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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언제 온거야?"
숙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금발의 미남자, 데이비드 베컴은 환한 미소와 함께 데이빗의 합류를 반겼다. 데이빗도 마주 웃어 보이며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방금 전에요."
"생각보다 빨리 왔네. 식사는 하고 온 거야? 안했으면 내려가서 식사하고 오지? 아직 먹고 있는 친구들도 많아."
"적당히 먹고 왔어요. 감독님께 인사 드리고 잠깐 쉬고 있었네요."
"그래? 그렇다면야. 근데 표정이 영 좋지 못한데. 컨디션이 안 좋아?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
데이빗의 안색을 확인한 베컴이 넌지시 물어온다. 데이빗은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별거 아니에요. 조금 피곤한 느낌이 있는데 심각하게 안 좋은 건 아니니까 걱정끼칠 정도는 아닙니다."
"하긴, 유로 대회까지 치르고 왔으니 피곤할만도 하겠다."
입맛을 다시며 냉장고에서 물을 한 병 꺼낸다. 그리고 한 모금 목을 축이고는 그의 어깨를 팡팡 두드려 준다.
"그래도 큰 일을 해냈으니까. 정말 멋졌어. 결승전을 보는 내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니까. 넌 정말 최고였어."
"다 함께 만들어 낸 결과죠."
겸손하게 대답한느 데이빗, 하지만 베컴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처럼 보였다.
"노노, 물론 다른 친구들도 멋졌지만 네가 없었다면 우승은 불가능했을 거야. 한 편으로는 아쉽기도 했지. 내가 함께 뛰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나도 같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
국가 대표에 남다른 열망을 가진 베컴이었으니 만큼, 사상 첫 유로 대회 우승에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상당해 보였다.
"그래도 올림픽에서라도 함께 뛸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네. 이제 금메달만 따면 완벽하겠어. 그렇게 되면 넌 이번 여름에 두 개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는 셈인가? 이야, 최고의 오프 시즌이 되겠네."
"그렇겠죠? 저도 그럴 생각이에요. 베컴 씨와 함께 뛴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말라고. 뭐, 믿어주는 건 고맙지만 말이야."
어깨를 으쓱하며 웃음을 흘린다. 그러면서도 데이빗의 안색이 영 걱정되었는지 배려하는 모습. 리더 역할을 오래 수행한 경험이 있는만큼 자연스러운 배려였다.
"많이 피곤하면 오늘 오후 훈련은 쉬지 그래? 내가 감독님한테 가서 이야기해 줄까?"
"괜찮아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감독님한테도 오후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니까요."
"그래? 뭐 본인 몸은 본인이 가장 잘 알겠지. 그럼, 오후에 잘 해보자. 처음으로 발을 맞춰 보겠네. 기대가 아주 커."
올림픽에 출전하는 축구 대표팀이 사용하는 훈련장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 유로 대회나 월드컵 등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올림픽이라고 하지만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만큼, 게다가 사상 첫 단일팀이라는 등의 이슈가 있었기에 관심이 상당했다.
"반가워. 아론 램지라고 해. 리그에서는 상당히 인상 깊었어."
"데이빗 장이야. 만나서 반가워."
훈련이 시작되기 전, 데이빗은 정식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다른 선수들과 안면을 익히고 있었다. 대부분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치르며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물론 소속팀에서 주전급이 아닌 선수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헤이,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아 리차즈. 오랜만이야."
딱 한 번, 경기에서 만난 것이 전부임에도 꽤나 친근한 척 말을 걸어오는 마이카 리차즈, 데이빗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딱딱하긴, 편하게 마이카라고 부르라고."
"아 뭐 좀 더 편해지면 그렇게 할게."
"그래. 아무튼 잘해보자. 리그에서야 다른 팀이었지만 여기에서는 같은 팀이니까. 이야, 리그 최고의 공격수하고 같은 편을 먹다니 든든한데 그래?"
"나야말로 잘 부탁해. 전에 날 막았던 것처럼만 해달라고. 그때 정말 힘들었으니까."
"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운데? 잠깐, 그때 너 골 넣었잖아. 아닌가? 어시스트였나?"
"어시스트였어. 골을 넣은 건 루이스였다고."
"그래? 뭐 그거나 그거나. 아무튼 나도 지난 시즌에 널 상대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 다른 놈들이야 뭐 너에 비하면 껌이지."
"...방심하지는 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이 코치진을 대동한 채 훈련장으로 들어 왔다. 그리고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 올림픽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7월 26일, 세네갈과의 A조 첫 경기를 갖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 사상 첫 단일 팀의 구성,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여러분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여러분들이 신경쓸 일이 아니다. 경기 외적인 부분은 모두 잊어라. 신경쓸 필요 없다. 그런 것들은 나와 코치들이 신경쓸 문제이다. 너희들은 그저 경기장 위에서 각자의 능력을 100% 발휘하는 것에만 신경쓰면 족하다."
