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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장, "리버풀, 4강에 올라갈 수 있다."]
리버풀의 핵심 스트라이커 데이빗 장이 지난 2월 22일 안필드에서 세리에 A의 강호 AC 밀란을 4 대 0으로 대파한 뒤 인터뷰를 통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1차전에서 AC 밀란의 강력한 수비에 고전했던 데이빗 장은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시종일관 날카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 5분만에 멋진 터닝 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기록한 데이빗 장은 4분 뒤 특유의 돌파 능력을 선보이며 필리프 멕세스의 파울을 유도, 페널티 킥과 함께 상대의 퇴장을 이끌어 냈다. 부상이 우려되는 장면이었으나 다행히 금방 경기장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여 4만여 콥들을 안심시켰다. 그가 얻어낸 페널티 킥은 리버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깔끔히 성공시키는 데 성공했다.
후반들어서 더욱 경쾌한 몸놀림을 선보인 데이빗은 후반 16분, 환상적인 움직임으로 루카 안토니니를 제쳐낸 뒤 30m 거리에서 완벽한 드롭 슛을 시도하며 팀이 세 번째 골이자 본인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완벽히 밀란을 침몰시키는 쐐기골.
기세가 오른 데이빗은 후반 40분, 마르코 로이스의 크로스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해트트릭을 달성, 챔피언스 리그 10호 골을 기록하게 되었다. 데이빗 장의 맹활약에 힘입어 리버풀은 AC 밀란을 1-2차전 합계 4 대 0으로 완파하며 8강행을 확정지었다.
"우리는 해 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밝은 표정으로 가장 먼저 스스로 이루어 낸 일에 만족감을 드러낸 데이빗이다. 전 후반 90분을 풀 타임으로 소화한 뒤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승리의 기쁨은 감추지 못했다.
"지난 원정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질타가 있었고 우려가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차전에서 그는 공격 포인트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며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아야 했다.
"동료들, 그리고 코칭 스탭들은 저를 편하게 해주었어요. 2차전에서 잘하면 된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죠. 그들은 언제나 저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제가 언제나 편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아요."
동료과 코칭 스탭들에게 공을 돌린 그는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없었던 사실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 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네스타 선수는 정말 강했어요. 제가 여태까지 만나 본 수비수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지난 번 그를 상대하고나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 꼭 다시 함께 경기를 치르고 싶었습니다. 그가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은 밀란이나 팬들에게 가슴 아픈 일이었어요. 저도 아쉬웠습니다. 그가 부상에서 회복하고 은퇴하기 전에 다시 한번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브라히모비치 선수가 그런 인터뷰를 했었나요? 아 모르고 있었어요. 하지만 알았다고 해도 그다지 달라질 것은 없었을 겁니다. 그도 이제 알았겠죠. 8강에 어울리는 팀이 과연 어느 팀인지 말이에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자신을 두고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나 최고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데이빗 장이었다.
"8강 상대가 바르셀로나라는 사실은 흥분되는 일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가 아닌가요? 그런 상대와 최고의 무대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건 대단한 일이에요. 하지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은 충분히 4강에 올라갈 자격이 있습니다."
8강에서 만나는 바르셀로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데이빗 장이었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역대 전적에서 근소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아 그건 몰랐습니다. 정확한 전적이 어떻게 되나요? (3승 3무 2패라는 말에 웃으며) 별 차이 안나잖아요? 그래도 한 번이라도 더 이겼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네요. 누캄프에서 2승 2무라고요? 그럼 우리도 홈에서 더 많이 졌다는 거잖아요. 서로 홈 경기를 더 조심해서 치러야 하겠네요."
상대 전적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데이빗 장이었다. 사실 그의 말대로 단 1승 차이에 불과한 양 팀이었기에 백중세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챔피언스 리그 득점왕이요? 이제 16강이 끝났을 뿐이라 벌써 이야기하기에는 이른 시점 같습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10호 골을 기록하며 리오넬 메시와 득점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데이빗 장이다. 사실 보통 챔피언스 리그 득점왕이 6~8골 사이에서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두 선수의 비정상적인 득점 페이스가 크게 다가온다.
