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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우리의 플레이는 완벽에 가까웠다. 오늘 경기력은 정말 챔피언에 어울릴 만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전반을 마친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 많은 득점이 나왔다면 좋았겠으나 그것은 선수들이 못해서가 아니었다.
"저 팀은 침몰하는 배와 같다. 타이타닉같은 상황이지. 조급해할 필요 없다. 전반처럼 천천히 숨통을 조이면 된다."
특별한 지시는 없었다. 그저 전반과 같이 해달라는 주문, 그는 리버풀이 딱히 전술적인 변화를 꾀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노파심에서 한 번 더 강조를 하자면, 주의해야 할 부분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다. 너희도 지겹게 들어 알고 있겠지만 저 팀의 공격력은 우리 팀에 못지 않다. 아무리 지쳐 있다고 해도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는 법, 특히 10번, 데이빗 장에 대한 경계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선수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감독의 지시에 수긍했다. 비록 전반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상대의 공격진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경계심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아무리 일방적인 경기라고 해도 열세인 측에서 몇 번의 찬스는 얻기 마련이다. 그리고 리버풀의 공격진은 그 몇 번 되지 않는 찬스를 골로 연결시킬 만한 능력이 있었다.
"여의치 않으면 파울로 끊도록 해라. 위험지역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시도해도 좋다. 절대 그들이 우리의 공간을 침범하도록 두지 마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주장이자 수비진의 핵심, 빈센트 콤파니가 자신있게 대답한다. 그 모습에 만족스러운 듯 만치니 감독이 미소를 짓는다.
"좋아, 변하는 것은 없다. 후반전도 우리가 지배할 것이고, 경기가 끝난 뒤 너희들은 승리자가 될 것이다."
"가자! 오늘 이기고 리그 1위에 오르자고!"
콤파니가 선수들에게 크게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 섰다. 그리고 뒤따라 함성을 지르는 선수들, 그들은 괜찮은 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헤이, 파블로."
사발레타는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뒤를 돌아 보았다. 자신과 함께 포백 라인을 이루는 레스콧이엇다.
"음?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아, 전반에는 아예 별 일이 일어날 거리도 없었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후반전에도 그 녀석을 일차적으로 저지하는 건 니가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투 톱 체제로 변화하긴 했지만 미묘하게 왼쪽 사이드와 가까운 곳에서 주로 공을 기다렸던 데이빗이었기에 레스콧의 말은 타당해 보였다. 사발레타는 당연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 둬. 발목을 잡아 채서라도 쉽게 보내지는 않을 테니까."
"카드는 조심해. 우리 홈 구장이긴 하지만 오늘 경기만 있는 거 아니잖아. 우리 팀 너까지 빠지게 되면 오른쪽 풀백은 거의 괴멸 수준이라고?"
웨인 브릿지는 현재 웨스트 햄으로 임대를 가 있는 상태였고 그 빈자리를 완벽히 메워주던 마이카 리차즈는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이었다. 만약 사발레타마저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찾아 온다면 끔찍한 일이 될 것이기에 레스콧은 그렇게 재차 상기시켜 주었다.
"알고 있어. 근데 좀 이상한데? 뭔가 내가 카드를 받을 거라는 걸 전제하고 있는 것 같잖아?"
듣다보니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며 사발레타가 투덜거렸다. 레스콧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런 뜻이 아니었노라며 달래 주었다.
"나도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말하다 보니 그렇게 되 버렸네. 그만큼 니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거야. 내 말 뜻 알지?"
"그래 그래, 퇴장당하지 않게 조심하겠습니다."
능청스럽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전반전처럼,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반전에 나서는 양 팀 선수들입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라인업에 변화가 없는 것 같군요.]
[전반전에 나섰던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만치니 감독이 만족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확실히 전반전에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경기력은 정말 좋았죠. 전술적으로도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거겠죠.]
[반면 리버풀은 루카스 레이바 선수를 빼고 조단 핸더슨 선수를 투입하는 군요.]
