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1 =========================================================================
"좋은 경기였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리그 20라운드 경기는 결국 1 대 1 무승부로 마무리 되었다. 시종일관 유리한 경기를 펼친 맨체스터 시티였으나 리버풀의 단 한 번의 역습에 동점을 허용한 것이 뼈 아팠다. 남은 10여분 동안 맨체스터 시티는 공격 자원을 추가로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리버풀은 간신히 버텨내는 데 성공했다.
"저희 쪽에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좋은 경기였네요."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만수르의 손을 잡으며 존 헨리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실제로 누가 보아도 리버풀에게 운이 따라 주었다고 이야기할 만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이 월등했던 시합이었다.
"이런 것이 축구 아니겠습니까. 리버풀의 저력은 놀랍군요. 저는 잘 모르지만 뭐랄까, 선수들이 정말 헌신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정신적으로 강인한 선수들 같군요. 왜 리버풀이 명문이라고 불리는 지 잘 알았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맨체스터 시티야말로 미래가 기대되는 클럽 아니겠습니까? 구단주 님과 함께 시티는 앞으로 더욱 성공적인 미래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덕담을 주고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 난다.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들은 꽤 바쁜 인물들이다. 각자 구단주라는 직함 외에도 하고 있는 일들이 많기에 더 시간을 보내긴 힘들었다.
"다음 번에 안필드에 방문해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그렇게 권한다. 만수르는 기분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꺼이 찾아 가겠습니다. 이번 시즌은 안타깝게도 더는 만날 기회가 없군요. 다음 시즌에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왕이면 챔피언스 리그의 높은 곳에서 만났으면 하는군요."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되겠지요. 꼭 그런 날이 올거라 생각합니다."
"다들 정말 피곤했나 봅니다."
경기가 끝나고 리버풀로 이동하는 구단 버스는 조용했다. 평소라면 꽤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을 것이다. 리버풀과 맨체스터는 바로 붙어 있는 지역인지라 이동 시간이 짧았고 선수들은 어중간하게 자는 것보다 귀가한 뒤에 쉬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연전에 지친 선수들은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곯아 떨어 졌고 몇몇의 잠들지 못한 선수들 또한 웃고 떠들 힘은 없어 보였다.
"왜 안 그렇겠나. 버텨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지."
달글리시 감독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선수들을 둘러 보았다. 그 또한 선수 출신이었던 터라 지금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말 그대로 버텨준 것이 용할 따름이다. 달글리시 감독은 힘든 경기 속에서도 무승부라는 값진 결과를 얻어낸 선수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래도 다음 경기는 13일 뒤에 열리니 만큼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클락 수석 코치는 천만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리버풀의 다음 일정은 1월 14일, 스토크 시티와의 홈 경기로 잡혀 있었다.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선수단에게 가뭄 중의 단비와도 같은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는 수석코치.
"이럴 거면 박싱 데이 일정을 조금 융통성있게 조절해도 될 텐데요. 중간에 칼링컵 경기를 치르는 팀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거의 2주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박싱 데이 일정 중에서 한 경기만이라도 빼서 이 시기에 넣으면 훨씬 좋을 텐데 말이죠."
"그러게 말일세. 매 년 나오는 이야기지만 일정을 정하는 쪽에서 들은 체 만 체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지."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이런 지옥같은 일정을 치르는 것은 코칭 스탭들에게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을 케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숨 가쁘게 상대 팀 분석을 마쳐야 하고 전술을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며 해법을 찾아 내는 일은 만만치 않은 심력 소모가 된다. 달글리시 감독은 피로한 듯 눈 가를 비비며 말했다.
"나도 예전 같지 않군. 나이는 정말 속일 수가 없는 것 같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노 감독의 모습에 클락은 웃으며 휴식을 권했다. 사실 클락 본인도 극도의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시죠.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 자네도 고생 많았네."
