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01화 (30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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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임스 씨를 불렀다고? 너무한거 아니야?"

에리카가 눈을 흘기며 힐난하자 데이빗은 눈을 데룩데룩 굴리며 시선을 피했다. 헛기침을 하며 괜시리 눈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보지만 이미 다 마셔버린 빈 잔. 어색하게 웃으며 조금 바보같은 웃음으로 무마하려 한다.

"정말이지...날 생각해 주는 건 고마운데, 내가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도 아닌데. 그냥 솔직히 피곤해서 밥 먹기가 귀찮다고 이야기했으면 되잖아."

에리카는 데이빗이 자신을 부르지 않고 제임스를 불렀다는 사실이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 같다. 제임스에게 질투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런 일이 있을때 자신을 부르는 것에 데이빗이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이 조금 섭섭했던 것이다.

눈치가 없는 데이빗도 그 마음을 느꼈는지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한다.

"미안. 그런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냥 널 번거롭게 하기 미안해서 그랬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

솔직히 사과하자 조금 마음이 풀렸는지 조금 안색을 부드럽게 하는 에리카.

"꼭 그렇게 해. 운동 선수 힘든거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밥해주러 온게 처음도 아닌데 왜 부담스러워 하고 그래? 앞으로는 꼭 부르는 거야. 알겠지?"

"알았어."

"내가 정말 어떤 사정이 있어서 못 올때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나한테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어."

"꼭 그렇게 할게. 미안해. 그리고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기분 좋게 웃음을 지으며 손을 잡아오는 데이빗의 모습에 에리카가 새침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더니 조금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모습.

"...근데 어째 말하다 보니까..."

"응?"

"아니...내가 일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같은 기분이..."

그거와는 조금 다른데 말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에리카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에이, 좋은게 좋은거지. 괜찮아 괜찮아."

"...진짜 내가 말을 말아야지."

대충 넘어가는 데이빗의 모습에 에리카가 한숨을 쉬다 픽 웃고 만다. 분위기가 다시 밝아지자 두 연인 사이의 대화가 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대회 기간 동안 현지를 직접 방문했던 에리카였지만 대표팀 내의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보지 못했기에 서로에 대해 목말라 있었다.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보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이야기하는 것이 몹시 그리웠었다.

"그래서 말이야. 웨인이 우승 기념으로 클럽에 가서 놀자고 했거든. 자기가 잘 아는 곳이라 대접도 잘 받을 수 있고 여자들도 엄창 많다고 했어. 그래도 난 단호히 거절했다고. 여자 친구를 두고 그런데 가서 놀 순 없다고 말이야."

"어이구, 그랬어요? 잘햇어 우리 데이빗."

아기 다루듯 우쭈쭈하는 모습에 데이빗이 볼을 부풀리며 뚱한 표정을 짓는다.

"...가끔 너 날 너무 애 취급하는 것 같아."

"니가 애처럼 구니까 그렇지. 그래도 정말 잘했어. 이건 감사의 인사."

배시시 웃으며 가볍게 키스를 하고 떨어지는 에리카의 모습에 불퉁한 표정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바보처럼 헤실거리는 모습에 에리카는 정말 다루기 쉽다며 픽 웃는다.

"아, 나 지난 달에 면허 땄어. 이제 어디 놀러갈 때 내가 운전할 수 있어."

"아 정말? 어렵진 않았어?"

"할만 하던데? 가끔 아빠 차로 주행 연습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문제 없었어."

"축하해. 그러면..."

즐거워 하며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데이빗, 에리카는 데이빗과 달리 눈치가 빨랐다.

"혹시나 면허를 땄다고 선물로 차를 주겠다는 얘긴 하지마."

"...너 가끔은 내 마음을 읽는 거 같아."

독심술을 쓰냐며 데이빗이 혀를 내두른다. 에리카는 보기 드물게 정색을 하며 말을 이어 나간다.

"정말이야. 네가 돈을 많이 버는 건 알고 있지만...그래도 차가 가볍게 선물할 수 있을만큼 싼 물건이 아니잖아. 만약 그걸 받으면..."

에리카가 걱정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녀는 남자 친구의 돈을 보고 만난다는 시선이 질리도록 싫었다.

