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02화 (30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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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았네!"

"그렇게 밟아 댔는데 당연하지. 내일 과속 딱지 날아오는 거 아냐?"

"괜찮아. CCTV 없는 쪽으로 달렸으니까."

"...언제 또 그런 걸..."

처음에는 별 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던 데이빗이었지만 베컴의 합류 여부를 떠올리자 꼭 봐야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에리카는 '니가 뽑히는 건 기정 사실화 하는 거야? 왜 남의 일만 신경쓰는데?' 라고 가볍게 타박했다. 하지만 올림픽 감독이 직접 와서 반드시 합류해 달라고 요청한 데이빗이었던 만큼 발탁은 기정 사실이었다.

"채널이...어디보자, 여기네."

소파에 주저 앉아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린다. 오늘 최고의 이슈였기에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시작한다! 타이밍 죽이네!"

사전에 진행된 멘트들이 지나간 상황, 조금 지루한 장면들이 스킵되었기에 데이빗은 만족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았다. 에리카는 주방에서 간단히 마실 것과 씹을 거리를 가져 왔다.

"아 땡큐. 어서 앉아. 이제 발표하는 것 같아."

"그러네. 내가 괜히 떨린다. 뽑힐 거 뻔히 아는데도 니 이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니까 괜히..."

"나도 처음에 대표팀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갔을 때는 그랬어. 근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직접 와서 이야기를 해 놓은 상황이라..."

남의 일 보듯이 편안하다며 어깨를 으쓱하는 데이빗, 그 모습에 에리카가 살짝 눈을 흘기며 웃는다. 그러는 사이 명단이 공개가 되었다. 한 명씩 호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명단이 한 번에 공개가 되었고 데이빗은 명단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름이 있는지 빠르게 살피기 시작했다.

GK - 잭 버틀랜드(버밍엄시티), 제이슨 스틸(미들즈브러)

DF - 라이언 버틀랜드(첼시), 스티븐 코거, 대니 로스(이상 토트넘 핫스퍼), 크레이그 도슨(웨스트 브롬위치), 닐 테일러(스완지시티), 제임스 톰킨스(웨스트햄), 마이카 리차즈(맨체스터 시티. 와일드 카드)

MF - 조 앨런, 스캇 싱클레어(이상 스완지 시티), 톰 클레버리(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잭 코크(사우스햄튼), 아론 램지(아스널),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와일드 카드), 데이비드 베컴(LA갤럭시, 와일드 카드)

FW - 마빈 소델(볼턴 원더러스), 다니엘 스터리지(첼시), 데이빗 장(리버풀)

"뽑혔네...!"

에리카가 기쁜 표정으로 외쳤다. 데이빗 또한 만족스러웠는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응. 뽑혔어. 베컴 씨가 뽑혔어!"

"아니, 난 네 얘기를 하는 거였는데..."

자신의 이름보다 베컴의 이름을 먼저 찾은 남자 친구의 반응에 에리카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이빗은 희희낙락했다.

"캡틴이 그랬거든. 패스, 킥이 진짜 정확하다고 말이야. 나하고도 잘 맞을 거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꼭 한 번 같이 뛰고 싶었는데 잘 됐어 정말!"

"그래, 나도 기대가 된다."

이름이 같은 두 남자,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스타의 만남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고보니..."

슬쩍 데이빗의 얼굴을 살핀다. 데이빗은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었냐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에리카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둘 다 잘생기기도 했고...'

베컴처럼 헐리우드 팝스타 뺨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데이빗 또한 준수한 외모를 자랑했다. 전형적인 동양인의 외모였지만 기본적으로 이목구비가 시원하게 잡혀 있었고 피부도 축구 선수답지 않게 깨끗했다. 물론 관리를 받는 연예인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날카로운 턱선과 동글동글한 눈이 언밸런스하지 않고 묘한 조화를 이루었고 체형도 괜찮았다.

