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32화 (23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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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테리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작년에 우리 구단주가 쇼핑을 잘못한 것 같아."

"...페르난도가 들으면 섭섭하겠어."

지난 겨울, 페르난도 토레스 대신 데이빗 장을 영입했어야 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하는 존 테리였고 램파드는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점잖게 그런말 하지 말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존 테리는 자신의 생각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사실 그렇잖아. 지금 팀 내에서 최고 주급을 받고 있는데다 이적료는 역대 최고 수준이지. 근데 팀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잖아. 부활? 도대체 그 놈의 부활은 언제까지 기다려 줘야 하는 거야?"

꽤나 불만이 쌓인 것 같다. 그것도 그럴 것이 팀을 이끄는 캡틴의 역할을 맡고 있는 존 테리다 보니 감정 표현을 억눌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가 감정을 숨김 없이 표현하는 것은 램파드와 같은, 오랬동안 함께 한 친한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밖에 없었다. 램파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거야 그렇지...그래도 어쩌겠어. 미우나 고우나 우리 팀인데."

"내 생각에는 빨리 그를 내보내야 해. 1년이 훨씬 지났어. 그런데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이대로 두었다가는 우리 팀은 그와 함께 몰락해 버리고 말거야. 우리 팀에는 우리의 클래스에 맞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

"사실 니가 더 답답할거 아냐 프랭키. 너는 직접적으로 그 녀석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처지 잖아. 안 그래?"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램파드, 그것보라며 존 테리가 계속 불만을 털어 놓았다.

"난 지금 그 녀석이 우리 팀에서 기록한 골을 정확히 셀 수 있어. 아니 표현할 수도 있지. 애초에 한 손이면 모두 꼽을 수 있는 수준이니까 어려울 것도 없네. 나보다 골을 못 넣고 있는 공격수를 언제까지 참아 줘야 하는 거야?"

실제로 존 테리가 세트 피스에 참여하여 골을 기록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득점을 하고 있는 토레스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진정해.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시즌 중이야."

"알아. 저기 저 녀석들의 멋진 퍼포먼스를 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그랬어."

"저 녀석들 정도되는 선수는 구하기도 힘들어. 딱 저 둘을 제외하면 말이지. 아 크리스티아누 녀석도 있긴 하네."

"...언제부터 그 크리스티아누 녀석이 곁다리가 된 건지."

입맛을 다시며 관전을 계속한다. 한 골씩을 주고 받아서인지 조금은 소강상태에 빠져든 경기였다.

"그나저나 너, 대표팀에서 저기 저 녀석이랑 꽤 친하게 지내는 것 같던데."

"누구? 아, 데이빗 말이야?"

고개를 끄덕이는 존 테리, 램파드는 너무하다는 듯 조금 볼멘 소리를 냈다.

"그걸 봤으면 좀 와서 도와주기라도 할 것이지 구경만 하고 있었어? 너도 참 너무하네."

"내가 그런 건 잘 못하잖아. 괜히 나섰다가 역효과를 내느니 너한테 맡겨 두는게 낫지. 안 그래?"

"말은 잘하시네. 아무튼 그건 왜?"

"아니, 어떻게 이야기가 좀 잘 되나 싶어서. 혹시 사적으로 연락은 주고 받고 있는거야?"

은근한 목소리로 관심을 보이는 존 테리, 램파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스티븐 그녀석의 경계심이 장난이 아니었어. 제대로 접근 좀 할라치면 귀신같이 끼어 들어서 여지를 없애 버리는데 도무지 답이 없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램파드, 대표팀에서 자신을 향해 경계를 풀지 않던 제라드를 떠올리자 웃음이 나왔다. 마치 경계심 가득한 고양이를 보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랬다.

"아, 그랬지. 그 이후로 별 다른 진척은 없고?"

"뭐, 가끔 문자를 보내고 하긴 하는데, 그냥 딱 서로 안부를 묻는 정도? 데이빗 그 녀석도 자기네 캡틴에게 언질을 들었는지 어느 정도 선을 그어 놓은 느낌이라 더 접근은 어렵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어."

손을 으쓱하며 어쩔 수 없음을 밝히는 램파드, 존 테리는 쓰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네. 그 녀석만 우리 팀에 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텐데."

"말해 무엇하겠어? 그 녀석 하나 만으로 4위권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수준인데. 리버풀의 성적 상승을 보라고. 재 작년에 쟤네들은 6위였어. 그리고 작년에 4위였지. 데이빗은 딱 절반 밖에 뛰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리고 저 녀석이 풀 타임을 뛰는 지금은 압도적인 1위야.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잘 나가고 있잖아."