"그래도 차가 있으면 정말 편하다니까? 내가 꼭 해주고 싶은데..."

선물을 해주고 싶다며 눈치를 보는 모습에 에리카는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마음이 고맙긴 해도 받아 들이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혹시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야?"

정곡을 찌르는 데이빗, 눈치가 없는 평소 모습과 달리 예리한 모습에 에리카의 말문이 순간 막힌다. 감 잡았다는 듯 데이빗이 말을 잇는다.

"그 사람들이야 할 일이 없어서 남의 일가지고 떠드는 거야.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 에리카가 나를 만나는게 다른 조건 때문이 아니잖아."

"...당연하지! 내가 그런 게 정말 아닌..."

말하다 보니 조금 서러웠는지 살짝 눈물이 맺힌다. 사실 축구 선수들, 스포츠 선수들의 와이프들은 언론에 노출이 자주 되는 편이다. 젊은 나이에 큰 돈을 벌게 되는 스포츠 선수들은 보통 연예인, 혹은 모델과 같은 화려한 삶을 사는 이들을 자주 만나는 편이다. 에리카는 전혀 그런 쪽과는 연관이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집안이 아주 유복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어려운 형편은 아니었지만 딱 평범한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극성스러운 일부 찌라시들의 좋은 표적이 되어 왔다.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라며 이야기했고 좀 심한 곳은 남자 잘 만나서 팔자 고치는 케이스라고 까내렸다.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어찌 그런 말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간 에리카는 데이빗에게 말을 안했지만 혼자 마음 고생이 심했다.

"난 알고 있어. 그럼 되는 거 아니야? 그 사람들때문에 우리 사이에서 부담을 느끼고, 꺼리는 일이 생기는 건 말도 안되는 거야. 좀 전에 에리카도 그랬잖아."

슬쩍 자리를 옮겨 에리카의 옆으로 오는 데이빗,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당긴다. 저항하지 않고 안겨오는 에리카. 데이빗은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힘들 때, 언제든 부르라고 했잖아. 나보고 미안해 하지 말라고 했지?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이런 선물을 해줬으니까, 나한테 잘해달라는, 이런게 아니잖아. 그냥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런거야. 네가 날 좀 더 편하게 보러 올 수 있게, 어디 가고 싶을 때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 그런데도 거절할 거야?"

"...치사해. 그렇게 말하면 거절할 수 없잖아."

살짝 눈물을 훔치며 에리카가 조그맣게 대답했다. 데이빗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고마워. 내 고집을 받아줘서. 그럼..."

"아, 그래도 니가 산 차 정도로 사면..."

너무 비싼 차는 안된다고 항변하지만 금세 침몰 당할 예정이었다. 데이빗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단호히 말했다.

"비싼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닌데, 차는 튼튼해야 해. 사고가 안 나는게 제일 중요하지만 다른 차가 와서 박을 수도 있잖아. 그러려면 절대 안전이 최우선이야.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 아, 원하는 스타일만 이야기해 주면 좋겠어. 그쪽으로 알아 볼게."

반론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모습에 에리카가 '그래도 안되는데...'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 데이빗이었고 결국 포기했다.

"...하아, 너무 잘 나가는 남자 친구를 만나도 문제네."

"올림픽에 합류하기 전에 주문해 놓고 가야겠다. 일단 원하는 스타일의 차부터 결정하자. 스포츠 카는 좀 별로라고 했지? 나처럼 세단 형으로 살래? 아니면..."

"...천천히 생각해 볼게."

"그래. 벤틀리도 괜찮은데. 내가 했던 곳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타보니까 승차감도 괜찮고 편안해."

"...몰라. 이젠 아무래도 좋아."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휩쓸려 버렸다며 에리카가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그래도...고마워."

"이런 걸 가지고 뭘."

오랜만의 만남이라 에리카는 오늘 미리 외박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어제 하루 푹 쉬었기에 체력이 남아 도는 데이빗으로서는 아주 만족할만한 상황, 그는 한 달 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을 오늘 다 풀어 버리겠다는 듯 달려 들었고 에리카 또한 오랜만에 느끼는 데이빗의 체온을 즐거이 받아 들였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깊은 잠을 잘 수 있었고 아침에 개운한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일어 났어?"

