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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50화 (25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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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에는 언제 말할 거야?"

"뭘?"

"올림픽 대표 참가 건 말이야. 아직 이야기 안했지?"

"아 그거?"

보고 있던 잡지를 내려 놓으며 그 얘기였냐는 듯 웃음을 흘린다.

"다음 첼시 전 끝나고 이야기할 생각이야. 우승을 확정 지은 다음에 이야기하는게 모양새가 더 좋지 않겠어?"

"그거야 그렇지. 확실히 말에 권위도 실릴테고 말이야."

이번 시즌, 리버풀이 우승을 하게 된다면 일등 공신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친구인 데이빗 장이 되리라.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리그에서만 39골 10어시스트, 어지간한 공격수가 2~3년 동안 기록할 스탯을 한 시즌만에 적립해 버린 선수였다. 그를 빼고 우승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니, 그가 없었다면 우승은 커녕 챔피언스 리그 진출도 장담하기 힘들었으리라. 리버풀이 영입한 많은 선수들은 리버풀의 비전에 매료되었고 그 비전의 핵심은 데이빗 장과 함께 한다는 것이 전제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우승을 확정 짓고 나서 잠깐 외도(?)를 즐기겠다는데 억지로 만류하긴 힘들다. 리오넬 메시의 선례도 있지 않은가. 아르헨티나와 법적 분쟁까지 벌이며 올림픽 차출 거부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 바르셀로나였지만 선수가 강행하자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허락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S급 선수의 위상이란 그런 것이다. 구단을 상대로 완벽한 갑이 될 수는 없지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을은 될 수 있다. 때때로는 갑에 가까운 위치에 설때도 있었고 말이다.

"아마 구단에서는 그래도 엄청 반대할거야. 유로 2012까지 출전해야 하니 말이야."

"알고 있어. 하지만 난 이미 마음을 굳혔어. 이왕이면 구단과 큰 마찰 없이 진행하고 싶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한다.

"다음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 짓고, 40호 골도 달성할거야. 그럼 아마 최종전에서는 주전 선수들을 대부분 제외한 상태로 치를테지. 그렇게 되면 쉴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열흘 가까이 늘어나게 돼. 그게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보탬은 되겠지."

"확실히 그렇네. 5월 초부터 휴식을 취하면 유로 전까지 거의 한 달을 쉴 수 있는 거니까. 그리고 유로 2012를 결승까지 치른다고 해도 3주 정도는 쉴 수 있을 거고. 그 정도면...그래도 무리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어찌 어찌 버틸 수는 있겠다."

"에리카도 이해해 줬어. 사실, 유로 2012가 끝나고 에리카와 여행을 떠날 생각이었는데, 내 고집을 이해해 주더라. 여행은 다음에 가도 되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이야. 정말 고마웠어."

"켈리 씨는 좋은 여성이야. 내 생각에 그녀만큼 배려심 있는 여성은 찾기 힘들어. 너도 힘들겠지만 그녀에게 잘해 주도록 해. 물론 지금도 잘하고 있겠지만 말이야."

"물론이야. 난 에리카를 이미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

씩 웃으며 말하는 데이빗, 티티는 그러면 되었다고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의 친구는 성공했음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바라는 것이 많지 않았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 변치 않는 애정을 표한다. 그가 어린 시절, 정에 굶주린 시간을 보냈기에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사람들을 잊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결혼은 언제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저번에 얼렁뚱땅 결혼 얘기도 꺼냈다고 했잖아. 그건 정말 멍청한 짓이었지만."

자신의 치부를 들추는 티티의 모습에 데이빗은 윽 하는 신음을 흘렸다. 그렇지 않아도 디르크 카윗에게 프로포즈에 대한 조언을 구하다 실수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되었는데 그때의 반응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미친 놈. 어휴, 진짜 넌 뺨 안 맞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해!'

미친듯이 낄낄대다 가장 먼저 한 말이 그거였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에 대해 한동안 일장연설을 들어야 했다. 그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알고 있어. 그 얘기는 그만 해줘. 나도 정말 반성하고 있으니까. 결혼이라...글쎄."

잠깐 생각에 잠기는 데이빗, 그리고 금방 생각을 정리한 듯 말을 이었다.

