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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데이빗, 네스타의 수비가 많이 껄끄럽나?"
산 시로의 원정팀 전용 라커룸, 전반을 마치고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며 후반전을 대비하는 공간이다. 달글리시 감독은 전반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한 데이빗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후반에는 반드시 이길 겁니다."
나지막하게, 하지만 숨길 수 없는 투지를 드러내는 데이빗, 달글리시 감독은 너털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자네를 뺀다는 소리가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예민하게 굴거 없어.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부드럽게 달래듯이 말하는 감독의 모습에 데이빗은 굳어 있던 표정을 조금 풀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실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만나 본 수비수들 중에 제일 알기 힘든 사람이네요. 분명히 제쳤다고 생각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확실히 힘들어 보인다. 달글리시 감독은 내색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노병은 아직 살아 있던가? 나도 생소하군 그래. 자네가 일 대 일에서 막혔던 건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니까 말이야."
"...놀리시는 거라면 사양할게요."
전반 내내 네스타의 수비에 고전했던 터라 농담은 사양이라며 데이빗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달글리시 감독은 너털 웃음을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놀리는 게 아니야. 너무 부담갖지 말라는 뜻에서 한 말이네. 알레산드로는 확실히 대단한 수비수야.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정말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 확실히 이탈리아 녀석들이 수비에 전통이 있긴 있는 것 같아. 파울로 말디니 그 친구도 그랬고 파비오 칸나바로도 엄청 났지. 최근에는 그런 전통도 좀 희석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말이야."
확실히, 카테나치오로 불릴 정도로 강한 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세대 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수를 배출하기로 유명했다. 1980년대, 안토니오 카브리니를 시작으로 파울로 말디니, 알레산드로 네스타, 파비오 칸나바로 등, 세계 올스타 급 수비수들이 계보를 이어왔다. 지금에 이르러 조르조 키엘리니 등의 선수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지만 아직 위대한 선배들을 따라 잡기란 요원해 보였다.
"자네가 코 흘리개 시절부터 이미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을 상대해왔던 선수라는 말일세.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이겨내며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는 자리에 걸맞는 선수가 된 이라고. 자네는 전설에 도전한다고 생각하게. 마음 편하게 먹으란 말이야. 쉽게 넘어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건 아니겠지?"
달글리시 감독의 도전하라는 말에 데이빗은 의욕에 불타 올랐다. 전반전에 고전하던 당시, 자신이 떠올렸던 감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조언이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넘어 서고 오겠습니다."
대답하는 목소리에 패기가 충만하다. 달글리시 감독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을 돌아 보며 외쳤다.
"전반전에 우리는 괜찮은 게임을 했다. 상대는 AC 밀란, 어쨌거나 세리에 A의 강자이고 여긴 그들의 홈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우세한 경기를 했다. 만약 우리가 이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둔다고 하면 사람들은 괜찮은 성과라고, 8강 행을 절반 이상 확정 지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한다는 것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으니 말이다. 이왕 비긴다면 득점을 하고 비겨 원정 다득점 원칙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 낫겠지만 패배하는 것 보다야 나았다.
"나는 그런 나약한 생각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상대가 누구라도, 장소가 어디라도 우리는 늘 승리하기 위한 경기를 해야 한다! 결과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다들 무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결과는 내가 책임질 테니 너희들은 그라운드 안에서 너희가 할 일을 하고 와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선수들의 우렁찬 대답이 라커룸 안에 울려 퍼졌다. 스티브 클락 수석 코치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의 기세를 돋구었다.
"후반전도 너희들 거야! 확실하게 플레이하고 오라고!"
슬슬 경기장으로 향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선수들은 코칭 스탭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며 기세 좋게 경기장으로 향했다.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달글리시 감독은 클락 수석 코치와 마지막으로 라커룸을 나섰다.
"괜찮겠습니까?"
