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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2029 프리미어리그의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5월 12일, 리버풀 시내는 평소와 달랐다. 거리에는 온통 붉은색의 리버풀 저지를 입은 사람들로 넘쳐 났고 다들 바쁘게 안필드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 부분만 본다면 사실 평소와 다를바 없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자세히 본다면 다른 점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선수의 유니폼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랬다. 그들은 10번이 크게 새겨진 데이빗 장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단 한 명의 예외없이 말이다.
안필드 경기장은 이미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7만명이 입장할 수 있도록 증축한 리버풀의 홈 구장이지만 언제나 만원 관중을 채우곤 했고 오늘은 두 말할 것도 없었다. 경기장 밖에 진을 치고 있는 이들까지 합치면 20만이 넘어가는 인원이 몰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대형 걸개와 플래카드, 통천이 화려하게 관중석을 수 놓고 있었다. 데이빗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 통천과 그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걸개, 하나같이 떠나는 레전드를 아쉬워하는 마음이 표현되어 있는 것들이다. 잠시 후 치러지는 경기는 그들을 20년 동안 행복하게 만들어 준 레전드의 마지막 무대였다. 벌써부터 눈시울이 붉어진 이들도 보였다. 데이빗은 이미 이들에게 단순한 축구선수가 아니었다.
"사무국에서도 승인을 해 줬거든, 물론 상대 팀인 블랙번 친구들도 이해해줬고 말이야."
경기를 기다리는 선수들은 라커룸에 모여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미 지난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지었기에 마음 편한 상황, 오늘의 관심사는 오직 팀의 레전드 데이빗 장의 은퇴에 맞추어져 있었다. 그들도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각자 원래 배정받은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 대신, 전원이 데이빗 장의 10번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
"이벤트 매치도 아닌데 정말 대단하네요."
감동이라는듯 브램 카윗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한다. 연신 자신이 입고 있는 유니폼을 신기한듯 살펴보는 모습, 제라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리버풀의 영웅이기도 하지만 잉글랜드의 영웅이기도 하니까.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밥 먹듯이 했고 유로에 월드컵에...충분히 이만한 대접을 받을만 하다는 거지."
"알겠냐 너희들? 영광으로 알아 이것들아."
콧대를 세우며 뻐기는 데이빗, 그 모습에 야유가 날아들기 시작한다.
"가끔 느끼는 건데, 저 노인네 좀 재수 없는 것 같아."
"가끔? 그냥 원래 그런 거야! 이봐요 영감. 알았으니까 잘난척하지 말라고. 자꾸 그러면 은퇴경기를 확 망쳐버리는 수가 있어?"
어린 동료들의 타박에도 데이빗은 여유만만이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무성의하게 손을 흔들어 준 것이 전부. 아우성이 커지지만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억울하면 니들도 이 어르신처럼 하면 된다니까? 별 거 없어. 월드컵 우승 한 번하고...유로는 두 번 정도 해야겠네. 올림픽도 나가서 금메달 따 주고...리그 우승하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아오. 알았으니까 좀 닥쳐요."
진절머리 난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존, 데이빗은 어깨를 으쓱하며 '너희들도 할 수 있다니까?'라며 마지막까지 약을 올리는 모습이다.
"그래도 정말 오늘이 마지막이라니...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요."
야유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던 브램 카윗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22세가 된 그가 처음 퍼스트 팀에 데뷔한 것은 4년 전, 그의 나이 18세였다. 그 당시 브램 카윗은 데이빗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태어났을때쯤 데뷔한 선수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몸 싸움은 자신이 훨씬 강했다. 스피드도 마찬가지, 하지만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그 모든 것을 뒤집어 버렸다. 설렁설렁 뛰는 것 같은 그를 누구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그제서야 브램은 아버지가 해 준 말을 똑똑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녀석은 말이야, 우리하고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돼. 그냥 다른 종이라고 생각하는게 나을 거야. 지금은 나이가 있으니 예전처럼 인간같지 않은 느낌은 들지 않겠지만...'
그러면서 씩 웃으며 자신에게 그가 은퇴하기 전에 많이 배우라고 이야기했다.
