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91화 (29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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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은 확실히 잉글랜드가 좀 더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었죠?]

[그렇습니다. 점유율은 양 팀이 거의 50 대 50, 대등한 수치를 기록했고 슈팅 숫자도 비슷합니다. 잉글랜드가 9개, 독일이 8개를 기록했으니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유효 슈팅에 있어서 차이가 좀 나는 군요.]

[잉글랜드가 9개의 슈팅 중 무려 6개를 골문 안쪽으로 보낸 반면, 독일은 3개에 불과하군요. 독일의 수치가 사실 그리 낮은 건 아닙니다만 잉글랜드의 슈팅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정확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스코어가 움직이지 않은 것은 전반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힘이 컸습니다. 사실 상 웨인 루니와 데이빗 장이라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을 홀로 막아 낸 것이나 다름 없거든요.]

[독일의 수비진들이 두 선수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필립 람을 위시하여 다른 독일의 수비진들이라면 아무리 루니와 데이빗의 조합이라고 해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 두 선수는 마치 제 집 드나들 듯 독일의 진영을 유린했고 마음껏 슈팅을 날렸습니다.]

[노이어 골키퍼의 선방은 분명 역사에 남을 만한 퍼포먼스였습니다만, 이런 선방이 계속 될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독일 수비진들은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겠어요. 아무리 컨디션이 좋은 골키퍼라고 해도 계속되는 슈팅을 막아 내는 것은 분명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거든요.]

해설진들의 말과 달리, 독일의 수비진들은 후반에도 전반과 비슷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 사실 그들이 전반전에 집중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막아야 할 선수들의 컨디션이 너무 좋았던 것이 문제였을 뿐.

"저 두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같은 팀에 있었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될 뻔 했습니다."

"확실히 그렇네요. 뭐 두 선수의 팀이 팀이다 보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데이비드 베컴은 LA 갤럭시로 이적하며 구한 자택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유로 첫 경기에서는 오랜만에 대표팀 동료들과 만남을 가졌지만 그 이후로는 발 길을 끊었다. 카펠로 감독이 지나치게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괜히 카펠로 감독과 자신이 구설수에 올랐다가는 한창 집중해야 할 동료들에게 방해가 될 우려가 있었으니 말이다. 본인도 시즌 중이다 보니 별 일 없이 유럽을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것도 불가능했고 말이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두 선수간의 호흡이 잘 맞을 거라 예상하기 쉬웠습니다. 전형적인 빅&스몰 유형의 투 톱은 아니지만 개인돌파와 득점, 그리고 연계까지 뛰어난 선수와 마치 미드필더처럼 움직이면서도 결정력이 있는 선수 간의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축구는 이론만으로 이루어지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우리는 프랑스의 앙리, 트레제게 조합이 그렇게 힘을 쓰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었죠. 비에리와 델 피에로의 조합도 비슷했습니다."

"당신 말이 맞아요. 경기장 밖에서 보는 시점과 선수들이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부분은 달라요. 많은 사람들이 알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네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문가들, 그리고 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수들의 합이 맞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베컴은 자신의 옆에서 함께 관전하고 있는 자신의 에이전트와 대화를 나누며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 보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보다 지금의 대표팀은 수준이 높고 손발이 잘 맞고 있었다.

"아쉬워 보입니다만."

눈치 빠르게 자신의 에이전트, 사이먼 풀러가 말을 걸어 왔다. 베컴은 특유의 멋진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히 아쉽죠. 더 두 친구에게 내가 패스를 보내 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라면 어떻게 저 선수들을 활용했을까, 지금 머리속에는 온통 그 생각 뿐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미스터 베컴 씨의 패스가 저 친구들을 좀 더 살려줄 수 있었을 테니까요. 카펠로 씨의 결정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습니다."

"나이 먹었으니 은퇴하라는 말이죠. 실제로 그런 말을 하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도 불쾌한 듯 수려한 미간을 찌푸리는 베컴, 그는 아직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비록 지금 뛰고 있는 곳은 세계적인 레벨에 부족함이 있는 MLS였지만 자신의 실력은 최고 레벨에서도 아직 통용된다고 믿었다.

"요즘 알아보고 있는 건 어떻습니까?"

고객의 질문에 사이먼은 조금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관심을 보이는 팀들은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팀들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각 클럽들의 이목은 지금 유로 대회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라..."

"그렇군요. 확실히 월드컵이나 유로, 코파 아메리카 등의 대회가 있을 때마다 그런 경향이 있지요. 알겠습니다. 천천히 기다리도록 하죠."