[현재 리버풀 선수들의 경우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선수 교체를 통해 조금이나마 운동량에 있어서 따라갈 목적으로 보입니다. 루카스 레이바 선수가 전반전에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정말 많이 뛰어 주었거든요. 아마 한계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정신무장을 새로하고 나온 리버풀이었지만 단순히 기합만으로 시합의 양상이 바뀌기엔 힘들었다. 상대가 한 수 아래의 팀이라면 모르되, 맨체스터 시티는 100%의 상태에서 맞 붙더라도 장담할 수 없는 상대였다. 자연스럽게 전반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듯 했다.
"스위치! 바꿔 따라가!"
"걷어 내! 빨리!"
절대적인 열세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변한 것이 있다면 상대에게 슈팅을 허용하는 빈도가 줄었다는 점이다. 공간을 확실히 좁혀 커버해야 할 거리를 줄이고 각자의 마크맨을 확실히 인식했다. 그리고 제라드, 캐러거가 목이 터져라 적재 적소에 지시를 내리며 상대의 현란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이 반격의 실마리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었으나 최소한 전반에 비해 위협적인 장면을 줄이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전반과는 전술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이렇게 작게 나마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했다. 눈에 보이는 목표가 있는 지의 여부였다.
전반에는 거듭되는 공격에 막다가 지칠 뿐이었다. 막아도 막아도 끝이 없는 상대의 공격은 점점 그들의 체력 뿐만 아니라 정신력 마저 갉아 먹어 갔다. 기약없고 희망이 없는 상황이었으니 선수들이 힘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후반에는 최소한의 목표가 생겼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공격수들에게 공을 전달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해 준다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단기적인 목표 설정이 그들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사실 공이 연결된다고 해도 골로 이어질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었다. 현실적으로 리버풀에서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인원은 단 두명에 불과했고 맨체스터 시티는 기본적으로 3명~4명의 수비가 항시 대비하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골이 들어갈 거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믿었다. 그들의 에이스는 언제나, 어려운 순간마다, 이때다 싶은 순간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가 결과를 내 주겠다고 장담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각인 된 신뢰였다.
전반보다 오히려 무언가 더 끈끈해진 리버풀의 수비에 맨체스터 시티는 쐐기를 박는 골을 기록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야 했다. 되려 중간에 몇 번 상대의 클리어 볼이 역습으로 이어질 뻔한 장면도 있었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도 묘하게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조금씩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침착해! 리드하고 있는 건 우리야!"
플레이메이커 다비드 실바가 슬슬 조급함을 보이기 시작하는 동료들에게 외쳤다. 사실 이대로 경기가 끝나기만 해도 이기는 것은 자신들이었다. 조금 내려간 위치에서 공을 잡고 차분히 옆으로 돌리며 분위기를 한 템포 끊는 모습이다. 그 모습에 데이빗은 불길함을 느꼈다.
"위험해..."
다비드 실바는 본인이 왜 프리미어 리그에서, 아니 세계에서 손 꼽히는 플레이 메이커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템포를 죽이는 것처럼 여유롭게 공을 돌리다 갑작스레 기어를 변속했다.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두 명의 수비를 끌어 들인 후 빈 공간으로 쇄도하는 동료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이어주고 있었다.
콰앙-!
순간적으로 마크가 비어버린 야야 투레에게, 실바로부터 패스를 이어 받은 사미르 나스리가 공을 밀어 준다. 달리던 탄력 그대로 공을 강하게 때리는 야야 투레,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는 공을 호세 레이나가 이를 악물고 간신히 펀칭해 냈다. 떨어지는 공을 한발 먼저 제이미 캐러거가 멀리 걷어 냈다. 후반전에 들어서기 전, 몇 번이나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해봤던 장면이었다. 클리어 상황에서 어디로, 어떻게 찰 것인지 몇 번이고 그려 보았었다.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이 점 찍어 놓은 곳, 아마 자신들의 에이스가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강하게 공을 차냈다.
'잡아야 해!'
정말 오랜만에 자신의 쪽으로 향하는 클리어 볼이었다. 데이빗은 입술을 깨물며 달리기 시작했다. 정확한 계산 없이 강하게 차낸 하이볼인지라 처리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공이었다. 프리한 상황이라면 상관 없었다. 하지만 등 뒤에서 견제를 해 오는 사발레타를 달고 저 공을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머리로 따 내 봤자야, 주변에 아무도 없어.'
