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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182화 (18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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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리블 좀 자제할 게요."

데이빗은 오늘도 역시 플레이 메이커로 나선 주장 스티븐 제라드에게 그런 뜻을 밝혔다. 체력 상황이 평소와 다른 지금 필연적으로 공을 끌게 되는 드리블은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음? 좋을 대로 해. 나쁜 판단은 아닌 거 같군."

제라드는 고개를 한 번 갸웃하더니 마음대로 하라고 대답했다. 애초에 리버풀의 공격은 데이빗에게 맞추는 것이 기본 골자였으니 말이다. 팀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야 제라드 본인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공격에 있어서 만큼은 달랐다.

"그래도 이 타이밍이다 싶을 때는 언제든지 혼자서라도 몰고 가. 공격 패턴이 많을 수록 상대방은 더 혼란을 느낄 테니까."

그래도 조언 한 마디를 덧 붙인다. 데이빗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그럼 오늘도 멋진 패스 기다리고 있을 게요."

"음."

가볍게 데이빗의 등을 두드려 주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 가는 제라드, 데이빗 또한 호흡을 가다듬으며 경기 시작을 준비했다. 선축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몫이었다. 데이빗은 차분히 상대 선수들을 살펴 보았다.

'확실히 좀 지쳐 보이네.'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했으나 몸은 정직한 법이다. 자신들의 상태도 썩 좋지는 않았지만 바로 이틀 전에 경기를 치르고 온 상대 만큼은 아니었다.

'이 정도면 해볼만 하겠어.'

피로한 상태에서는 당연히 몸을 평소처럼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라 체력이 떨어지면 덩달아 집중력도 떨어진 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정신력으로 어떻게 커버할 수 있을만 한 영역의 것이 아니었다.

전형적인 섀도우 스트라이커의 위치에서 공을 이어 받은 데이빗, 득달 같이 마이크 윌리엄슨이 마크를 걸어 온다. 뒤쪽에서는 앨런 스미스가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이 정도의 공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스스로 뚫고 올라가 슈팅을 노리거나 비어 있는 동료에게 라스트 패스를 찔러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오케이!"

욕심내지 않고 왼쪽 사이드의 마르코 로이스에게 전진 패스를 찔러 준다. 패스 앤 무브, 건네 준 뒤 앞으로 달려 나갔다. 수비의 반응이 조금 더디다. 마르코 로이스는 자신의 마크맨 대니 심슨의 머리를 넘기는, 가볍게 찍어 차는 패스를 시도했다.

와아아아아!!!!!

페널티 박스 왼쪽 부근의 공간을 데이빗이 침투해 들어가자 안필드가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슈팅을 노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지만 어쨌거나 찬스로 연결될 분위기였다. 데이빗은 마이크 윌리엄슨이 달려 오는 것을 확인하고 미련 없이 공을 뒤쪽으로 흘려 주었다.

데이빗과 원 투 리턴을 주고 받은 마르코 로이스는 데이빗이 원래 있던 자리로, 그러니까 왼쪽 사이드에서 중앙 쪽으로 꺾어 들어 왔다. 자신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패스의 향방을 확인하느라 대니 심슨의 마크가 순간적으로 허술해 진 틈에 그는 노마크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의 기대대로 데이빗은 욕심 부리지 않고 자신에게 공을 되돌려 주었다. 센터백 한 명이 깊숙히 침투한 아군 공격수를 마크하러 갔기에 슈팅 코스도 활짝 열려 있는 상황, 마르코 로이스는 본인의 장기인 정교한 오른발 킥을 시도했다. 목표는 반대쪽 포스트. 직선적인 강한 슈팅보다 감아 차는 슈팅, 로이스는 완벽한 킥을 시도했다고 자부했다. 재수 없게 그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고 튀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제기랄..."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워 하는 로이스, 그만큼 발에 걸리는 감각이 최상이었던 킥이었다. 완벽한 골이라 생각했고 골키퍼의 반응도 한 타이밍 늦어 절대 막을 수 없는 슈팅이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골 포스트에 맞고 말았다. 흘러 나온 공은 수아레즈가 밀어 넣기 전에 한 발 먼저 콜로치니가 멀리 걷어 내 버렸다.

짝짝짝짝짝-

골을 예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던 팬들 또한 마르코 로이스처럼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멋진 공격이었고 다만 운이 조금 부족했던 것 뿐이었기에 그들은 마르코 로이스를 향해 박수를 치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 주었다.