"사실 바르셀로나와의 8강전은 잠시 잊어 버릴 겁니다. 우리는 8강을 치르기 전까지 4~5번의 리그전을 치러야 해요. 바르셀로나는 그 이후의 일입니다. 눈 앞의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해서 나가야 해요."
이번 시즌 반드시 리그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내며 데이빗 장은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 팀은 지금까지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 남은 13게임만 잘 치른다면 우리는 20여 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겁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거에요."
데이빗의 인터뷰는 리버풀 팬들 뿐만 아니라 밀란의 팬들에게도 감흥을 남겼다. 비록 자신들의 팀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지지하는 클럽의 탈락에 가장 큰 원인이 된 미운 녀석이었지만 알레산드로 네스타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에 어느 정도 위안을 얻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올림픽 대표팀 사람들이 날 보자고 했었다는 거지?"
데이빗은 게임기 패드를 내려 놓으며 돌아 앉았다. 좀 전까지 함께 게임을 하던 제임스가 그 모습에 불평하는 모습.
"뭐야. 이겨 놓고 도망가는거냐?"
씩씩거리는 제임스의 모습에 데이빗은 그동안 동료들로부터 받았던 설움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게임으로 누군가를 이기는 날이 올 줄이야. 이래서 그동안 동료들이 자신과 게임을 하며 그렇게 즐거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봐 제임스, 도망은 패배자가 하는 거야. 난 이겼다고. 잠깐만 혼자 연습이라도 하고 있어봐. 중요한 일인 것 같잖아."
"썩을 자식 같으니..."
으르렁거리면서도 순순히 연습모드로 들어가 조작을 연습하기 시작하는 제임스, 데이빗은 쿡쿡 웃으며 즐거워했고 티티는 유쾌하게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즐기다 입을 열었다.
"지난 주 쯤에 그쪽 사람들하고 만날 기회가 있었어. 용건이야 방금 말했듯이 그쪽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번 올림픽에 니가 합류해주길 바란다는 거야. 그래서 직접 얼굴을 보면서 설득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어."
"흐응."
티티의 설명에 데이빗은 가타부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티티는 일단 자신의 친구이자 고객(?)인 데이빗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의사가 아니야.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거지. 그래서 말인데, 너는 올림픽 대표 차출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티티의 질문에 데이빗은 잠시 숙고에 빠진다. 사실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은 별로 없었다. 워낙 빡빡한 일정을 치르다 보니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국가 대표로 소집되기 전에야 막연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으나 이미 국가 대표로 뽑힌 경험도 있었고 부상만 없다면 시즌을 마치고 유로 2012에 출전하게 될 거라 쉽게 예상이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올림픽 대표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글쎄, 그다지 깊게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 말야. 나갈 수 있으면 나가고 싶기도 해. 최초의 단일 팀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고 나가서 메달을 딴다면 다른 국제 대회와는 다른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니까. 사실 다른 대회도 경험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말야."
어깨를 으쓱하며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모습이다. 티티는 그럴수도 있겠다며 동의를 표한 뒤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나는 사실, 네가 올림픽 대표 건은 거절했으면 좋겠어. 이번 시즌이 너에게는 첫 풀 타임 시즌이잖아. 지금도 꽤 힘들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그거야 그렇지. 생각보다 힘이 드네."
허세부리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데이빗, 다른 사람들 앞이라면 몰라도 이들에게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 베테랑 선수들이 왜 체력 관리, 몸 관리를 강조하는 지 알 것 같다며 데이빗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아마 시즌이 끝나면 몸 상태가 지금보다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진 않을 거야. 시즌은 5월 중순이 되어서야 마치게 되니까 앞으로 70일 정도 더 남은 셈이네. 경기 수로 따지면 챔피언스 리그 일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15경기 이상은 치러야 해."
"맞아. 리그가 13경기에 8강전이 기본적으로 2게임이니까. 그래도 더 많은 경기를 치렀으면 좋겠어."
리그 경기의 숫자야 고정된 부분이지만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진출한다면 최소 2경기가 더 추가된다. 데이빗은 팀이 반드시 더 높은 라운드로 진출하길 희망하고 있었다.
"나도 그래. 어쨌든 현재의 경기 일정만 해도 앞으로 4~5일에 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일정이야. 박싱 데이 무렵에 비해서야 널널한 일정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아예 여유로운 것도 아니라는 거지. 거기에 4강 이상 오른다면 더 타이트 한 일정으로 바뀌게 되고 말이야."
