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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은 최근 3경기에서 1승 2무를 거두고 있습니다. 현재 리그에서 1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만 조금 페이스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바르셀로나와의 8강전에 투자한 것이 많다 보니 스쿼드가 얇은 리버풀로서는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이 맨체스터 시티는 어느새 승점을 차곡 차곡 쌓아가며 벌어진 승점 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리버풀이 현재 24승 7무 2패, 승점 79점으로 리그 1위를 지키고 있고, 그 뒤를 맨체스터 시티가 23승 6 무 4패, 승점 75점으로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승점 72점을 거두며 아직 우승 경쟁에서 완전히 탈락한 모습은 아닙니다만, 남은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본다면 우승은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 두 팀 중 한 팀이 차지할 확률이 높겠죠.]
[끝날 때까지 모르는 일입니다만, 리버풀이 분명 유리한 점은 있습니다. 골 득실에서 일단 맨체스터 시티를 상당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점도 그들에게 웃어주는 점이 되겠네요.]
[오늘 경기를 포함하여 남은 경기는 5경기입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5전 전승을 거둔다고 해도 리버풀은 승점 11점만 쌓으면 우승할 확률이 높습니다. 3승 2무만 거두어도 골득실에 의해 우승할 확률이 높고 4승을 거둘 경우 골득실에 관계 없이 무조건 우승을 확정 짓게 되는 겁니다.]
[리버풀로서는 오늘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매직 넘버를 빨리 줄이는 것이 그들의 목표일 테니까요.]
[남은 대진 일정을 살펴 보면 리버풀이 조금 더 유리합니다. 리버풀은 37라운드에 만나게 되는 첼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 하위권과의 대진이 준비되어 있거든요. 홈 경기가 3경기라는 점도 나쁘지 않습니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36라운드, 37라운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뉴캐슬 유나이티드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와의 대진이 잡혀 있습니다. 원정이 3경기라는 점도 조금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요.]
[어느새 2011-2012 프리미어 리그도 막바지에 접어 들었습니다만, 우승 팀의 향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리버풀은 풀햄을 상대로 1위 굳히기에 나섭니다.]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하나 더 있지 않습니까? 데이빗 장 선수의 신기록 경신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프리미어 리그의 역사에 도전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리그 33라운드가 진행된 현재 34골을 기록, 93-94 시즌의 앤디 콜과 94-95 시즌의 앨런 시어러의 34골과 동률을 이루었습니다.]
[출장 수로 따지면 30경기만에 달성한 기록입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앤디 콜과 앨런 시어러는 지금과 같은 38라운드 체제가 아닌, 42라운드 체제에서 기록한 골이거든요. 그런데 불과 30경기 남짓을 뛰고 그들과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는 겁니다.]
[심지어 오늘 그 기록을 넘어설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이번 시즌 데이빗 장 선수의 경기 당 득점은 1.2골에 달합니다. 매 경기 한 골 이상을 넣고 있다는 것이니 오늘 그가 리그의 역사를 새로 쓸 확률은 아주 높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겁니다.]
[남은 경기 수를 감안해 보았을 때, 그가 프리미어 리그 최초의 40호 골을 달성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오늘 데이빗 장 선수가 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 있을 지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아까 들었는데, 오늘 평소보다 기자가 훨씬 많이 왔다고 하더라."
오랜만에 선발 출장을 하게 된 디르크 카윗이 씩 웃으며 데이빗에게 말했다. 데이빗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나중에 40호 골이라도 넣으면 관중 숫자만큼 기자들이 몰릴 지도 모르겠는데."
호세 엔리케도 휘파람을 불며 동참했다. 지금 리버풀 선수단에게 공통된 목표가 2가지 있었다. 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우승이었다.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고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우승 컵이기도 했다. 설령 다른 대회에서 탈락하지 않았다고 해도 최 우선 순위는 리그 우승이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데이빗의 득점왕, 그리고 리그 신기록 달성이었다. 이제 리버풀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고 있는 마이클 오웬 이후로 득점왕을 배출해 본 적이 없는 팀의 좋지 않은 역사를 깨고 싶은 것이 선수들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흑역사를, 리그 신기록과 함께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랬기에 선수들은 그에게 페널티 킥과 프리킥을 몰아 주며 득점 확률을 더욱 높여주고 있었고 말이다.
