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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선수들, 아무래도 전반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감독으로부터 한 소리를 단단히 듣고 나온 모양입니다.]
전반과 달리 활발히 움직이는 리버풀 선수들을 보며 캐스터가 그런 소감을 읊었다. 해설자도 동의하며 말한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전반전에 리버풀 선수들의 퍼포먼스는 그간 그들이 보여준 것과는 너무 달랐죠. 어떤 감독이라고 해도 가만 둘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해도 풀럼은 확실히 기세를 탔습니다. 리버풀이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전혀 밀리지 않네요.]
[골을 기록한 무사 뎀벨레 선수, 그리고 대니 머피 선수가 정말 잘 뛰어 주고 있습니다. 미드필드에서 주도권을 쉽게 빼앗기지 않고 있어요. 오늘 풀럼의 미드필더들의 활동량은 정말 엄청 납니다. 운동량에서 리버풀을 확실히 압도하고 있어요.]
[리그 1위 리버풀을 맞이 하여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당당히 맞서고 있는 풀럼입니다. 올 시즌 풀럼 최고의 경기력이 아닌가 싶네요.]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리버풀은 스티븐 제라드의 부재가 아쉬울 수 밖에 없겠네요. 그가 있는 리버풀의 미드필드 지배력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맞습니다. 그게 월드 클래스 선수가 보여주는 능력이죠. 하지만 그는 경미한 부상으로 이번 경기에 결장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그들의 캡틴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리버풀이죠.]
리버풀이 어느 정도 멘탈 수습을 하고 나왔다고 하지만 풀럼은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전반전의 좋았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기세 등등하게 맞섰다. 달글리시 감독은 후반들어 그들이 리드를 지키기 위해 조금은 수비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그들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나서는 그들은 한 골을 더 노리는 듯 했고 이는 리버풀 선수들을 자극했다.
"상관 없어! 저쪽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건, 우리한테도 기회야! 한 번만 제대로 찌르면 게임을 우리쪽으로 끌고 올 수 있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크게 소리치는 달글리시 감독, 자신의 예상과 다른 상대의 모습에 일순 당황했으나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오히려 이렇게 나와주는 것이 반가웠다. 자신의 선수들이 제대로 해주기만 한다면 맞불을 놓았을 때 밀릴리 없다고 판단했다.
"나한테 보내!"
데이빗은 루카스가 공을 빼내는 것을 확인하고 크게 손을 들며 소리 쳤다. 전반에 첫 골을 기록할 때도 느꼈지만 상대 수비는 큰 부담이 느껴지는 선수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연결만 된다면 좋은 찬스를 만들 자신이 있었다. 루카스가 자신을 확인하고 킥을 시도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젠장, 길잖아.'
확실히 전반에 비해 살아나긴 했지만 패스 정확도가 아쉬웠다. 혀를 차며 달리기 시작했다. 불평할 시간도 아까웠다. 패스에 대한 불평은 플레이가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았다.
'부딪힐거 같은데...!'
기세를 죽이며 공을 받기에는 힘들었다. 공을 터치해서 충돌 직전에 빼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달렸다. 그리고 반 발자국 먼저 도착하는데 성공한 데이빗, 간신히 공을 옆으로 밀어 냈다. 그리고 이미 몸을 날린 상대의 태클을 살짝 점프하며 피하고자 했다.
'미친...! 깊잖아!'
점프했다고는 하지만 상대의 태클은 상당히 깊었다. 데이빗은 착지하며 최대한 몸을 돌리며 충돌에 대비했다. 그리고 잠시 후 찢어지는 비명이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덜컹-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달글리시 감독, 그는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데이빗 쪽을 바라 보았다. 상대도 쓰러져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그의 관심 밖이었다.
"빌어먹을...! 의료진, 준비해요!"
욕설을 내뱉으며 부랴부랴 의료진을 미리 준비시키는 클락 수석 코치, 그 또한 경직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데이빗을 잃었다가는 낭패였다.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불안한 눈빛으로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어?"
클락은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눈을 휘둥그래 떴다. 경기장에서 쓰러져 있던 데이빗이 몸을 일으키는 장면이 눈에 들어 왔다.
