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49화 (249/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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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삑 삐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리버풀 선수들은 환호했다. 이것으로 우승까지 단 1승, 단 한 걸음만 남겨 놓게 되었다. 극도로 흥분한 선수들이 괴성을 지르며 서로 부둥켜 안고 기쁨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캡틴!"

데이빗도 마찬가지였다. 벅차오르는 기쁨, 감동을 이기지 못하고 제라드를 향해 달려 왔다. 그리고 잠시 멈칫하는 데이빗, 고개를 하늘로 들고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제라드, 눈물을 참으려는 것인지 이를 악 물고 있는 모습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지금은 기쁜 순간이었다. 데이빗은 크게 웃으며 제라드에게 어깨동무를 걸며 그와 함께 했다.

"울지 마요. 우리 이겼어요! 이겼다구요!"

그 말에 고개를 흔들며 팔을 들어 눈가를 훔치는 제라드, 자신의 실수로 오늘 경기가 어려워 질 뻔했다는 사실에 대한 마음 고생도 심했을 것이고 진정 눈앞으로 다가온 우승 앞에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으리라.

"으아아!"

괴성을 지르며 수아레즈가 그들을 덮친다. 이어 마르코 로이스, 디르크 카윗, 루카스 레이바, 마틴 스크르텔 등 다른 선수들도 그들과 함께 한다. 제라드는 동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은지 고개를 돌리며 연신 눈가를 훔친다.

"해냈어! 우린 해냈다고!"

"이제 하나만 남았어! X발! 우리는 해낼거라고!"

어느새 선수단 전원이 모여 둥글게 원을 그린 상태로 서로 어깨 동무를 한 상태가 되었다. 흥분한 선수들이 내지르는 알 수 없는 소리들, 제라드는 감정을 정리한 채 그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자신의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리고 어느새 선수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제라드였다.

"잘 들어! 우리는 오늘 잘 했어. 이 경기는 이제 끝났어. 우리는 리버풀로 돌아가고, 똑같이 할 거야. 우리는 함께 가는 거야. 가자!"

"오오오오!!!"

짧고 굵은 제라드의 독려가 끝나자 선수들은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단체 어깨동무를 풀고 동료들을 이끌고 홈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이끈다. 23년, 유스 시절부터 그가 이 클럽에 몸을 담은 시간이었다. 퍼스트 팀에서만 15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던 그였다. 그동안 흘렸던 눈물, 그리고 겪었던 좌절들을 보상받을 시간이 눈 앞으로 다가 왔다. 그 시간을 반드시,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최고의 팬들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데이빗 장, "캡틴은 캡틴이니까요."]

지난 노리치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의 주역 데이빗 장은 지난 경기의 승리는 최고의 결과라 밝혔다.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재능 넘치는 공격수는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역전승을 주도했다. 이날 3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데이빗 장은 팀의 모든 득점에 기여하는 위엄을 선보였고 리그에서 39호 골을 기록, 40호 골에 단 한 골만을 남기게 되었다. 리그 10어시스트로 두 자리 수 어시스트를 달성한 것은 덤.

"어려운 경기였어요. 늘 그렇죠. 프리미어 리그 경기는 언제나 새롭고 도전적이에요. 쉬운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습니다. 프리미어 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죠."

"우리는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경쟁팀의 경기 결과는 우리에게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승리를 간절히 원하는 가, 그것 뿐이었죠."

"전반전은 운이 따르지 않았어요. 네, 사실이에요. 우리는 썩 괜찮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아마 평소와 같았다면 전반에만 두 골 정도는 넣을 수 있었을 거에요. 그러지 못했던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이 축구죠.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

"캡틴의 경기력이요? 전반에는 사실 조금 몸이 무거어 보였죠? (옆에서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제라드를 보며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는 캡틴이니까요. 우리는 캡틴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요. 그리고 후반전에 캡틴은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죠."

"페널티 킥을 양보한 건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사실 원래 우리 팀의 페널티 킥은 캡틴이 전담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믿을 수 있는 선수가 차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40호 골이요? 페널티 킥을 양보하지 않았다면 이미 달성했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실축을 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아직 두 경기나 남아 있습니다. 이왕이면 팀의 우승과 함께 제 기록도 달성했으면 좋겠네요."

"우리는 이제 첼시를 만납니다. 첼시는 아주 어려운 상대에요. 하지만 우리 팀은 지금 최고입니다. 선수들은 모두 의욕에 차 있고 팀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우리는 다음 경기에서, 우리들의 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겁니다. 꼭 그렇게 될 거에요."

