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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31화 (23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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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잘했어!"

리버풀 선수들은 한데 엉켜 선제골의 기쁨을 나누었다. 골의 주인공 데이빗은 동료들의 격한 축하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사정없이 등을 두드리고 머리를 때리는 그들의 손길은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나쁘진 않았다. 이렇게 함께 기쁨을 공유하는 것이야 말로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었으니까.

"침착해. 경기는 이제 시작했어. 들뜨지 마. 아주 약간의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야."

제라드는 동료들이 너무 들뜨지 않도록 독려했다. 그 또한 데이빗과 세레모니를 함께하며 격한 기쁨을 숨기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시 집중할 때라고 생각했다. 너무 들떴다가 경기를 그르친다면 참을 수 없는 일이 될거라 생각했다.

"그래, 아직 경기는 90분 가까이 남아 있어. 리드하고 있다는 생각은 지워. 기뻐하는 건 경기에 이기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아. 다들 긴장 풀지 말자."

제이미 캐러거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방심을 경계했다. 선수들은 두 베테랑의 말에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지난 경기에서 바르셀로나의 힘을 충분히 겪어 보았기에 방심은 금물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움직이자. 감독님의 지시는 완벽했어. 이제 우리가 의무를 다 해야할 차례야."

세레모니를 마치고 돌아온 데이빗은 센터 서클에서 대기하고 있는 다비드 비야, 그리고 리오넬 메시를 바라 보았다. 그들은 창촐지간에 당한 일격에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 듯 보였다.

'표정이...'

조금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비야와 달리 메시는 웃고 있었다. 보일듯 말듯 미미한 미소, 하지만 그 모습에서 데이빗은 그가 그다지 동요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시간은 많이 남아 있으니까.'

그들로서는 굳이 조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심리적인 충격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다.

'대단하네. 쉬운 일은 아닐텐데.'

실점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의 멘탈을 지킨다. 말은 쉽다. 만약 그게 그리 쉬웠다면 세상에 큰 점수 차이로 대패하는 팀들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런 면에서 메시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확실히 대단해 보였다.

"시작한다. 집중해."

수아레즈가 툭 치며 그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감독님의 지시가 완벽히 통했네요."

스티브 클락 수석 코치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달글리시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겸양했다.

"내가 뭘 했다고 그러나. 선수들이 잘 해 준거지."

실제로 아무리 완벽한 전술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해도 선수들이 실행해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달글리시 감독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역할이 작다고 폄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감독님 말씀이 아니었다면 기회 자체를 잡지 못했을 겁니다. 정말 완벽히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좋은 지시였습니다."

"그래, 고맙네. 밤새 비디오를 돌려 본 보람이 있군 그래."

쑥쓰럽다는 듯 말하는 달글리시 감독, 하지만 그 표정에서는 분명 성취감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지난 경기에서 많은 반성을 했다.

'그 동안 팀의 약진에 내 힘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내심 쓴 웃음을 지으며 지난 경기에서 얻은 교훈을 떠올렸다. 사실 지난 시즌, 킹 케니의 화려한 귀환이라고 언론, 그리고 팬들이 찬사를 보냈을때 자신이 한 일은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까지 팀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어느새 조금은 자만에 가까운 태도를 가져버렸음을 깨달았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면서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포메이션의 수정을 거쳤고 선수 기용 역시 적절하게 이루어 냈다고 생각했다. 그 오만이 깨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였다고 생각한 진용을 너무도 손 쉽게 유린해 버렸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자만했음을.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너무도 안일한 대처를 했음을 말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웠다. 그를 두고 신의 한 수였다는 등, 역시 명장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실상은 도박수에 가까웠고 궁여지책이었을 뿐이다. 운이 따라주지 못했다면 무승부는 꿈도 꾸지 못했으리라.