침실에서 나온 데이빗을 맞이하는 것은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에리카였다. 꽤 일찍 일어 났는지 아침치고는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이미 세팅되어 있었다.

"이걸 다 한 거야?"

"응, 어제 장 봐가지고 온 걸 좀 썼어. 원래는 오늘 점심 때 쓰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거든. 너도 배고플거 아니야."

어젯밤, 상당한 운동량(?)을 소화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공복감 또한 평소보다 심했다. 그 점을 넌지시 이야기하는 에리카였고 데이빗은 수긍했다. 그렇지 않아도 배고파서 일어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으니 말이다.

"나야 환영이지.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고생했네."

"이 정도 쯤이야 별 거 아니야. 그래도 잘 됐네. 안 그래도 이제 슬슬 깨우러 들어갈까 싶었는데. 준비 거의 다 됐으니까 씻고 나와."

아침 식사치고는 상당히 풍족한 메뉴로 배를 든든히 채운 두 사람은 소화도 시킬겸 다시 한 번 침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20대 초반의 한창 때인 만큼 아침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에리카는 먹고 하고 자는 것 뿐이라며 하는 일이 너무 단순한거 아니냐고 살짝 투덜거렸다. 데이빗은 '너도 좋으면서 뭘'이라고 눈치없이 말했다가 한 대 맞았다.

"아, 오늘 올림픽 대표 명단 발표 된다면서?"

점심을 먹고 사이좋게 팔을 베고 낮잠을 자고 일어 났더니 어느새 저녁 시간에 가까웠다. 계속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며 에리카가 저녁은 밖에서 해결하자고 이야기했고 두 연인은 거의 이틀만에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왔다.

"아, 그랬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파스타를 우물거리며 성의없게 대답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에리카는 이마에 손을 올렸다. 가끔, 아니 종종 자신의 남자 친구는 지나친게 무신경했다.

"니가 들어갈 팀이잖아. 근데 뭐가 그렇게 관심이 없어?"

"...그거야 내가 뭐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감독님이나 코치들이 알아서 잘 뽑았을 테니까...?"

"말을 말아야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에리카, 멋적게 웃음을 흘리던 데이빗이 갑자기 박수를 쳤다.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 관심이 가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아, 와일드 카드! 베컴 씨가 뽑힐 지는 좀 궁금하네."

"베컴 씨?"

"응, 그때 이야기했잖아. 전에 프랑스 전이 끝나고 나서 대기실 근처에서 만났다고. 생각보다 멋진 사람이었어. 나도 한 번 같이 뛰어보고 싶었거든."

"헤에...그러고보니 둘이 이름도 같네. 안 그래도 그 사람이 뽑힐지 말지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 것 같더라고."

전성기의 기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베컴이었고 본인의 대표팀 합류에 대한 열망도 큰데다 팬들 또한 강력히 희망하고 있었기에 대표팀의 감독 스튜어트 피어스로서도 쉽게 처리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함께 하고 싶은데, 뭐 나한테 뽑을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고보니, 발표 시간이 언제라고 했지?"

슬쩍 시계를 확인하는 데이빗, 6시 3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아마 7시에 발표가 된다고 들었어. 30분도 안 남았네."

"진짜 얼마 안 남았네. 근처에 TV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나..."

"그냥 집으로 가서 볼까?"

"우리 집?"

"그럼 니가 우리 집에 오게? 난 상관 없는데..."

"아냐, 부모님도 계신데 저녁 시간에 실례를 할 수는 없지. 그러고보니 시즌을 마치고 나서 한 번 뵙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물 건너 갔네..."

"그거야 리버풀의 우승 뒷풀이가 워낙 자주 있었으니까. 그리고 부모님도 네가 올림픽 대표까지 합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게 낫겠다고 하셨거든. 전에 이야기 했었잖아."

그랬나 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는 데이빗.

"그럼 지금 집으로 갈까? 근데 오늘은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내일 가지 뭐."

간단한 대답, 하지만 데이빗의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이기도 했다. 그의 체력은 아직 남아 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어서 가자. 지금 출발하면 딱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 작품 후기 ============================

-여행 가도 연재를 책임지는 클라쓰

-빨리 추천하시죠(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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