[위험합니다! 서로 엉키는 두 선수!]
[데이빗과 스티븐 켈리가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군요. 다시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위험한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리플레이로 다시 나오네요. 아...]
화면을 보던 캐스터가 탄식을 흘린다. 해설자도 무거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서로 공을 차지하기 위해 전력으로 달려 왔습니다. 그리고 한 발 먼저 데이빗 장이 공을 옆으로 빼내는 모습이 보이지요? 하지만 스티븐 켈리는 이미 자신의 몸을 멈출수 없었습니다. 이미 슬라이딩에 들어간 상황이었거든요. 이 태클이 조금 깊었고 데이빗은 피하기 위해 점프했습니다만...]
[착지하며 스티븐 켈리의 손을 밟아 버렸네요.]
[고의성은 없어 보입니다만, 켈리 선수는 큰 부상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데이빗 또 착지를 하며 손을 밟으며 넘어졌기에 부상 우려가 있겠네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텐데요.]
[두 선수 모두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데이빗 장 선수가 일어 나는군요.]
[표정은 좋지 않지만 일단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슬쩍 발목을 돌리며 체크를 하는 모습이죠? 다행입니다.]
[하지만 스티븐 켈리 선수는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는 군요. 정말 고통스러운 표정입니다. 아무래도 이 이상 경기를 뛰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들 것이 들어오는 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스티븐 켈리 선수,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봐 데이빗! 괜찮아? 어때?"
동료들이 달려와 그의 상태를 묻는다. 다급한 어조로 질문하는 동료들에게 데이빗은 인상을 찌푸린 채 대답한다.
"큰 문제는 없어요. 약간 발목에 위화감이 들긴 하는데..."
"뭐? 젠장. 잠깐 기다려 봐."
수아레즈가 혀를 차며 벤치 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상황을 지켜보며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에 사인을 보낸다.
"잠깐만요, 크게 이상은 없다구요."
항변하는 데이빗, 하지만 수아레즈는 단호했다.
"그건 니가 판단하는게 아니야. 의사가 보고 문제 없으면 다시 들어오면 되잖아. 안그래?"
"......"
논리정연한 수아레즈의 말에 데이빗은 고개를 숙으며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부리나케 달려 온 의료진의 부축을 받아 사이드 라인 밖으로 나갔다.
[데이빗도 부축을 받아 일단 나가는 군요.]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되지만...살짝 접질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밖에서 상황을 지켜본다는 것이겠죠.]
[이렇게 되면 양 팀의 감독들 모두 머리가 아프겠어요. 감독은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있어야 하지만 이런 돌발적인 상황까지 예상하고 팀을 운영하긴 힘들죠.]
"이렇게 하면 어때요? 통증이 있나요?"
데이빗의 발목을 만지며 질문하는 의료진, 데이빗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크게 아프진 않아요. 약간, 아주 약간 느껴지네요."
"데이빗의 상태는 어떤가요? 큰 부상인가요?"
달글리시 감독을 대신하여 그의 상태를 보러 온 클락 수석 코치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질문한다. 의료진은 간단히 몇 가지를 더 시도하고 질문한 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간단한 염좌로 보입니다. 상황을 보아서는 심하진 않은 것 같네요.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며칠 정도면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밀 검사를 진행해 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요."
"그럼 오늘 경기는..."
말끝을 흐리는 클락 수석 코치, 의료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교체를 해 주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됩니다."
"잠깐만요. 난 괜찮아요. 아직 뛸 수 있다구요."
데이빗은 자신을 교체시키라는 의료진의 말에 항변했다. 하지만 닥터는 고개를 저으며 그를 달랬다.
