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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48화 (248/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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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라드! 강력한 페널티 킥을 성공시킵니다! 정말 골키퍼가 알아도 막을 수 없는 곳으로 차 넣는 군요!]

[전반전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던 제라드 선수가 후반 들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는 군요?! 달글리시 감독이 라커룸에서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요? 우리가 알던 스티븐 제라드가 돌아 왔습니다! 팀의 역전을 책임지는 제라드!]

[정말 멋진 페널티 킥 골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데이빗 장 선수가 처리할 줄 알았는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데이빗 장 선수는 지금 리그 역사에 도전하고 있는 선수 아닙니까? 한 골 한 골이 모두 신기록인데다 사상 최초로 40호 골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선수입니다. 당연히 그가 처리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데이빗 장 선수가 공을 스티븐 제라드 선수에게 넘겨주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었죠? 아무래도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간 것 같습니다.]

[태클을 당해서 발에 충격이 남아 있을 경우 양보하는 경우도 있긴 있습니다만, 데이빗 장 선수는 전혀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나중에 두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너 진짜 괜찮냐?"

제라드의 역전골 세레모니를 마치고 센터 서클로 돌아오는 데이빗, 그 옆에서 수아레즈가 질문을 던졌다.

"응? 뭐가?"

"뭐냐니. 페널티 킥 양보한 거 말이야. 너 40호 골이 걸려 있어서 얼마전부터 페널티 킥이나 프리킥을 모두 너한테 몰아 주기로 했었잖아. 그런데 굳이 양보할 필요가 있었냐는 거지."

"아, 난 또 뭐라고."

데이빗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하며 여유롭게 말한다.

"또 넣으면 되잖아. 굳이 페널티 킥 하나에 연연할 필요 없고 말이야. 안 그래?"

마치 주머니 속에서 물건을 꺼내는 일을 말하는 것처럼 쉽게 이야기하는 패기에 수아레즈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다른 선수들이 이런 말을 했다면 허세 떨지 말라고 생각했겠지만 눈 앞에 있는 이 녀석은 달랐다. 자신이 기록한 골보다 두 배가 넘은 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 매 경기 세금을 걷어 가듯 골을 넣고 있는 녀석이었기에 되려 이런 자신감이 어울려 보였다.

"그래, 넣어라 넣어. 40호 골 전까지는 나도 너한테 밀어 줄게. 너도 40호 골을 넣은 다음에는 잊지 않겠지?"

"물론이지. 기브 앤 테이크 아니겠어? 먹튀는 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

"퍽이나."

픽 웃으며 데이빗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웃으며 센터 서클 바깥에 섰다. 사실 처음에는 본인이 직접 찰 생각이었다. 40호 골이라는, 전인미답의 경지가 주는 상징성이라고 하는 것은 기록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데이빗에게도 크게 다가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라드를 보는 순간, 이 페널티 킥은 자신보다 제라드가 차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직 마음속에서 완전히 털어내진 못했을 테니까.'

강한 정신력으로 평상심을 되찾았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떨쳐내진 못했을거라 생각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미련없이 양보했다. 자신의 골로 승리를 이끈다면, 마음의 짐을 한결 더 가볍게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시간은 아직 많잖아. 남은 경기도 두 경기나 되고 말이야.'

아직 20분이 남아 있었다. 충분히 추가골을 기록할 만한 시간, 데이빗은 자신이 있었다.

노리치 시티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전원 수비 태세를 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역전을 당해버렸다. 지고 있는 팀이 공격을 포기한 채 수비로 일관한다? 아무리 상대가 강 팀이라고 해도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든 일이다. 비웃음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런 만큼 진형을 통상적인 수준으로 되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 역전골까지 허용해 버렸기에 팀 밸런스는 정상이 아니었고 기세가 오른 리버풀 선수들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확실히 조여 들어가! 서두를 것 없어!"

달글리시 감독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선수들에게 침착하게 경기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어차피 이기고 있는 팀은 그들이었으니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물러 서지마! 라인 더 끌어 올려!"

완벽히 평소의 모습을 되 찾은 제라드가 동료들을 독려하며 지시를 내린다. 본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노련하게 상대의 패스 길목을 정확히 읽어 내며 중간 차단에 성공했다. 제대로 공을 전방으로 전개시키지 못하는 노리치 시티, 중반 지역을 완벽히 내준 상황이다.

[디르크 카윗의 멋진 중거리 슈팅이었습니다만 살짝 벗어나는 군요!]

