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93화 (29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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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유로 2012 우승 시 대표팀 전원에게 훈장 수여 할 것."]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사상 첫 유로 대회 결승 진출을 이끌어 낸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2세는 "대표팀의 활약이 나라의 품격과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이 사상 첫 우승을 이루어 낸다면 그 공을 기리기 위하여 대표팀 선수단 전원에게 대영제국 훈장(Order of British Empire)을 수여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수여될 작위의 등급은 4등급 OBE(Officer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대표팀의 사령탑 파비오 카펠로에게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명예 훈장이 수여될 것이다.

사상 첫 유로 대회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대표팀이 과연 조국에 우승을 안기고 명예롭게 귀국할 수 있을 지 주목 된다.

"캡틴은 예전에 받지 않았어요?"

준결승 전을 마친 잉글랜드 대표팀은 결승전 장소인 키예프로 이동하였다. 준결승을 치르고 단 3일 만에 결승전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스탭들은 훈련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의 체력 회복에 힘쓰고 있었다. 데이빗은 동료 선수들과 오전에 간단한 스트레칭과 회복 훈련을 진행한 뒤 호텔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내가 받았던 것은 5등급, 그러니까 MBE(Member of Ordeer of the British Empire)야. 이번에 우승하면 준다고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4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훈장이지."

2004-2005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2005-2006 FA컵 우승에서 크게 기여한 부분이 인정 받아 5등급 훈장을 받았던 제라드였다.

"4등급하고 5등급하고 차이가 큰 가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둘 다 명예로운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등급이 높은 게 더 좋긴 하겠지."

"흐응..."

올림픽 대표 건을 제의 받을 때도 훈장 이야기가 나왔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훈장 서훈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은 없었고, 막연히 멋있는 일이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다 비슷해. 등급이 어떻고, 어떤 건 기사 작위 등급이네 뭐네 이런 건 의미 없어. 중요한 건 내가 한 일이 명예로운 일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뭐 이런 게 좋은 거야. 나머진 몰라도 상관 없지 않을까?"

"그렇네요. 근데 서훈은 보통 어떻게 진행 되나요?"

눈을 반짝이며 질문하는 데이빗, 제라드는 몇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해 주었다.

"나 같은 경우는 한 1년 정도 기다렸다가 받은 것 같아. 그때 내 와이프하고 함께 버킹엄 궁에 방문했지. 여왕께서 직접 훈장을 달아 주신다고. 아주 멋진 일이었어."

"여왕님이 직접 달아 주신다고요? 와우! 그거 멋진데요?"

그러면서 시시콜콜 여왕님은 어떠냐, 왕자와 공주들은 보았냐, 버킹엄 궁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처럼 멋이 있느냐 등 질문을 쏟아 냈다. 한참 기억 나는대로 답변해주던 제라드가 결국 백기를 든다.

"...이봐, 난 관광객 가이드가 아니야. 너도 어차피 나중에 직접 갈 텐데 뭘. 직접 보고 겪은 다음에 판단하라고."

제라드의 말에 데이빗은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귀찮게 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넌 결승이 끝나고...대충 3주 좀 넘게 쉬고 바로 올림픽 대표로 합류해야 하지?"

"아, 그게 그렇게 되네요. 잊고 있었어요."

"하긴, 지금은 올림픽을 생각할 때가 아니지."

결승을 앞에 두고 다음 대회를 생각할 겨를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래도 어쨌든 화제가 나왔으니 잠시 올림픽 대표 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3주 정도면 아주 충분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회복할 만한 시간이니까요. 유로 대회에 참여하기 전에도 그 정도 쉬었더니 살만 하더라구요."

"그렇지. 문제는 그 이후에 곧장 시즌이 개막한다는 것이지만. 뭐, 팀에서도 8~9월 동안은 어느 정도 관리를 해 줄거야."

"그렇겠죠?"

제라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감독님은 선수를 무리시키는 타입이 아니야. 만약 팀에서 출전을 강행시킨다면 내가 도와주지."

