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45화 (2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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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는 이겼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달글리시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36라운드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더비 전이었다. 이왕이면 맨유가 시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우승을 향한 열망이 시티가 더 컸던 것일까. 맨체스터 시티는 그들의 홈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맞아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맨유는 이 패배로 리그 우승 가능성이 사라져 버렸다. 리버풀이 3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승점 차이가 10점까지 벌어졌으니 말이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우승을 향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리버풀이 패한다면 승점 차를 1점으로 좁힐 수 있는 상황, 그들은 노리치 시티가 안필드에서 기적과도 같은 저력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우리의 게임을 하면 될 뿐이다. 상대를 의식하지 마라. 맨체스터 시티 녀석들이 애처롭게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있지만 상관 없는 일이다. 경우의 수 같은 것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우리가 남은 경기에서 2승을 거두면 지금 나오는 잡다한 말들은 모두 의미 없는 헛소리가 될 것이다."

달글리시는 남은 경기에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이 평소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클럽에 오기 전, 다른 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은 몇 명있었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경험해 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걸린 수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잘 알고 있었고 스스로 역사에 남을 기회라는 것 또한 알았다. 그런 것들이 쌓여 선수들의 어깨를 강하게 짓 누르고 있었고 달글리시 감독은 그런 짐을 덜어 주고 싶었다.

"스티비, 이 친구들이 영 굳어 있는 것 같은데, 주장으로서 한 마디 해 주지?"

달글리시 감독이 제라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실은 제라드 본인이 영 굳어 있기에 그의 긴장을 좀 풀라는 뜻에서 한 말이었다. 열심히 동료들을 독려하기 시작하는 제라드, 달글리시 감독은 내심 마음이 무거워졌다.

'좋지 않아.'

제라드 본인이 우승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 표정, 말투, 모든 것에서 그가 경직되어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라커룸에 들어 오기전에 그에게 긴장을 풀라고 말해 보지만 자신은 괜찮다고, 문제 없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격수 두 녀석은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군.'

오늘도 투 톱으로 사이 좋게 선발 출장하는 데이빗과 수아레즈는 평소와 크게 다른 모습이 아니었다. 수아레즈야 워낙 승리에 탐욕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선수라 이런 모습이 당연한 듯 여겨졌지만 데이빗은 의외였다. 퍼스트 팀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저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이제 없다. 부디 선수들이 빨리 평소의 모습을 깨달을 수 있길...'

감독은 만능 열쇠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위치임에는 분명하나 감독도 사람인 이상 할 수 없는 일도 존재했다. 달글리시 감독은 라커룸을 나가기 시작한 선수들을 보며 그들이 이번 경기를 잘 치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리버풀 베스트 11 (4-4-2)

--------------수아레즈--------

-------데이빗-----------------

-로이스------------------카윗-

--------제라드--루카스--------

-엔리케-스크르텔--아게르-존슨-

------------레이나------------

sub. 도니, 캐러거, 켈리, 핸더슨, 아담, 시소코, 로드리게스

노리치 시티 베스트 11 (4-4-2)

-------모리슨----잭슨--------

-필킹튼-크로프츠-존슨-훌라한-

-티어니--바넷---마틴--드라엣-

-------------루디------------

sub. 스티어, 호슨, 홀트, 서먼, 폭스, 노튼, 바우한

"오늘도 어김없이 만원 관중이구만?"

휘파람을 불며 수아레즈가 느긋하게 관중석을 둘러 본다. 우승을 눈 앞에 둔 경기라는 것, 만원 관중이 들어찬 경기라는 것도 그를 긴장하게 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의 여유로운 태도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데이빗이 웃으며 맞장구를 친다.

"요즘 늘 그렇잖아. 아니, 이번 시즌 내내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그렇지? 역시 홈 경기는 이래야 돼. 아약스 팬들도 열정적이기는 하지만, 여기 팬들은 진짜 미쳤어. 정말 경기를 뛸 맛나게 한다니까?"

2승만 더 거두면 우승이라는 사실이 리버풀 팬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찌보면 가장 평정심을 잃은 사람들은 선수들이 아니라 팬들이었다. 그런 모습들이 마음에 드는지 수아레즈가 씩 웃으며 목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나저나, 너는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 베테랑 형씨들이 영 오늘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단 말이지."