[스티븐 제라드, "데이빗 장이 자신을 구원했어."]

지난 노리치 시티 전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스티븐 제라드가 인터뷰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의 MOM으로 뽑힌 데이빗 장과 함께 인터뷰에 임한 제라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전반 경기력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전반전은 마치 물먹은 솜과 같았습니다. 저는 스스로 괜찮다고 주문을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제 커리어를 통 틀어 경기 중에 그런 기분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무대의 결승전보다도 더 심한 압박감을 느껴야 했어요."

"전반전에 정말 끔찍한,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도망치고 싶었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달아나고 싶었습니다. 저는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기 힘들었습니다."

"라커룸에서 감독님, 그리고 여기 제 옆에 있는 데이빗이 절 일깨워 주었습니다.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는 저에게 실수를 만회하라고 요구했어요. 가혹하다구요? 아뇨, 억지로 위로하는 것보다는 훨씬 와닿는 말이었어요. 그리고 자신을 믿으라고 했지요. 저만 제대로 플레이를 해준다면 자신이 이런 점수 차 따위 금방 뒤집어 버리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결과요? 다들 보셨잖아요. 그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저는...글쎄요?"

"페널티 킥은 데이빗이 저에게 직접 차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제가 스스로 실수를 만회하라고 이야기해 주었어요. 저는 사실 그가 차길 원했어요.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리그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이가, 대 기록을 눈 앞에 두고 자신의 기회를 양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만큼 그의 마음이 더욱 고마웠어요. 절대 실패할 수 없다고 다짐했습니다."

"데이빗과 같은 선수와 뛰는 것은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이자 특권입니다. 세상에 어떤 선수가 행운을 누릴 수 있겠어요? 분명한 것은 저에게 있어 세계 최고의 선수는 데이빗 장입니다. 어떤 선수라고 해도 그를 대체할 수는 없어요. 그는 실력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완벽한 사람입니다. 모두 그와 함께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그를 좋아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죠."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보인 것에 대해

"이 클럽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언제나 우리는 리그 우승을 꿈꿔왔죠. 번번히 정상 바로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구요. 글쎄요, 갑자기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찾아 온 것 같았네요. 동료들의 얼굴을 보고, 그리고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니 갑자기 찾아 왔습니다."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우승을 손에 넣을 겁니다. 우리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이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리버풀에 19번 째 우승을 안길 것이고 우리의 커리어에 첫 번째 별을 기록할 것입니다."

Re: 아 진짜 경기보고 눈물날 뻔했다. X발ㅠㅠ

Re: 전반전에 제라드는 정말 내가 본 역사상 가장 좋지 않았어. 확실히 말해서 그는 전반을 마치고 교체되어도 할 말이 없었을 거야. 하지만 우리 선수단은 정말 분위기가 최고인 것 같아. 달글리시 감독도 유능하지. 완전히 무너진 선수를 회복시켰고 스스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해 주었어! 이건 진짜 승리보다도 더 감동적인 일이야.

Re: 데이빗이 페널티 킥을 양보할 때 제발 본인이 차길 원했었는데 저런 말을 했었다니, 진짜 최고네. 자기의 개인 기록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할 줄 안다는 거잖아. 진짜 반해버리겠네.

Re: 사실 그냥 득점왕 기록이었다면 모르겠는데 40호 골이 걸린 상황이라...난 사실 아직도 그가 양보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해.

Re: 야, 그래서 양보한 다음에 해트트릭 했잖아. 뭘 더 욕심내는 거야? 다음 경기면 달성할 것이 뻔한 기록이라고. 우리는 느긋하게 즐기면 돼. 그것보단 저 어린 선수가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기뻐해야 하는게 맞아. 다른 팀에서 어린 나이에 떴다 싶은 선수들을 좀 보라고. 대부분 거만하고 자기 중심적이지! 이런 멘탈리티를 가지고 있는 선수가 우리 팀의 미래라는 건 엄청난 축복이야. 그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만큼이나 값진 일이라고!

Re: 이해는 한다. 다른 기록도 아니고 40호 골이 주는 상징성이라는 건 엄청날테니까. 지금 이 친구가 넣는 한 골, 한 골이 신기록이고 역사니까. 그가 범접할 수 없을 만큼의 대기록을 달성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

Re: 난 옆 동네에서 메시, 호날두가 한 시즌에 리그에서만 40~50골 씩 쳐 넣는 걸 보고 놀랐는데 내가 지금 그런 모습을 보고 있네. 언젠가 이 녀석이라면 리그에서만 50호 골을 넣을 날도 있지 않을까?