[리버풀의 파상 공세가 정말 무섭습니다. 이 팀이 과연 전반전의 그 팀과 동일한 팀인가요?]

[모든 선수들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습니다. 노리치 시티로서는 라인을 올리기도, 내릴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네요. 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만 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죠. 하지만 라인을 올릴 경우 방금처럼 리버풀의 날카로운 속공에 너무나 취약해 집니다. 리버풀의 전방 공격수들은 스피드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으니까요.]

[지금도 그런 장면이 나왔었죠. 마르코 로이스의 빠른 돌파로부터 시작된 부분이거든요. 그나마 노리치 시티 수비진들이 리버풀의 주포라 할 수 있는 데이빗 장과 루이스 수아레즈에 대한 마크를 잃어버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 두 선수에게 라스트 패스가 들어갔다면 쐐기골이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전반까지만 해도 이번 시즌 최대의 이변, 자이언트 킬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던 노리치 시티, 하지만 후반 들어 급격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랜 만에 공이 리버풀의 진영으로 넘어 왔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어줍잖은 개인기를 부리던 잭슨이 너무나 허무하게 공을 다니엘 아게르에게 내 주었다. 우아하게 공을 빼낸 아게르가 안전하게 공을 루카스에게 넘겨주려던 찰나, 멀리서 손을 들고 있는 선수가 눈에 들어 왔다.

'데이빗!'

지체 없이 롱 레인지의 패스를 시도한다. 다니엘 아게르의 롱 패스 능력은 수준급이다. 수비력도 나쁜 선수가 아니었지만 그의 킥 능력은 어지간한 미드필더들을 상회할 정도였다. 내구성에 문제가 보이는 그에게 바르셀로나가 끊임없이 오퍼를 보내왔던 것은 그의 빌드업 능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다.

"나이스!"

마르코 로이스와 스위치한 데이빗이 왼쪽 측면에서 공을 이어 받았다. 가슴에 쿠션이라도 댄 것인지 데이빗의 가슴에 닿은 공은 순간적으로 운동에너지가 0로 떨어졌다. 그리고 중력에 이끌려 떨어 지는 공을 가볍게 차올리며 수비수의 머리를 넘긴다. 자신의 유니폼을 붙잡는 손길을 떨쳐내며 달리는 데이빗, 냉정을 잃고 달려드는 수비수 한 명을 슬쩍 피해내며 방향을 중앙쪽으로 꺾는다. 저렇게 앞뒤 안가리고 달려들어 준 덕분에 중앙 쪽으로 쉽게 방향을 선회할 수 있었다. 이미 슈팅 사정권, 슬쩍 킥 모션을 취하자 화들짝 놀란 수비수 한 명이 또 낚인다. 너무 반응이 좋다보니 되려 데이빗이 한 템포 돌파 타이밍일 놓칠 뻔할 정도.

파앙-

데이빗은 루이스 수아레즈에게 패스를 찔러 주었다. 그리고 본인도 쇄도를 멈추지 않았다. 수아레즈는 40호 골 전까지 확실히 밀어주겠다고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미련 없이 원 터치로 다시 데이빗에게 돌려준다. 데이빗은 최종 수비수를 앞에 둔 채 오른발 안쪽으로 공을 받으며 반전했다. 패스를 그대로 변형 마르세유 룰렛으로 이어나가는 환상적인 무브먼트, 좀 전에 페널티 킥을 준 기억이 새록새록한 수비수로서는 섣불리 거친 플레이를 걸기에도 부담스러웠다.

출렁-

달려 나오는 골키퍼 위로 살짝 공을 띄워 넣는다. 씩 웃으며 돌아 서서 달린다. 뒤따르던 수아레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진짜 얄미운 자식이네. 진짜 또 넣어 버리냐."

질렸다는 듯 피식 웃고 만다. 말을 꺼내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언행일치를 완성시키는 데이빗의 모습에 쓴 웃음이 나왔다. 질투? 그런 감정은 예전에 초월했다. 그저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난 선수에게 느끼는 경외심과 자신에 대한 씁쓸함일뿐.

"거...스티비에게 양보하더니..."

할 말을 잃었다는 듯 말을 흐리는 클락, 달글리시는 유쾌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필드 골을 바로 때려 넣어 버리는 군? 마치 이럴 자신이 있었으니 양보한 거다 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나?!"

"정말 그렇네요. 참, 자신감이 대단하다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기록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걸까요? 잘 모르겠네요."