"너도 느꼈구나. 사실 지난 경기부터 그랬지. 오늘은...좀 더 심한 것 같고."

데이빗이 동조하자 수아레즈는 쩝하고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거 얼마나 우승이 하고 싶었으면 저럴까 싶기도 한데, 진짜 우승이 하고 싶으면 저래서는 안되는 거 아냐?"

"맞는 말인데, 그게 말처럼 쉽겠어?"

어쩔 수 없는거 아니냐며 데이빗이 웃고 만다. 수아레즈도 마주 웃어 보이며 크게 기지개를 켠다.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노땅들 대신 젊은 우리가 좀 더 땀을 흘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

"좋은 자세야. 그럼 오늘도 잘 부탁해."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 나도 좀 껴주지?"

은근 슬쩍 마르코 로이스가 둘 사이에 끼어 들며 어깨 동무를 걸어 온다.

"마르코? 뭐야, 갑자기 표정이 밝아 졌잖아? 아까 라커룸에서는 표정이 영 얼어 있더니만. 긴장하고 있던거 아니었어?"

수아레즈가 갑자기 밝아진 로이스의 모습에 의아한 듯 질문했고 로이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사실 아까 오줌이 마려워서, 딱히 긴장한 건 아닌데 그래서 그랬어."

"뭐야, 그랬으면 그냥 화장실 다녀 온다고 이야기하고 갔다오지 그랬냐?"

"그럴까 했는데 감독님이나 다른 선수들이나 바짝 긴장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화장실 갔다 오겠다고 이야기하기가 좀 그렇더라고. 아무튼 지금은 개운하다는 말씀."

으쌰 하는 기합소리를 내며 껄껄 웃는 로이스의 모습에 데이빗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쨌거나 마르코가 긴장하지 않고 있다는 건 그들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리그 최고의 패서 중 하나인 그가 제 컨디션이라는 것은 이 경기를 잡을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이제 곧 시작하겠다. 다들 잘 해보자."

씩 웃으며 서로 주먹을 맞댄다. 이제 곧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될 것이다. 반드시 오늘 저들과 함께 웃으며 경기장을 빠져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마르코!"

파앙-

좋은 타이밍에 왼쪽에서 중앙 지역으로 쇄도하기 시작한 마르코 로이스, 데이빗은 그와 교차되듯 움직이며 공을 흘려 주었다. 리그 1위의 어시스터인 그가 공을 잡자 반사적으로 패스를 먼저 경계하는 선수들, 하지만 마르코 로이스의 득점력은 얕보아도 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팀 내에 워낙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가 2명이나 있다보니 패스에 치중한 것이지 그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두 자리 수 득점을 바라볼 만한 선수였다. 실제로 현재까지 리그에서 8골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콰앙!

마크하지 않으면 슈팅을 때리면 그만, 마르코 로이스는 편안한 상태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허를 찔린 수비수들이 멍하니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슈팅, 골키퍼가 몸을 날려보지만 미치지 못한다. 이대로 리버풀의 선취 득점이 나오나 싶은 찰나, 골대가 노리치 시티를 구원했다.

"아...!"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워하는 마르코 로이스, 방금은 정말 발에 느낌이 왔다 싶을정도로 제대로 걸린 슈팅이었다. 완벽한 골이라 생각했는데 재수 없게 골대를 맞고 라인을 벗어나 버렸다. 아쉬움에 잔디를 걷어 차는 마르코 로이스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손길이 있었다.

"괜찮아. 잘 찼어."

시간이 없어 긴 말을 하지 못하고 가볍게 격려해 주는 데이빗,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아레즈가 엄지를 들어 올려주는 모습이 보인다. 마르코는 아쉬움을 털어 버리고 자신의 자리로 복귀했다.

[리버풀의 새로운 삼각 편대가 오늘도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주네요. 마르코 로이스의 골이나 다름 없는 멋진 중거리 슈팅이었습니다!]

[데이빗 장, 루이스 수아레즈, 마르코 로이스는 리그에서 최강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조합이죠. 아니, 전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공격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번 시즌 이 세 선수들은 리그에서만 60골 31어시스트를 합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데이빗 장 선수의 지분이 가장 많기는 하지만 다른 두 선수의 조력이 있기 때문에 데이빗 장 선수 또한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이지요.]

