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말이에요."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답하는 데이빗, 그는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하고 있었다. 은퇴 이후 한사코 자신에 대한 인터뷰, 촬영을 거부해 왔던 그였으나 계속된 방송국의 간청에 두 손을 들었던 것
"그러셨군요. 확실히 편안한 시간을 보내셔서인지 표정이 아주 좋으시네요. 그런데 몸 관리는 꾸준히 하고 계신가요? 은퇴한 이후에 살이 찌는 선수들이 많은데 데이빗 장 씨는 여전히 현역 때와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인것 같습니다."
진행자의 질문에 데이빗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역 때의 수준은 아닙니다. 체중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조금 살이 붙긴 했어요. 2~3kg 정도 더 쪘네요. 특별히 관리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간단히 몸을 움직이는 정도네요. 아무래도 20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오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어색하더라구요. 저녁마다 제 아들과 마당에서 간단히 공놀이를 하고 있습니다만 어린 녀석의 체력을 따라가는 건 어려운 일이네요. 자연스럽게 살이 찔 새가 없었습니다."
자신도 예전같지 않다며 어깨를 으쓱하는 데이빗, 그 능청스러운 모습에 진행자가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 그러셨군요. 아드님의 훈련을 봐주고 계셔서 그랬습니다."
"훈련이랄 것도 없어요. 그냥 같이 즐겁게 공을 차며 노는 겁니다. 축구는 언제나 즐거워야 하니까요. 제가 앤디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유일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것치고는 꽤나 운동량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만, 알겠습니다. 아무튼 오늘 방송을 보고 계신 리버풀 팬들께서는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현역 때와 차이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이빗 장 씨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요즘에도 간간히 나오고 있는 현역 복귀에 대한 요청이 더욱 강해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진행자의 질문에 데이빗은 난감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였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확고했다.
"어휴, 이제는 정말 무리입니다. 은퇴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어요. 지금 피치 위에 선다면 아마 5분만에 헥헥거리면서 기어 다닐 겁니다. 절 그리워해 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힘든 일이죠."
조금 장난스럽게, 과장된 표정으로 이야기하던 데이빗은 살짝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고는 힘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를 그리워 하는 것 보다는 지금 뛰고 있는 현역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재능이 넘치고 열정적인 선수들이에요. 그들과 함께 뛴 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번 시즌 우승을 거두지 못한 사실에 실망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친구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그 과도기에요. 본인들도 알고 있을겁니다. 이제 진정한 자신들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말이죠. 제가 그들 사이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 친구들은 잘할 거에요."
열정적으로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 이야기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진행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한다.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현역 시절 다들 데이빗 장 씨와 사이가 좋았나요? 특별히 말을 안 듣거나 했던 선수는 누구인가요?"
"다들 엄청 개겨서...아, 농담입니다. 농담이에요. 브램 카윗만 빼고요. 그 친구는 정말 예의바른 친구입니다. 아버지를 별로 닮지 않았거든요."
데이빗의 대답에 진행자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그러는 사이 데이빗은 웃으며 화재진압(?)에 나섰다.
"농담이에요. 다들 좋은 친구들이었어요. 저는 그 친구들이 제가 나이가 많다는 사실에 거리감을 느끼지 않길 원했어요. 그래서 편하게 대하라고 말했죠. 저부터 먼저 그들에게 거리낌없이 다가갔죠. 곧 그들도 제 마음을 알아 주었죠. 물론 나중에는 너무 편하게 대하긴 했지만..."
"하하, 그렇군요. 그럼 그 중에서 특별히 데이빗 장 씨를 편하게 대한 친구가 있다면요?"
집요한 진행자의 질문에 데이빗은 대답을 피하려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요청에 결국 백기를 든다.
"뭐 다들 비슷했지만 역시 존 녀석일까요. 포지션 상 아무래도 저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으니까 다른 친구들보다 함께 한 시간이 좀 더 많은 편입니다."
"존 캐러거 선수였군요.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존 캐러거 선수가 인터뷰를 통해서 데이빗 장 선수에 대해 말한 것이 있는데 알고 계신가요?"
"아뇨.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그 친구가 뭐라고 했나요?"
데이빗의 질문에 진행자는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미리 준비한 화면이 있습니다. 직접 보시는게 낫겠죠?"
불안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데이빗, 익숙한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자 절로 실소가 지어졌다. 장난기 많은 악동의 모습, 아버지 제이미 캐러거를 쏙 빼닮은 존이 보였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말이죠, 정말 어린애 같은 면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
-훈련을 마치고 드레싱 룸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어요. 다른 친구들하고 대화를 하면서 말이에요. 근데 갑자가 무언가 날아와 제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죠. 진짜 아팠어요. 돌아 보니 멀리서 그 사람이 배를 잡고 웃고 있었어요. 네, 제 엉덩이를 향해 슈팅을 날린 거였죠.
"......"
-그래서 어떻게 했냐구요? 저도 똑같이 해주겠다고 달려 들었지만 그 사람은 계속 도망다녔어요. 8살 먹은 꼬맹이도 아니고. 아마 앤디 장 군이 그 사람보다 훨씬 어른스러울 겁니다.
"...저 녀석이..."
화면 속의 존은 자신이 했던 장난을 하나도 빠짐없이 늘어 놓고 있었다. 간혹 내가 진짜 그랬던가 싶을 정도로 짖궂은 장난도 끼어 있었기에 데이빗은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너무하셨네요 데이빗 씨."