머리로 떨궈 주는 건 주변에 동료가 있을때나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리버풀은 포워드 2명을 제외하면 전원이 수비 태세였다. 떨궈 봤자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가 따낼 것이 분명했다. 데이빗은 순식간에 계산을 끝내고 조금 일찍 자리를 잡고 버텼다.
거리를 조절하여 머리에 맞춰야 할 공을 발로 컨트롤할 생각이었다. 발 기술에는 자신이 있으니 만큼 최소한 공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사발레타도 바보는 아니었다. 공의 낙구 지점과 데이빗이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그의 의도를 알아 챘다. 먼저 자리를 잡았기에 커트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볼 컨트롤을 방해할 수는 있었다.
'큭!'
무지막지하게 뒤에서 밀어 대는 모습이다. 하프 라인 근처였기에 여기서는 파울로 끊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카드가 나오지도 않을 것이고 프리킥을 준다고 해도 그 시간이면 맨체스터 시티는 수비 진형을 완벽하게 갖추어 놓을 것이 분명했다. 데이빗은 이를 악 물고 버텨 냈다.
투웅-
트래핑이 완벽하지 않았다. 원래는 그대로 발 아래에 멈춰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뒤쪽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견제로 인해 완벽히 공의 기세를 죽이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튕긴 공이 자신의 제어 가능한 범위 이내라는 점, 데이빗은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여겼다.
등 뒤에서 밀어대는 것에 버티는 것을 풀고 앞으로 튕긴 공을 향해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상대 수비 또한 자신의 마크를 이어나가기 위해 접근해 온다. 그리고 튕겨진 공이 바닥에 닿기 전 오른발을 비스듬히 뻗어 아웃사이드로 공을 머리 위로 넘긴다. 그리고 자신을 잡아끄는 상대를 오히려 잡고 빙글 돌아 선다. 차 올려 넘긴 공이 약 3m 앞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뒤늦게 자신의 의도를 알아 챈 사발레타가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 보인다. 현명한 선택일지도 몰랐다. 이미 반전에 성공한 이상 자신과의 주력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다는 계산인듯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파울을 유도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강하게 자신을 붙잡는 팔을 뿌리치며 달렸다.
'이대로 돌파 할까? 아니면...!'
간신히 잡은 찬스였다. 순간의 판단이 공격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몇 걸음을 더 전진한 데이빗은 레스콧이 사발레타의 커버를 나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미묘하게 벌어지는 라인, 수아레즈가 그 사이 공간을 파고 들거라 생각했다. 만약 서로의 생각이 어긋난다면 천금과도 같은 찬스를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꼴이 될테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찰나의 순간에 생각을 정리했다. 행동은 더욱 빨랐다. 데이빗은 지체 없이, 레스콧과 콤파니의 사이 공간으로 패스를 찔렀다. 전력으로 달리던 중이라 인사이드 킥으로 시도하진 못했다. 아웃 사이드로 공을 밀듯 차냈다. 이 시도는 우연찮게 더 좋은 효과를 냈다. 아웃 사이드 킥으로 처리한 만큼 미묘하게 진행 방향이 오른쪽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듯 날아가는 스루패스는 콤파니의 뒤를 돌아 파고드는 수아레즈의 움직임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 졌다. 데이빗은 성공을 확신했다.
"반드시 넣어 루이스!!!"
완벽한 1 대 1 상황, 루이스 수아레즈는 흥분하지 않았다. 골에 욕심이 많다고 평가 받는 그였으나 실제로는 승리에 탐욕적인 모습이 그렇게 보이는 부분이 컸다. 그는 동료들이 간신히 만들어 낸 이 찬스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 골로 일단 동점을 만들어야 했다.
굳이 강하게 찰 필요도 없었다. 그저 오른발 인사이드로 가볍게 골문 구석을 노렸을 뿐이다. 방향을 잡았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코스가 아니었다. 수아레즈는 자신의 슈팅이 골문을 가르는 것을 확인하고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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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등록입니다
-쓰다보니 맨체스터 시티 전이 좀 길어 졌네요
-오늘은 개인적인 일이 많아 두 편 연재는 힘드네요
-내일이나 모레 부터는 다시 두 편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해주세요
-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감사드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