[리버풀에게 필요한 한 가지]
2011-2012 프리미어 리그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각 팀들은 리그 20라운드를 마쳤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시즌의 절반의 일정이 지나간 만큼, 어느 정도는 순위권의 모양새가 잡혔다고 볼 수도 있다. 먼저 현재의 순위를 살펴 보면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1위 리버풀 14승 4무 2패 46점
2위 맨시티 13승 5무 2패 44점
3위 맨유 12승 5무 3패 41점
4위 아스날 11승 5무 4패 38점
5위 토튼햄 9승 4무 7패 31점
.
.
.
순위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EPL 답게 선두권의 경쟁이 그 어떤 리그보다도 치열한 상태였다.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이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나머지 팀들을 멀찌감치 떨어 뜨려 놓으며 그들만의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분데스리가에서는 최강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앞서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박싱 데이 일정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리버풀이 어느 정도 독주 체제를 갖추는 것처럼 보였다. 리버풀은 전반기 동안 현재 2위~7위까지의 팀들과의 매치에서 (맨시티, 맨유, 아스날, 토튼햄, 뉴캐슬, 첼시) 5승 1패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절정의 경기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살인적인 박싱 데이 일정은 그들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다른 클럽에 비해 스쿼드의 두께가 좋은 편이 아닌 리버풀은 한풀 기세가 꺾였고 다른 팀들의 약진이 함께 맞물리며 승점차가 급격하게 좁혀졌다. 2위 맨체스터 시티는 말할 것도 없고, 3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심지어 점수차가 한참이나 벌어졌던 아스날 또한 끈기 있게 승점을 쌓으며 조금씩 간격을 좁혀 왔다.
리버풀은 그 어느때보다도 우승 가능성이 높은 시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시즌이야말로 19번 째 우승컵을 들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하고 있고 그러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우승컵을 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한 가지가 있다.
필자는 그것이 바로 새로운 선수의 수급이라고 판단했다. 달글리시 감독은 뛰어난 업적을 이어나가고 있으나 그는 마술사 같은 것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맨체스터 시티와의 무승부를 두고 아쉬워하며 달글리시 감독이 지난 경기에서 주전들의 체력 안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을 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그들이 말하는 지난 경기는 시티와의 경기가 있기 이틀 전에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일 것이다. 실제로 달글리시 감독은 이날 대부분의 주전 멤버를 출장시켰고, 또한 이 멤버들의 대부분이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 나섰다. 이 부분만 본다면 그들의 주장이 분명 설득력 있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과연 리저브 멤버를 여럿 섞은 상태에서 이길 수 있을만큼 약한 팀인가? 그들은 지금 (부진하고 있긴 하지만) 리그 우승 후보로 꼽혔던 첼시마저 밀어내고 리그 6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강팀이다. 베스트 멤버로 붙어도 이변 아닌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상대인 것이다. 실제로 이날 승리를 거둔 덕분에 같은 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맨체스터 시티를 제치고 승점 차이를 2점이나마 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축구에 만약은 없다. 주전들의 체력 안배까지 해주고 승리를 거두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만약의 일이다. 거꾸로, 만약 리버풀이 그 경기에서 주전들을 빼놓고 임하는 바람에 패배를 기록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한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승점 차이가 1점 줄게된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매치가 중요하다고 해서 다른 경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리그는 토너먼트와 다르다. 눈 앞의 상대가 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거기에 초점을 맞출 수 없다. 달글리시 감독에 대한 비판은 그렇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만약 리버풀의 스쿼드가 지금보다 두껍다면 비판받아야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 상황에서 그를 비판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는 격이다.
리버풀이 우승하기 위해서는 달글리시 감독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이 노 감독은 복귀 이후 높은 승률을 이어 나감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이 아니다. 새로운 선수 영입을 통해 숨통을 트이게 해주어야 한다.
