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92화 (29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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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2가 한창 진행 중인 6월 말.

아디다스 런던 지사 내의 광고 제작 팀은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 5월 촬영한 데이빗 장의 영상을 편집하는데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회의 준비 다 됐어?"

"잠시만! 브리핑 자료 전송만 하면 돼. 1분이면 충분해."

"그럼 난 먼저 회의실에 가 있을게. 늦지 마."

"안 늦는다니까."

"그래, 아무튼 어제 나온 건 아주 괜찮더라. 팀장도 마음에 들어할 거야."

"당연하지. 우리가 만든 건데."

자부심이 깃든 목소리, 그 말에 동료 직원은 엄지를 들어 올린 뒤 먼자 사무실을 나섰다.

"오케이, 준비 완료."

준비를 마친 남자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린다. 자신과 동료들이 만들어 낸 이 작품이라면 다들 마음에 들어할 거라 생각했다. 그는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정은 맞출 수 있겠어?"

오전 미팅 시간, 팀장이 직원들에게 일의 진척 정도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었다.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나서서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충분합니다. 계약 상으로 광고 송출을 시작하는 시점은 9월부터 입니다. 2달이라는 시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번 건에 대해서? 그렇다는 것은 이번에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다른 건에 비해 특별한 점이 있다는 뜻인가?"

팀장의 질문에 직원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젝터의 화면을 넘기며 자료와 함께 설명을 이어 나갔다.

"직접 영상을 보면서 설명을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먼저 편집이 전혀 되지 않은, 지난 촬영 당시의 화면입니다."

이미 다들 본 장면이지만 한 번 더 본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어느새 영상에 빠져 들었다. 검은 머리의 늘씬한 체형의 선수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퍼포먼스를 연달아 보여주고 있었다.

"허 참, 정말 저게 편집되지 않은 영상이라니..."

팀장이 허탈한 미소를 짓는다. 동시에 두 공을 띄워 올린 뒤 순차적인 발리 킥으로 골 포스트를 맞추고, 마무리로 라보나 킥을 보여주는 모습, 길거리 축구에서 로빙 패스를 그대로 발등으로 받아 내고 그 상태에서 곧장 공중 플리플랩을 보여주는 모습은 숱한 축구 선수들과 작업을 진행한 이들로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직원들은 저마다 감상을 주고 받으며 영상을 지켜 보았다. 플레이 타임이 끝나자 직원은 페이지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팀장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사실 저희가 편집을 진행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편집을 최소화 하자는 것. 현장감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편집을 최소화 하자? 음...납득이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팀장의 우려에 자신있게 미소를 짓는 직원. 예상한 지적이었고 이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었다.

"직접 보고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1차 편집이 진행된 영상입니다. 보시기에 앞서 먼저 영상 내 스토리 라인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길거리에서 데이빗 장 선수가 다른 플레이어들로부터 도발 당하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풋살 플레이어가 먼저 골대를 맞추고 할 수 있겠냐는 식으로 도발을 하는데요..."

"그 부분은 영상 편집을 진행했나?"

"그렇습니다. 몇 번 시도해 보았습니다만, 포스트를 맞추긴 합니다만 저희가 원하는 파워와 킥 모션이 나오지 않아서요. 엑스트라라고 해도 중요한 부분 아닙니까? 그래서 그 부분은 손을 좀 봤습니다. 바로 이 장면이죠."

멋들어진 킥 모션으로 강하게 골 포스트를 맞춘 뒤 건방진 표정으로 데이빗을 향해 손을 까딱거리는 플레이어의 모습이 보이고 피식 웃음을 흘리는 데이빗의 모습에서 영상을 일시 정지한다. 영상과 함께 설명하는 모습에 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보기가 그럴싸 했다. 만족한 듯한 팀장의 반응에 다음으로 넘어가는 직원.

"그리고 데이빗 장 선수에게 누군가 해보라고 공을 패스합니다. 그리고 웃으며 도전을 받아 들이는 데이빗 장 선수의 모습을 클로즈 업 하면서..."

다시 한 번 정지된 화면을 돌린다.