깔끔히 상황을 정리하는 티티의 모습에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 6월 초부터 진행되는 유로 2012가 있잖아. 너도 알겠지만 네가 불가피한 사정, 그러니까 부상 같은 사고만 아니라면 무조건 차출될 거야. 너는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국가 대표 일정을 치러야 해."
휴식기를 가진다고 해봤자 2주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국가 대표를 모아 놓고 바로 시합을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최소 2주~3주 정도는 훈련을 진행하며 발을 맞춰 볼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우리 나라가 상위 라운드에, 어디까지 올라갈 지가 관건이긴 한데, 조별 리그만 해도 6월 중순까지 치르게 되어 있잖아. 약 4일 간격으로 3게임을 치러야 해. 우리 나라가 속한 조가 만만치가 않기는 한데 그래도 8강에는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잉글랜드는 이번 유로 2012에서 D조에 속하게 되었는데 프랑스, 우크라이나, 스웨덴과 같은 조를 이루게 되었다. 프랑스는 잉글랜드에 비하여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개최국이라는 어드밴티지가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잉글랜드에 비하여 전력상 열세의 팀이었고 말이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스웨덴이었는데 잉글랜드는 지난 수십년 간 스웨덴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드시 올라갈 거야."
주먹을 쥐며 의욕을 드러내는 데이빗의 모습에 티티가 온화한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려 준다.
"나도 그렇게 되길 원해. 아무튼 유로에 나가게 되면 6월 말까지는 대회에 참여해야 할 확률이 높다는 거야. 그런데 올림픽은 7월 말부터 개막한다고. 한 달 정도 밖에 시간이 없는데 너는 기계가 아니야. 휴식이 필요하다고."
사심없이 자신의 몸 상태를 생각해주는 티티의 말에 데이빗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올림픽 대표 차출 건에 대해 자신이 확답을 하지 않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혹시 다른 선수들의 선례는 없어? 국제 대회 두 개를 연달아서 치른 뒤에 시즌을 어떻게 보냈는 지 알고 싶은데?"
"많지는 않았는데 몇 명있더라. 사실 조사하면서 조금 놀란 부분이기도 한데, 생각보다 시즌을 망친 사람은 별로 없긴 했어. 쉽게 이야기하자면 국제 대회 중에 부상을 당하지 않은 선수들은 대부분 시즌을 치르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봐도 될 것 같아. 물론 시즌 초반에 소속팀에서 관리를 어느 정도 해 준 부분이 컸지."
"그래? 그럼 나가도 되는 거 아니야?"
눈을 반짝이며 질문하는 데이빗의 말에 티티가 한숨을 쉰다.
"사실 구단에서는 반대할 거야. 그렇다고 해도 네가 나가겠다고 하면 막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지. 네가 올림픽을 뛰고 온다면 리버풀에서는 분명 초반에 어느 정도 너에게 휴식을 줄 거야."
팀의 핵심 선수를 1~2년 써먹겠다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굴려댈 리가 없었으니 티티의 예상은 합리적인 것이었다. 데이빗은 입맛을 다시며 손을 으쓱했다.
"모르겠다. 사실 나갈 수만 있다면 나가고 싶어. 그런데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해. 모르겠다. 이건 좀 더 고민해 볼게.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는 이야기하기 힘들 것 같아."
"그래, 좋은 생각이야. 천천히 고민해 봐. 아 맞다."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는 티티.
"올림픽 대표 측 사람들이 다음 주쯤에 볼 수 없겠냐고 물어 보던데, 어떻게 이야기할까? 니가 생각을 좀 더 정리하겠다면 좀 뒤로 미루고."
"다음 주? 어디 보자...잠시만."
일정을 확인해야겠다며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내일 에버튼 전 이후 3월 3일에 열리는 아스날 전까지 약 일주일에 가까운 텀이 있었다. 이 정도라면 괜찮겠다 싶었는 지 데이빗이 고개를 끄덕인다.
"상관 없을 거 같네. 그쪽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아, 그쪽 말에 휩쓸리지는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무조건 나간다는 생각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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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도 자도 졸려요
-자도 졸리면 아예 안자면 되잖아?
-...천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