어떤 이는 두텁지 못한 스쿼드 또한 선수를 키우지 못한 그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되려 묻고 싶다. 현재 리버풀이 리빌딩 중의 팀인가?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을 이끄는 감독에게 리빌딩을 원하는 것인가? 매 경기마다 스티븐 제라드나 디르크 카윗 대신에 리저브 선수들이 뛰는 것을 원하는 지 뭍고 싶다.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해낸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은 축구 게임과 달라서 경기 몇 번 뛰고 훈련을 진행한다고 해서 능력치가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난 그의 리빌딩 능력이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임 감독으로부터 외면 받았던 데이빗 장을 본격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한 것은 달글리시였다. 불안했던 왼쪽 풀백 자리를 리그 최고의 왼쪽 수비수 호세 엔리케를 영입해 오며 해결함과 동시에 리저브에서 올라온 마틴 켈리 또한 중용하며 경험을 쌓게 해 주었다. 비싼 몸 값에 걸 맞는 활약을 전혀 하지 못했던 선수들을 정리하며 알짜배기 선수 영입에 영향을 미친 것 또한 그의 역량이다. 설마 모든 선수들을 자체적인 팜 내에서 해결해야 진정한 리빌딩이라고 하진 않을 거라 믿는다. 이는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 경 또한 해내지 못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 그에게 힘을 실어 줄때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현재 리버풀의 스쿼드 상태는 최악이라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다. 주전 풀백 글렌 존슨은 1월 말에 복귀가 가능하고 막시 로드리게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니엘 아게르는 큰 부상은 아니지만 언제나 건강을 유지하는데 힘겨움이 있는 선수고 제라드의 허벅지 또한 언제 터질지 모른다. 공격진, 그리고 윙어 쪽은 상황이 더욱 심각한데 주전으로 나서는 4명을 제외하면 대안이 현재 전무하다.
수소와 스털링이 재능이 있다고는 하나 그들은 아직 퍼스트 팀 레디가 된 상태가 아니다. 그들의 포텐셜이 만개하기까지 지금의 4명으로 팀을 유지한다? 그 전에 분명 탈이 나는 선수가 나올 것이다. 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충분한 휴식을 부여 받는다고 해도 언제 탈이 날지 모르는 것이 프로 선수들이다. 리버풀로서는 오히려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 주전으로 뛰고 있는 4명의 공격수 중 누구도 장기간 팀을 이탈한 적이 없다. 만약 그들 중 단 한명이라도 이탈했다면? 지금 리버풀의 순위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리버풀은 지금 열린 겨울 이적 시장에서 최소한 한 명의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수비 자원보다는 공격 자원의 영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리버풀과 링크설이 나오고 있는 혼다 케이스케, 클린트 뎀프시 등은 괜찮은 로테이션 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혼다 케이스케의 경우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이적료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이고 클린트 뎀프시의 경우 토트넘과의 경쟁이 붙은 상태라 영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외에 나폴리의 에제키엘 라베찌, SC 인테르나시오날의 레안드로 다미앙 등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리버풀이지만 역시 높은 몸 값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예상된다. 라베찌의 경우 소속팀에서 약 2000만 파운드 수준의 이적료를 책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레안드로 다미앙은 네이마르와 함께 브라질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선수이다. 3000만 파운드에 가까운 몸 값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다 바르셀로나, AC 밀란, 유벤투스 등의 빅 클럽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선수인 만큼 가능성은 더욱 떨어진다.
리버풀이 잡아야 할 선수는 슈퍼 스타 플레이어 일 필요는 없다. 리버풀에 슈퍼 스타 클래스의 선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데이빗 장과 스티븐 제라드는 이미 세계 최고의 레벨이며 마르코 로이스와 루이스 수아레즈는 월드 클래스에 근접한 선수들이다. 리버풀은 지금 이런 선수들을 백업해 줄 자원이면 충분하다. 그런면에서 현재 링크가 돌고 있는 선수들은 너무 비싸고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리버풀이 우승컵을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작품 후기 ============================
-어제 제가 뛰는 야구팀의 시합 + 총회가 있었던 지라
-집에 오자마자 뻗어서 13시간을 잤네요
-아직도 피곤하네요 ㅠㅠ
-오늘 조아라에서 표지를 새로 보내 주셨어여!
-개인적으로 엄청 마음에 드네요ㅎㅎ
-좋은 표지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