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25화 (325/346)

00325        =========================================================================

"다녀 왔어."

"어서 와. 피곤하지?"

"피곤하긴. 가서 감독님하고 농담따먹기 하고 온 기분이야. 재미있었어."

"별 일이네. 촬영하고 와서 그런 이야기한 적 한 번도 없었잖아."

"클롭하고 함께하면 언제나 그래."

자신의 귀가를 반겨주는 에리카, 보기 좋게 솟아 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여전한 미소를 짓는 모습, 데이빗은 가볍게 그녀의 뺨에 키스하며 조심스럽게 안았다.

"몸은 어때? 괜찮아?"

"그럼, 오늘 낮에는 우리 엄마가 다녀 갔어."

"장모님이? 오신다고 했었던가?"

"아니, 오늘 갑자기 오겠다고 하셨어. 와서 앤디하고 놀아주다가 방금 전에 갔어."

"저녁 식사 함께 하고 가시지."

데이빗의 말에 에리카가 그에게서 살짝 떨어지며 말한다.

"나도 그 얘기를 했는데 다음에 아빠하고 함께 오겠다고 하셔서 말야."

"그럼 뭐 할 수 없지. 시즌 끝나고 다 함께 파티...는 무리겠네.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러더니 이제 생각이 났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앤디는 어디에 있어?"

에리카는 일찍도 물어본다며 살짝 눈을 흘긴다. 그래도 아들보다 자신을 먼저 챙기는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자고 있어. 아까 할머니하고 신나게 놀더니 피곤했나봐."

"장모님이 정말 잘 놀아주시니까. 앤디 녀석 신났었겠네."

안 봐도 비디오라며 데이빗이 흐뭇하게 웃는다. 에리카는 정말 그렇다며 한 마디 거든다.

"할머니랑 공 차면서 신나게 놀았다니까. 뭐 찬다기 보다는 그냥 건드리는 느낌이었지만 정말 좋아했어. 하여간 누가 축구 선수 아들 아니랄까봐."

"건강하면 좋은거지 뭐."

헤실거리며 좋아하는 데이빗, 에리카는 팔불출이라며 가볍게 옆구리를 찌른다.

"나중에 앤디가 축구 선수가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하고 싶다면 해야지. 말릴 생각은 없어. 그렇다고 해서 적극 권장하고 싶지도 않고."

프로 세계가 화려한 것만은 아니기에 데이빗은 굳이 권하고 싶진 않노라며 대답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에리카도 동감이었다.

"하긴...남편이 경기 뛸때 마음 졸이는 것도 모자라 아들까지 그런다면 내 심장에 영 좋지 못할거야."

"아직 한참 뒤의 이야기야. 뭐, 나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줄 생각이야. 축구 선수가 아니라 어떤 거라고 해도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한다면 지지해 줄거야."

"나도 그래. 그래도 이왕이면 운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다 현관 앞에서 너무 길게 이야기했음을 느꼈는지 웃으며 데이빗을 집 안으로 이끈다.

"저녁은 아직 안 먹었지?"

"응, 당신도 아직이지? 기다려. 내가 씻고 나서 금방 준비할게."

"내가 해도 되는데."

"푹 쉬고 있어. 무리하면 안 돼."

단호한 데이빗의 모습에 에리카가 웃으며 소파로 향한다. 결혼한 이후 언제나 자신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남편이다. 에리카는 살짝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자애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활발한지 모르겠어."

"계속 움직이고 있어?"

"응, 발로 차는 건지 가만히 있지를 않네."

"빨리 나오고 싶은가 보다. 성질 급한 아가씨네."

화장실에서 흐뭇한 목소리가 들린다.

"왈가닥이 나오면 어떡하지?"

"활발하면 좋지. 애들은 활발해야 하거든. 앤디처럼."

"...하여간 팔불출."

못말리겠다며 픽 웃고 만다. 그 사이 후다닥 씻은 데이빗이 잽싸게 다가와 배에 귀를 가져다 댄다.

"조용한데?"

"아빠가 오니까 조신한 척 하는 거야? 얘 진짜 웃기네."

"에이, 얘가 뭘 알겠어?"

그러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건강하게만 나와다오. 엄마 너무 고생시키지 말고."

그리고는 배에 찰싹 붙어 이리저리 애교를 피우는 모습, 그 모습에 에리카가 헛웃음을 흘린다.

"내 생각인데...당신은 분명 딸 바보가 될거야."

