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89화 (189/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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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이 거의 끝나가는 시간입니다만, 아직까지 점수는 0 대 0입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고 몰아치고는 있습니다만 아직 득점에 실패하는 모습이네요!]

[주도권을 잡은 정도가 아니라 하프 코트 게임입니다. 전반 내내 맨체스터 시티의 진영으로 공이 넘어간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경기는 리버풀의 진영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냉정히 이야기해서 전반에만 맨체스터 시티가 두 세골을 득점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경기입니다. 리버풀 선수들이 그야말로 몸을 내던지며 육탄 방어에 나서고 있고 맨체스터 시티가 약간 불운했다는 점이 점수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해설자의 말 대로 경기는 완벽한 원 사이드 게임에 가까웠다. 점유율을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의 수준. 실점을 하지 않은 것이 용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상황이 좋지 않은 리버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라인을 내림으로써 커버해야 할 공간을 줄였죠. 당연히 중반 지역을 상대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습니다. 수비를 굳히고 상대의 빈틈을 찌르는 역습을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빗 장 선수와 루이스 수아레즈 선수는 이런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상당히 전방에 배치되어 있는 모습이죠.]

[그렇습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전술입니다. 데이빗 장 선수야 말할 것도 없는 리그 최고의 드리블러 이자 피니셔이고 루이스 수아레즈 선수 역시 속공에 일가견에 있는 선수거든요. 개인 기량이 뛰어난 두 선수라면 수적 열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공격을 풀어 나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것도 이 두 선수에게 공이 전달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리버풀은 어찌어찌 수비에서는 무실점으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만 역습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네요.]

[나이젤 데 용 선수가 영리하게  중반 지역을 커버하며 상대가 클리어 해 낸 공을 일차적으로 저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중앙 수비 두 명과 풀백 한 명은 반드시 자신들의 진영을 지키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무작정 걷어낸 데이빗 장, 혹은 루이스 수아레즈에게 연결되기란 너무 힘든 구조네요. 운이 따라 주어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다비드 실바가 좁은 공간에서 사미르 나스리와 원 투 패스를 주고 받습니다! 순식간에 허물어 지는 리버풀의 수비진! 그대로 슈팅 하나요? 아 넘어 졌습니다! 심판의 판정은...!]

[찍었습니다. 페널티 스폿을 가리키는 주심, 맨체스터 시티의 페널티 킥을 선언합니다!]

[제이미 캐러거의 태클이 깊었다고 판단한 것 같네요! 리플레이로 다시 나오는 군요.]

[의심의 여지가 없네요. 심판의 판정이 정확했습니다. 완전히 제쳐진 상태에서 마음이 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공이 지나간 이후에 다비드 실바의 발을 걸어 버렸네요.]

[전반이 끝나가는 무렵, 맨체스터 시티가 최고의 선제골 기회를 잡습니다. 리버풀로서는 잘 버텨왔지만 결국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네요.]

[키커로 나서는 선수는...역시 야야 투레 선수네요.]

[킥이 워낙 좋은 선수죠. 골키퍼가 코스를 읽어도 막을 수 없을 정도의 강한 킥을 구사하기로 유명한 선수입니다.]

[이제 리버풀의 운명은 오로지 호세 레이나 골키퍼의 두 손에 달렸습니다. 과연 실점의 위기에서 팀을 구할 수 있을지!]

[야야 투레, 달려 갑니다! 슈팅! 골! 골입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선제골!]

[호세 레이나 골키퍼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습니다만, 저런 슈팅은 키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죠. 저런 슈팅을 막으라고 하는 것은 골키퍼에게 너무 가혹한 일일 것입니다.]

[드디어 0 대 0의 균형을 깨는 선취골이 들어 갔네요. 리버풀로서는 조금만 더 버텼다면 전반을 동점 상황으로 마칠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젠장...다들 미안하다."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온 리버풀 선수들, PK의 원인 제공을 한 제이미 캐러거가 침울한 목소리로 동료들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이다. 가장 힘이 빠지는 시간대에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으니 그로서도 죄책감이 컸다. 자신의 실수만 아니었다면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전반을 동점으로 마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잊어 버리라고 캐라! 앞으로 반복하지만 않으면 돼! 그 한 번의 실수 빼고는 잘했잖아!"

함께 수비 라인에 섰던 마틴 스크르텔이 그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한다. 호세 레이나도 동참했다.

"마틴의 말이 맞아.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어. 네가 그 실수를 계속 자책하고 있다면 후반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거야. 털어 버리라고. 그리고 플레이로 만회해. 다른 사과 방식은 필요 없어."

무작정 감싸주는 것은 아니었다. 친한 동료이기 이전에 그들은 프로 선수였으니 말이다. 제이미 캐러거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더 이상 꼴 사나운 모습은 보이지 않겠어."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벼워 지자 데이빗은 한숨을 쉬었다. 그로서는 전반 내내 공을 제대로 구경도 못한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적지 않게 쌓인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동료들에게 짜증이 났느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들이 정말 힘든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굳이 이야기 안 해도...'

그런 생각이 들때, 불현듯 이전에 제라드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네가 동료들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내가 원하는 것...'

원하는 것은 명확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 그것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상태로는 불가능했다. 분전하고 있다고 하나 그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과연 지금도 한계에 가까운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더 요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데이빗은 마음을 굳게 먹고 입을 열었다.

"다들 고생하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잠깐 내 얘기 좀 들어 봐요."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입을 연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에 동료들의 이목이 절로 집중된다.

"우리는 이번 경기를 내줘서는 안되요.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우승, 우승 아닌가요?"