베컴은 이제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유럽에서 마지막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에이전트에게 최대한 유럽 쪽으로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고 사이먼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최대한 유럽, 그 중에서도 상위 리그에 속한 팀들을 위주로 알아 보고 있었다.

"올림픽 대표팀 쪽에서는 아직까지 별 이야기가 없습니까?"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는 모양새입니다만 부정적인 느낌은 아닙니다. 이미 와일드 카드 한 장은 라이언 긱스가 가져가는 것이 확실 시 되고 있거든요. 팬들은 오랜만에 긱스와 베컴의 조합을 보고 싶어 합니다."

"아직 그 시절을 기억해 주고 있다니 고마운 일이군요. 긱시(긱스의 애칭)와 뛴다면 저도 바랄 게 없는 일이죠. 아무튼 어느 정도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고 하니 힘이 나는 군요."

"늦어도 7월 초, 중순 정도에는 발표가 마무리 될겁니다. 베컴 씨가 뽑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믿고 기다려 주세요."

"사이먼 씨는 물론 믿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경기를 좀 더 지켜 볼까요? 마침 타이밍도 좋군요. 흥미진진한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V로 시선을 돌리는 베컴, 화면에는 루니와 2 대 1 패스를 주고 받으며 독일의 수비 라인을 붕괴시키고 있는 데이빗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젠장!"

후반 20분이 지나도록 제대로 공 한 번 빼앗지 못하고 휘둘리기만 하다 보니 짜증이 치밀어 오른 메르테자커는 평정심을 잃었다. 동료 노이어에 대한 면목도 없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도 엉망이 된 상태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만약 메르테자커가 아니었다고 해도 다른 선수가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었다.

삐익-!!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차 싶은 표정으로 쓰러진 선수를 바라보는 메르테자커, 자신이 뒤에서 발을 걸어 넘어 뜨린 선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금의 위치를 확인한다. 애매한 판단이 나올 여지가 없는, 완벽하게 페널티 에어리어 내에서 이루어 진 파울, 메르테자커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잘했어! 아니 괜찮냐?!"

루니가 가장 먼저 달려와 페널티 킥을 얻어 낸 것에 대한 기쁨과 함께 걱정을 쏟아 낸다. 데이빗은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루니가 건네는 손을 잡고 일어 선다.

"조금 채이긴 했는데...문제 없을 거 같아요."

"다행이네! 좋아, 몸도 괜찮고 찬스도 만들었으니 최고야. 정말 잘했어!"

"웨인의 패스가 좋았으니까요."

일어나서 채인 발을 슬쩍 돌리며 상태를 확인한다. 확실히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약간의 얼얼함은 남아 있었지만 몇 년간의 경험을 통해 보았을 때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데이빗은 벤치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는 스탭들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내며 문제 없음을 밝혔다.

"좋아! 레드 카드야! 이걸로 완벽해 졌어!"

루니가 환호하며 데이빗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었다. 독일 선수들은 심판에게 몰려가 레드 카드는 너무 가혹한 판정이 아니냐며 항의하고 있었다. 그들도 페널티 킥은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을 10명으로 싸워야 한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기에 그들로서는 심판이 판정을 번복해 주길 원했다.

"네가 차. 아니, 찰 수 있겠어?"

루니가 데이빗에게 권유한다. 데이빗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8강전에서는 웨인 루니에게 페널티 킥을 양보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루니가 먼저 자신에게 양보를 해 주었다. 굳이 거절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미 대회 득점왕은 사실상 확정 되었지만 확실히 굳히고 싶었다.

"얼마든지요. 양보해 줘서 고마워요 웨인."

"고마우면 멋지게 때려 넣어. 저 노이어 녀석도 이건 어쩔 수 없겠지."

데이빗의 가슴을 주먹으로 살짝 치고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물러나는 루니, 데이빗은 옆에 놓은 공을 들고 천천히 페널티 스폿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정해진 위치에 공을 놓고 심호흡을 하며 물러선다.

'당신은 위대한 키퍼야.'

페널티 킥을 차기 전에는 골키퍼의 눈을 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실 페널티 킥은 이론적으로는 막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게임이다. 슈팅 파워가 일정 수준 이상되는 선수가 실축만 하지 않는다면 골키퍼로서는 막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실축 이외에 선방이 나오는 것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외부적인 요인에 휘둘리지 말라는 뜻에서, 골키퍼의 움직임을 무시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강하게 때리라는 조언을 많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빗은 그런 격언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폴짝폴짝 뛰면서 자신을 잡아 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는 노이어 골키퍼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되려 골키퍼에게 압박을 가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네가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난 골을 넣겠다

'그래도...'

