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7 =========================================================================
[역시나 핵심은 공격진이 될 것이다, 그런 말씀인데요. 지난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웨인 루니 선수가 출전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카펠로 감독이 끝까지 그를 외면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난 경기에서 드러났듯, 웨인 루니가 빠진 공격진의 무게감은 확실히 떨어졌습니다. 저메인 데포는 나쁘지 않았지만 시오 월콧과 대니 웰벡은 낙제점에 가까웠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현재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데이빗 장, 그리고 웨인 루니입니다. 두 선수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만 각각 40골, 27골을 기록한 특급 스트라이커들이죠. 심지어 저메인 데포와 시오 월콧, 대니 웰벡의 득점을 모두 합쳐도 데이빗 장 개인의 기록에 미치지 못합니다. 웨인 루니 선수가 대표팀 합류 이후 잡음을 일으켰습니다만 징계도 받았고 본인 스스로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본선에서는 반드시 기용되어야 할 자원이라고 봅니다.]
[맞습니다. 사실 대표팀에서 취하고 있는 공격 전술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아니, 사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이죠. 득점할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에게 좋은 찬스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우리 대표팀으로서는 데이빗 장이 바로 그 역할을 맡아야 하죠. 그에 대한 파트너로 웨인 루니 이상 가는 대안은 없습니다. 루니는 본인 스스로도 뛰어난 득점력을 갖추었지만 주변 동료를 살리는 플레이에도 일가견이 있죠. 소속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미드필더로서 경기를 치르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여론 조사 결과 또한 웨인 루니, 그리고 존 테리를 기용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무려 80% 이상이 그들의 복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카펠로 감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이 되는 부분입니다.]
삑-
"벌써 A팀으로 합류했다고 이 사람들아."
데이빗은 TV를 끄고 침대 위로 누웠다. 카펠로 감독도 결국 결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웨인 루니와 존 테리를 끝까지 외면하긴 힘들었다. 만약 지난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다른 공격수들이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었다면 모를까, 저메인 데포를 제외하고는 엉망에 가까웠기에 어쩔 수 없었다.
6월 1일, 첫 번째 경기가 열리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로 이동한 잉글랜드 대표팀은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뒤 6월 2일부터 훈련을 재개했다. 그리고 카펠로 감독은 약 일주일간 B팀에 박아 두었던 웨인 루니와 존 테리를 다시 A팀으로 올리는 조치를 취했다. 그로 인해 밀려난 선수들은 탐탁치 않았지만 주전급 선수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루니와 테리의 능력은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결국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실력이 우선될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루니와 호흡을 맞추는 게 편하긴 하지."
워낙 기술이 좋고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선수라 함께 플레이하기가 정말 편했다. 루이스 수아레즈, 혹은 마르코 로이스와 호흡을 맞추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들보다 스피디한 연계를 장기로 삼았고 무지막지한 활동 반경을 자랑했다. 그런 인간 같지 않은 체력이, 그다지 성실히 관리하지 않음에도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랄까, 난 물집이 터져서 혼자 누워 있으니..."
어제 훈련 도중, 발가락 쪽에 통증을 느낀 데이빗이 코치진에게 알렸을 때의 분위기는 정말 볼만했다. 심지어 언제나 철가면을 쓰고 있는듯한 카펠로 감독마저 소스라치게 놀라 달려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데이빗이 뭐라고 할 새도 없이 곧바로 의료진에게 보내졌다. 그리고 진단 결과, 오른쪽 엄지 발가락에 잡힌 물집이 터진 것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잉글랜드 대표팀, 지금 상황에서 데이빗이 부상으로 이탈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이유로, 오늘 데이빗은 훈련에서 열외, 혼자 숙소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비공개 훈련이 아니라서...난리도 아니었지."
언론에 공개하며 진행된 훈련이었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숫자의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이 데이빗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성질급한 일부 기자들은 상세한 전말을 알아보지도 않은채 열심히 창작활동에 빠져들었고 금방 따끈따끈한 결과물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갔다. 그들은 데이빗이 심각한 부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글을 꾸몄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대표팀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당연히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전문 도박사들 사이에서 이번 대회 득점왕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것이 데이빗이었으니 그의 부상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곧이어, 그의 부상이 별 거 아니라는 기사가 나간 뒤에는 경솔한 기사를 올린 몇 몇 기자를 향해 맹렬히 분노하여 욕을 해댔지만 말이다.