"그리고 여기가 편집된 부분입니다. 상대의 패스를 발등으로 받아 공중 플리플랩으로 한 명을 제쳐 버립니다. 여기서 부터 일 대 다의 퍼포먼스가 시작됩니다. 하나 씩 달려드는 선수들을 제치는 데이빗 장 선수의 모습이 나가는 부분인데요, 풋살장에서 찍었던 장면을 조금 각색해서 집어 넣었습니다."

공중 플리플랩부터 시작해서 사포, 백 플리플랩, 라 크로케타 등 현란한 스킬들의 향연이 펼쳐 졌다. 추풍 낙엽처럼 나가 떨어지는 풋살 선수들, 그리고 모두를 제쳐 낸 데이빗이 씩 웃으며 공을 멈춰 세운다. 그리고 동시에 타이밍 좋게 그의 발 아래로 굴러 오는 또 하나의 공을 자신이 드리블하던 공과 함께 띄워 올린다. 여기서부터는 비슷했다. 순차적으로 오른발, 왼발 발리 킥으로 골대를 맞추는 모습, 하지만 조금 다른 장면이 있었다.

"오...!"

팀장의 감탄사, 화면에서는 골대에 맞고 튕겨 나온 공을 데이빗이 그대로 라보나 킥으로 연결시키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여지 없이 골대를 맞추고 돌아서며 미소를 짓는 데이빗, 그리고 화면을 향해 손바닥을 펴며 영상이 마무리 되었다. 물론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아디다스 로고.

"이게 1차 편집본입니다. 사실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있는 그대로의 영상을 사용했습니다. 공중 플리플랩에 들어가는 부분과 라보나 킥을 시도하는 부분만 처리 작업이 들어갔을 뿐입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느낌이 좋아."

편집을 그리 많이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는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나온 결과물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만족스러운 듯 가볍게 박수를 치는 팀장의 모습에 기가 살아난 직원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 느낌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승인하는 팀장, 하지만 100% 오케이는 아니었다.

"그렇게 해. 그래도 좀 더 손 봐야할 부분은 있겠어. 아까 풋살 선수들을 상대할 때 말이야..."

팀장이라는 직위를 딱지치기로 얻은 것은 아니었던 만큼, 직원이 놓친 세밀한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하는 모습, 이런 충고는 언제든 새겨들을 만 했기에 직원은 간단히 메모를 하며 경청한다. 다른 이들도 대화에 동참하며 조금이라도 더 멋진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의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에 바로 골대를 맞추는 것 보다..."

"그리고 풋살장으로 이동하는 장면도 넣으면 어떨까요?"

"그부분은..."

회의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다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고 더 나은 방법이 없는 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출근 하자마자 시작한 회의는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얼추 마무리가 되었기에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말이야. 이 광고가 나가고 나서, 메이킹 필름을 그대로 올려 보는 건 어떨까?"

그러다 한 가지에 생각이 더 미쳤는지 일어선 상태로 이야기하는 팀장.

"메이킹 필름 말씀이십니까?"

"그래. 사실 우리 회사 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 이거 편집된 거 아니냐고, 실제 상황을 촬영한 거냐고 말이지. 물론 그동안 편집된 부분이 많기도 했는데, 이번에 메이킹 필름을 공개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할 거 같은데?"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 부분도 진행하겠습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티저 영상, 혹은 회사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려 놓기만 해도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네요."

의욕적으로 나서는 직원의 모습에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그래도 영상 전체를 공개할 필요는 없겠지? 그 부분은 믿고 맡기겠네."

"당연하죠. 믿어 주시면 최고의 결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다들 즐거운 점심 시간 보내라고. 이 프로젝트 멋지게 마무리해서 다들 연말에 선물 하나 씩 받아가야 하지 않겠나?"

"보너스는 언제나 사랑이죠. 작년에는 좀 재미를 못 봤으니 올해는 한 몫 챙겨 봐야겠습니다."

결국 직원들에게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페이였다. 다들 지당한 말이라며 기분 좋게 미소를 흘린다. 팀장은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며 그들의 의욕을 돋궈준 뒤 먼저 회의실을 빠져 나갔다.

"그럼 다들 점심 맛있게 드세요. 아 제인, 그리고 홀튼, 둘은 제가 점심 시간 이후에 메일을 하나 드릴게요. 거기에 맞춰서 작업 부탁드립니다."

"물론 그렇게 할 게요. 그럼."

"어떻게 편집해도 그림이네 그림이야."