그랬기에 1차전이 끝난 이후, 달글리시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침식을 잊은 채 상대 팀의 분석에 매달렸고 그들의 자그마한 빈틈을 찾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하여 찾아낸 극히 미세한 약점, 실전에서 통할 지 통하지 않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작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라도 시도를 해야했다. 그리고 자신이 노력이 결과로 나타난 지금, 오랜만에 깊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는 이제 시작했을 뿐이야. 낯 간지러운 찬사는 그쯤 접어두고 이제 집중해야지. 조그만 변화라도 놓쳐서는 안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방심이라니, 당치도 않죠."

메시는 오랜만에 큰 자극을 받은 상태였다. 어떤 선수를 보고 자극을 받아 본 적이 언제였나 싶었다.

'어릴 적 파블로를 보면서, 그리고 팀에서 호나우지뉴를 본 뒤로 처음인 것 같은데.'

파블로 아이마르는 어릴 적 그의 우상이었다. 제 2의 마라도나라 불렸던 아이마르의 마법같은 플레이는 언제나 자신에게 감동을 안겨 주었다. 지금 메시 본인의 플레이 스타일이 일부분 아이마르의 그것과 닮아 있는 것은 그의 동경이 영향을 준 부분도 있었다.

호나우지뉴는 말할 것도 없이 한 때,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바르셀로나의 암흑기를 끝낸 주인공이기도 한 그의 따라하기 힘든 플레이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데이빗 장이라고? 확실히 떠들썩할만 하네.'

그동안 자신이 가장 많은 비교를 당했던 선수는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하지만 메시는 그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사람들은 의례히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이는 메시의 진심이었다. 그는 누군가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선수였다.

그것은 메시의 자신감, 그리고 자부심의 발로였다. 그는 자신의 실력이 굳이 누군가와 비견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환상적인 선수는 많았다. 호날두는 역시 위협적인 선수였고 같은 팀의 사비, 이니에스타도 월드 클래스 중의 월드 클래스였다. 하지만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자극을 받아 본 적은 별로 없었다.

'재밌네. 이런 기분 나쁘지 않아.'

씩 웃으며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 1차전에서도 상대의 재능이, 그리고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려운 팀을 이끌며 몇 번 되지 않는 찬스를 모두 결과로 만들어 내는 모습은 진정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서 경기 시작과 동시에 전광석화와도 같은 기습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니 가슴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대접을 받았으면 답례를 해야겠지. 그게 신사 아니겠어?'

승부욕, 메시는 지금 데이빗 장을 상대로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고 있었다.

"패스!"

사비에게 접근하며 패스를 요구한다. 절대적인 에이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비는 늘 그렇듯 정확하고 부드러운 패스를 전달해 주었다. 왼발로 공을 가볍게 붙여 놓는 메시, 그리고 자신을 에워 싸는 상대 선수들을 체크한다.

자신의 왼 쪽에서 스티븐 제라드가, 전방에서 루카스가 길을 막고 있었다. 오른 쪽은 비어 있긴 했지만 아마 자신이 그쪽으로 진로를 잡는 순간 호세 엔리케까지 접근하여 자신의 3면을 꽁꽁 틀어 막아 버릴 것이다.

'상관 없어.'

지금 한창 불 타오르는 상태였다. 평소였다면 안전하게 공을 뒤로 돌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기 싫었다. 메시는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먼저 돌파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른 발바닥으로 공의 위쪽을 쓸듯이 터치한다. 메시가 시동을 걸고 있음을 느낀 루카스의 자세가 낮아 진다. 지난 경기에서 지독하리만치 시달렸기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메시의 작은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에 집중을 거듭했다.

"!!!!"

하지만 일은 전조도 없이 벌어졌다. 순간적으로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재빠른 볼 터치를 선보이는 메시, 그리고 스티븐 제라드와 루카스 레이바의 틈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제라드가 이를 악 물며 뒤따라가며 어깨를 걸어 보려 했지만 이미 손을 벗어나 버린 상황,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리버풀의 핵심 미드필더 2명이 무력화 되고 말았다.

