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95화 (19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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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잔이네. 오늘 집에 오기 전에 좀 사서 와야겠다."

아침에 간단한 식사와 함께 우유를 곁들이곤 하는 데이빗, 어제 사 놓는다는 것을 깜빡했다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다행히 한 잔 분량은 나왔고 오늘 아침을 해결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기숙사 시절 부터 아침으로는 간단한 우유, 혹은 주스와 함께 토스트에 햄에그를 곁들이는 것으로 해결해 왔기에 혼자 나와 살고 있는 지금도 비슷한 메뉴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기숙사 생활이 편할 때도 있었단 말이지."

다른 건 몰라도 아침 먹을 때 만큼은 그렇게 느꼈다. 아침을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하는 것이 루틴으로 굳어져 버린 데이빗이었기에 거를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12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힘든 일정을 치르다 보니 아침을 준비하는 것도 상당히 스트레스였다.

"재료 넣고 돌리면 바로 식사가 완성되는 기계같은 거 없나. 아, 그게 그냥 렌지에 돌려 먹는 인스턴트 식품인가."

접시에 햄에그를 담으며 중얼거리는 데이빗, 딱히 많은 노고가 필요한 요리도 아니었지만 은근히 귀찮았다. 데이빗은 아침 거리를 들고 거실로 향했다. 식탁은 주방 근처에 있었으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고 출근 전 TV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흐음..."

TV에서는 올 해 진행되는 유로 2012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지난 유로 2008에서는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던 잉글랜드였기에 이번 2012년의 대회에서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강호라고 불리는 잉글랜드였으나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은 시원찮았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이 국제 메이저 대회에서의 첫 우승이자 현재까지 마지막 우승이었다. 심지어 유로 대회에서는 우승은 커녕 준우승 기록도 없었으니 축구의 종주국으로 자부심 높은 국가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대회가 될 것입니다. 전임 감독이었던 스티브 맥클라렌은 지난 유로 2008에서 예선 탈락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하고 경질되었었죠. 그 후임이 바로 카펠로 감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죠.]

TV에서는 진행자와 게스트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데이빗은 토스트를 씹으며 흥미롭게 지켜 보았다.

[그는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 때도 미스터 카펠로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었죠. 이번 유로 대회에서는 어떤 말도 필요 없습니다. 오직 성적으로만 증명해야 하죠.]

지난 남아공 월드컵, 16강에서 독일을 만난 잉글랜드는 석연치 않은 오심이 겹치며 대패를 당했었다. 바로 그 부분을 꼬집는 게스트의 말이었다.

[사실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오심 때문에 월드컵에서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더 이상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에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그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언론 답게, 대놓고 경질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데이빗은 휘파람을 불며 중얼거렸다.

"거참,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방송에서 대놓고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아주 마음에 드는 감독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아예 싫은 감독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지금 방송하는 모습들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데이빗이다.

"하여간 우리 나라 언론들 극성인 건 알아 줘야 한다니까."

언론이 얌전한 나라는 찾기 힘들겠지만, 최소한 유럽 내에서 잉글랜드의 언론들은 유독 별나기로 유명했다. 마르코 로이스 또한 본인이 사고를 친 부분은 있었지만 아주 자신을 죽일 듯이 물어 뜯는 잉글랜드 언론의 모습에 기겁을 했었고 수아레즈 또한 네덜란드보다도 더 심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잉글랜드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공격진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 주전 공격수는 웨인 루니, 그리고 데이빗 장이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데이빗 장은...]

삑-

리모컨을 들어 TV를 꺼버리는 데이빗이다. 딱히 자신의 이야기가 나와서가 아니라 식사도 다 했고 이제 나갈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유로 2012라...그러고 보니 올림픽도 있는데..."

자신의 실력이라면 두 대회 모두 발탁될 것이라고 쉽게 예상이 가능했다. 6월 내내 열리는 유로 2012, 그리고 7월 말에 개막하는 올림픽까지, 아마 자신은 두 대회 모두 차출되어 경기를 치러야 할 것이 분명했다.

"이번 시즌 마치고 나서는 정말 숨 돌릴 틈도 없겠네."

유로 2012와 올림픽 사이에 약 3주간의 텀이 있긴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을리 만무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전술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고 훈련을 진행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설령 그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한 시즌을 풀로 치르고 유로 2012까지 출전한 피로가 3주만에 회복되기도 힘들테고 말이다.

"나중에 생각하자. 구단에서 허락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거고. 어쨌든...슬슬 나가봐야겠네."

차 키를 집어 들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지금은 눈 앞의 팀 일정에 집중해야 했다.