분명하다며 에리카가 이야기했고 데이빗은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멋쩍게 웃으며 저녁을 준비하겠다고 주방으로 총총 사라졌다.

"둘이 무슨 코메디 프로그램 찍고 왔어요?"

"감독하고 주장이 나가서 좀 진중하고 멋진 모습을 보이고 와야지, 애초에 그 프로그램 그런 느낌의 방송이 아니었잖아?"

"애초에 시즌 중에 프로그램 촬영이라니, 둘다 너무 긴장감 없는거 아니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누 캄프 경기장, 리버풀 선수들은 라커룸안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긴장감을 풀고 있었다. 주된 화제는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 클롭 감독과 데이빗에 대한 이야기였다.

"괜찮잖아? 어차피 리그 우승도 확정 지은 상태였고 시간도 널널했으니까."

데이빗이 뭐 어떠냐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그의 오랜 동료 마르코 로이스가 기가 막히다는 듯 혀를 찬다.

"우와, 주장이 할 소리가 아니야. 할 일이 없다니.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남아 있었잖아. 미래에서 찍고 오기라도 한 거야?"

"빡빡하게 굴지마 마르코.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도 시간이 꽤 남아 있을때 찍었단 말이야. 그리고 애초에 나도 저 양반이 같이가자고 하도 말해서 간거란 말이지."

슬쩍 옆에 있는 클롭의 탓이라며 떠 넘긴다.

"아니, 인터뷰하는 거랑 큰 차이 없었잖아. 그리고 이왕 하는거라면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는 것보다 즐겁고 솔직하게 하는 게 남자답지 않아?"

"...하여간 못말려..."

어느새 30대에 접어든 수아레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어 버린다. 저 감독은 이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어린애처럼 구는 면이 있었다. 그런 친근한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말이다. 클롭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인터뷰를 받아 들인 이유는 명확하다."

"은근 슬쩍 인터뷰라고 하지마요."

슬쩍 걸려오는 태클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 나가는 클롭.

"큰 경기를 앞두고 지나치게 경직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우린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고.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

"하던대로 하는게 방송 출연입니까? 이 사람 못 쓰겠네."

"알겠으니까 그만하고 준비나 하죠. 벌써 나갈 시간이 다 되어가네."

선수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클롭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조금 바꾸고자 했다.

"아무튼, 다들 슬슬 집중해야 할 시간이야. 남은 이야기는 빅 이어를 들고 나서 하도록 하지."

시간을 체크하며 선수들에게 집중할 것을 촉구하는 클롭 감독, 장난치던 선수들도 그 말에 웃음기를 지운다. 그들은 웃고 떠들 때와 집중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았다.

"최근 6번의 시즌 동안 우리 팀보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많이 올라간 팀이 있나?"

"없죠."

2012-2013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은 이번 시즌까지 포함하여 4차례 결승에 올랐고(12-13, 14-15, 16-17, 17-18) 그 중 두 번의 우승(12-13, 14-15)을 차지했다. 클롭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클럽은 무려 7번이나 유럽의 최정상을 차지한 클럽이다. 우리보다 많은 우승을 거둔 팀은 레알 마드리드 밖에 없고 AC 밀란만이 우리와 동등한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2위라는 위치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웃었다.

"일단 공동 2위라는 타이틀부터 벗어 던지자고. 그리고 조만간 저 레알 마드리드와 우승 횟수를 맞추는 거야. 나는 내가 이 팀에서 쫓겨나기 전에 그 일을 꼭 하고 싶어."

"어쩔 수 없네. 우리 감독님 실업자 되기 전에 좀 도와 주자고들."

수아레즈가 능청스럽게 이야기하자 선수단 사이에 웃음이 흐른다. 큰 경기를 앞두고도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 이들이 얼마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지, 자신감이 넘치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주장을 맡고 있는 데이빗도 선수들 가운데 서서 입을 연다.

"작년에 시즌을 마치고 했던 파티 분위기 기억 안나는 사람?"

대답은 들려 오지 않는다. 딱히 대답을 원한 것이 아니었기에 데이빗은 차분히, 그러면서도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분위기가 아주 아름다웠잖아. 리그 우승을 했다고 하지만 다들 진심으로 즐기지 못했지. 올해도 그런 파티를 즐기고 싶은 사람 있어? 최소한 나는 아니야."

"됐고, 이기면 돼. 말은 필요 없어."

팀 내 최고참 반열에 들어선 수아레즈가 몸을 일으키며 미소를 짓는다. 다른 이들도 이에 호응하며 목소리를 높이며 일어 선다. 그리고 데이빗을 중심으로 뭉쳐서 크게 원을 그리는 선수들.