"나는 사실 지금이라도 하고 싶어. 정말이야. 하지만 그녀는 학교를 다니고 있잖아. 난 에리카의 생활도 존중해. 학교를 다니며 결혼 생활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에리카는 내년에 학교를 졸업하게 돼. 난 그때 쯤으로 생각하고 있어. 23살에 결혼한다면 괜찮은 시점이 아닐까?"

"운동 선수들은 결혼을 빨리 하니까. 나도 결혼을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 그녀라면 너에게 아주 좋은 배우자가 될 거야. 그리고 졸업까지 기다리겠다는 건 아주 괜찮은 생각이야. 그래도 프로포즈는 미리 해도 괜찮을 거야."

"그러게. 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화두를 잡은 고승처럼 한숨을 푹 쉬는 데이빗, 티티는 힘 내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무튼, 그럼 구단에는 다음 첼시 전 이후에 말한다는 거지? 그럼 나도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도록 할게."

"응, 티티도 자리에 함께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언론에 먼저 이야기하진 않을 거야. 먼저 구단과 만나서 이야기한 뒤에...아 그때 쯤이면 뭐 언론에 알아서 퍼지겠지."

"그럴 거야. 아, 제라드 선수에게 미리 도움을 구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캡틴에게?"

무슨 의미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데이빗, 티티는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네가 예전에 그랬잖아. 이적한다고 땡깡 피우는 선수들이 제라드 선수에게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부탁한다고 말이야. 그만큼 제라드 선수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발언력이 강하다는 거겠지. 그를 설득해서 너를 지지하게끔 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흐음...그럴까...?"

캡틴에게 부담을 주기 싫은 것인지 조금 내키지 않는 기색을 보이는 데이빗이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티티는 조곤조곤 설득을 계속했다.

"오히려 내가 제라드 선수의 입장이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이적하겠다고 징징거리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 놓는 선수가, 그것도 너 정도 되는 선수가 이야기해준다면 절대 소홀히 대하진 않을 거야."

"캡틴이 말리면 좀 꺼림직 할 것 같은데?"

"뭐, 제라드 선수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결국 니 생각이 중요하니까. 아마 제라드 선수라면 네 편을 들어 줄거야. 어쨌거나 제라드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널 차기 프랜차이즈로 점 찍은 게 분명하니까. 가능한 너에게 힘이 되어 주려고 할 거란 말이지. 같은 선수다 보니 국가 대표에 대한 선수의 열망도 잘 알고 있을거고 말이야."

"그럴 수도 있겠네. 알겠어. 한 번 이야기해 볼게."

다음 날, 간단한 회복 훈련으로 일정을 마친 리버풀 선수단, 다들 표정이 밝았다. 다음 경기만 이기면 우승이라는 사실이 그들에게 큰 중압감을 주지 못했다. 지난 경기에서 이미 긴장할 만큼 긴장했고 부담도 충분히 느꼈다. 노리치 시티 전의 경험은 그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그리고 첼시와의 최근 맞대결에서 언제나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 왔다는 점도 그들에게 자신감을 더해 주었다.

"난 다음 경기에 우리 집에 있는 술을 모조리 들고 올거야."

호세 레이나는 훈련을 마치고 동료들에게 그렇게 떠벌리고 있었다. 언제나 유쾌한 그는 벌써부터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후에 즐길 거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바클레이스 프리이머 리그 우승컵에 X나 들이 붓는거지. 거기에 마시면 끝내 주는 맛일 거야. 다들 걱정하지 말라고. 모두 우승컵에 한 잔 씩 마실 정도로 준비해 둘테니까."

"그렇게 마시면 다들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죽어버릴 거 같은데? 아니 도대체 집에 술이 얼마나 있길래...무슨 양조장이라도 차린 거야?"

"무슨 상관이야. 난 얼마든지 환영! 일단 첫 번째는 저기 캡틴부터! 무조건 원샷이지!"

"뭘 좀 알잖아 호세. 역시 제대로 즐길 줄 안다니까?"

같은 스페인 출신의 엔리케가 열렬히 호응하자 하이 파이브를 나누며 즐거워 하는 레이나, 그리고 옆을 지나는 데이빗을 붙잡느다.

"이 귀여운 녀석, 시즌 동안 금주하느라 고생했을텐데, 넌 두 번째야. 알겠어?"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어리둥절한 데이빗의 반응, 그러자 로이스가 못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우승컵으로 술을 마시자는 거야. 모두 한 잔씩...아니 그걸 잔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아무튼 원샷을 때리자는 건데, 니가 두 번째로 마셔야 한다는 거지."