"좋아, 그럼 간단히 A팀, B팀으로 나누어서 하프 코트 게임을 진행한다! A팀은 노란색 조끼를 착용하고 B팀은 붉은 색 조끼를 착용하도록!"

"저기 코치님. 일단 A팀에 누가 들어가고 B팀에 누가 들어가는 지 말씀부터 해주셔야 입지요."

캐러거가 외치는 소리에 선수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실수한 클락 수석 코치는 멋적게 웃으며 추가로 설명을 덧붙였다.

"A팀은 호세 레이나, 제이미 캐러거, 마틴 켈리, 필립 데겐, 제이 스피어링, 루카스 레이바, 조단 핸더슨, 마르코 로이스, 루이스 수아레즈가 선발로 나서고, B팀은 알렉산더 도니, 마틴 스크르텔, 호세 엔리케, 다니엘 아게르, 찰리 아담, 스티븐 제라드, 무사 시소코, 디르크 카윗, 데이빗 장이 선발로 나선다. 그리고 A팀의 후보는..."

빠르게 선수들의 분류를 마치는 클락 수석 코치, 제이미 캐러거는 씩 웃으며 다시 말했다.

"A팀이 더 세보이는데,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그 말에 A팀 선수들은 환호를, B팀 선수들은 우-하며 야유를 보냈다.

"A팀이 원래 주전들이 들어가는 거 모르나 B팀 친구들?"

"시합때 주전으로 못 뛸거니까 연습때라도 주전을 해보라는 거잖아."

장난 섞인 신경전이 오갔다. 어쨌거나 연습이라고해도 지기 싫어하는 것은 똑같았다. 클락 수석 코치는 웃으며 선수들에게 연습 준비를 지시했다.

"다음 경기에서 뛰고 싶으면 지금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 아냐. 잡담 그만하고 어서들 준비해."

"근데 감독님은 오늘 안 오시나요?"

어필할 대상을 찾는 것처럼 수아레즈가 두리번 거리며 물었다.

"감독님은 오늘 구단 내에서 회의가 있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 그래도 저기 보이지?"

손가락을 들어 한 편을 가리키는 클락, 선수들의 시선이 쭉 따라갔고 그곳에는 카메라로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 지금 다 찍고 있다고? 감독님에게 어필할 생각이라면 잘 뛰어야 할 거야. 오늘 오후에 감독님이 바로 몇 번이고 돌려 보시면서 다음 경기 스타팅 멤버를 결정하실 테니까."

"오우,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요."

주먹을 쥐며 의욕을 보이는 선수들, 그리고 하나 둘 조끼를 착용한 뒤 각자의 진영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클락 수석 코치의 휘슬과 함께 치열한 연습 경기가 진행 되었다.

"잘 하더라."

씩 웃으며 무사 시소코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데이빗, 그는 진작 3골을 몰아 넣고 나오며 최고의 컨디션이라는 것을 증명했기에 미리 교체 되어 여유롭게 휴식을 즐겼다. 그리고 이제 연습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동료들을 맞이 하고 있었다.

"고마워. 너야말로."

뚝뚝 끊어지는 단답형 대답, 하지만 그것이 성격이 그래서가 아니라 언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데이빗은 개의치 않았다.

"아까전에 골대를 맞춘 슈팅, 아까웠어."

"아, 잘 맞은 건데, 아쉬웠어. 그래도..."

여전히 문장이 길어지면 통역의 도움이 필요한 그였다. 하루만에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할리는 없었으니 말이다.

"공식전에서 골대를 맞추는 것보다는 낫다고 합니다. 연습 때 맞췄으니 이번 시즌에는 이제 그럴 일 없을 거라고 하네요."

긍정적인 모습에 데이빗은 기분 좋게 웃음을 지었다. 하긴, 한 시즌에 골대를 맞춰봐야 몇 번이나 맞히겠는가. 연습때 맞췄다면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번, 패스 타이밍이 늦었던 것이 미안하다고 합니다. 원래 있던 팀과 템포가 달라 아직 어려움이 있다고 하네요."

"신경쓰지마. 오늘 처음 맞춰보는 건데 바로 맞으면 이상한 거지. 안 그래?"

그가 사과하는 부분은 데이빗 또한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이미 자신의 속도와 템포에 익숙한 팀원들과 처음으로 발을 맞춰보는 사람이 같을 리 없으니 말이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였다.

"데이빗 선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 또한 생각했던 것 보다 수준이 아주 높다고 합니다. 이 클럽에 온 것은 정말 괜찮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하네요."

"오, 뭘 좀 알잖아 이 친구."