"음? 뭐가 말인가?"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달글리시 감독이 클락을 돌아 본다. 클락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데이빗 말입니다. 전반 내내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후반에 별 다른 지시를 하지 않으시고 전술에 따로 변화를 주시지도 않았는데, 이대로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아 그 얘기였나? 자네 말도 일리가 있네. 이전에 데이빗이 막혔던 상황과는 좀 다르긴 하지."
딱히 반박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달글리시의 모습에 클락은 더 알 수 없다는 듯 아리송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교체나, 하다 못해 포지션 체인지라도 해야하지 않을까요?"
"교체라고? 누구와 누굴 교체하라는 건가?"
정말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 달글리시 감독의 말에 클락은 일순 말문이 막혔다. 그런 자신의 오른팔을 보며 달글리시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우리 팀에서 지금 제일 잘하는 친구가 누군가?"
"...데이빗이죠."
"그렇지? 그런데 제일 잘하는 친구가 막혔다고 해서 교체한다고? 딱히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니고 체력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말이야. 교체되어 들어가는 선수가 과연 해낼 수 있겠나? 우리 팀 에이스가 해내지 못한 일을 벤치 멤버가 해낼거라 기대하기엔 너무 확률이 낫지 않나."
"그렇다고 해도 스타일의 차이, 상성이라는 것이 있잖습니까? 데이빗과 상대 수비, 네스타가 상성이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 변화를 꾀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 당장 바꾸자는 건 아닙니다. 전반만 마치고 에이스를 교체해버린다는 건 말이 안되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수긍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소신있게 밝히는 클락, 달글리시는 딱히 자신의 전술이 침해받는다고 느끼지 않았고 찬찬히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벤치 멤버에 사용 가능한 공격 자원이라고 해봤자 마르코 로이스 그 친구 밖에 없는데, 그 친구는 기본적으로 데이빗과 비슷한 유형아닌가? 다만 데이빗이 좀 더 공격에, 그러니까 돌파와 득점력에 강점을 보인다면 마르코는 그보다는 좀 더 미드필더 성향에 가깝다는 것이 다를 뿐이지. 스타일의 차이를 논하기에 둘의 성향은 비슷한 부분이 더 많아. 그리고 마르코는 데이빗을 대체한다기 보다는 그의 공격력을 좀 더 끌어 올리기 위한 도우미에 가깝지."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후반에 다른 선수와 교체 투입할 의향은...?"
클락의 질문에 달글리시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있지. 오늘에야 팀 전술상 빠져 있지만 어쨌든 우리 팀에서 주전 멤버 아닌가?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오늘 양 쪽 날개로 나선 두 친구가 지금 미드필드 점유율을 가져오는데 해주는 역할이 아주 큰 상황이라 쉽게 교체 타이밍을 잡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군."
"0 대 0으로 끝나게 되면 우리가 유리한 것이 확실한가?"
"완전히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만...그래도 어느 정도는 우위에 섰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2차전은 우리의 홈에서 열리게 되니까요."
존 헨리 구단주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코믈리 단장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매 경기를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몇 년만의 챔피언스 리그 16강이었다. 구단주로서 직접 경기장을 찾지는 못해도 TV로나마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후반전도 거의 끝나가는 시간이긴 했지만 어쨌든 아직 로스 타임을 포함하여 5분 여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1분을 남기고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것이 축구였기에 코믈리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거야 그렇지. 스포츠에서 5분은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니까."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이기도 했던 그인지라, 종목은 달라도 많은 드라마가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아 왔기에 코믈리의 말에 수긍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좀 다르다고 느꼈는지 자신의 소감을 덧붙인다.
"그래도, 오늘 경기는 여기서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군. 내가 축구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느낌이 그래."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그건 저 MLB에서 나온 명언인데, 축구에는 그런 표현이 없나?"
요기 베라의 명언을 인용하는 코믈리의 모습에 존 헨리가 씩 웃으며 그렇게 물어 보았고 코믈리는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포기하는 순간이 바로 게임 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조금 성격이 다르군요. 제 지식이 부족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뭐 상관 없지. 야구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냥 실없는 소리였으니 넘겨 주게."