"나 얼굴에 뭐 묻은 거야? 왜 그렇게 자꾸 보는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저기 감독이 뭐라고 이야기하잖아. 빨리 들어 봐."

"흐응..."

미심쩍다는 듯 가자미 눈을 뜨는 데이빗의 모습, 하지만 에리카는 못본 척 TV로 시선을 돌렸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데이빗도 포기했다. 그러는 사이 피어스 감독의 발표가 마무리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 날 소집되어 훈련을 진행할 것입니다. 다만 데이빗 장 선수는 예외입니다. 우리는 그가 유로 대회에 참여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는 다른 팀 선수들보다 조금 늦게 합류할 것입니다. 물론 이 사실이 대표팀의 행보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걸 그냥 말씀하시네..."

"...괜찮을까?"

데이빗은 입맛을 다셨고 에리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집 일자가 되면 뻔히 드러날 테니까. 지금 말하나 그때 말하나 큰 차이는 없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데이빗, 그래도 에리카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분명 이거 가지고 특혜니 뭐니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나올 거 같은데..."

"...그럴 거 같긴 한데 어쩔 수 없잖아? 대표팀에서 두 대회 연속으로 참여하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애초에 합류 조건에 포함된 거기도 하고."

"그건 맞는데, 어디 기자들이 그런 사실을 신경이나 쓰는 사람들이니? 그 인간들은 그저 클릭 수만 높으면 상관 없는 사람들이란 말이야. 이번 일은 분명 좋은 먹잇감일 거고..."

에리카의 지적은 분명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데이빗은 크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

"그건 그래. 그래도 생각해보니까 합류 날짜에 가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보다는 먼저 말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해. 나중에 합류하고 나서 시끄러워지는 것보다는 말이야."

"그럴 수도 있겠네. 아무튼 너무 신경쓰지 마."

"난 괜찮아. 너야 말로 너무 상처 받지 마."

에리카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피어스 감독의 발표가 이루어진 뒤, 간만에 건수를 잡았다는 듯 달려드는 언론사들, 그들은 특정 선수에 대한 특혜를 일삼는 감독이라며 피어스 감독을 비판했고 데이빗에 대해서도 물어 뜯었다. 그들은 마치 데이빗이 그런 특혜를 요구했고, 다른 이들과 차별화 된 대우를 원한 것처럼 기사를 써내려 갔다. 그리고 이런 것들로 인해 올림픽 대표팀의 팀워크에 문제가 생길 것이며 메달 획득 가능성이 위험하다는 식으로 열심히 써내려 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표팀의 감독 피어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확실히 교통 정리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물론 데이빗에게도 미리 연락을 하여 양해를 구했고 신경쓰지 말라는 식으로 언질을 주었다.

데이빗 또한 이야기가 너무 커지는 것 같아 티티와 함께 논의하여 언론 대응을 준비 중이었는데 감독의 언질을 듣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런 말은 아무래도 선수가 하는 것보다는 감독이 하는 것이 모양새가 더 좋았으니 말이다.

[스튜어트 피어스, "데이빗 장은 특혜를 받는 것이 아니다."]

사상 첫 영국 축구 단일 팀의 사령탑을 맡은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데이빗 장에 대한 특혜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왜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절대 특정 선수에 대한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단일 대표팀의 구성은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했습니다."

"최적의 자원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유로 대회 본선과 얼마 차이나지 않는 일정으로 인해 많은 선수들, 그리고 구단에서는 차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올림픽에, 조국을 위해 흔쾌히 차출에 응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과 함께 최고의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입니다."