한 걸음 씩 내딛기 시작하는 데이빗, 목표는 이미 정했다. 노리는 곳은 골대 좌측 상단, 그곳을 향해 풀 파워로 날려 버릴 생각이었다. 애초에 그쪽에 서 있지 않으면 막지 못할 정도로.

'당신의 게임은 여기까지야.'

방향은 읽었다. 아니, 애초에 데이빗은 코스를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닿지 못한 것은 11m라는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버린 데이빗의 강력한 슈팅때문이었다. 데이빗은 출렁이는 골망을 뒤로하고 손을 높이 들어 올린 채 달렸다.

"여기까지군요."

"아, 정말 좋은 게임이었어요."

베컴은 크게 기지개를 켰다. 경기 내내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만 앉아 있다보니 몸이 찌뿌둥했다.

"그래도 독일도 대단하군요. 숫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기어이 만회골을 터뜨릴 줄은 몰랐네요."

"괜히 저들이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네요. 만약 추가골을 얻어 맞기 전에 만회골을, 그러니까 동점을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몰랐을 것 같네요."

베컴의 평 대로, 독일은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만회골이 너무 늦은 시점에 들어간 것이 문제였다. 결국 메르테자커의 퇴장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후반 34분, 데이빗 장의 쐐기골도 그런 부분이 컸다.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수비 숫자를 늘리기 힘들었던 독일은 쓰리 백으로 전환, 미드필더와 공격수의 숫자는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네 명이서 막지 못한 공격수들을 세 명이서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쓰리 백의 취약점, 사이드가 부실하다는 약점을 그대로 찌른 잉글랜드의 역습이 진행되었다. 스튜어트 다우닝은 광활히 열린 공간을 질주해 들어갔고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붙여 주었다. 이를 순간적인 민첩성을 뽐낸 데이빗이 먼저 잘라 먹으며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들었던 것이다.

2 대 0으로 점수 차가 벌어지자 카펠로 감독은 다시 한 번 잠그기에 나섰다. 하지만 독일은 그들이 왜 토너먼트의 강자라 불리는 지에 대해서 증명했다.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마지막에 그들의 자존심을 지켰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의 집념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마리오 괴체가 순간적으로 두 명의 수비를 제친 뒤 외질에게 패스를 열어 주었고 외질이 감각적인 감아차기로 마무리하며 추격하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점이 이미 로스 타임에 접어든 때라는 것이 문제였다. 독일 선수들은 세레모니도 생략한 채 공을 다시 센터 서클로 가져다 놓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자신들의 진영에서 30초 간 공을 돌리자 그대로 시합이 종료되었고 잉글랜드는 사상 첫 유로 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아무튼 제가 저기에 끼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만 축하할 일이네요."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하며 베컴이 씩 웃었다.

"정말 그렇네요. 베컴 씨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저로서도 즐거운 일이 되었을 텐데 아쉽군요."

"나중에 스티비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전화로 축하한다고 전해줘야 겠네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경기를 보다 보니 점심 시간을 놓쳐 버렸군요."

"늦었지만 나가서 간단히 식사라도 하시죠.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을 추천 받은 곳이 있습니다."

"좋네요. 그럼 가시죠."

자리에서 일어서며 TV를 끄는 베컴, 마지막으로 화면에 잡힌 것은 오늘 경기의 수훈으로 뽑힌 데이빗 장이었다. 베컴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올림픽에서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

-경기 종료

England  2  :  Germany  1

잉글랜드 파이널 진출.

============================ 작품 후기 ============================

-전에 후기에서 언급해 드리긴 했는데

-요즘 한 편을 올리는 이유를 다시 말씀드리면

-제가 이번 주 일요일부터 해외 여행을 갑니다

-그때 연재가 뚝 끊기는 것보다는

-연재 공백을 최소화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한 편만 올리는 겁니다

-비행 시간 포함하여 12일 정도 자리를 비울 것 같은데요

-지금 비축을 쌓은 페이스라면 약 8~9일 정도는 연재가 끊기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조삼모사와 비슷한 건데

-지금 몰아서 하루 두 편씩 올리고 여행 기간 동안 통째로 휴재하는 것 보다

-휴재 기간을 최소화 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마음같아서는 여행 기간 동안 하루도 펑크나지 않게 하고 싶은데

-이래저래 준비할 것도 있다보니 그건 좀 힘들 것 같고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공백을 최소화 할 테니

-믿고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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