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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베스트 11 (4-4-1-1)
---------------데이빗 장----------------
---------------웨인 루니----------------
애슐리 영--------------------제임스 밀너
------스티븐 제라드----스콧 파커--------
애슐리 콜-존 테리-졸리온 레스콧-글렌 존슨
----------------조 하트------------------
큰 변화가 없는 라인업, 하지만 루니를 한 단계 내리며 스페인을 상대로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카펠로 감독이었다. 워낙 활동 폭이 넓고 미드필더 못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루니였기에 가능한 부분. 데이빗은 역시나 수비 시에 열외 처리 되었고 모든 힘을 스페인의 골 문을 열어 젖히는데 투입할 수 있게 했다.
스페인 베스트 11 (4-2-3-1)
-------------------다비드 비야------------------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다비드 실바-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비 에르난데스--세르히오 부스케츠--------
호르디 알바-헤라르드 피케-세르히오 라모스-아르벨로아
-------------------이케르 카시야스----------------
세계 최고의 중원진을 구축한 스페인이다. 다비드 실바를 제외하고는 선발 전원이 바르셀로나 소속이라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잉글랜드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에 있어서 조금 앞선 다는 평을 듣고 있는 만큼 상대를 의식하기 보다는 본인들의 플레이에 집중하고자 하는 느낌이 강한 라인업이었다.
"귀빈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슬쩍 VIP 석에 시선을 던진 코치의 말, 실제로 오늘 결승전을 관전하기 위해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인사들이 경기장을 찾아 왔다. 윌리엄 왕세손을 비롯하여 왕실의 인물들도 몇몇 행차했고 잉글랜드 축구 협회장을 비롯한 축구계 인사들, 그리고 예술, 문화 쪽의 명사들도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하여 방문했던 것이다.
"상관 없어. 지금 그들을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물론 카펠로 감독에게는 큰 감흥을 주진 못했다. 결승전 정도되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보다는 지금 눈 앞의 경기에 집중해야 했다.
"실례했습니다."
카펠로 감독의 무뚝뚝한 반응에 코치가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그로서는 그저 조금 긴장을 풀라는 뜻에서 건넨 말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되려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수 있는 말이었다.
"괜찮아. 자네도 집중하게. 경기 초반이지만 스페인은 방심할 수 없는 친구들이야. 조그만 일이라도 놓쳐서는 안돼."
"물론입니다. 그래도 초반이긴 합니다만, 시작 자체는 나쁘지 않군요. 웨인을 한 단계 내린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코치의 말 대로 초반 점유율 싸움에서 크게 뒤지지 않고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잉글랜드였다. 루니가 사실상 미드필더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스페인의 미드필더들이 쉽사리 공을 소유하고 패스하지 못하도록 움직이고 있는 것이 컸다. 지난 평가전과 달리 루니가 가세하자 잉글랜드 미드필더들의 부담도 줄어들 게 된 것이다.
"이 전술의 핵심은 루니야. 루니의 체력이 바닥 나기 전에 결과를 만들어야 해."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카펠로 감독은 루니에게 미드필드와 공격 진영 전반을 아우르는 플레이를 할 것을 주문했다. 압박과 패스는 물론이고 공격 시에는 전방 합류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 것이다. 아무리 루니의 활동 반경이 넓고 체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90분 내내 이런 플레이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루니가 방전되기 전에 골을 넣어야 하는, 어떻게 보면 타임 어택에 가까운 전술이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저들을 상대로 대등한 중원 싸움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루니가 미드필드 지역에 가세하며 상대적으로 데이빗이 고립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경기 양상은 달랐다. 루니는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왕성히 움직이며 데이빗이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히려 루니의 가세로 인해 조금 여유를 찾은 미드필더들, 그중에서도 스티븐 제라드가 공격에 조금씩 가담하며 활기를 불어 넣고 있었던 것이다.
'위치에 구애 받지 마라. 너는 오늘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공격하도록. 네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 동료들이 만들어 준 찬스를 절대로 놓치지 말고 골을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실 카펠로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술적인 자유도를 크게 허용하지 않는 감독 중 하나였다. 아니 그 중에서도 상당히 인색한 편에 속했다. 그는 자신의 틀을 벗어 나는 선수들을 극히 싫어 했으며 설령 자신의 지시를 벗어난 움직임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용서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 전력이 있었던 카펠로였으니 데이빗에게 사실 상 프리롤의 역할을 준 것이 생경한 잉글랜드 선수들이었다.