감독의 말을 경청하는 선수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인 만큼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다들 인사를 나누는 중이라 알고 있겠지만, 정식으로 소개를 해야겠지. 데이빗, 앞으로 나와주겠나?"
감독의 말에 선수단의 전면으로 나서는 데이빗, 그리고 감독의 소개가 이어진다.
"다들 잘 알겠지만 리버풀 소속의 데이빗 장이다. 유로 대회와 병행하느라 합류가 늦어진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도 같은 선수이니만큼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합류가 늦어졌다고 해서 그가 특혜를 받는다고 느끼거나 꺼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한 발 물러서서 데이빗에게 발언하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데이빗 장입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처음부터 함께하지 못한 점 아쉽게 생각합니다. 늦게 합류한 만큼, 여러분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다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
데이빗의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박수로 환영하는 선수들이다. 그들로서는 질투하거나 꺼려할 이유가 없었다. 어쨌거나 그들의 목표는 금메달이었고 데이빗의 합류는 그 가능성을 한층 더 끌어 올리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가 함께 할 수 있다는 흥분과 기대감이 그들에게 깃들었다.
"그럼 오늘 훈련 일정을 시작하지. 오후에는 간단히 연습 게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 코치가 호명하는 것을 듣고 자신의 팀을 기억하도록. 조끼는 저쪽에서 받아가면 된다."
"같은 팀이네."
"그렇네요."
"생각보다 원하던 시간이 빨리 찾아 왔네. 기대가 되는 걸."
씩 웃으며 조끼를 착용하는 베컴, 그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이가 있었다.
"헤이 벡스, 나도 같은 팀이야."
"알고 있다고 긱시. 오랜만에 너와 함께 같은 팀으로 뛰게 됐네."
단일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라이언 긱스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것이다. 긱스는 베컴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시선을 데이빗에게 돌렸다.
"데이빗이지? 반가워. 리이언 긱스야. 라이언이라고 불러도 좋고 여기 벡스처럼 긱시라고 불러도 좋아.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불러."
"아 반가워요 긱스 씨. 애칭은 좀 더 편해지면 그렇게 부를게요. 데이빗 장이에요. 편한대로 불러 주세요."
"그래. 리그에서 만났을 때는 정말이지 짜증이 났는데 같은 팀이 되니까 아주 든든하네. 잘 부탁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 데이빗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은 팀이 없다시피 했기에 다들 비슷한 감상이었다. 적으로 만나면 짜증나는 선수, 하지만 같은 팀일때는 누구보다도 든든한 선수, 이것이 다른 선수들이 데이빗으로부터 느끼는 감상이었다.
"근데 안색이 영 편해 보이지 않는데? 어디 몸이라도 안 좋아?"
"그렇지? 내가 봐도 그런데 본인이 괜찮다고 해서 말이야."
어깨를 으쓱하며 '지금이라도 쉬는 게 낫지 않겠어?'라고 이야기하는 베컴, 데이빗은 웃으며 그 호의를 거절했다.
"정말 괜찮아요. 이제 시작할 시간이니 슬슬 자리로 가죠."
말을 마치고는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베컴과 긱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 뒤를 따랐다.
삐익-
연습 경기라고 하지만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대회라고 해도 선수들의 승부욕이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로 뽑힌 이상 선발로 나서고 싶어하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였기에 연습 경기라고 해서 허투로 치를 수는 없었다.
"데이빗의 움직임이 조금은 딱딱하네요."
"확실히 피로가 덜 풀린 모습이랄까요. 몸이 무거워 보입니다."
"이제 대회가 코 앞인데...괜찮을까요?"
코치들의 진단이었다. 확실히 평소 리버풀에서, 그리고 지난 유로 대회에서 보여준 수준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엉망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그런 것치고는 괜찮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지 않나? 딱히 공을 빼앗긴 것도 아니고 실수를 저지른 것도 아니지. 그저 평소의, 말도 안되는 활약이 나오지 않고 있을 뿐이야. 이 정도면 걱정할 게 없을 것 같은데. 피로가 풀리면 더 나아질 테니 말이야."
"그것도 그렇네요."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플레이, 즉, 시원한 돌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뿐이지 큰 문제는 없었다. 미드필더들로부터 넘겨 받는 공을 안전하게 지켰고 무리하지 않고 주변으로 찬스를 연결시켜 주고 있었다. 본선에서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야 그를 발탁한 의미가 상당히 사라질테지만 아직 며칠 간의 시간이 있었다. 젊은 선수인만큼 며칠 동안의 휴식과 훈련으로도 어느 정도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컨디션이 안 좋은데도 저 정도의 움직임이라...사실 저 정도의 퍼포먼스라고 해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A급 공격수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습니까?"
