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69화 (269/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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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을 이동한 데이빗은 촬영 스탭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잇었다. 조나단의 말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진 이들이라 했다. 멋진 영상을 뽑아 내는데 있어 최고의 전문가들이니 믿고 맡겨 달라고 했다.

"옷은 이쪽에서 갈아 입으시면 됩니다. 계속 옷을 갈아 입으셔야 하는 것이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메이크 업은 간단히 20분 정도만 진행하면 될 것 같군요. 축구 선수들의 경우 과도한 메이크 업은 오히려 어울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간단한게 20분이군요?"

무슨 메이크 업이길래 간단하다면서 20분이나 걸린다는 것인지, 데이빗은 살짝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도대체 제대로 하면 몇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헤어 스타일도 조금 손 보고 하면 20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자자, 옷을 갈아 입으셨으면 이쪽으로 오시지요. 데이빗 선수를 한층 더 멋지게 꾸며줄 스탭들입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의자에 앉자 한 스탭이 다가와 솜씨 좋게 손질을 시작했다. 확실히 전문가의 손길은 달랐다. 최근에야 어느 정도 왁스를 이용해 머리 스타일을 손 보고 있는 중인데 자신의 솜씨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역시 어느 분야나 프로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와우,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하는 건지 배우고 싶어요."

20분은 그들의 말대로 금방 지나갔다. 머리를 다시 한 번 감고 헤어 세팅을 하는 것만으로도 10분 이상 소요가 되었다. 그리고 아주 기초적인 메이크업 몇 가지를 추가한 것이 끝이었다. 그럼에도 평소와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지 못 알아 보겠다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좀 더 세련되어졌다고 할까, 지금의 모습에 흡족해진 데이빗이다.

"간단한 일이에요. 음, 지금은 촬영을 시작해야 하니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대가는 사인 한 장 어떠신가요?"

"사진도 같이 찍죠. 그럼 나중에 부탁 드립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저녁 시간 전까지는 촬영을 마무리 해야 했기에 너무 느긋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조나단은 데이빗을 촬영장으로 이끌었다.

"와우...천장이 엄청 높네요?"

"아무래도 공을 다루는 동작을 찍어야 하니 천장이 일반 가정집 같아서야 곤란하겠죠. 특별히 건물 개조를 통해 준비된 곳입니다. 이곳이라면 어지간한 높이는 모두 커버할 수 있죠."

"정말 그래요. 실내에서 촬영한다고 해서 공을 띄우는 동작은 못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제 오산이었네요."

"하하, 그래서야 저희도 곤란하죠. 그럼 슬슬 시작해 보실까요? 감독님, 준비 되셨나요?"

"언제든지 오케이입니다."

촬영 감독은 손가락을 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내 왔다. 조나단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데이빗에게 시작하자고 말했다.

"저 쪽으로, 네, 가운데 쯤 서주세요. 좋아요. 촬영 감독님, 그럼 시작 하시죠."

"데이빗 선수, 옆에 있는 공이 보이시죠? 네 그거요. 맞습니다. 아, 일단 간단히 몸을 풀고 시작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기 시작하는 데이빗, 딱히 공식전을 뛸 상황도 아니고 몇 가지 기술을 선보이면 되는 상황이기에 적당히 풀고 준비 완료 사인을 보냈다.

"좋아요, 그럼 저 쪽에 있는 크로스바 모형이 보이시죠? 골대와 거의 흡사하게, 아니 동일한 사이즈로 구현 시켜 놓았습니다. 공을 가볍게 리프팅하시다가 다이렉트로 크로스바를 맞춰 주시면 됩니다. 아 물론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맞지 않는다고 해도 편집으로 충분히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동작은 최대한 유려하고 우아하게, 평소와 같은 느낌으로 해주시면 충분합니다."

세세한 지시, 데이빗은 다시 한 번 승부욕에 불타 올랐다. 애초에 말하는 느낌이 못 맞출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은근히 자존심 상하네."

익명의 모 선수가 누구이길래 당연히 못 맞출거라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로 마음 먹었다.

'최대한 화려하게 라고 했지.'

세 개 정도 굴러다니고 있는 공, 그 중 하나를 선택했다. 오른발로 공을 감싸듯 왼발에 붙여 올린다. 그리고 오른발로 땅을 찍듯 공을 찍어 올리며 왼발 뒤꿈치로 튕겨 올렸다.

