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87화 (187/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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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는 군요."

"그렇습니다. 일전에 FFP(Financial Fair Play) 관련하여 미팅을 진행한 이후 처음이지요?"

"그렇습니다. FFP가 참 말도 많고 탈이 많은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존 헨리 구단주는 오늘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보통 리버풀의 경기를 관전할 때는 안필드에서 보곤 했으나 오늘은 원정 경기를 관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최근 데이빗 장과의 재계약 협상을 마무리 지으며 여론 악화를 막았으나 이미지를 깎아 먹은 것은 사실이기에 그것을 만회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방문하기로 한 이상, 상대에게도 미리 말을 해 놓는 것이 예의였다. 일반 관중석에서 볼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만수르 구단주는 흔쾌히 존 헨리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고 함께 경기를 관전하자고 제안해 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존 헨리 구단주가 승낙함으로써 이렇게 두 구단주는 VIP 석에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전하게 되었다.

"작년에 첼시의 행보가 그만큼 UEFA에 충격을 주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거야 그렇지요. 갑자기 7천만 파운드의 적자를 보았다고 떡 하니 발표를 해버렸으니 말이죠."

"정말 의외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구단 적자 해소를 위해 상당히 협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던 구단이었는데요. 문제는 사실 그것보다, 그 이후에 곧바로 막대한 지출을 병행했다는 거였죠."

사실 첼시가 작년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7천만 파운드의 적자를 보았다고 발표한 것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7천만 파운드의 적자를 보았다고 발표하자마자 추가로 7천만 파운드를 지출했다는 것이 쇼킹했던 것이다.

첼시는 2011년 1월 말, 다비드 루이스와 페르난도 토레스를 영입하며 7천만 파운드를 투입했는데 사실상 FFP를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행보나 다름 없었다. 그런 만큼 UEFA에서는 거의 공황상태에 빠지다 시피 했고 이례적으로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던 것이다.

서로 구단을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주고 받는 화제가 아무래도 얼마 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FFP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렇다고 해도 이 자리에서 그런 내용만 주고 받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느꼈는지 만수르가 화제를 돌렸다. 사실 그로서는 UEFA에서 말하는 FFP 룰이 귀찮기는 했으나 크게 신경쓰이는 일은 아니었다.

"아, 방금전에 있었던 일입니다만."

미소를 지으며 잠시 뜸을 들인다. 존 헨리 구단주는 이 갑부가 무슨 말을 할 지 집중했다.

"좀 전에 복도에서 데이빗 장 선수를 만나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재기발랄한 느낌의 선수더군요."

"아, 그렇습니까."

자신이 소유한 구단의 핵심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니 살짝 눈썹이 꿈틀한 존 헨리 구단주였지만 금새 안색을 회복하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만수르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했다.

"오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와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것 뿐이니까요."

"그러셨군요. 구단주께서 그 선수의 팬이라니, 의외의 사실이네요."

덤덤히 대답하지만 속은 그렇지가 않았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만수르가 개인적인 팬이라고 하는 사실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겠는가? 그 선수가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라면 모르되 타 구단의 선수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영입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받아 들이지 않겠는가.

"의외랄 것도 없지요. 오히려 그 선수의 팬이 아닌 사람이 더 의외가 아닐까요? 그는 그 정도로 환상적인 선수니까요. 그런 선수를 가지고 계신 구단주 님이 부러워 집니다."

'...정중한 말인데 어째서인지 얼마에 팔래? 이렇게 들리는 건지 모르겠군.'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존 헨리 구단주, 그는 이 화제가 빨리 바뀌기를 원했다. 이번 재계약을 치르며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던 선수였다. 만약 선수를 팔기로 마음먹는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었다.

"과찬이십니다. 맨체스터 시티야 말로 월드 클래스의 선수들이 즐비하지 않습니까?"

자신의 구단을 칭찬해 주는 모습에 만수르가 사심 없는 미소를 보이며 즐거워 한다.

"하하,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는 정말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렇지 않습니까?"

"저도 기대가 되는군요."

부르르

"왜 그래?"