딱히 중요한 화제도 아니었기에 대충 정리하고 넘어간다. 그리고 원래의 화제로 복귀하는 모습.
"내가 우리 팀의 경기를 모두 챙겨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봐왔던 경기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이로군."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달글리시 감독 체제 이후, 수비진과 미드필더들이 제 몫을 다 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적은...제 기억에도 없군요. 그렇다고 해서 공격진이 못했다고 하기에도 좀 애매한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어찌 되었건 골을 넣지 못했다면 공격수의 책임이 가장 큰 것 아닌가? 그럼 못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되네만."
'틀린 말은 아니군. 어쨌거나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법이니까.'
굳이 말을 돌릴 것 있겠냐는 듯한 존 헨리의 말에 코믈리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과정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결과, 골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어지간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것이 공격수라는 포지션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확실히 오늘 리버풀의 공격진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었다.
"네, 사실 그렇다고 봐야겠죠. 수비진이나 미드필더들의 지원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골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건...구단주 님의 말씀대로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코믈리의 대답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딱히 자신의 팀 선수들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낀점을 말했을 뿐이니 거리낄 것도 없었다. 만약 부진했던 당사자가 앞에 있었다면야 이렇게 말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저 친구 말일세. 데이빗 말이야."
화면에 잡히는 데이빗 장을 가리키며 말을 꺼내는 존 헨리, 코믈리는 대충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이 갔고 굳이 말을 끊지 않았다.
"저 친구가 한 경기 내내 수비수 한 명을 뚫지 못해서 쩔쩔매는 모습은 내 기억에 처음인 것 같은데, 어떤가? 그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역시나 자신이 예상했던 화제가 나오자 코믈리는 자신있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주전 멤버로 활약한 지 이제 만 1년이 넘은 데이빗 장이지만 자신이 알기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니오. 컨디션 난조로 경기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적은 몇 번 있습니다만, 상대 수비를 한 경기 내내 이겨내지 못한 적은 제가 알기로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추가로 설명을 한다.
"사실 이것도 대단한 겁니다. 일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수비수들을 상대하며 이겨내지 못한 선수가 단 한 명이라는 것은 말이죠. 그것도 자국 리그 선수가 아니라 수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한 타 리그의 선수입니다."
"알고 있네. 딱히 폄하하려던 건 아니었어. 그저 생소한 기분이 들어서 이야기했을 뿐이네. 나도 그가 잘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네."
그러면서 걱정이 된다는 듯 질문하는 모습.
"그나저나 저 네스타라는 선수를 어쨌거나 이기지 못하지 않았나? 내가 알기로 다음 경기가 바로 2차전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그 경기에서도 저렇게 막힌다면 곤란한 일 아닌가?"
타당한 지적, 어웨이 경기에 비해 홈 경기가 심판의 콜, 경기장 분위기에서 이득을 본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셧 아웃 당했다면 홈이라고 해서 갑작스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지도 몰랐다. 하지만 코믈리는 믿는 구석이 있어 보였다. 자신 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드는 모습에 존 헨리는 의아한 기색을 띄웠다.
"물론, 오늘 네스타 선수는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해 보였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모습에 저도 깊은 인상을 받았지요. 하지만 홈에서는 다를 겁니다. 왜냐하면..."
씩 웃으며 선언하듯이 말한다.
"그가 노련함으로 오늘 데이빗을 제압했다면, 다음 경기에서는 그의 나이가 발목을 잡을 테니까요. 세월은 거스를 수 없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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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약 등록이구요
-한 편이에용
-저녁때 아주아주 스페셜한 분을 만나러 가게 되었거든요
-같은 꿈을 꾸다 시리즈 다들 아시죠?
-넵 그 명작을 집필하신 조경래 작가님을 만날 기회가 생겨서
-글 쓰고 있을때가 아니었...
-글은 맨날 쓰니까여
-헤헤헤헤
-만약 아직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를 아직 못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완결난 작품이라 연중 걱정도 없...
-분명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