[노리치 시티로서는 너무나 가혹한 상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다른 리버풀 선수들의 움직임이 조금 무거워 보이는 것이 그들에게 위안거리겠네요. 노리치 시티로서는 이 세 선수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낸 뒤 역습을 노려야 하겠습니다.]

데이빗은 생각보다 경기가 할 만 하다고 느꼈다. 지난 바르셀로나 전처럼, 가끔 최고 레벨의 팀을 상대할 때나, 혹은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홀로 외로이 고군분투한 경험이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나 다름 없었다. 수아레즈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에 혼동을 안겨주고 있었고 마르코 로이스는 패스와 돌파, 슈팅을 마음껏 선택하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선제골을 넣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아직도 얼어 있는 다른 동료들도 부담을 덜고 경기를 즐길 수 있으리라.

"아쉽네. 아쉬워."

방금은 자신에게 찬스가 걸렸다. 마르코 로이스와 2 대 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수비를 무력화 시킨 뒤 감아찬 슈팅, 하지만 코스가 살짝 아쉬웠고 역시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리바운드 볼을 수아레즈가 노렸으나 그 또한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다. 데이빗은 혀를 차며 자리로 복귀했다.

"나쁘지 않아. 이제 금방이야."

조급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이제 전반 30분 정도였으니 말이다. 골이나 다름 없는 찬스가 몇 차례 있었던 것은 아쉽지만 확실한 것은 노리치의 수비진들이 자신과 수아레즈, 그리고 로이스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페이스라면 불운 따위는 금방이라도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대 골키퍼의 골킥을 보며 데이빗은 내심 빨리 공격에 다시 나서고 싶다고 생각했다.

'얼른 공을 보내 달라고. 그럼...어...?'

데이빗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후우...후우..."

스티븐 제라드는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제 막 전반 30분이 지났을 뿐인데 호흡은 마치 연장을 앞둔 선수처럼 거칠어져 있었다. 평상시라면 제라드 스스로 본인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챘으리라. 하지만 그는 평소와 달랐고 이는 불운한 일이었다.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난 침착해. 문제 없어.'

연신 되뇌며 주문을 건다. 하지만 이런 의식 자체가 그가 얼마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우리 공격수들은 잘 하고 있어. 실수하지만 않으면 이길 수 있어. 그렇게 되면...'

꿈에도 그리던 우승이 코 앞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제라드는 이를 악 물고 상대 골키퍼의 골 킥을 바라 보았다. 마침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이다. 제라드는 곧바로 공을 자신들의 믿음직한 공격수들에게 보내주겠다며 뛰어 올랐다. 그리고 일이 벌어졌다.

"...엇...?!"

머리에 맞는 순간 직감했다. 실수라고, 잘못 맞추었다고 말이다. 차라리 공의 방향이 앞으로 향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의 뒷부분에 맞은 공은 그대로 리버풀의 진영으로 흘렀다. 공이 흐른 코스마저 재수가 없었다. 일부러 킬 패스를 하라고 해도 하기 힘들 정도로 절묘한 곳을 향해 굴러갔다. 상대 공격수 모리슨이 죽자사자 공을 향해 달리는 모습, 그리고 황망히 그 뒤를 따르는 아게르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제발...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라고 제라드는 기원했다. 하지만 그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레이나와 일 대 일로 맞선 모리슨은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리버풀의 골망을 흔들었다.

"아..."

제라드는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풀썩 주저 앉아 버린 제라드, 망연자실한 눈으로 리버풀의 골대 안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공을 바라 본다.

============================ 작품 후기 ============================

-제라드 형...ㅠㅠ

-진짜 저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독 큰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시는

-02-03 첼시전 챔피언스 리그 진출 티켓이 걸린 경기에서 퇴장 ㅠ

-유로2004 프랑스전에서 백패스 실수로 PK 헌납 ㅠ

-05 칼링컵 결승 - 자살골 ㅠ

-09-10 첼시전 - 백패스로 어시스트 ㅠ

-13-14 첼시전 - 미끄러지면서 공을 흘림 ㅠ 그리고 결승골의 원인 ㅠㅠ

-2014 월드컵 - 우루과이 전에서 수아레즈에게 어시스트 ㅠㅠ

-14-15 맨유전 - 38초 퇴장 ㅠㅠ

-찾아 보니 첼시가 문제여...

-이렇게 많았나 싶기도 하고...

-진짜 제라드는 굿이나 푸닥거리라도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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