"아뇨, 갑자기 뭔가 오한이랄까, 좀 묘한 기분이 들어서요."

센터 서클에서 킥 오프 휘슬을 기다리고 있던 데이빗과 수아레즈,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떠는 데이빗의 모습에 수아레즈가 의문을 표했다.

"뭐야, 감기냐? 경기 시작 전인데, 괜찮겠어?"

걱정스레 물어 오는 수아레즈의 모습에 데이빗은 손사래를 쳤다. 그가 걱정하는 것 만큼 몸에 이상이 있는 것아 아니었다.

"아뇨, 그런거 아니니 걱정 안해도 되요.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긴, 날씨가 추워서 잠깐 그런 걸 수도 있겠다. 근데 말 편하게 하라니까? 호세한테도 편하게 말 하면서 나한테는 왜 그래?"

(딱히 영어에서 존댓말은 없지만 뉘앙스나 단어 선택 등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아레즈의 말에 데이빗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루이스. 그동안 버릇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아.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걸?"

"좋아, 그럼 몸도 괜찮다고 하니까, 오늘 경기 잘 해 보자.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야. 알고 있지?"

"물론이죠. 당연한 말을."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데이빗은 씩 웃었다. 피곤함이 극에 달한 상황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충실한 상태였다. 체력 저하가 어떻게 발목을 잡을 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내가 니 상대야. 잘 부탁해."

킥 오프 휘슬이 울리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자 맨체스터 시티의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파블로 사발레타가 씩 웃으며 말을 걸어 왔다. 이 팀 선수들은 참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데이빗은 가볍게 대답했다.

"반가워요. 그나저나 저번에 만났던 그...마이카 리차즈라고 했던가요? 오늘은 안 보이는 것 같네요."

좀 멍청하긴(?) 했지만 피지컬과 대인 마크에 있어서는 자신이 만나 본 선수들 중 최고 수준이었기에 오늘도 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렇게 몸 상태가 100%가 아닌 상태에서 만나면 더 고전할 것 같았기에 걱정도 조금 되었으나 다행히 그 대신 다른 선수가 나왔다. 사발레타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해 주었다.

"아 그 녀석? 지금 부상 당해서 말이야. 그래서 오늘 내가 오랜만에 선발 출장하게 되었지. 나 참, 오랜만의 선발 출장인데 막으라고 하는 선수가 너라니, 이거 좋아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모르겠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되려 그런 모습에서 자신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데이빗은 헛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실제로 절대 만만하게 볼 선수도 아니었고 말이다.

'이 팀은 만날 때 마다 마크맨이 바뀌네. 진짜 스쿼드가 두껍긴 한가 보다.'

지난 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분명 웨인 브릿지가 자신의 마크맨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첫 경기에서는 마이카 리차즈, 오늘은 파블로 사발레타였다. 같은 포지션에, 그것도 공격수나 미드필더의 자리도 아닌 곳에서 월드 클래스 수준의 선수로 3명을 돌려 쓸 수 있다니, 새삼 그들의 포지션 두께에 놀라게 된다. 이쯤되면 반칙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는 글렌 하나 빠지면 상태 진짜 안 좋아 지는데 말야...'

지난 경기에서는 자신의 해트 트릭을 통해 상대의 기세를 완전히 찍어 눌렀기에 영봉승을 거두긴 했으나 리버풀의 오른쪽 측면 수비는 농담으로라도 잘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카윗이 아니었다면 진작 사단이 났어도 몇 번은 났을 상황이었고 결국 경기가 끝나고 불안한 수비를 일삼은 대니 윌슨을 리저브로 내려 보낸 리버풀이었다. 이것은 데이빗으로서도 환영할만한 조치였다.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줄 만큼 만만한 레벨이 아니었다.