'브램, 넌 나보다 훨씬 좋은 선수가 되었단다. 아버지가 네 나이 때는 그런 플레이를 전혀 하지 못했어. 하지만 데이빗은 글쎄...네가 어떤 레벨을 상상한다고 해도 그 이상일테지. 아마 좋은 경험이 될 거야. 그의 곁에서 많이 배우렴. 그 친구의 시선, 동작,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말거라. 네가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너는 선수로서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될 거야.'
그 말은 사실이었다. 30대 중반의 노장은 여전히 리그를 지배했고 팀을 이끌었다. 전성기 때처럼 한 시즌에 40골, 50골 씩 때려 넣지는 못했지만 팀의 플레이 메이커로서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고 경기를 만들어 나갔다.
'딱히 잘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심 웃음이 나왔다. 존 캐러거를 가르칠 때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황당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자신처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그가 하는 방식과 철학은 일관적이었다. 쓸데 없이 화려한 기술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승리라는 두 글자에 다가가기 위한 것, 그것 하나였다. 아버지의 말은 옳았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으니까.
"뭐...나이 앞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지. 이번 시즌도 겨우 두 자리 수 득점을 채웠으니까."
이야- 정말 힘들었어 라며 너스레를 떤다. 브램은 힘든 일이라는 단어가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지만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그는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하지만 40에 가까운 선수가 20개에 가까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일이야 말로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눈 앞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쩍쩍하며 자신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는 아저씨가 아니라면 해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고보니 데이빗 씨는 데뷔한 이후에 단 한 번도 두 자리수 득점에 실패한 적이 없죠?"
"그런가...? 아 데뷔 시즌은 아니었어. 뭐 두 경기밖에 되지 않아서 그렇게 말하기도 어렵지만 말이야."
2009-2010 시즌을 회상하며 대답한다. 당시 시즌 종료 2경기를 남기고 콜업된 데이빗이었기에 아무리 그라고 해도 두 자리수 득점은 무리가 있었다.
"그건 논외로 쳐야죠. 아무튼 대단하네요. 개인적으로 함께 뛸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진심어린 모습에 데이빗이 되려 당황한다. 그는 이런 분위기에 약했다.
"아니 뭐...영광이랄 것 까지야..."
"어이 브램. 착한 척하지 말라고. 저 영감 기고만장해 진단 말이야."
옆에서 투덜거리는 존, 하지만 그의 속 마음도 브램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도 뭐...수고 많았어 영감. 영감의 빈 자리는 뭐 별로 티도 안 나겠지만 말이야...혹시 있다면 내가 채울 테니 걱정 말고 떠나라고."
솔직하지 못한 모습에 선수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자신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존, 데이빗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멀었다 이 애송이 녀석아. 이 어르신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니, 배짱은 인정해 주지."
"젠장...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까짓 거 하면 그만이지."
자신을 놀리는 데이빗의 모습에 발끈하는 존, 하지만 데이빗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우고 온화한 미소를 띄며 말을 잇는다.
"굳이 나를 대신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네가 인정 받아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야. 옆에 있는 너의 동료들, 그리고 여기에 있는 팬들에게 인정 받아야 해. 쉽지 않을 거야. 그래도 할 수 있겠지?"
"...당연하지."
조그만 목소리였지만 확실히 대답한다. 데이빗은 그러면 되었다며 기분 좋게 어깨를 두드려 준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야. 다음 시즌에 멋 대가리 없는 플레이를 했다가는 아주 제대로 비웃어 줄테니까. 아마 기사에도 실리지 않을까? 역시 데이빗 장이 없으면 리버풀은..."
잘 나가다 다시 장난을 치는 베테랑의 모습에 선수들이 맥 빠진 웃음을 흘린다. 저 선배는 언제나 저랬다. 힘든 경기에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도 윽박지르고 화를 내는 대신 언제나 웃었다.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게, 그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것도 이제 마지막인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더러워서 다음 시즌에도 우승한다. 우승컵 따내고 영감네 집에 쳐들어가서 자랑할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좋아, 니들 우승 못하면 내가 라커룸으로 직접 방문해서 욕해줄 테니 그렇게 알아."
그랬기에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듯, 평소처럼 웃고 즐긴다. 자신들의 위대한 선배가 그걸 원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실없는 소리를 하며 평소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럼 슬슬 나갈 시간이다."
묵직하게 분위기를 정리하는 제라드, 웃고 떠들던 선수들이 약속한 것처럼 조용해진다.