"나이스 킥이었어. 한 5cm만 안쪽에 맞았으면 골대로 들어갔을 텐데."

어깨를 툭 치며 데이빗이 위로를 건넨다. 로이스 또한 아쉬움을 털어 버리려는 듯 살짝 웃으며 그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패스 진짜 좋았어. 오늘 리듬이 괜찮은데?"

"그런 거 같아. 이정도로 깔끔하게 패스가 이어진 적 오랜만인거 같아."

씩 웃으며 동의를 표하는 데이빗. 마르코는 그거야 어쩔 수 없지 않냐며 대답했다.

"그거야 너랑 나랑 왼쪽, 오른쪽, 이렇게 반대 편에 있었으니까 그렇지. 이렇게 붙어 있으면 원 투 패스 주고 받기가 좋잖아. 난 이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마르코의 소감은 데이빗도 동감하는 부분이었다. 수아레즈가 연계 플레이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공격수 중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었다. 괜히 그를 두고 만능형 스트라이커의 재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드필더 성향에 가까운 마르코 로이스 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창의적인 패스를 시도할 줄 알았고, 금상첨화로 킥의 정확도 역시 뛰어 났다. 데이빗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 돌아 가자. 아직 경기 중이고 감독님 말대로 얼른 골을 넣어 버리자고."

[디르크 카윗! 호나스 구티에레스의 돌파를 저지해 냅니다!]

[멋진 태클이네요! 정말 팀에 대한 헌신이 대단한 선수에요. 저 먼 거리를 커버해 주는 선수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대니 윌슨은 오늘 감을 영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네요. 호나스 구티에레스를 전혀 막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금도 디르크 카윗의 커버가 아니었다면 속절없이 상대에게 찬스를 내 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양 팀의 주요 공격 루트는 모두 왼쪽이군요?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호나스 구티에레스 선수를 이용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고 리버풀은 마르코 로이스와 데이빗 장의 콤비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양 팀의 왼쪽 라인 선수들은 신나서 공격하고 오른쪽 라인 선수들은 죽어라 수비를 하는 모습이네요. 참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디르크가 고생 엄청 많이 하네."

혀를 차며 방금 전의 장면을 복기하는 데이빗이다. 리버풀의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대니 윌슨이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상대의 발놀림에 농락당하고 말았다. 저래서는 곤란했다.

"애초에 일 대 일이 가장 많이 나는 위치인데 저래서야..."

풀백과 사이드 어태커는 축구라는, 11 대 11로 싸우는 팀 스포츠에서 일 대 일 장면이 가장 많이 나오는 포지션이다. 필연적으로 두 포지션의 선수는 각각 대인 마크 능력과 돌파 능력을 요구 받는다. 일 대 일에서 뚫리면 무조건 아군 한 명의 지원이 필요하니까. 그렇게 되면 수비 숫자가 공격 숫자보다 많다고 해도 일시적으로 공격측에서 아웃 넘버가 발생하게 된다. 멀리갈 것도 없었다. 리버풀이 자랑하는 최강의 공격 패턴이 바로 데이빗을 이용한 개인 돌파에 이은 파생 공격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자리인 만큼 최소한 기본적인 돌파 저지는 해 주어야 한다. 모든 돌파를 막을 수 있는 수비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그 최고의 돌파 저지율을 자랑하는 호세 엔리케조차도 80% 후반의 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니 말이다. 말도 안되는 수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쨌거나 열 번 중에 한 두번은 돌파를 허용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수준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이라는 것이 있었다. 정말 일 대 일로 막기 힘들다면 아군 미드필더의 백업이 오기까지 시간이라도 끌 수 있어야 했다. 지금처럼 원 모션에 맥없이 길을 내주어서야 곤란했다. 디르크 카윗이 방심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수비에 가담했었기에 망정이지, 자신과 같은 수비 가담이 부족한 윙어와 짝을 이루었다면 필시 큰 위기로 이어졌을 것이다.

"...정말 호세나 마틴이 새삼 고마워지네. 아, 루카스도."

자신이 언제나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든든히 백업해 주는 동료들의 고마움을 새삼 느꼈다. 오른쪽에서 빌빌대고 있는 대니 윌슨의 모습을 보자니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최고 유망주로 꼽혔다던데...어째 영..."