"...내 물집이 터진게 뉴스가 되다니..."
흔한 노동자였던 시절, 일 년에도 몇 번씩 물집이 터졌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제임스나 티티도 마찬가지였고 자신 또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스타가 된 지금은 달랐다.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면 재채기만 해도 기사거리가 되는 요즘이었으니 말이다.
"출세했네. 출세했어."
피식 웃으며 이불을 끌어 올렸다. 의료진은 왠만하면 움직이지 말 것을 권했고 코치진은 한 술 더떠서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식사마저 방으로 가져다 줄 정도였으니 말이다. 데이빗은 그 정도로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 항변했지만 묵살당했다. 그들은 0.1%라도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 피하고 싶어했고 데이빗은 그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데이빗이 할 일이라고는 누워서 TV를 보거나 자는 일, 두 가지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TV가 재미 없었다.
"데이빗의 회복은 순조롭습니다. 내일부터는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여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카펠로 감독은 대표팀 스탭 전원이 참석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코치와 스탭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앞으로의 방침에 대해 결정해야 했으니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데이빗의 부상(?)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네, 애초에 부상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별 거 아닌 일이었으니까요. 물집이 터진 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일은 1차적인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리 높지 않은 확률로 발생할 뿐이었으니 사실 이번 일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우리는 선수단의 몸에 자그마한 이상도 놓쳐서는 안됩니다. 이번 일이야 아주 사소한 수준이었지만 말이죠."
그렇게 데이빗의 물집에 대한 부분은 정리가 끝났다. 카펠로 감독은 이후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한 자세한 보고를 원했다.
"일단 큰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다들 시즌이 한창 진행될 때의 몸 상태는 아닙니다. 이건 다른 나라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요."
"훈련 중에 레이턴 베인스가 가벼운 어지러움을 호소했습니다만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진단이 나왔습니다. 일단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게 한 뒤 경과를 다시 살펴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상세한 보고가 이어졌고 카펠로 감독은 그들의 말을 경청하며 자신의 노트에 간단히 체크해 두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추가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것 같군요."
"벌써 두 시간이 훌쩍 넘었네요.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긴 회의에 지쳤는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3일 뒤, 바로 본선 1차전이다."
카펠로 감독이 서류를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리는 썩 훌륭하지 못한 결과를 받아 들여야 했다. 많은 비판을 들어야 했지."
독일에게 무참히 패배했떤 지난 월드컵 16강전, 오심도 있었으나 오심만을 탓하기에는 잉글랜드는 지나치게 형편없었다.
"우리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단순히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의 스탭 역할을 이어나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개인 커리어에 직결되는 문제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여러분 모두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카펠로 감독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우승 청부사로 불리며 세계적인 명장으로 이름을 날려 왔던 카펠로 감독이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은 이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며 점점 의문 부호를 늘려나가고 있었다. 많은 이들은 그의 전술은 이제 구식이며 과거의 영광에 심취한 구세대의 인물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흥, 어차피 결과만 내면 그런 머저리들은 입을 닥치게 되어 있어.'
결국 이 세계는 결과가 모든 것이다. 재미 없는 축구라고, 지루하고 단조로운 전술이라고 해도 이긴다면 재포장되는 것이다.
"그럼요.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할 겁니다."
"문제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팀에 폐를 끼친 점은 부끄럽습니다만, 지금은 완벽합니다."
프랑스와의 경기 하루 전 날, 데이빗은 미디어와의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 데이빗 장과 스티븐 제라드, 그리고 조 하트를 대동했다. 웨인 루니와 존 테리는 아직 언론과의 만남이 부담스럽다고 여겼고 그 대신 새로이 팀의 주장으로 임명된 제라드와 수비의 핵심 조 하트 골키퍼, 그리고 에이스로 거듭난 데이빗 장을 데리고 나온 것.