"알겠지? 우린 시즌 초에 말했던 것처럼 누 캄프에 왔어. 상대가 이 구장의 홈팀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아. 우린 누 캄프에서 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오늘도 물론 그렇게 될 거고."

추임새를 넣듯 마르코 로이스가 한 마디 거든다. 데이빗은 그 말대로 될 거라며 강하게 외친다.

"8번 째 빅 이어가 눈 앞이야! 그건 우리 거라고! 절대 남에게 줄 수 없어! 가자!"

"좋아!!"

누 캄프 경기장의 입장 통로, 정렬한 선수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선두에는 양 팀의 주장 데이빗과 메시가 서 있었다. 메시가 고개를 흔들며 말을 걸어 온다.

"또 만나네."

지겹다는 말투, 데이빗도 동감이었다. 이제 이 팀은 그만 좀 만나고 싶었다.

"그러게. 그만 좀 보고 싶은데."

"여긴 우리 홈 구장이라고. 여기에 와서 다른 팀을 만날 생각이었던 거야?"

그 말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자신들이 아니면 누가 올라왔겠냐는 자신감의 표현, 데이빗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도 그렇네. 그럼 오늘 손님 대접을 좀 기대해도 될까?"

"얼마든지. 뭐, 너희들이 원하는 방식일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하겠네."

"괜찮아. 우리는 하나만 가져가면 돼."

"우리도 줄 게 하나 밖에 없긴하네."

약간의 기 싸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것을 놓고 싸워야 한다. 둘 사이에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주지 않겠다면 빼앗아 가는 수밖에 없다. 데이빗은 살짝 눈을 감으며 마인드 컨트롤을 시작했다.

[2017-2018 챔피언스리그도 이제 단 한 경기만이 남았습니다. 유럽 최고, 최강의 팀을 가리는 결승전이 이제 눈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결승전에 어울리는 빅 매치죠? 프리미어리그의 챔피언 리버풀과 프리메라리가의 지배자 바르셀로나가 격돌합니다. 최근 몇 년간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고 있는 두 명문 클럽이 또 만났네요.]

[이번 시즌까지 포함해서 최근 7시즌 동안 무려 4번이나 만난 양 팀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거에요. 아마 이제는 지긋지긋하지 않을까요?]

[하하, 정말 그렇겠네요. 몇 년전, 레알 마드리드와 올랭피크 리옹이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라도 작용하는 것처럼 매 번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부딪혔는데요, 리버풀과 바르셀로나도 인연이 깊은 것 같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재미있는 부분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1-2012 시즌에 양 팀은 8강에서 만났습니다. 이때는 골득실에서 앞선 바르셀로나가 4강에 진출했죠. 그리고 이어진 2012-2013 시즌에는 준결승에서 만나게 되었죠. 이때는 리버풀이 직전 시즌의 설욕을 완벽하게 하며 결승에 진출했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13-2014 시즌에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14-2015 시즌에는 결승에서 붙게 되었었죠. 양 팀이 결승에서 만나게 된 것은 처음이었는데 리버풀이 힘겹게 바르셀로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지금도 손 꼽히는 명 경기죠. 양 팀의 에이스, 데이빗 장과 리오넬 메시의 라이벌 구도가 극에 달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데이빗 장이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리오넬 메시가 2골을 기록하며 축구팬들의 눈을 정말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많은 팬들은 오늘, 두 영웅이 다시 한 번 역사에 남을만한 대결을 펼쳐주길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저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2015-2016 시즌에는 8강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바르셀로나가 리버풀을 꺾고 시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양 팀은 서로 만나지 못했죠. 이렇게 정리해 보니 기묘한 부분이 보입니다. 8강에서 양 팀이 만났을 때는 모두 바르셀로나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준결승, 결승에서 양 팀이 만났을 때는 모두 리버풀이 이겼어요.]

[오늘은 결승전이니 리버풀에게는 기분 좋은 징크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바르셀로나로서는 아주 달갑지 않은 부분이겠고 말이죠. 오늘 양 팀의 이런 징크스가 이어질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되겠네요.]

============================ 작품 후기 ============================

-전개에 대하여 여러 의견을 주신 점 감사 드립니다.

-결국 제 필력 부족으로 일어난 일이니 소중한 충고 마음에 새기고 다음 작품에서는 더 나아진 모습으로 보답드리겠습니다

-급진전이긴 하지만 어쨌든 마지막까지 열심히 써 볼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