부럽다는 듯 입맛을 쩝쩝 다시는 램파드, 존 테리는 한숨을 쉬며 동의했다.

"우리 디디에도 한 때 저런 파괴력이 있었는데...나이에는 장사가 없네. 너나 나도 그렇고."

"난 빼줘 존, 난 아직 쌩쌩하다고."

"...니가 나보다 두 살 많은 건 알고 있는거야?"

메시의 동점 골이 터진 이후 경기는 소강상태로 접어 들었다. 리버풀은 멘탈을 잘 추스렸고 메시에 대한 경계를 좀 더 강화하며 쉽게 공간을 열어 주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동점골의 기세를 이어 그대로 밀어 붙이고자 했지만 홈에서 당한 두 번의 역습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섣불리 라인을 끌어 올리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레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힌 상태에서 대치전이 계속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결국 홈 팀, 리버풀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원정에서 2 대 2 무승부를 거두었으니 만약 지금 경기가 1 대 1로  끝나게 되면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국 올라가게 되는 것은 리버풀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필연적으로 칼을 먼저 빼어 드는 것은 바르셀로나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콜 확실하게 해! 커버 빠르게 들어가!"

서서히 라인을 끌어 올리기 시작하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보며 제라드가 동료들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번에도 무기력하게 실점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경기가 끝나고 다른 선수들에게 떳떳하고 싶었다. 일부 선수의 환상적인 플레이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뒤쪽 봐줘! 반대로 간다!"

호세 엔리케가 마크를 이어가며 빠르게 소리친다. 뒷 공간을 노리는 사비 에르난데스의 움직임을 동료들에게 경고하며 페드로에 대한 마크를 유지한다. 다행히 루카스 레이바가 자신의 콜을 듣고 그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쳇."

자신의 마크가 녹록치 않음을 느꼈는지, 페드로가 무리하지 않고 중앙 지역의 메시를 향해 패스를 내어준다. 하지만 제라드의 노련미가 빛났다. 루카스의 움직임을 확인한 그는 결국 페드로가 중앙쪽으로 횡 패스를 내어줄 거라 예상했다. 호세 엔리케의 1 대 1 돌파 저지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으니 섣불리 돌파를 시도하지 않을거라 생각했고 이는 적중했다. 제라드는 몸으로 메시를 밀어내며 공을 먼저 잘라 냈다. 아슬아슬하게 반칙이 불리지 않을 정도의 몸 싸움, 아마 캄프 누에서 이런 플레이를 보였다면 반칙 콜을 받았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곳은 리버풀의 홈이었고 심판은 그들에게 어느 정도 관대했다.

"마르코!!"

지체 없이 자신보다 앞 선에 있던 마르코 로이스에게 전방 패스를 시도한다. 지난 경기처럼, 리버풀이 자랑하는 빠른 역습을 보여줄 때였다.

패스를 이어 받은 마르코는 전방을 확인했다. 그리고 마치 조건 반사처럼, 살짝 처진 상태에서 움직이던 등 번호 10번을 향해 곧바로 이어 주었다. 자신이 드리블을 시도하면 역습의 템포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공을 전방으로 보내는 것이 중요했다.

"나이스!"

데이빗은 공을 잡고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 페인트를 걸 시간도 아깝다는 듯, 헤라르드 피케를 옆에 달고 달리기 시작했다. 몸 싸움을 계속 걸어 오는 피케였지만 어찌어찌 버티며 볼을 계속 컨트롤하는 데이빗, 그리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0으로 떨어 뜨리며 멈춰 섰다.

'아깝네.'

확실히 신체 능력이 우수한 수비수였다. 자신보다 몸을 추스리는 것이 늦기는 했지만 제칠만큼의 여유는 주지 않았다. 데이빗은 욕심 내지 않고 공격 가담에 나선 로이스를 향해 공을 살짝 빼주었다. 아쉽다고는 했지만 아직 플레이는 끝나지 않았다.

데이빗의 빠른 돌파로 인해 바르셀로나의 2선이 완벽하게 수비 가담을 하지 못했다. 이 혜택은 마르코 로이스가 톡톡히 보고 있었다. 그를 향해 마스체라노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의 킥을 방해하긴 힘들었다. 가볍게 공을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쇄도하고 있는 수아레즈를 향해 찍어 차 주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너무 약하게 찼어...!'