"엑?"

기겁하는 데이빗, 자신이 기억하는 프리미어 리그 우승컵은 그러니까, 성인 남성이 두 손으로 번쩍 들어올릴 수 있는 크기였다. 거기에 술을 들이 부으면 한 두 병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걸 원샷하라고?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죽을 것 같다며 데이빗이 손사래를 쳤다.

"어허, 선택권은 없어. 한 시즌 동안 못 마신 술, 마음 껏 먹게 해줄테니 기대하고 있으라고."

껄껄 웃으며 자신의 등을 팡팡 두드리는 레이나의 모습에 한숨을 쉰다. 우승하고 나서 어떻게든 레이나를 피해다녀야 겠다고 다짐했다. 우승한 뒤에 동료들과 기분 좋게 한 잔 할 생각은 있었지만 말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 캡틴?"

제라드가 그 옆을 지나며 한 마디 남긴다.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 하는 데이빗에게 추가로 설명해 주는 제라드.

"프리미어 리그 우승컵은, 윗 부분이 막혀 있다. 그러니까 술을 들이 부을 수도 없지."

그제서야 안색히 환해지는 데이빗, 그렇다면 걱정할 게 없겠다 싶었다.

"그럼..."

슬쩍 무슨 술을 넣을지에 대해 토의하고 있는 레이나를 바라 본다. 이걸 말해 줘야 하나 고민하는 데이빗에게 제라드가 고개를 저었다.

"냅 둬.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니까. 저렇게 떠들면서 즐거워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지라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제라드에게 할 말이 있었음을 떠올린다.

"아 캡틴."

"음?"

"할 말이 있는데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는 데이빗의 모습에 제라드가 움찔한다. 그리고 걸리는 게 있는듯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참고로, 오해할까봐 이야기하는 건데, 지난 인터뷰는...그래, 인터뷰였을 뿐이야. 알겠어?"

"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렇게 뜨는 데이빗.

"...그러니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는 듯 억울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이빗의 모습에 일순 말문이 막힌 제라드였다.

"...그럼 그게 다 립 서비스였다는 거에요? 캡틴의 진심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

"...하아...알겠어요."

눈에 띄게 어깨를 축 늘어 뜨리는 데이빗의 모습에 제라드가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말한다.

"...아니, 진심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크...쿡..."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는 데이빗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오자 얼굴이 확 붉어지는 제라드, 그제서야 속았다는 것을 알아 차렸는지 손을 부들부들 떤다. 데이빗은 웃음을 간신히 삼키며 말을 이었다.

"흠...큭...고마워요. 캡틴의 진심은 알고..큭...있었어요."

"...빌어먹을."

얼굴을 손으로 덮으며 중얼거리는 제라드, 데이빗은 더 놀렸다가는 오늘 대화가 물 건너 갈 것 같았기에 크게 헛기침을 하며 웃음기를 지웠다.

"저기 캡틴, 사실 상담할 게 있어서요."

"...젠장, 해봐."

틱틱거리면서도 경청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제라드, 데이빗은 여기에 서서 이야기하긴 좀 그렇다고 했다.

"제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가서 식사나 하면서 이야기해도 괜찮을 까요?"

"상관 없어."

"그럼 잠시만요. 금방 예약하고..."

전화를 걸어 예약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데이빗의 방문이라면 없던 자리도 만들어 내야할 레스토랑이었으니 거절할 리는 없었다.

"언제든 오라고 하네요. 그럼..."

"아, 오늘 내 차가 수리에 들어 갔다. 괜찮다면 차를 얻어 탔으면 하는데."

제라드의 요청에 데이빗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식사하고 나서 집까지 편안하게 모셔다 드릴게요."

"...전처럼 운전하다 죽을 뻔할 경험은 사양하고 싶은데."

예전 국가 대표 소집 이후, 리버풀로 복귀할 때를 떠올리며 제라드가 중얼거렸고 데이빗은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이제 안 그래요. 저 운전 많이 늘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퍽이나."

끝까지 츤츤, 아니 틱틱거리는 제라드, 데이빗은 웃으며 그를 이끌었다.

============================ 작품 후기 ============================

-따...딱히 너 기분 좋으라고 인터뷰 한 건 아니니까

-그냥 평범하게 진심이었음

-딱히 추천을 받으려고 글쓰는게 맞으니까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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