'의외긴 하지만...그럼 내 마음대로 뛰어도 된다는 거겠지?'
사실 그동안 감독의 지시에 따라 언제나 배후로 파고드는 플레이, 혹은 루니와의 2 대 1 패스에 치중했던 데이빗이었다. 워낙 루니와의 호흡이 잘 맞았기에 큰 불만은 없었지만 역시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여긴 너무 복잡해. 좀 넓은 곳으로...'
자신의 뒤에 거대한 덩치 둘이 있다보니 영 답답했다. 감독의 허락도 떨어 졌겠다, 거리낌 없이 좀 더 플레이하기 편한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슬금슬금 데이빗이 이동한 곳은 스페인의 오른쪽 사이드,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왼쪽 측면이었다.
"패스!"
손을 들어 패스를 요구한다. 공을 몰고 오던 루니가 지체 없이 데이빗의 발 밑으로 패스를 깔아 준다. 가볍게 볼을 터치하며 상대의 수비 태세를 살핀다.
'따라 나오는 선수는 없네.'
센터 백 둘 중 한 명이 따라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만큼은 오히려 수적 우위에 설 수 있는 찬스였다.
'땡큐 애슐리.'
애슐리 영이 아르벨로아를 현혹시키며 달려 들어 갔다. 데이빗은 애슐리 영에게 밀어 줄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가 급격히 캔슬하고 중앙 지역으로 꺾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오는 건 라모스.'
사이드로 빠질 때야 풀백에게 맡긴다고 해도 이미 풀백이 뚫린 이상 한 명은 붙어야 했다. 그 마크맨으로 낙점된 이는 세르히오 라모스였다.
'여기서 두 명을 더 제치는건...'
바삐 움직이면서도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데이빗이다. 루니가 아직 최전방으로 햡류하진 못했기에 돌파를 시도한다면 두 명의 센터백을 모두 상대해야 했다. 호승심이 들기도 했지만 굳이 초반부터 무리에 가까운 플레이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반드시 페널티 박스 안 쪽에서만 슈팅해야 한다는 법도 없었고 말이다.
빠르게 결정을 내린 데이빗이 슬쩍 공을 흘려 주었다. 약간 뒤쪽으로 살짝 밀어주는 패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루니가 득달같이 달려 든다. 데이빗은 세르히오 라모스의 앞을 스치듯 지나며 세컨볼을 따내기 위해 움직였다.
'응?'
하지만 루니의 선택은 슈팅이 아닌 패스였다. 노마크에서 슈팅을 때리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며 세르히오 라모스가 몸을 날리며 발을 뻗었고 루니는 공을 순간적으로 접었다. 그리고 라모스를 스쳐 지나가며 쇄도를 시작한 데이빗에게 칩 패스를 띄워 준 것이다. 패스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었기에 조금 엇갈렸다. 하지만 이는 수비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데이빗은 급격히 진로를 수정했다.
'약간 왼쪽으로 치우쳤지만...'
골대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패스였다. 자신의 진행 방향과는 조금 어긋났기에 어쩔 수 없이 골대를 반쯤 등진 상태로 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데이빗은 살짝 점프하며 가슴으로 공을 받아 냈다. 등 뒤에서는 헤라르드 피케가 압박하기 시작했다. 골대와 수비를 반 쯤 등진 상태로 수비를 제치기에 최악의 조건에 가까웠다. 심지어 가슴으로 받아 낸 공은 아직 공중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피케의 수비는 결과적으로 조금 안일한 수비가 되고 말았다. 그는 데이빗의 돌파를 지나치게 경계한 나머지, 이곳이 페널티 박스 안 쪽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각도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슈팅을 때릴 수 있는 위치였다.
가끔 데이빗의 뛰어난 돌파 능력으로 인해, 그의 슈팅력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쉽게 말해 수비수를 모두 제쳐 버리고 노마크 상태에서 슈팅을 때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생긴 오해였는데 실제로 데이빗의 슈팅 능력은 뛰어 났다. 애초에 슈팅 능력이 부족한 공격수가 최다 골 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을리 없는 것이니 말이다.