"와우!"

프리스타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작이긴하나 스탭들은 아낌없는 환호를 보내 주었다. 데이빗은 머리위로 떠오른 공을 어깨로 다시 한 번 쳐 올리고 떨어지는 공을 향해 오른발의 스윙을 시작했다.

콰앙!

실내라서 더욱 크게 울려퍼지는 킥 소리, 실제로 데이빗은 상당히 강하게 찼다. 살살해서 맞추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발등에 제대로 걸린 공은 직선으로 크로스바를 향해 날아갔다.

투쾅-!

그리고 직격, 실내에 종소리가 울리는 것처럼 진동이 느껴졌다. 그만큼 그의 킥이 강렬했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었다. 데이빗이 어떠냐는 듯 씩 웃으며 뒤를 돌아 보았다.

"어...음."

조나단은 단 한 번만에 데이빗이 성공시키자 당황한 기색이었다. 물론 연속적인 장면을 위해 몇 차례 더 찍어야 했지만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사실 프리킥 상황에서 크로스바를 연속으로 맞추는 장면은 뽑아내기 쉬웠다. 세계 최고 수준의 킥 정밀도를 자랑하는 선수들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은 재주였으니까. 하지만 움직이면서, 저 정도의 파워로 정확히 맞추는 것은 정말 보기 힘든 일이었다.

"와우! 좋아요! 역시 최고의 선수 답네요!"

촬역 감독은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고 그저 좋은 장면을 담았다는 사실에 기뻐할 따름이었지만 말이다. 그는 데이빗에게 조금 다르게 한 번 더 맞추어 달라고 요청했고 데이빗은 흔쾌히 허락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 볼까...'

사람들의 놀란 표정을 보니 기분이 썩 괜찮았다. 호기가 치밀어 올랐기에 좀 더 어려운 동작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크로스바에 맞고 나온 공을 멈춰 놓고 옆에 놓인 두 개의 공을 한 번에 띄워 올린다. 왼발과 오른발을 동시에 이용하며 마치 제자리 점프를 하는 듯한 동작으로 동시에 올리는 데 성공한 데이빗, 그리고 두 개의 공을 동시에 리프팅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왼발로 리프팅하는 공을 높이, 오른발로 리프팅하던 공을 조금 낮게 차올렸다. 그리고 오른발로 먼저 공을 차내는 데이빗, 그리고 돌아간 몸을 다시 되돌리며 이번에는 왼발을 휘두른다. 타이밍이 딱 맞게 떨어지는 공, 그리고 먼저 차낸 공이 크로스바에 거의 다다른 무렵, 두 번째 킥을 쏘아 냈다.

투쾅-!

쾅-!

연달아 울리는 잭팟. 지켜보던 이들이 말문이 막힐 만큼 현실감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아직 데이빗의 퍼포먼스는 끝나지 않았다.

'마무리!'

미리 세팅해 둔 공을 향해 가볍게 도움닫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왼발을 공의 오른쪽으로 엇갈려서 디딘다. 자연스레 뒤로 빠지며 휘둘러지는 오른발. 라보나 킥이었다. 이전의 슈팅에 비해 파워는 확실히 부족했다. 하지만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크로스바를 때렸다.

"......"

환호성도 들리지 않았다. 촬영 감독은 연신 오 마이 갓을 중얼거리고 있었고 조나단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요? 아니면 한 번 더?"

대답은 없었지만 데이빗은 굳이 더 이상 크로스바를 맞추지 않아도 될거라 직감했다.

"오늘 정말 환상적이었네요. 이렇게 빨리 촬영을 마칠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촬영 감독이 연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외쳤다. 데이빗은 살짝 맺힌 땀을 닦으며 웃었다. 풋살장에서의 촬영을 이제 막 마무리 지었다. 데이빗은 자신의 상대로 촬영에 임해 준 아마추어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빨리 끝난 건가요? 지금 벌써 5시 인데요?"

"오, 이동하는 시간과 브리핑 시간, 메이크 업에 소요된 시간을 빼면 실제로 촬영에 임한 시간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아요. 저는 최소 7시는 되어야 끝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어요."

"다행이네요. 7시까지 계속해야 했다면 좀 지쳤을 것 같네요."

"그만큼 데이빗 선수가 잘해 준 덕분이죠. 역시 세계 최고의 선수 답네요!"