재료가 좋으니 뭘 해도 괜찮은 결과가 나온다며 즐거운 미소를 짓는다. 제작자 입장에서 사용할 소스의 질과 양이 만족스럽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어디 한 번 보자. 오 이것도 괜찮아 보이는데?"

"그렇지? 마무리 장면 전에 셀프 오버 헤드킥으로 골을 넣고 나서 도발에 대한 마무리를 보여주는 거지. 그냥 제치는 장면만 들어가는 것 보다 골까지 넣고 마무리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어서. 아까 회의때 나온 이야기라서 한 번 시도해 봤는데 어떤 거 같아?"

동료의 질문에 남자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야 그런데 벌써 이만큼 작업한 거야? 오늘 반나절 만에 이만큼이나 나왔으면 대단한데?"

"이건 아직 손을 거의 대지 않은 거라서 말이야. 자세히 보면 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어. 그냥 이런 식으로 구성한다는 정도로만 봐도 괜찮을 거 같아. 그래서 감상은?"

"훨씬 풍성해 보이네. 내 생각에도 이게 훨씬 그림이 괜찮아 보여."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래도 아직 쓰지 못한 소스가 더 많아. 이건 진짜 보물이야. 전에 찍은 촬영 영상만 가지고 CF 두 세개는 거뜬히 뽑아 낼 수 있겠어."

동료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히죽 웃음을 흘린다.

"그건 계약 사항 위반이니까 힘들겠지. 그래도 동감이야. 저런 친구는 정말 처음 봐."

"최고의 고객이지. 최근에 또 인지도를 엄청 끌어 올리고 있잖아?"

씩 웃으며 화면을 전환하는 직원, 그리고 뉴스를 띄운다. 최근에 가장 핫한 뉴스라면 역시 유로 2012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 유로 2012 얘기야?"

"그래, 진작 계약해서 다행이지, 7월이 지나서 계약하자고 했으면 돈이 더 들어갈 뻔 했어. 어차피 계약을 따내는 건 내가 하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야."

뉴스에서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어 낸 데이빗 장에 대해 크게 다루고 있었다.

"어디 보자...이야, 벌써 7골 째였구나. 이 기사 좀 봐. 미셸 플라티니의 기록이 9골인데 그 기록을 깰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네. 진짜 대단하다. 이제 22살인데 벌써 역대급 기록에 도전하고 있잖아."

휘파람을 불며 놀라움을 표시한다.

"기록을 깨려면 해트트릭을 해야하는데...아무리 그래도 좀 무리 아닐까? 상대는 스페인이라고. 골을 넣을 것 같기는 한데 해트트릭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 그래도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잖아. 독일을 상대로도 2골이나 넣었는데..."

"그거야 그렇지. 그래도 1~2골 정도는 넣을 것 같지 않아? 두 골만 넣어도 동률이야."

"...두 골이 그렇게 쉽게 이야기할 만한 수준은 아닌거 같은데...이 친구한테는 진짜 별 일 아닌 거 같아서 좀 당황스럽긴 하네."

현실감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든다. 그러면서 어쨌거나 좋은 일 아니냐며 이야기를 정리하는 모습.

"아무튼 뭐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야. 우리의 CF 모델이 이렇게 더 유명해 진다는 건 우리의 광고 가치가 더 올라간다는 이야기니까."

"그렇지. 그게 중요한 거지."

같은 내용의 광고라고 해도 모델이 누구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은 하늘과 땅으로 갈릴 수 있다. 데이빗이 최근 1~2년 사이 이름을 급격히 알리기 시작했지만 아직 전세계적인 수준의 스타라고 보기에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유로 대회에서 이런 활약을 보인다면? 당연히 그의 이름 값은 더 올라갈 것이고 이는 그를 모델로 사용하게 된 아디다스에게도 긍정적인 일이었다.

"아무튼 열심히 만들어 보자. 모델이 A급인데 영상이 B급이라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되겠지."

"당연한 말씀. 그럼 다시 작업을 시작하자."

============================ 작품 후기 ============================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헿

-추천 해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자 궁디팡팡

-쿠폰 주신분들도 감사합니다. 자 엉덩이 대세요

-여러분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여행 기간 동안 최대한 연재가 펑크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도 며칠 빵꾸나는 건 이해해 주시...

-헤헤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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