그리고 허겁지겁 커버를 들어 오는 글렌 존슨을 확인하고 다비드 비야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메시, 그리고 본인 또한 쇄도를 멈추지 않았다.

쓰리 백을 구성한 리버풀의 약점이 나타나는 순간, 다비드 비야를 마크해야 하는 마틴 스크르텔로 인하여 메시는 온전히 제이미 캐러거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비드 비야가 메시에게 리턴 패스를 내어주는 것도 제대로 견제하기 힘들었다.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 내에서 메시와 캐러거의 1 대 1 상황이 만들어 졌다.

"제기랄!"

캐러거는 자세를 가다듬으며 어떻게 해서든 막아내고자 했다. 전성기때의 자신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메시의 민첩성과 기술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서서 당해줄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캐러거, 하지만 메시는 너무도 간단하게 그런 그의 노력을 무위로 돌려 버렸다. 간단히 펼쳐지는 라 크로케타, 순식간에 무게 중심을 잃고 뒤쳐지는 캐러거. 메시의 앞에는 이제 레이나 골키퍼와 골대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적당한 답례가 되었을까?'

슬라이딩하며 자신의 발 아래 노린 공을 향해 몸을 날리는 레이나 골키퍼를 가볍게 제치고 빈 골대에 유유히 공을 굴려 넣는 메시, 그리고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 보고 있는 데이빗 장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전반 6분, 원정 팀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미친 놈들..."

존 테리와 프랭크 램파드는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8강에서 벤피카를 만난 첼시는 리버풀과 바르셀로나보다 하루 먼저 2차전까지 치러냈다. 1, 2차전 합계 3 대 1의 스코어를 기록한 첼시는 이제 다음 4강의 상대가 결정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이야. 쟤넨 미쳤어. 진짜 양 쪽 다 대단하네."

프랭크 램파드가 존 테리의 말에 동의하며 입맛을 다셨다. 경기가 시작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양 팀의 에이스가 각각 한 골씩 기록한 상황이다. 그것도 완벽한 개인 능력을 뽐내면서 말이다. 지켜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멋진 골이라고 마냥 환호할 수는 없었다. 누가 올라오건 간에 그들 중 한 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이걸로 저 데이빗 장이라는 녀석은 챔피언스 리그 12호 골이고, 메시는 11호 골...거참..."

"재밌네. 서로 누가 잘하나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잖아?"

커리어 내내 챔피언스 리그에서 10골을 못 넣는 선수도 수두룩한 판국에 단 한 시즌만에 10골 이상씩 쳐넣고 있는 녀석들을 보자니 기도 차지 않았다.

"웃을 일이 아냐. 저 괴물같은 녀석들이 이제 우리의 다음 상대라고. 이대로라면 저 녀석들이 우리와의 경기에서 챔피언스 리그 신기록을 세워도 이상하지 않아."

현재 챔피언스 리그 단일 시즌 최다골의 주인공은 호세 알파티티였다. 1962-1963 시즌에 14골을 기록하였는데 이후 50년 가까이 깨지지 않고 남아 있는 대기록이기도 했다.

"그러게...저 데이빗이라는 녀석은 커리어에서 처음 챔피언스 리그를 경험하는 거지? 근데 역대 2위의 기록이라...거참..."

게르트 뮐러, 페렌츠 푸스카스, 루드 반 니스텔루이와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과 벌써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선수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쓰라렸다. 과연 어떤 선수가 데뷔하자마자 이런 현실감 없는 활약을 보여 주었다는 말인가. 지켜보고 있던 두 베테랑 선수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 작품 후기 ============================

-진격의 메시

-메시가 있어서 참 편해요

-어지간히 주인공이 활약해도 현실감이 부여되니까요

-이 소설이 10년 전에 나왔다면 아마 현실감 없다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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