"데이빗 장의 차출 역시 그런 맥락입니다. 그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사실입니다. 세상의 모든 감독은 그와 함께 일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죠. 누가 과연 그를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지난 시즌 리버풀의 주축 선수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유로 2012 본선에서도 전 경기를 소화하며 역사적인 우승을 만들어 냈죠. 저는 그를 간절히 원했습니다만 그가 처한 상황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저는 데이빗 장과, 그리고 리버풀 구단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데이빗 장은 애국심이 뛰어난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진정으로 나라를 대표하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차 있었고 그 사실이 명예로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그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 역시 동의했습니다. 우리는 그의 애국심을 이용하여 혹사 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다른 선수들이 데이빗 장처럼, 유로 대회에 참여한 이후에 차출에 응했다면 저는 데이빗에게 제공한 것처럼 똑같은 조치를 그들에게 취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은 저의 의무이고 저는 그들이 건강하게 자신의 소속팀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며칠 정도 합류가 늦어지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선수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데이빗 장이 처한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있습니다. 몇 몇 분들이 언급하는 팀 워크에 대한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금메달을 향해 달리는 일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걸린 기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우리는 모든 것을 쏟아 낼 것입니다."

Re: 깔끔하네. 특혜는 개뿔. 두 대회 연속 출전하는데 저 정도 배려는 당연한거지.

Re: 만약 저런 배려가 없었다면 내가 저 인간을 테러해 버렸을지도 몰라. 데이빗은 우리 팀으로 돌아와야 해. 병원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Re: 이걸로 우승 거의 확정이네. 데이빗이 합류한 올림픽 팀이라. 미리 상대 팀을 애도해야겠어.

Re: 야 너무 오버하지마. 아직 개막도 안했어.

Re: 오버는 무슨. 유로 2012에서 학살하는 모습 못 봤냐? 성인 대표팀도 작살나는 판에 23세 이하에, 거기에 베스트 팀도 아닌 친구들이 얘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넌 병원이나 가봐라.

Re: 장담컨대 매 경기 잔혹한 학살극이 펼쳐질거다. 올림픽 수준의 대표들에게 얘를 막으라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야. 거기에 우리 홈이지! 이쯤되면 지고 싶어도 지기 힘든 수준이야. 수비들이 단체로 술처먹고 경기를 뛰지 않는 이상 말이야.

Re: 전술은 개뿔. 야, 그냥 닥치고 데이빗에게 공을 몰아 주면 끝 아니냐? 그럼 알아서 골을 넣어 줄텐데 호흡같은 소리하고 있네. 수비 연습이나 해라. 데이빗이 넣어 주는 거 보다 덜 먹히기만 하면 이길테니까.

Re: 베컴도 뽑혔네. 얼마만의 베컴, 긱스 조합이냐. 진짜 대표팀에서 둘이 함께 뛰는 걸 볼 수 있다니. 엄청난 일이야.

Re: 베컴이 뽑힌 건 좋은데, 데이빗하고 합이 잘 맞을지 걱정이네. 아무래도 크로스가 좋은 베컴이랑 제공권 장악이 부족한 데이빗하고는 좀 엇박자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아.

Re: 걱정하지마. 예전에 오웬하고도 죽이 잘 맞았던 걸 떠올려 보라고. 베컴의 크로스는 차원이 달라.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공을 보낼 줄 아는 선수라고.

Re: 크로스만 있는 선수가 아니라네 친구. 그리고 크로스도 정말 보통 크로스가 아니지. 수비 머리를 피하면서 떨어지는 궤적이 예술이야. 데이빗이 제공권에 약점이 있는 건 아는데 베컴도 알고 있겠지. 알아서 완벽한 패스를 줄 테니까 우리는 마음 편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피어스 감독의 인터뷰가 나가고 나자 극성스러운 반응도 조금은 수그러 들었다. 아예 그런 논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수준이 미미했고 며칠의 시간이 더 지나자 찾아보기 힘들 만큼 쑥 들어갔다. 데이빗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상황이었다. 신경쓰지 않는다고해도 자신을 두고 떠들어대는 것이 마음에 들리는 없었으니까.

어쨌거나 상황은 정리가 되었고 데이빗은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며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여행 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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