"후자겠지. 뭐 그래도 좀 아쉽긴 하군. 페널티 킥까지 넣었다면 지금 골까지 해서 39호 골이었을텐데 말이야. 그럼 사실상 달성한 거라고 봐도 무방한데 말이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하는 달글리시 감독, 클락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스티비가 처리한 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스티비의 움직임이 더 좋아진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래. 아마 저 친구도 그걸 노렸겠지. 참, 대단한 친구야. 기록을 눈 앞에 두고 양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그 이후에 바로 보란 듯이 득점을 해버리니 말이야. 이래서야 양보한 걸 가지고 뭐라고 하기도 힘들겠군 그래."

"...양보한 게 잘못도 아닌데 뭐라고 하는 것도 웃기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렇군. 거 참."

피식 웃으며 느긋하게 경기를 지켜보는 달글리시 감독, 이제 불안한 기색은 한점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경기는 10분 가량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안심할 수 있었다.

'이대로 끝내면 아쉬운데...?'

팀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좋앗다. 자신의 컨디션도 최고조에 가까웠다. 10분이라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두 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올림피아코스 원정 경기 당시, 후반 10여분을 남기고 교체 투입되어 단 6분만에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던 경험도 있었다.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어쨌든 골을 기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상대는 이제 의욕을 상당히 잃어버린 것 같고.'

애초에 이번 경기에 걸린 것이 크지 않은 팀이다 보니, 후반들어 세 골을 연달아 실점하자 완벽히 무너진 모습이었다. 이런 팀을 상대로 골을 넣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데이빗은 자신있게 움직이며 골을 노리기 시작했다.

재차 킥 오프가 이루어지고 30초도 되지 않아 공격권을 되찾아 온 리버풀이다. 노리치 시티 선수들의 패스는 집중력이 부족했고 날카롭지 못했다.

"마르코!"

제라드가 왼쪽 측면의 마르코 로이스에게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찔러 주었다. 팀 내 1옵션인 데이빗에 비해 손색이 있다고 할 뿐이지 마르코 로이스 역시 드리블 돌파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 독일 최고의 재능이라는 타이틀은 딱지 치기로 따낸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늘 주로 패스와 슈팅 위주로 경기를 펼쳤던 마르코 로이스가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돌파를 시도하자 당황한 수비진, 속절없이 앞길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완전히 멘탈을 놓아 버린 듯, 다시 한 번 페널티 에어리어 내에서 반칙을 범하고 만다. 단호한 심판의 휘슬이 울렸고 리버풀이 이번 경기에서 두 번째 페널티 킥을 얻어 내는 순간.

"이번에도 양보할 거 아니지?"

제라드가 데이빗에게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건다. 데이빗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양보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자신있게 공을 주워들고 마르코 로이스가 얻어 낸 페널티 킥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이렇게 되니 좀 아쉬운데. 만약 아까 페널티 킥도 네가 찼다면 이걸로 40호 골을 달성할 수 있는 건데."

자신보다 더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제라드의 모습에 데이빗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이 시즌 최종전은 아니잖아요? 다음 경기, 그 다음 경기도 있어요. 설마 제가 두 경기에서 한 골도 못 넣을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럴리가."

자신을 의심하느냐는 듯 장난스럽게 되묻는 데이빗의 모습에 손사래를 치며 부정한다. 그걸로 더 할 말은 없었다. 데이빗은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에둘러 표현했고 본인이 괜찮다는데 자신이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씩 웃으며 데이빗이 페널티 킥을 준비하는 모습, 제라드는 박스 바깥에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삐익-

마치 산보를 나가는 것처럼, 가볍게 달리기 시작하는 데이빗, 그리고 공을 차기 직전, 템포를 바꾼다. 그 템포에 휘말린 키퍼가 중심을 잃고 방향을 노출하자 여유롭게 반대 쪽으로 공을 굴리는 데이빗, 해트트릭의 완성이었다. 쏟아지는 함성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데이빗을 향해 동료들이 달려 들기 시작했다. 제라드는 그 누구보다도 앞장 서서 그를 강하게 부둥켜 안았다.

============================ 작품 후기 ============================

-님 PK 양보해도 괜찮?

-ㅇㅇ

-헐

-골은 그냥 이렇게, 저렇게 해서 넣으면 되잖아?

-???

-양보한 대신 해트트릭 하는 걸로

-PK도 결국 찼잖아 이새기야

-데이빗 진짜 현실 세계로 임대 보내고 싶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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