"물론 저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선수 교체 권한은 감독님께 있죠. 하지만 저는 제 본분을 다할 뿐입니다. 데이빗 선수, 저는 경기장에서 많은 선수들의 부상을 보아 왔고 치료해 왔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얼마나 경기를 뛰고 싶어하는지 잘 알아요. 제가 돈을 받는 이유는 그들이 건강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
"지금은 별로 아프지 않겠죠. 당연합니다. 흥분 상태에서는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기 때문에 통증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통증이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데이빗."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닥터, 데이빗은 조금 가라 앉은 눈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나도 당신의 플레이를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선수들의 부상을 치료해 주며 돈을 벌지만, 솔직한 마음은 내가 할 일이 없었으면 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들의 부상이 커지지 않길 원합니다. 검사를 받아 봐야 알겠지만 제가 봤을 때 지금의 부상은 그냥 며칠만 쉬면 나을 거라 보여져요. 괜히 무리해서 뛰다가 부상이 커지면 만성적인 질환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납득은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았다. 의사에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오늘 경기를 더 뛰기 힘들게 된 것이 아쉬울 뿐.
"그럼 감독님께 그렇게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데이빗, 잠시 기다리도록 하게. 아마 감독님은 무조건 너를 빼주실 거야. 그럼 나하고 바로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 보자고."
그렇게 말하고는 발을 빠르게 놀려 달글리시 감독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의료진의 소견을 전하고 감독의 결정을 기다렸다.
"어쩔 수 없군 그래."
탄식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클락은 그런 감독에게 위로조로 말을 건넨다.
"그래도 큰 부상이 아니라고 보이니 불행 중 다행 아닙니까? 전 데이빗이 쓰러졌을 때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구요."
"자네만 그랬겠나. 나도 정말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이만하길 천만 다행으로 여겨야지."
"누구를 준비시킬까요? 현재 공격 자원은 딱히 없습니다만..."
"스피어링을 준비시키게. 그를 미드필더에, 그리고 마르코를 포워드로 올리도록 하지. 아, 대기심에게 내가 이야기를 할 테니 자네는 데이빗을 데리고 일단 병원으로 출발하게나."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치고 빠르게 이동을 준비하는 클락 코치, 달글리시 감독은 대기심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달글리시 감독, "데이빗, 큰 부상 아니다"]
지난 12월 3일, 풀럼과의 프리미어 리그 14라운드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둔 리버풀의 수장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아쉬운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리버풀은 전반 15분, 데이빗 장의 선취골에 힘입어 앞서 나갔으나 후반 42분 클린트 뎀프시로부터 동점골을 허용한 데 이어, 로스 타임에 무사 뎀벨레에게 역전골까지 얻어 맞았다.
후반들어 반격을 노린 리버풀에게 악재가 겹쳤다. 후반 4분, 데이빗 장과 스티븐 켈리가 경합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데이빗이 착지하다가 스티븐 켈리의 손을 밟는 사고가 있었다. 데이빗 장은 금새 일어 났으나 곧 의료진의 부축을 받아 경기장 밖으로 나갔고 그대로 교체가 되었다. 반면 스티븐 켈리는 그대로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들 것에 실려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검사 결과 스티븐 켈리는 왼손에 골절을 입었다는 진단이 내려졌고 풀럼으로서는 주전 수비수를 약 2개월 이상 잃게 되었다. 데이빗 장은 가벼운 염좌라고 하며 며칠간 휴식을 취하면 회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반전, 우리 선수들은 분명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집중력을 잃은 듯 했고 상대에게 끌려 다녔어요."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승점을 얻을 기회를 던져 버렸어요. 아쉬운 일입니다."
"데이빗, 그리고 상대의 부상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데이빗 장이 상대의 손을 밟은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불가항력이었죠. 그(스티븐 켈리)가 다친 것은 정말 유감입니다만 애초에 그의 태클이 너무 깊었어요. 데이빗은 최대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몸을 틀었고 이것이 불운한 사고로 이어졌을 뿐입니다."
"고의성이요? 리플레이를 본다면 그가 사고를 피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정말 그가 고의로 상대를 다치게 하려는 의도였다면 그대로 더 치명적인 곳을 밟았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데이빗은 프로페셔널하고 상대가 다치는 것을 원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다행히 데이빗은 큰 부상이 아닙니다. 진단 결과 그는 약 일주일간 안정을 취한다면 문제 없이 회복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를 잃는다는 건 끔찍한 일입니다. 그는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선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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