"하하, 다 추억이죠. 저 친구도 좋아했다니까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원래 추억이 그런거죠."
뻔뻔한 데이빗의 대답, 그러는 사이 존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번 시즌, 우리는 우승컵은 커녕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위험했어요. 간신히 4위를 달성할 수 있었죠. 네, 많은 부분에서 우린 어려움을 느껴야 했어요. 그 장난기 많은 선배의 빈자리를 실감해야 했죠.
조금 진지한 화제가 나오고 있었다. 데이빗도 웃음기를 지운 채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도 아니잖아요. 앞으로 두 번 다시 나타나기 힘든 위대한...선수가 떠난 자리는 쉽게 메워질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변화해야 했어요. 그 사람이 얼마나 우리에게 많은 것을 해주었는지 실감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점점 나아졌습니다. 12위까지 떨어졌을 때는 정말 우리가 이거 밖에 안되나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 그리고 코치들은 우리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헌신적으로 케어해 주었죠. 그리고 데이빗 장 씨가 우리에게 찾아 왔어요.
-그는 우리에게 말했어요. 2011년이라고 했었나, 아무튼 그 당시에 자신이 본격적으로 퍼스트 팀에 자리를 잡았을 때 팀의 순위가 12위라고 했죠. 그리고 시즌을 마쳤을 때 팀은 4위까지 올라갔다고 했어요. 만약 우리가 그런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면 누구도 우리의 힘을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죠.
-사실 웃긴 일이었어요. 그런 일이 쉬울리 없었으니까요. 그 사람은 가끔 보통 사람들이 자신처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 버리는 것 같아요.
"할 수 있었잖아. 자식이 약한 소리는..."
데이빗은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방송 촬영 중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한 모습, 마치 눈 앞에 존을 두고 대화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래도 그 말이 우리에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가 우릴 믿어 주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즐거웠어요. 우린 하나로 뭉쳤습니다. 과거 위대했던 선배들이 해냈던 것처럼 우리도 역사를 만들어 보자고 다짐했어요. 그들보다 더 환상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보자고 말이에요.
-그 이후로 우리는 점점 강해졌습니다. 모두가 마찬가지였어요. 동료들을 위해, 승리를 위해 각자 한 발씩 더 뛰기 시작했죠. 결과는 금방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점점 승리에 익숙해져갔고 자신감을 되 찾을수 있게 되었죠. 시즌 막바지에 제가 몇 차례 좋은 찬스를 날려 먹지만 않았다면 4위 이상도 바라볼 수 있었을 겁니다.
-다음 시즌, 우리는 좀 더 괜찮은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팀은 점점 발전하고 있어요. 위대한 선배들이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는 것처럼, 저는 지금의 우리 팀이 미래에 아주 훌륭했다는 평을 듣고 싶어요. 마치 2012-2013 시즌의 팀과 2017-2018 시즌의 팀처럼 말이죠.
존의 인터뷰 영상이 마무리 되었다. 데이빗은 뿌듯한 미소로 가볍게 박수를 쳤다.
"멋진 인터뷰네요. 어떻게 보셨나요?"
"아 정말 기분 좋은 인터뷰였어요. 존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정말 자랑스러웠죠. 사실 제가 그들에게 해준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 저 친구들이 그럴 만한 실력과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너무 겸손하신 것 같은데요. 그래도 현역 선수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를 해준 것은 사실 아닙니까?"
"하하, 좋게 포장하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현실로 바꾸는 일이 어려운 것이죠. 그들은 그것을 해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죠. 아마 이번 시즌의 경험은 그들에게 엄청난 힘이 될겁니다. 제가 과거에 위대한 선배들과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가감없이 솔직한 속내를 밝힌다. 진행자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적절한 말을 해주며 멘탈을 잡아 주고 그들을 뭉치게 할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데이빗 장 씨는 지도자로서의 자질도 충분한 것 아닌가요? 어때요? 지도자로서 제 2의 인생을 살아 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진행자의 말에 데이빗이 난감한 미소를 짓는다. 여러차례 제의도 받았던 이야기지만 아직 자신이 없는 부분이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잘 모르겠네요.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데 재주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생각이 없네요. 만약 하게 된다면 아주 많은 준비를 해야겠죠."
"만약 지도자를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데이빗 씨가 감독, 혹은 코치로서 어떻게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으십니까? 특별히 가르쳐주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진행자의 질문에 데이빗은 잠시 생각에 빠진다. 가볍게 대답할 만한 부분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생각의 정리가 끝났는지 데이빗이 쑥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특정 부분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없습니다. 어떤 테크닉이나 노하우를 알려주는 건 그리 큰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지도자로서 선수들과 만나게 된다면 그들에게 축구, 그리고 클럽 생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들이 진정 자신들의 생활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면 결과는 자연히 따라 올 거라 생각합니다."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말씀이죠?"
"하하, 좀 부끄럽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요? 전 운이 좋았어요. 만났던 지도자마다 확고한 철학이 있었고 인격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분들이셨습니다.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현역 시절 내내 즐거웠죠. 그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언제나 기다려졌어요. 그게 향상심으로 이어졌고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발전했죠. 네, 그래요. 먼저 선수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네요. 제가 그 길을 선택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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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는 다음 편에 몰아서
-추천은 다음 편에 몰지 마시고
-골고루
-잇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