동료들을 둘러 보며 이야기한다. 그들은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말을 경청해 주고 있었다. 좀 더 용기가 생긴 데이빗이 더욱 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것이 그들에게 무리가 되는 일이라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대로는 안되요. 다들 조금만 더 힘을 내줘요. 멋진 패스, 완벽한 패스는 필요 없어요. 어떻게 해서든 저나, 루이스에게 연결만 시켜줘요. 그럼 우리가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 내겠어요. 루이스, 그렇게 할 수 있지?"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수아레즈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고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수아레즈는 강한 의욕을 보이며 가슴을 두드렸다.

"당연하지! 전반에 좀이 쑤셔 죽는 줄 알았다고!"

승부욕이 강한 그 답게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데이빗은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마무리했다.

"걷어 낼때, 최대한 멀리, 그리고 가능하면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보내 줘요. 무슨 일이 있어도 따낼게요. 공격 한 번도 제대로 못해보고 경기가 끝난다면 정말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만약 그렇게 해 준다면...반드시 골까지 만들어 내겠어요."

데이빗의 말이 끝나자 조용히 듣고 있던 스티븐 제라드가 나섰다. 그는 캡틴으로서, 어린 에이스의 말에 권위를 실어 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들 들었지? 공격수들이 이 정도로까지 의욕을 보이고 있어. 이 녀석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뒷받침은 해줘야 하지 않겠어?"

"그래, 그렇지."

디르크 카윗이 조용히 대답했다.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나부터도 제대로 된 경기를 하지 못했어. 다들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라 평소 같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최소한의 할 일은 해야겠지. 역습이 없는 수비는 제대로 된 축구가 아니야. 다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어떻게 해서든 공을 전방으로 연결하자고."

"오케이!"

"저 녀석 많이 컸네."

후반전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선수들, 동료들이 라커룸을 다 빠져 나간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선 제이미 캐러거가 제라드를 향해 말했다.

"데이빗 말이야?"

"누가 또 있겠어? 조용히 지내던 녀석이 이제 슬슬 팀을 이끌려고 하는 거 같잖아. 보기 좋네."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캐러거, 제라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하라고 말하긴 했지만, 처음치고는 생각보다 잘 하던걸."

"니가 시켰어? 어쩐지. 별로 이런 일 할 거 같은 녀석은 아니었잖아. 난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랬나 싶었는데 역시 니가 등을 밀어 줬구나."

잘했다며 제라드의 등을 두드려 준다. 그리고 못다한 말을 이어 갔다.

"데이빗 녀석, 플레이는 흠 잡을 곳이 없었지만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으니까 말이야."

"아직도 자기가 신인인 줄 알고 있어. 나쁜 태도는 아니지만 이런 쪽에서는 곤란하지. 초심을 잃지 않는 다는 것은 좋지만 팀의 에이스가 된 이상 동료들을 이끌 줄도 알아야 하니까."

제라드가 덧 붙이듯 말을 받았다. 자신과 뜻이 일치하는 절친한 친구의 말에 캐러거는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그거야 그렇지. 애초에 저 녀석, 평상시에는 어린애같고 영락없는 꼬맹이지만 말이야, 경기할 때 만큼은 카리스마가 있으니까. 본인은 영 자각이 없는 것 같지만 말이야."

"정말 그래. 사람을 사로 잡을 줄 아는 녀석이니까 말이야."

"그래도 데이빗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는 건 역시나..."

슬쩍 뒷말을 생략하며 제라드를 바라 보는 캐러거, 제라드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확언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묻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맞아, 언젠가는 저 친구가 나와 너를 대신해서 우리 팀을 이끌어 줬으면 해. 지금 팀에서 우리보다 젊은 친구들이 좀 있긴 하지만 확실한 리더의 느낌이 드는 친구는 없었잖아. 안 그래?"

"다니엘이 그런 면에서는 좀 괜찮다고 보긴 하는데."

아게르를 언급하는 캐러거, 제라드는 나쁘지 않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좀 다혈질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좋은 녀석이지. 그런데 그 녀석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너무 많아. 뭐, 내가 할 말은 아닌가?"

본인도 매 시즌마다 한 번쯤은 꼭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하곤 했기에 농담조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캐러거는 제라드가 농담으로 얼버무리고, 굳이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요는 부상으로 이탈한다고 해도 선수들이 따를 만한 무언가가 없다는 것이다.

"캡틴 데이빗이라...뭔가 안 어울리는 거 같지 않아? 우와 진짜 안 그려지네. 그렇게 완장 찬 모습이 안 어울리는 녀석도 없을 거야."

너스레를 떠는 캐러거의 모습에 제라드가 쿡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그런 소감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완벽하게 동감하는 부분이었다.

"정말 그래. 이제 막 유소년 팀에 입단한 녀석에게 완장을 달아 놔도 그 녀석보다는 잘 어울릴 거야. 그래도 말이야."

잠시 텀을 두는 제라드, 그리고 확신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결국 리더십이니, 카리스마니 하는 건 실력에서 나오는 거니까 말이야. 너도 말했잖아? 경기할 때 만큼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말이야."

"그래, 니 말이 맞아. 실력이 쥐뿔도 없는 놈이 뭐라고 해 봐야 누가 말을 듣겠어?"

기분 좋게 웃으며 제라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가자, 수다를 떨다 보니 지각하게 생겼네. 주장, 부주장이 세트로 지각하게 되면 그것도 웃긴 일이 될 거야."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에 이렇게 느긋하게 대화를 나눈 것이긴 했지만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제라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후반전에 잘 부탁해. 네가 잘해 줘야 해. 알고 있지?"

"알고 있어. 더 이상 팀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지. 맡겨 두라고. 어떻게 해서든 전반의 실수도 만회해 낼테니까!"

============================ 작품 후기 ============================

-무슨 짓이냐 데이빗

-주장직을 계승 중입니...

-아직 안 줄거임

-넌 아직 준비가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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