Re: 다른 선수라면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하겠는데, 얘는 진짜 할 것 같다. 아직 21살, 이제 다음 달에 22살이 되는구나. 발전 여지가 더 있는 나이잖아. 체력적으로 좀 더 완성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걸?

Re: 경기 끝나고 우리 캡틴이 눈물을 흘리는데, 진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나오더라. 수고 많았어요 우리 캡틴. 이제 다음 경기에서 그간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기를.

Re: 눈물을 훔치고 동료들을 독려하는 데 역시 제라드의 리더십은 특별하다고 느꼈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의무를 다하는 모습은 정말 멋진 모습이야. 우리가 축구를, 그리고 리버풀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Re: 그래! 우리는 리버풀로 간다! 다음 경기 티케팅을 미리 해놔서 다행이야! 휴가 내고 리버풀로 갈거야! 그리고0 광란의 시간을 보낼거라고! 우리 팀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할거야! 부럽지?!

Re: 젠장. 그래 부럽다. 지금 티켓 못 구해서 난리가 났는데. 암표 가격이 아마 역대 최고치를 갱신할거라고 하던가?

Re: 정말이야. 벌써부터 표를 팔겠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가격이 미쳤어! 천 파운드가 넘어가고 있다고! 오 마이 갓! 그래도 보고 싶다.

Re: 꼭 보고 싶다면 지금 사는게 나을지도 몰라. 시간이 지나면 더 비싸질 걸? 잉글랜드 전역, 아니 전 세계의 리버풀 팬들이 다음 경기를 보러 날아올 테니까! 20여 년만에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경기야. 다들 그 광경을 직접 보고 싶어서 난리가 났을 거라고. 나도 그렇고.

Re: 이럴 때는 우리 구장이 너무 작은 것 같다고 생각해. 한 6~7만 석까지 늘려도 충분히 가득 채울 수 있을텐데 말이야.

Re: 사실 돈만 충분하다면 암표값 바가지를 쓰고서라도 들어가서 보고 싶어. X발 얼마만의 우승이냐고! 돈은 벌 수 있지만 다음 경기는 두 번 다시 돌아 오지 않아. 난 표를 구할거야. 비록 한동안 우리 와이프를 피해다녀야 겠지만 말이지.

리버풀 선수단에는 하루의 휴식이 주어졌다. 다음 경기까지 7일의 시간이 남아 있었던 만큼, 천천히 선수단의 컨디션을 관리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래서 데이빗은 집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피로를 회복하고 있었다.

"캡틴, 귀여웠지 정말."

침대에서 뒹굴대며 낄낄대는 데이빗, 어제 인터뷰를 마친 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저 캡틴?'

인터뷰를 마치고 자신이 말을 걸자 발걸음을 빨리하는 캡틴이었다. 종종걸음으로 따라 잡아 얼굴을 들이밀자 고개를 돌려버리는 모습, 자신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칭찬을 늘어 놓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것 같다.

'제가 세계 최고의 선수...'

'......'

'어떤 선수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젠장...!'

얼굴을 붉히며 아예 뛰다시피 하여 밖으로 빠져나간 제라드의 모습에 그자리에서 한참을 웃었다. 극도로 부끄러워하는 캡틴의 모습은 정말 신선했고 다시 생각해도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아 진짜 미치겠네."

끅끅대며 베개를 퍽퍽 친다.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히고 도망가는 제라드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 작품 후기 ============================

-제라드 형님의 저 장면을 처음 봤을때

-진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살짝...

-2011/2012 일정 체크하면서 글을 쓰다 깜짝 놀란게

-노리치 시티 다음 경기가 첼시 전...-_-;

-this does not slip now 우리는 아직 끝난게 아니야

-this is gone 잘 들어, 이 경기는 이제 끝났어

-We go to Norwich, exactly the same 우리는 노리치로 가고, 똑같이 하는 거야

-We go together 우리는 함께 간다

-Come on!

-잠깐 근데 제라드 형님

-이번 경기와 똑같이 하시겠다고 하면

-다음 첼시전에서 또...?

-아 그리고 블랙제이 님, Answer on 이라고 쓸 수도 있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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