"뭐 신경 안써. 어차피 했던 말 비슷하게 또 하면 되는 데 뭘."
별 거 있냐며 데이빗이 쿨하게 반응했다. 실제로 지난 몇 차례의 득점 관련 인터뷰에서 매번 비슷한 멘트로 일관했던 데이빗이었다. 그 말에 수아레즈가 부러운 듯 눈을 흘기며 데이빗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나도 그런 인터뷰 좀 해보고 싶다."
"나도."
마르코 로이스도 입맛을 쩝쩝 다시며 부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도 공격수이니만큼 골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 없었고, 그랬기에 많은 골을 넣으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데이빗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너희도 골 많이 넣으면 되잖아."
마치 마리 앙투아네트가 빙의한 것인지,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잖아 같은 느낌의 말을 주워 섬기는 데이빗의 얄미운 모습. 당연히 마르코와 루이스는 발끈했다.
"아, 진짜 한 대 세게 때리고 싶다."
"좋아, 오늘 경기에서 넌 패스 없을 줄 알아."
주먹을 부르르 떨며 노려보는 수아레즈와 오늘 패스가 없을 거라 협박(?)하는 로이스의 모습에 데이빗은 바로 꼬리를 내리며 읍소했다. 패스를 구걸하는 그의 모습에 선수들은 빵 터졌고 라커룸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졌다. 데이빗은 헛기침을 하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경기에서 이기는 게 먼저인거 다들 알고 있죠? 득점왕이니, 신기록이니 하는 건 일단 집어 치우자고요."
"헤이, 말은 그렇게 해도 속마음은 다른 거 아냐? 좀 전처럼 '제발 패스 좀!'이라고 울어 보라고."
장난스럽게 카윗이 말을 받았고 데이빗은 뻔뻔하게 고개를 들며 '난 알아서 넣을테니 필요 없다'고 소리쳤다. 물론 이후 동료들로부터 장난스러운 응징을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그럼 슬슬 나가 볼까? 우리 우승도 빨리 확정지어야 하고, 저 건방진 녀석 득점 기록도 만들어 주려면 오늘도 바쁘겠어."
홈 팀 리버풀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블랙번 전 이후 5일만에 치르는 경기, 선수들에게 있어 완벽한 충전의 시간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회복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자세 역시 충실했는데 어느 정도 떼어 놓았다 싶은 맨체스터 시티로부터 추격을 허용한 것이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된 것이다. 시즌 내내 리버풀이 달아나면 맨체스터 시티가 쫓아오는 그림이 반복되었던 만큼 선수들은 딱히 추격당한 것에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오히려 '다시 한 번 따돌려 주지' 라던가 '이번에는 아예 우승을 확정 지어 버리자' 라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이다.
그런 리버풀의 의지는 경기 초반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블랙번 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허용했던 것은 단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경기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디르크 카윗은 자신이 아직 이 클럽에서 뛰기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폭 넓은 움직임으로 활력을 불어 넣었다. 오른쪽 윙 포워드로 선발 출장한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마르코 로이스와 적절한 호흡을 선보이며 상대의 왼쪽 풀백의 멘탈을 사정없이 흔들어 댔다.
"이 멧돼지 같은 자식!"
한 때 리버풀의 든든한 왼쪽 수비를 책임졌던 욘 아르네 리세는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카윗의 돌파에 힘겨운 모습이었다. 신체 조건으로는 카윗에 비해 절대 밀리지 않는 그였지만 리버풀 시절에 비해 폼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완벽히 돌파를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따라가는 것이 최선이었을 뿐, 결국 카윗이 살짝 뒤쪽으로 땅볼 크로스를 시도하는 것을 허용해야만 했다.
"나이스 패스!"
유려한 볼 트래핑으로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공을 받아 낸 마르코 로이스, 오늘 카윗과의 호흡이 썩 마음에 들었다. 리버풀에 처음 입단했을 당시에는 카윗과 함께 오른족 윙 포워드의 자리를 두고 경쟁했으나 이후 점차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왼쪽 측면에 배치되는 경기가 많아지며 카윗과 동시에 출장하는 경우가 많아진 로이스였다. 조금 투박하긴 해도 팀 플레이의 기본에 대해 숙달된 카윗이었기에 그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꽤 즐겁다고 느꼈다.