"과찬입니다. 세계 최고라뇨. 아직 멀었습니다."

씩 웃으며 겸양하는 데이빗, 촬영 감독은 손사래를 쳤고 조나단 또한 합세했다.

"아뇨, 정말 세계 최고의 선수답게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저희들의 업무 특성 상 스포츠 스타들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거든요. 물론 축구 선수들도 많이 만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퍼포먼스를, 이렇게 깔끔하게 끝낸 선수는 데이빗 장 선수 밖에 없었어요. 정말입니다."

번갈아 가며 비행기를 태우는 두 사람의 모습에 데이빗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오늘 같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했다면 꽤 괜찮았을 거 같긴 하네요."

"수고했어 데이빗. 이야, 내가 봐도 오늘 꽤 괜찮았던 것 같아. CF 아주 멋지게 나올 거 같은데."

티티가 다가와 그에게 갈아 입을 옷을 건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요. 믿고 기다려 주시죠.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겁니다. 저기 촬영 감독님 보이시죠? 지금 빨리 작업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하하, 보기 좋은 모습이네요. 그만큼 열정적인 분이라는 거겠죠."

"그럼요. 여기까지 오셨는데, 저녁 식사 함께 하고 가시죠. 괜찮은 집을 예약해 놓았습니다."

"아 그럴까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티티가 먼저 조나단의 호의를 받아 들였다. 데이빗도 딱히 거절할 생각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잠시만요. 저기 오늘 수고해 주신 분들께 사인을 해드리기로 약속했거든요. 아, 제임스. 사진기 가져 왔지?"

"사진 찍게? 내가 찍어 주지."

"부탁해. 헤이! 친구들! 이 쪽으로 와! 같이 사진 찍자!"

촬영장 한 편에 모여서 동경의 눈빛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이 데이빗의 제안에 희희낙락하며 달려 왔다. 데이빗은 그들 가운데 껴서 그들과 어깨 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했다.

"좋아, 잘 나왔어. 거기 친구들! 나중에 갈때 메일 주소 찍어 주고가. 나중에 메일로 보내 줄게."

제임스도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보다보니 자연스러웠다. 아예 사인과 함께 메일 주소를 받는 게 나을 것 같아 즉석에서 책상 하나를 치우고 자리를 만들었다.

"정말 영광이었어요 데이빗 선수. 오늘 일은 평생 잊지 못할거에요."

"고마워요! 다음에 안필드로 와요. 여기 있는 친구들하고. 그때는 저녁 식사라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네요."

"꼭 갈게요! 정말 고마워요!"

가볍게 포옹을 나누며 즉석 사인회를 마쳤다. 아니, 마쳤다고 생각했다. 아마추어 풋살 선수들의 차례가 끝난 뒤 슬금슬금 모여든 스탭들, 데이빗은 흔쾌히 그들의 요구에 응했다.

'언제 어느 때라도 팬들을 존중해라.'

팀 내 고참들, 그리고 감독님이 입이 닳도록 이야기한 부분이다. 그런 말을 듣기 전부터 팬 서비스를 잘해 주기로 알려진 데이빗이었지만 최근에는 더욱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사실 팬 서비스는 당연히 해야하는 거긴 한데, 가끔 진짜 피곤할 때도 있잖아. 그럴 땐 나도 솔직히 하고 싶지 않아. 그냥 가 버리고 싶은데, 내가 지금 피곤하다는 걸 팬들은 몰라. 아니 안다고 해도 서운하겠지.'

'그리고 넌 특히 이제 신경을 써야 해. 루키 시절에는 꽤 팬 서비스 잘 해주다가 이름이 알려진 뒤로 무시하고 지나가는 선수들도 몇 몇 있잖아. 그럼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를 듣는거야. 거만해졌다고 말이야. 그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닐거야. 그렇지?'

제라드의 조언은 귀중했다. 루키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요즘이다. 정말 피곤할 때도 많았고 모든게 귀찮아질 때도 있었다. 만약 그의 조언을 듣지 못했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가 잡혔으리라.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스텝과 포옹을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슬슬 가 볼까요? 런던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이라니, 기대가 되네요."

============================ 작품 후기 ============================

-데이빗: 도대체 이게 뭐가 어렵다는 거죠?

-조나단: ???

-데이빗: 그냥 이렇게 해서 차면 맞는 거잖아요.

-조나단: 네?

-어때요 참 쉽죠?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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