자신이 퍼스트 팀으로 콜업된 시기에 리버풀 리저브로 합류했다는 유망주였다. 어지간한 리저브 선수들과는 안면이 있었으나 그가 합류한 시기가 자신과 어긋났던 만큼 친분이 없는 선수였다. 그래도 구단에서 꽤나 기대를 하는 선수라고 알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글렌 존슨의 대체자로 키울 생각이라는 말이 돌아 다닐 만큼 말이다. 잉글랜드 국가 대표급의 선수인 글렌 존슨을 대체할 만한 재능을 인정 받았다는 말이다. 그랬기에 데이빗도 이번 경기에 그가 출장하게 되자 상당히 기대를 했었는데...

"...빨리 골을 넣어야 겠어."

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러다 어영부영 선제골을 내주게 되면 기세가 확 넘어갈 수도 있었다. 지난 아스톤 빌라 전에서도 상대의 역습에 골을 허용한 뒤 끌려가는 경기를 펼친 끝에 지고 말았다. 아직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그 더러운 기분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저쪽도 오른쪽이 상태가 좋지 않은 건 비슷하니까."

마르코 로이스와 오늘 상당히 죽이 잘 맞았기에 후방에서도 이쪽으로 공이 자주 연결시키고 있었다. 상대의 약점, 그리고 아군의 강점을 이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슬슬 오겠네.'

루카스와 제라드가 천천히 공을 주고 받으며 라인을 올리고 있었다. 데이빗은 조금 내려가서 받아야 겠다며 아래 쪽으로 움직였다. 크게 손을 흔들며 공을 요구하는 데이빗, 제라드는 무조건 반사처럼, 지체 없이 그에게 공을 찔러 주었다.

'어라...?'

공을 받은 데이빗은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아마 프리미어 리그에 데뷔한 이후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공을 잡는데 등 뒤에서 전해지는 압박이 전혀 없었다. 데이빗은 오히려 꺼림직함을 느끼며 몸을 반전하여 돌아섰다. 역시나 자신의 마크가 아무도 없었다.

'하아?'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에 데이빗은 내심 혀를 찼다. 오히려 상대의 함정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아무래도 전반 20분이 지나도록 자신이 주로 마르코 로이스의 서포트를 해주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고맙긴 한데, 뭔가 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죄다 신경을 왼쪽에 있는 마르코 로이스에게 쏟고 있는 걸 보자니 황당하기도 하고 뭔가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웃기는 소리였지만 뭔가 소외된 느낌마저 든다며 데이빗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상대는 오늘 정녕 맛이 간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늦었어 자식아."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알아챈 마크맨, 마이크 윌리엄슨이 부랴부랴 달려 오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이미 완벽하게 돌아 선 데이빗이다. 공격수가 수비의 마크를 벗어나기 가장 어려울 때가 수비를 등지고 있을 때였다. 골대와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기에 진행 방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고 순간적인 전방 가속이 불가능하니 어쩔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상대 수비는 그런 최고의 수비 기회를 스스로 내던졌다. 데이빗은 가볍게 공을 오른쪽으로 차 놓는 동작만으로 달려드는 마이크 윌리엄슨을 제쳐냈다. 그리고 한 발 더 앞으로 나가며 탄력을 받은 뒤 그대로 슈팅을 시도했다.

[와우! 골입니다! 데이빗 장의 멋진 중거리 슈팅!]

[완벽한 골이네요! 정말 멋진 슛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마이크 윌리엄슨 선수의 바보 같은 실수였어요!]

[데이빗 장을 완벽하게 프리 상태로 놔두었죠! 오 마이 갓! 저게 무슨 짓일까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격수를 저렇게 놓아 두다니요? 90분 내내 쫓아 다녀도 모자랄 판에 너무 멍청한 짓이었습니다! 집중력을 잃어 버린 듯한 마이크 윌리엄슨!]

[이 골로 리그에서 20번 째 골을 달성하는 데이빗 장입니다! 의심의 여지 없는 첫 주인공이며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최단 기간 20골의 주인공입니다!]

============================ 작품 후기 ============================

-20번째 골은 날로 먹어야 제맛

-그와중에 1따봉을 시전한 마르코 로이스

-데이빗: 내 어시...

-system: 마르코 로이스는 도망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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