'데이빗 쪽은...'
반사적으로 왼쪽 사이드에서 중앙 지역으로 쇄도하는 데이빗을 확인한다. 굳이 득점 기록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일종의 버릇과도 같았다. 제라드가 그러하듯 리버풀의 미드필더들은 공을 잡으면 보통 데이빗의 위치부터 확인하곤 한다. 패스를 주면 거의 골로 연결시켜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버릇이었고 신뢰였다.
'안되겠네.'
상대도 오늘 경기에 걸린 것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리그 최초의 35호 골이 걸린 경기였다. 대 기록의 제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무려 세 명의 수비가 그의 앞 뒤에 포진하여 물샐틈 없는 수비를 펼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빠르게 데이빗 쪽을 포기한 마르코 로이스, 그에게 세 명의 수비가 쏠렸다면 다른 곳에 공간이 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좋아.'
루이스 수아레즈와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그와 자신이 노리는 것이 일치함을 느꼈다. 그에게는 중앙 수비수 한겔란드밖에 붙어 있지 않았다. 데이빗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루이스 수아레즈 역시 수비수 한 명으로 감당할만한 공격수는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등 진 상태에서 반전하는 수아레즈, 그와 동시에 마르코 로이스의 발 아래에서 공이 떠난다. 데이빗이 몰고 다닌 수비수들의 공백으로 인해 공간은 널려 있었다. 킬 패스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한겔란드 혼자 그 공간을 모두 커버하기엔 불가능하다. 여유롭게 공간을 파고든 수아레즈에게 로이스의 정확한 패스가 이어졌다. 노마크 찬스, 수아레즈는 오른발 인사이드로 가볍게 골문 구석을 겨냥했고 리버풀에 선취 득점을 안겼다.
"데이빗이 완벽하게 미끼 역할을 수행했네요!"
다른 코치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며 클락이 외쳤다. 달글리시 감독도 연신 박수를 치며 첫 골의 기쁨을 즐겼다.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말이야. 거 참, 공도 없는 공격수에게 세 명이나 달라 붙다니. 저 녀석들도 정상적이진 않군 그래."
입맛을 다시는 달글리시 감독, 듣고 보니 그렇다며 클락이 영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신기록의 제물이 되기는 싫다는 거겠죠?"
"그렇겠지? 근데 저런 식으로 해서야 다른 쪽에서 계속 찬스가 날텐데 말이야. 뭐 우리로서는 좋은 일인가?"
오히려 골을 넣기 더 쉬워졌다. 데이빗을 의식하는 만큼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종의 제로섬 게임과 같은 것이라고 달글리시 감독은 생각했다.
"그나저나 루이스도 이걸로 리그 15호 골인데요."
"아, 그렇게 되는 군? 그러고보니 로이스도 어시스트 1위였잖나."
"네, 데이빗 녀석이 워낙 몬스터 시즌을 보내고 있어서 그렇지, 둘의 기록도 아주 대단합니다. 루이스는 데이빗에게 공이 집중되는 전술이 아니었다면 20골은 충분히 넣었을 것 같네요."
실제로 팀 내에서 본의아니게 데이빗을 위한 미끼(?) 역할을 자주 수행하다 보니 개인 기록에서 조금 손해를 보고 있는 루이스 수아레즈였다. 개인 기량이 절대 부족한 선수는 아니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루이스나 마르코 두 친구의 공격 포인트를 모두 합쳐도 데이빗 녀석의 기록에 미치지 못하는데. 저런 선수를 가지고 공을 모아주지 않는 것도 웃기는 일 아닌가?"
실제로 바르셀로나에서 다비드 비야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같은 선수들을 보라는 달글리시 감독, 규격을 벗어난 선수가 존재하는 팀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라 설명한다.
"그것도 그렇네요. 아무튼 선수들이 잘해 주고 있습니다. 억지로 데이빗의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 게 좋아 보이네요."
"데이빗도 아까 라커룸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지금 축하해 주는 모습만 봐도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고. 아주 좋은 일이야. 오늘 경기, 생각보다 잘 풀릴지도 모르겠는걸."
============================ 작품 후기 ============================
-진짜 패스 안줌?
-ㅇㅇ
-헐 리폿함
-ㅋㅋㅋㅋ
-나 던짐 ㅅㄱ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