"오늘 경기 결과는 사실 큰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우승을 확정 지었고 블랙번도 오늘 승패에 따라 순위 변동은 없으니까."
양 팀이 모두 순위가 고정된 매치였기에 블랙번 측에서도 리버풀 선수들이 유니폼을 통일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해 주었던 것이기도 했다. 만약 그들에게 중요한 매치였다면 아무리 레전드의 은퇴 경기라고 해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절대로 져서는 안된다. 혹시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손을 들어 보도록."
당연히 손을 드는 눈치없는 친구는 없었다.
"우리 팀의 전통, 우리 팀의 레전드는 우리가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팀을 위해 헌신한 위대한 선배가 은퇴하는 날이다. 이런 날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모두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진지하게 듣는 선수들, 평소에는 격의 없이 지내지만 그들은 모두 데이빗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존경했다. 그런 만큼 오늘 경기에 그들은 마치 결승전에 임하는 수준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너희들도 이런 화려한 은퇴식을 치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럼 다녀 오도록. 나가서 평소처럼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드디어 2028-2029 프리미어 리그도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이곳, 안필드에 모인 팬들에게는 다른 날로 더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20년 전, 19살에 불과했던 어린 청년이 이제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 이곳을 떠나는 날입니다. 그들을 가장 기쁘게 했던, 리버풀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데이빗 장 선수가 길었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 20년을 오직 이곳 리버풀에서 헌신하며 클럽의 황금기를 열었고 모든 영광을 함께 했습니다. 벌써부터 눈물을 흘리는 팬들이 보일 정도네요.]
[그만큼 데이빗 장 선수가 팬들에게 해준 것이 많기 때문이죠. 사실 지금 리버풀을 응원하는 팬들 중에서는 2000년 대 중 후반 이후 리버풀이 침체기를 겪었던 것을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당시 리버풀은 무려 22년 동안이나 리그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하고 점점 흔한 중, 상위권 팀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죠.]
[정말 그랬죠. 사람들은 리즈 유나이티드의 몰락을 다시 한 번 보게 될거라 말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시기였고 모든 것이 흔들리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한 선수가 나타났고 모든 것이 바뀌었죠.]
[통산 792경기를 뛰며 644골, 212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정말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수치네요! 출장 수에 있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언 긱스가 기록한 963경기에 이어 2위의 기록이고 득점은 압도적인 1위입니다. 시즌 평균 득점이 30골이 넘어요. 아마 두 번 다시 나타나기 힘든 선수가 아닐까 싶네요.]
[커리어 통산으로 따져도 경기 당 0.8골을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이런 선수가 떠나는 순간인만큼 리버풀 팬들의 아쉬움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선수가 전성기일때, 경기 당 0.8골을 기록한다면 그 선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라 불리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커리어 통산 기록이 0.8골을 상회하는 선수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역대 최고의 선수라 불려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의 현역 시절, 가장 큰 라이벌로 꼽혔던 리오넬 메시,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비교해 보아도 우위에 있습니다. 골 기록만 살펴 보아도 그렇고 각종 대회 우승 기록을 살펴 보아도 그렇습니다. 리오넬 메시 선수와는 프로 경력은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국제 대회에서 데이빗 장 선수가 우위를 점하고 있죠.]
[메시 선수는 결국 월드컵 왕좌를 차지하지 못했으니까요. 반면 데이빗 장 선수는 잉글랜드를 이끌고 무려 두 차례나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고 한 번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전에 국제 대회에서 약세를 보인 잉글랜드에 있어 영웅이었죠.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 기록도 갈아 치우지 않았습니까?]
[데이빗 장 선수가 국가 대표에서 은퇴한 이후 잉글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이 선수의 존재감이 워낙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겁니다. 아직도 팀의 주축 선수로 뛰기에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아주 뛰어난 선수니까요.]
[리버풀이 가장 사랑했던 남자, 그리고 영국의 보물이라 불린 사나이가 드디어 본인의 마지막 무대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오늘 전설이 된 남자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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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세돌 9단이 이겼네요
-정말 바둑은 잘 모르지만 엄청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댓글 중에 ㅋㅋㅋ
-소설도 나중에 인공지능이...?
-말도 안된다고 하기에는...
-언젠가는 정말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싶어서 무섭기도 하네요
-그 전에 미리 쓸 거 다 써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