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어디까지나 기본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아예 리빌딩을 하는 팀이 아니고서야 경기를 망치는 수준의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계속 줄리 없다. 하물며 우승을 노리고 있는 리버풀에서야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오늘은 필립 데겐이 대신 글렌 존슨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출격하긴 했지만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라인에는 현재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플레이 메이커로 꼽히는 다비드 실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도 다 잡았던 경기를 마지막에 실바에게 골을 허용하며 비겼던 경험이 있었으니 더욱 경계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경기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벌써 경쾌한 볼터치를 선보이며 시동을 거는 모습인지라 불언함이 더욱 커졌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나스리와 깔끔한 스위칭 플레이를 펼치며 순간적으로 리버풀의 수비진을 무력화 시킬뻔 했다. 다행히 루카스 레이바가 현혹되지 않으며 공의 흐름을 잘 차단했기에 망정이지 경기 시작하고 2분도 되지 않아 골을 허용할 뻔 했다.

'...잘 하겠지. 난 내가 할 일을 하자.'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데이빗은 깔끔하게 생각을 끊었다.

경기는 초반부터 맨체스터 시티의 우세로 흘러갔다. 이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측한 그대로였는데 양 팀 모두 이틀만에 경기를 치르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힐 만한 더블 스쿼드를 구축해 놓은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사실 큰 문제가 되는 일정이 아니었다. 실제로 지난 웨스트 브로미치 전에서 무승부를 거두긴 했으나 주전 선수의 대부분을 빼 놓으며 체력 관리를 완벽히 해 놓은 상황이었다. 세르히오 아게로, 야야 투레, 다비드 실바, 빈센트 콤파니, 가엘 클리쉬가 지난 경기에서 단 1분도 뛰지 않으며 체력을 안배한 맨체스터 시티와, 지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주전 선수의 대부분이 경기에 나섰고, 그중 세 명만 후반에 휴식을 취한 리버풀 간의 경기였기에 다들 리버풀의 고전을 점쳤고 경기 초반, 실제로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었다. 선수들 전반에 걸쳐 에너지 레벨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었고 이는 마땅히 해결 방안이 없는 문제였다.

[오늘 리버풀 선수들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둔합니다. 체력적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무분이죠?]

경기를 해설하는 캐스터와 해설자도 그 부분을 짚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주전 선수들에 대한 체력 안배를 완벽하게 해 준 맨체스터 시티와, 직전 경기까지 주전들의 대부분이 풀타임을 소화한 리버풀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역시 이런 장기 레이스, 강행군이 계속되는 일정에서는 스쿼드의 두께가 중요하다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퍼스트 팀 등록 선수 전원을 주전급 선수로 채워 놓은, 리그 유일의 팀입니다. 오늘도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콜라로프, 콜로 투레, 가레스 배리, 아담 존슨, 에딘 제코...이 선수들만 가지고 새로운 팀을 만들어도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노려볼 만 하겠어요.]

해설자의 말은 전혀 과장이 없는 부분이었다. 세상에 누가 저 선수들이 후보로 어울린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프리미어 리그 어지긴한 팀이라면 주전을 넘어 핵심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리버풀은 역시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부분이 스쿼드의 두께입니다. 베스트 11이라면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팀 임에 분명합니다만, 이를 뒷받침해 줄만한 백업이 너무 약하다는 거죠.]

[맞습니다. 지금 리버풀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때문이죠. 사실 정상적인 상태에서 붙는다면 팽팽한 경기가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 맞거든요.]

루이스 수아레즈, 데이빗 장, 마르코 로이스의 쓰리 톱은 프리미어 리그 최강이었고 미드필더 역시 제라드가 든든히 무게 중심을 잡아주며 밸런스가 나쁘지 않았다. 세르히오 아게로, 사미르 나스리, 야야 투레, 다비드 실바 등이 나서는 맨체스터 시티에 비해 전혀 뒤떨어짐이 없는 수준이다.

[다비드 실바의 창조적인 움직임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찬스를 잡아가는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의 위기입니다!]

============================ 작품 후기 ============================

-FFP에 대해서는 좀 길게 써 볼까 싶기도 했는데요

-딱히 리버풀과는 크게 문제가 될 요소가 없어서 그냥 넘어 갔네요

-이런 것도 돈이 있어야...

-돈 없으면 갈등도 안나네요

-이걸 좋아해야 되나 슬퍼해야 하나...

-모범적인 구단이네요

-는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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