"정말 그렇네요. 확실히 대단한 선수인 것은 분명 합니다."
"컨디션만 올라오면 올림픽 무대에서 저 친구를 상대해야 할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애도를 표해야 겠어요."
그리고는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 역시 빼놓지 않고 체크한다.
"베컴은 저 나이에도 대단하군요. 활동량이 예전만은 못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이 뛰어주고 있습니다. 킥의 클래스야 두말할 나위도 없구요."
확실히 지금 가장 눈에 띄는 선수 중 한 명이 베컴이었다. 그는 떨어진 활동량을(그럼에도 무시무시했지만) 노련함으로 메꾸며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장기인 킥을 살려 그라운드를 넓게 쓰며 패스를 자유롭게 보내고 있었다.
"긱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동력이야 전성기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노련함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그야말로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네요."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 줘야 할 베테랑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였다.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피어스 감독은 수첩에 메모를 하며 선수들을 체크했다.
"혹시 모르니까 훈련이 끝나면 데이빗에게 검진을 진행해 보게. 몸에 문제가 생긴거라면 큰일이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공개 훈련이 끝난 뒤 언론은 한 차례 호들갑을 떨었다. 대표팀 내 청백전에서 데이빗이 보여준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며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지적했고 혹사, 혹은 부상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현재 잉글랜드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다 보니 팬들의 관심도 상당했고 연일 인터넷 등에서 이를 두고 격렬한 토론이 일어났다.
하지만 데이빗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했다. 그는 자신의 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몸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유로 대회가 끝난 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휴식을 취했기에 체력적으로 엉망인 상태는 아니었다. 단지 심리적인 문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 충격이 그의 몸을 조금 무겁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데이빗은 자신이 딱히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흔한 이야기였을 뿐이다. 고아라고 하는 것이 아예 드문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만약 자신의 부모라는 작자들이 지금도 잘먹고 잘살면서, 단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자신을 버렸다고 했다면 멘탈을 수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배신감, 분노로 인해 절대 평정을 유지하기 힘들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조금씩 납득하며 이해하고 있었다. 어머니라는, 그레이스 장에 대해서는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전부를 받아 들이진 못했지만, 충분히 그녀의 고뇌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책임지지 않고, 아이를 싸질러 놓은채 도망간 아버지라는 작자에 대해서는 용서하기 힘들었지만 말이다.
"한국...이라."
익숙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가끔 듣는 나라였다. 걸핏하면 미사일을 쏴대고 핵실험을 하는 나라와는 다른 나라라고 했다. 꽤 유명한 기업이 있는 나라라고 했고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몇 몇의 선수들이 그 나라 출신이라고 했다.
물론 딱 거기까지, 딱히 관심이 없던 나라였다. 굳이 한국이 아니라고 해도 애초에 다른 나라들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랐다. 이제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나라가 아니었다. 물론 그리 긍정적인 감정은 아니었다.
"8강, 아니면 결승."
슬쩍 대진표를 확인한다. 이미 몇 차례나 확인한 부분, 눈 감고도 8강의 편성을 읊을 수도 있었다. B조에 속한 한국이 영국을 만날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8강에서 만나거나 결승에서 만나거나.
"만나게 되면..."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한다. 굳이 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알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대리 만족이랄까, 의미 없는 행동일지는 몰라도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있는 나라를 시원하게 밟아 버린다면, 기분이 조금 풀리지 않을까 싶었다.
============================ 작품 후기 ============================
-컨디션이 안좋아봤자
- ↓메시 >>>>>> ↑기타등등
-여러분이 위닝/ 피파를 할 때
-메시 컨디션이 바닥이에요. 이런! overall이 많이 떨어졌네요. 원래 100이 넘는 능력치가 90대로 떨어졌어요.
-오, 다행히 후보 쩌리 한 명의 컨디션이 서 있어요. 능력치가 한 75정도 되네요!
-누구 쓰실 거임?
-그리고 코멘트 삭제+차단 해서 아이디를 까먹었는데
-누가보면 제가 칭찬만 바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저는 정작 아무말도 안했는데 말이죠
-출생과 관련된 편으로 가보시면 코멘트가 무조건 호평만 있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을텐데요? 그걸 제가 다 지우거나 차단했나요?
-비판을 하고 싶으시면 최소한 예의를 갖춰 주시길 바랍니다.
-로맨스 물이나 쓰라구요? 님이 쓰세요. 참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