슬쩍 끼어드는 이는 디르크 카윗이었다. 그는 시소코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씩 웃음을 지었다.

"너도 잘 하던데 뭘. 실전에서도 지금처럼만 해 달라고."

"물론이라고 합니다. 더 잘할 자신이 있고 오늘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더 있다고 합니다."

자신감을 보이는 시소코의 모습에 카윗과 데이빗은 엄지를 들어 올려 주었다. 오늘 단 하루의 훈련이었지만 하는 퍼포먼스를 보면 대충 선수의 레벨에 대한 견적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시소코는 동료들로부터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킥이 그렇게 정확한 것 같지는 않은데 기동력은 미친 수준이야. 디르크에 못지 않아. 압박하는 능력이나 압박에서 벗어 나는 능력도 좋고 공을 빠르게 연결할 줄 아는 거 같네. 응, 괜찮을 것 같아.'

오늘 받은 그에 대한 인상이었다. 디르크 카윗과 조금 흡사한 듯 보였지만 흑인 특유의 탄력과 피지컬이 장난 아니었다. 디르크 카윗도 비슷한 감상을 느낀 것 같았다.

"기대할 게. 그래도 지금처럼만 뛰어 다니면 아마 상대 팀 여럿 굴리고 다닐 것 같은데?"

다른 동료들도 가까이 와서 오늘 괜찮았다며 격려해 주었다. 포지션 경쟁에 대한 불안? 그것은 엔트리가 풍족한 팀에서나 나타날 만한 일이었다. 지금 그들은 새로운 동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새로 합류한 일원의 실력이 괜찮다고 하는 것은 꽤 바람직한 일이었다.

"자, 날도 추운데 얼른 씻고 들어가자고. 땀 식어버리면 감기 걸릴지도 몰라. 헤이, 루이스! 얼른 가자고! 오늘 어필 잘 해 놓고 감기 걸리면 그것도 웃긴 일이 될거야."

"데이빗, 혹시 지금, 시간이 있어?"

샤워를 마친 선수들이 슬슬 귀가를 준비하는 시간, 데이빗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응? 아, 무사. 지금? 어 별 일 없지. 무슨 일이야?"

별 스케줄이 없다는 데이빗의 말에 희색을 보이는 시소코. 그리고 통역에거 빠르게 자신의 뜻을 전달한다.

"괜찮으면 오늘 점심 식사를 함께 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어제 태워다 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다네요."

"보답을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식사야 환영이지. 좋아, 가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빗, 시소코는 해맑게 웃으며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허락해 주어서 기쁘다고 합니다. 자신은 입맛이 까다롭지 않으니 어디든 상관 없다고 하네요. 데이빗 선수가 평소 자주 가는 곳을 데려가 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합니다."

"평소에 자주가는 곳이라, 몇 군데 있는데 어디를 마음에 들어할 지는 모르겠네. 오늘 한 군데 가보고 다음에 다른 곳을 가 보면 되겠지?"

그렇게 말하며 사이 좋게 밖으로 발 걸음을 옮기는 두 선수. 그 모습을 지켜보단 캐러거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어째...많이 보던 장면 같은데 말이지..."

괜히 옆에 있는 제라드를 힐끔거리며 말하는 모습, 제라드는 슬쩍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야?"

"아니, 그렇잖아. 무사 녀석, 데이빗에게 하는 모습이 어째..."

"스티비한테 하는 거랑 비슷하다는 거잖아? 딱이네 딱이야."

카윗이 끼어 들며 단언했다. 캐러거는 박수를 치며 동의했다.

"그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뭔가 그런 느낌이 났다니까?"

"헤이 스티비, 너의 추종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

능글맞은 표정으로 손을 마이크처럼 만들어 제라드에게 가져간다. 제라드는 인상을 더욱 구기며 그를 발로 밀어내 버렸다.

"이상한 소리하지 마 디르크. 동료들끼리 사이 좋게 지내는 건 좋은 일이잖아. 새로온 친구를 잘 대해 주니 보기 좋은데 왜 그래?"

"에이, 솔직히 좀 아쉬운 거 아니야? 내 남자를 빼앗긴 기분이 드는 거 아니냐고?"

"닥쳐 디르크. 징그러우니까 저리 꺼지라고."

살짝 발끈하는 제라드의 모습에 카윗이 짐짓 겁먹은 표정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다른 쪽에 있는 동료들에게 가서 떠벌리는 모습을 보고 제라드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 작품 후기 ============================

-언제까지 나만 볼 줄 알았는데

-추종자가 생긴 데이빗

-제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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