"헤에..."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이빗의 모습에 제라드가 움찔한다. 요즘 들어 점점 더 뻔뻔해 지고 있는 녀석인지라 무슨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친다.

"아무튼 올림픽은 알아서 하고, 이제 내일 경기만 신경쓰자. 여기까지 왔는데 반드시 우승을 해야지."

"당연하죠. 전 이번 여름, 모든 대회에서 우승할 거에요. 유로에, 올림픽에, 커뮤니티 실드까지."

주먹을 불끈 쥐며 포부를 밝히는 데이빗, 그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제라드가 살짝 정정해 준다.

"넌 커뮤니티 실드는 무리야. 올림픽에 나가는 놈이 무슨 커뮤니티 실드를 뛰겠다고. 그건 우리가 알아서 따 놓을테니 넌 구경이나 하고 있어."

3일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선수들이 베스트 컨디션을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이는 스페인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잉글랜드보다 하루의 휴식이 더 주어진 스페인이었지만 4강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치러야 했기에 상황은 비슷했다. 그리고 드디어, 유럽 최강의 나라를 결정짓게 되는 결승전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이다. 질문 있나?"

결승전이 열리기 직전 잉글랜드 대표팀의 라커룸,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평소보다도 더 세심하게 공을 들여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승 청부사라 불릴 정도로, 숱한 우승을 경험해 본 카펠로 감독도 유로 대회의 결승은 처음이었기에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웠으리라.

"아뇨. 충분합니다."

선수단을 대표해서 제라드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카펠로 감독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다들 준비는 된 것 같군. 아, 미리 이야기한 대로,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오신다."

이미 들은 바가 있었기에 큰 동요는 없었다. 하지만 방문객이 워낙 거물이다 보니 살짝 침을 삼키는 선수들도 있었다. 데이빗도 그중 하나였다.

"오늘 경기를 직접 응원해 주시기 위해 윌리엄 윈저 왕세손께서 방문해 주셨다.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 하시니 다들 예의를 갖추도록."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라커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라드가 선수들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고 편하게 앉아 있던 선수들이 모두 기립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젊은 남성이 있었다.

'에...'

데이빗은 침을 삼켰다. 사실 TV나 인터넷, 잡지 등에서 가끔 본 적이 있음에도 실제로 보는 왕세손은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묘하게...전에 TV에서 보았을 때보다...'

슬그머니 다시 왕세손의 얼굴을 확인한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호남형의 얼굴, 하지만...

'...머리가 좀 벗겨 지신 거 같은....'

속으로 조금 불경한 생각을 서슴지 않으며 데이빗이 감상을 마쳤다. 몇 년전의 사진을 보았을 때는 정말 동화 속의 왕자님 그 자체라고 느꼈는데 지금은 조금 아니었다. 아무래도 지금 군 복무 중이라 헬멧을 자주 쓰고 다녀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윌리엄 윈저라고 합니다."

우아하게 인사를 건네는 윌리엄 왕세손, 선수들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그의 방문을 환영했다.

"먼저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루어 낸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기쁨을 누릴 수 있었고 자존심을 충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기존의 왕족들과 달리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고 일반인이 다니는 학교에 진학하는 등, 소탈하고 서민적인 이미지가 강한 윌리엄 왕세손 답게 말투에도 예의가 있었고 기품이 있었다.

"저의 방문이 여러분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원합니다. 반드시 우승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은 우리 대영제국을 대표하는 선수입니다. 스스로 긍지를 가지고 본인의 능력을 발휘해 주세요. 저는 관중석에서 여러분들을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짤막한 덕담이 끝나고 선수들과 하나 씩 악수를 나누는 윌리엄 왕세손.

"아 데이빗 장 선수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호감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건네는 모습에 데이빗이 공손히 손을 잡았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왕세손 전하."

"하하, 그렇게 딱딱하게 굴 것 없어요. 나이 차이도 그렇게 많이 나는 건 아니니까. 편하게 대해도 괜찮아요."

소탈한 반응에 데이빗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가 우리 나라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지 모릅니다. 정말 군 복무 중만 아니라면 만나서 술 한 잔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영광입니다."