확실한 미스킥이었다. 원래 목표는 카를레스 푸욜의 머리 위를 넘겨 수아레즈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푸욜이 먼저 편하게 가슴으로 공을 받아 낼만한 코스였다. 높이가 높이인지라 머리나 발로 한 번에 처리하긴 힘든 볼이었지만 그가 원 트랩 후 공을 걷어내는 장면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마르코 로이스는 팀의 좋은 기회를 자신이 망쳐버렸다는 사실에 자책했다. 하지만 아직 플레이는 끝나지 않았다.

"카를레스! 옆! 옆을 봐!"

공을 트래핑할 준비를 하던 푸욜, 그의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자신의 팀 동료 발데스의 목소리를 잊어버릴리는 없었다. 왜 저렇게 다급할까 잠시 의문이 드는 푸욜, 그리고 곧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갑자기 자신을 덮치는 붉은 유니폼의 선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짧아.'

마르코 로이스에게 패스를 내 준 데이빗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마르코 로이스가 라스트 패스를 시도한다면, 그의 선택지를 늘려주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수비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켜야 동료들이 골을 넣을 확률이 올라갈 테니 말이다. 마르코 로이스의 선택은 수아레즈였다. 하지만 킥하는 순간 그의 패스가 짧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먼저 잡을 수 있어...!'

그의 킥을 보는 순간 잠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 기회가 끝나지 않았음 또한 알아 챘다. 평소보다 힘이 실리지 않다보니 공의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었다. 데이빗은 생각을 멈추고 발을 박찼다. 아슬아슬하게 먼저 공을 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푸욜은 자신의 접근을 모르고 있었다. 뒤에서 발데스 골키퍼가 뭐라뭐라 소리치는 것이 들렸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사정권이었으니 말이다. 푸욜이 이제와서 눈치챈다고 해도 늦었다. 이미 점프를 하고 있는 자신이었고 아직 바닥에 발을 붙이고 있는 푸욜이었으니 누가 공을 먼저 따낼지는 명약관화했다.

투웅

왼쪽에서 달려온 데이빗이 카를레스 푸욜의 앞을 스쳐 지나가며 공을 가슴으로 받아 냈다. 자연히 오른쪽으로 튕기는 공, 부랴부랴 에릭 아비달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늦었다. 데이빗은 지체하지 않았다. 가슴으로 튕겨낸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 그의 오른발이 바닥과 수평으로 강하게 휘둘러졌다.

완벽한 발리 슛, 발등에 제대로 걸렸고 데이빗은 성공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멋지게 날아간 공은 골대의 우측 상단에 정확히 박혔다. 끓어 오르는 안필드, 데이빗은 두 팔을 벌린 채 관중석을 향해 달려갔다.

"......"

"...이걸로 챔피언스 리그 단일 대회 득점 단독 2위 확정이네."

이제는 감탄할 기력도 없다는 듯 램파드가 중얼거렸다. 존 테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난 그만 볼래."

"왜? 아직 전반 3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램파드의 질문에 존 테리가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더 보고 있으면 자신감이 떨어질 것 같아서 말이야. 난 맥주나 한 잔 마셔야겠어."

"...나도 하나 부탁해."

손을 휘휘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존 테리, 램파드는 그가 말은 저렇게 해도 곧 자리로 돌아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자신도 한 캔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는 시선을 다시 TV로 돌리는 램파드, 광란에 빠진 관중들 앞에서 포효하고 있는 데이빗이 보였다.

"역시 아깝네..."

존 테리가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의 솔직한 심정도 그랬다. 토레스 대신 그를 데려왔다면 지금 첼시는 6위권 밖에서 허덕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저 녀석은 그냥 유망주였을 뿐이니까, 우리 구단주의 눈에 들어 오기엔 부족했지."

당시에는 프리미어 리그 경력이 5경기도 되지 않는 애송이였다. 그가 단 한 시즌만에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만약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영입을 추진했을 것이리라.

"...역시 교환은 안되겠지?"

부진에 빠진 금발의 미남자를 떠올리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반품 교환 안된다니까 그러네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는

-쓰다 보니 좀 길어지네요...

-3편째인데 아직 전반 30분

-90분 다쓰면 9편?

-미친거야

-이렇게 되진 않을 거에용

-내일 중에는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즐감해 주세요

-추천 이벤트(?) 이후 독자 여러분들의 페이스가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 슬퍼요

-이러시면 곤란하옵니다

-전 여러분들의 능력을 이미 봐버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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