그리고 인터뷰 자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역시나 데이빗이었다. 카펠로 감독이야 훈련 기간 내내 언론을 상대하며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대표팀의 핵심은 데이빗이었으니 말이다.
"부상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가벼운 일이었을 뿐입니다. 대표팀의 스탭들은 그들의 일처럼 저를 돌봐 주었고 지금은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내일 경기에서도 평소처럼 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데이빗은 자신의 부상 회복에 대하여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정도로 확실히 이야기해 놓아야 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다.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 세대가 은퇴한 뒤 예전같지 않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프랑스와의 1차전에거 선제골을 넣을 가장 유력한 선수로 데이빗 장 선수가 뽑히셨는데 자신이 있으신가요?"
'...매번 듣는 질문이지만 정말 적응이 안돼...'
잘못 말하면 거만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고 겸손이 지나쳤다가는 자신이 없는거 아니냐는 말을 듣게 되는 질문이다.
"프랑스는 좋은 팀입니다.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판단은 지금 내릴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군요. 결과는 경기가 끝난 뒤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 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무난한 대답으로 넘기는 것이 상책이었다.
"데이빗 장 선수와 함께 투 톱을 이룰 선수로 여러 선수가 있습니다. 웨인 루니, 저메인 데포, 시오 월콧, 대니 웰벡이 있죠. 데이빗 장 선수는 누구와 가장 호흡이 잘 맞고 있습니까? 본인이 가장 함께 뛰고 싶은 선수는 누구인가요?"
'...이딴 걸 지금 질문이라고...'
살짝 어지러워 질 정도였다.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게 된다면 호명되지 못한 선수는 어떤 기분을 느낄 것인가? 지금 이게 내일 바로 시합에 나설 팀의 선수에게 할 질문이란 말인가. 데이빗은 이들이 자신들을 방해하려는 것인지 그 의도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호흡은 문제 없습니다.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고 잉글랜드를 대표할 만한 선수들입니다. 각자의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죠. 누구와 뛴다고 해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감독님 고유의 권한입니다. 제가 무조건 뛴다는 보장도 없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만약 경기에 나서게 된다면, 누구와 함께 뛴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후로도 극성스러운 잉글랜드 언론은 곤란한 질문을, 때때로는 무례하게 느껴질 만큼 자극적인 질문을 던졌다. 다행히 카펠로 감독이나 다른 선수들 모두 그에 휘둘리지 않고 노련히 대처했고 크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은 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수고했다. 잘했어."
회견장을 나서며 제라드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조 하트 골키퍼 역시 씩 웃으며 데이빗에게 이야기한다.
"정말 징한 녀석들이라니까. 아까 너한테 한 질문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어. 솔직히 내가 화가날 정도였는데 냉정하게 잘 대처하더라."
"뭐...의도가 뻔한 질문이었으니까요. 사람을 뭘로 보고...망할 자식들 같으니."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며 데이빗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래, 뭐 저 친구들에게 예의를 기대해서는 안되는 거지.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녀석들이라니까."
"이왕 피곤할거면 이기는 게 낫겠지."
"바로 그거야 스티비."
가볍게 웃으며 제라드와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모습, 그리고 데이빗을 향해 주먹을 뻗는다.
"리그 전에서는 참 니가 얄미웠었는데, 같은 팀이 되니까 정말 기대가 된다. 내일 잘 부탁해. 우리 팀하고 할 때처럼만 해줘. 그럼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야."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조 하트 골키퍼에게 데이빗 또한 마주 웃어 보인다. 그리고 주먹을 맞대며 대답했다.
"잘 부탁할게요 조. 깔끔하게 막아 달라구요. 나머지는...제가 알아서 할 게요."
============================ 작품 후기 ============================
-원래는 메모장에 작업하는데요
-어제는 메모장에 일부를 적은 상태에서(약 2~3kb) 바로 등록 페이지를 열고 여기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실수였네요; 다 쓰고 저도 모르게 예약 등록을 눌렀고...결과는...
-그래도 오늘은 약속대로 두 편을 만들어 왔습니다
-뻥친거 아니에요ㅎㅎ
-제가 뻥쳐서 뭐하겠어요 한 편 밖에 못썼으면 그냥 그렇게 이야기하면 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