소탈해도 너무 소탈한지라 오히려 적응이 안된다며 데이빗이 식은땀을 흘렸다.

"뭐, 이왕이면 데이빗 장 선수가 아스톤 빌라의 선수였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눈을 찡긋하며 농담을 건네는 왕세손, 왕실의 인물들 대부분이 아스날의 팬이지만 윌리엄 왕세손만은 아스톤 빌라의 열렬한 팬이었다. 아스톤 빌라의 홈 경기에서 윌리엄 왕세손의 모습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건 그런 연유였다. 심지어 아스톤 빌라에서는 윌리엄 왕세손의 첫 아이가 태어나자 이를 축하하며 선물로 HRH(His Royal Highness=전하) 이니셜이 새겨진 등 번호 1번의 유니폼을 보낼 정도였다.

"아무튼 오늘 경기도 잘 부탁합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23명의 대표 선수들과 모두 인사를 나눈 윌리엄 왕세손은 라커룸을 나서기 전 다시 한 번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남기고 떠나 갔다.

"...생각보다 엄청 소탈하시네."

"이야, 데이빗. 왕세손께서 술 한 잔 하고 싶다고 하시다니. 이러다가 나중에 형 동생하는거 아냐?"

옆에 있던 루니가 옆구리를 찌르며 부러워 했다. 인기가 부족한 아버지 찰스 윈저에 비해 윌리엄 왕세손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괜찮은 인물이었다.

"깜짝 놀랐다구요. 그냥 한 번 해본 말씀이겠죠."

"무슨 소리야. 다른 선수들한테는 아무도 그런 얘기 안했다고. 혹시 여기서 왕세손께서 술 한 잔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사람?"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 보라는 듯 루니가 말을 잇는다.

"내 생각에 말야, 너 오늘 경기에서 골을 넣고 우리가 우승을 하면 분명 윌리엄 왕세손께서 초청할 거야. 캬 부럽다 부러워."

"...소설 쓰지 마요."

그럴리 없다며 톡 쏘아 붙이는 데이빗이지만 방금 전에 본 왕세손의 모습을 떠올리니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닌 것 같았다.

"다들 왕세손과의 만남은 즐거웠나?"

시간을 확인하며 카펠로 감독이 말했다. 딱히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지 잠시 텀을 두고 곧바로 말을 이어 나간다.

"이제 나갈 시간이다. 여러분들에게 잉글랜드 국민들의 기대가, 그리고 왕실의 기대가 걸려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국가대표에 어울리는, 품격있는 플레이를 펼치고 와라."

통로에서 스페인과 잉글랜드, 양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입장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쪽 손에는 어린 아이의 손을 잡은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데이빗. 그때 루니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저것 좀 봐."

"뭐요? 어떤 거요?"

"안 보여? 아, 내가 가렸구나. 잠깐만."

슬쩍 몸을 비켜주는 웨인 루니, 그러자 그가 말한 것이 눈에 들어 왔다. 통로의 끝을 지나 조금 더 멀리에 그리 높지 않은 단상이 준비되어 있었고 그 위에 은색의 트로피가 놓여 있었다.

"앙리 드로네..."

유로 대회의 우승 트로피, 앙리 드로네였다. 데이빗의 눈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멋지다. 그렇지?"

"정말로 그래요."

프리미어 리그 우승컵도 멋졌지만, 지금 눈 앞의 앙리 드로네도 그에 못지 않았다. 우승컵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우승에 대한 열망이 두 배는 더 커진 기분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조국에 유로 대회 우승컵을 가져다 주면, 우리 이름도 역사에 남게 되겠지."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라며 루니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직도 잉글랜드 내에서는 66년 월드컵 우승 당시의 멤버들이 가끔 회자되곤 하니, 만약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한다면 이들도 오랬동안 기억될 것이 분명했다.

"가죠. 90분 뒤에 우리는 저걸 들어 올리고 있을 겁니다."

"물론이지."

============================ 작품 후기 ============================

-제가 왜 성추행을 걱정해야 하죠?

-오히려 그쪽 현지 여성분들을 걱정해야...

-...응?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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