데이빗은 가슴으로 띄운 공이 자신의 허리 높이 쯤에 왔을 때 왼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허리를 강하게 돌리며 방향을 잡았고 오른발로 반쯤 기울인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왼발이 공에 닿음과 동시에 그대로 밀어버리듯 슈팅을 날렸다.
카시야스 골키퍼도 허를 찔렸다. 그가 방심했다기 보다는 상대 공격수가 반쯤 등진 상태라 시야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발리로 연결할 거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젠장...!"
갑자기 튀어 나온 공에 뒤늦게 반응해 본다. 억지로 꺾어 때린 발리였기에 위력 자체는 그리 강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코스가 짜증날 정도로 절묘했다. 드롭성으로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공을 향해 팔을 쭉 뻗어 보지만 약을 올리는 것처럼 손 끝을 스쳐 지나가는 공은 카시야스를 지나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아름다운 골입니다! 데이빗 장! 도대체 이 선수에게 불가능한 것이 존재하기는 한 걸까요?!]
[이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정말 축구를 쉽게 하는 느낌이 드는 군요! 그와 동시에 우아한 무용수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려운 플레이도 이 선수가 하면 아주 간단해 보이는 부분이 있죠! 지금 플레이도 그렇습니다.]
[루니와의 콤비 플레이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습니다. 사실 데이빗 장 선수가 패스를 내어 주었을 때, 다들 루니의 중거리 슈팅을 예상했을 겁니다. 세르히오 라모스 선수도 그랬던 것 같군요. 급하게 몸을 날리지만 속임 동작이었습니다. 침착하게 한 번 접고 칩 패스를 띄워 줍니다.]
[사실 패스 자체는 훌륭했지만 데이빗 선수의 경로와는 조금 어긋났거든요. 그래서 데이빗 장 선수가 억지로 따라 가다 보니 골대를 반 쯤 등지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대로 슈팅을 때릴 거라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었겠습니까? 최소한 저와 피케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피케 선수는 어디까지나 데이빗 장 선수가 돌아서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수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판단은 크게 잘못 된 것이 아닙니다만 상대가 워낙 기상천외한 선수라 말이죠. 피케로서는 운이 없었습니다.]
[가슴으로 원 트랩 이후 발리로 꽂아 버립니다. 보통 선수들이 하기 어려운 플레이들의 향연이지만 정말 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이 정도면 올해의 푸스카스 상 후보로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요?]
[사실 팬들 사이에서 '푸스카스 상 후보군은 데이빗 장의 스페셜 영상에서 찾으면 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선수는 정말 환상적인 골을 자주 넣는 선수입니다. 이 골도 그의 스페셜 영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한 것 같네요!]
"좋았...!!"
윌리엄 왕세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도 모르게 함성이 터져 나오려던 찰나,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흠흠."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자리에 앉는 윌리엄, 이곳 VIP 석에는 잉글랜드 사람 뿐만이 아니라 스페인 측의 인사들도 자리한 상태였다. 마음 편히 환호성을 지르기에는 그가 차지하는 위치라고 하는 것이 좀 걸렸다.
"정말 멋진 골이었네요."
"왕세손 전하께서 직접 오신 보람이 있습니다.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는 것 같네요."
"오, 그러고보니 오늘 경기 전에 선수단을 직접 격려하셨다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하의 말을 전해 듣는 윌리엄, 그는 적당히 겸양하며 받아 넘겼다. 사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좀 편하게 보면 안되나...'
지금은 없는 윌리엄 왕세손의 모친, 다이애나 전 왕세자 비의 육아 방침에 따라 어린 시절, 딱딱한 왕족들의 생활 방식 대신 서민적인 환경에서 자라 났던 윌리엄이었기에 체면을 차리고 격식을 따지는 것이 지금도 조금 불편했다. 실제로 그는 내년에 전역 예정인데 복무 연장을 신청할 예정이었다. 딱딱한 왕궁 생활보다 헬기를 직접 조종하며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더 마음에 드는 윌리엄이었다.
'아무튼, 저 친구는 진짜 마음에 드네. 빌라에도 저런 친구가 좀 나와줘야 하는데...'
골을 넣고 열정적인 세레모니를 보여주고 있는 데이빗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아무래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그와 식사를 같이 하며 대화를 나누어 봐야 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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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엄청 춥다던데
-전 따뜻한 곳으로 감
-부럽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