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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171화 (17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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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분위기가 어째 평소보다 좀 썰렁한 것 같은데..."

루이스 수아레즈는 관중석을 둘러 보며 중얼거렸다. 데이빗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게요. 빈 좌석도 조금 보이고...소리도 평소보다 조금 작은 느낌이고..."

이번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서 만원 관중 동원에 성공했던 리버풀이었다. 그랬기에 많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비어 있는 자리가 새삼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1, 2위 팀간의 대결이라 당연히 만원 관중일 줄 알았는데."

마르코 로이스도 좀 이상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린다. 다른 경기도 아니고 초반 우승 경쟁의 백미와도 같은 경기였다. 맨체스터 시티가 리버풀과 강력한 라이벌리를 형성하는 구단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역 감정 더럽기로 유명한 맨체스터의 구단이었고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경쟁 상대로 점쳐지고 있는 팀이었다. 그럼에도 빈 자리가, 설령 얼마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해도 보인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의 일이었다.

"이 녀석 재계약 협상 때문에 그런거 아니야?"

장난스럽게 데이빗을 쿡 찌르며 수아레즈가 말한다. 데이빗은 왜 자신에게 그러냐는 듯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한다.

"난 몰라요. 왜 나한테 그래요?"

"아니 요즘 인터넷이 난리가 났다고 그러던데? 그리고 어제, 오늘은 팬들이 구단 앞에서 시위까지 벌였잖아. 그거 외에 딱히 요즘 구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선수단도 평화로웠고 말이야."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요."

툴툴거리며 중얼거리는 데이빗. 그는 자신의 계약 문제가 이렇게 커 지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다행히 팬들이나 언론의 반응은 자신에게 호의적이었기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장난이야, 울지 말라고."

"안 울었거든요?"

낄낄거리며 데이빗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귀찮다는 듯 손을 떨쳐 냈다.

"신경쓰지마 데이빗. 선수가 재계약 협상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한 거야. 그리고 오히려 부러운데?"

마르코 로이스가 웃으며 위로를 건네 온다. 데이빗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뭐가? 뭐가 부럽다는 거야 마르코?"

"그렇잖아? 언론이나 팬들 반응도 너한테 호의적이고, 이렇게 자리를 많이는 아니라고 해도 비운다는 사실은 결국 구단에 압박을 주는 거잖아. 너한테 대접해 주지 않으면 우리도 돈을 쓰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선수로서 이렇게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다는 건 부러울 수 밖에 없지. 안 그래?"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네. 조금 기분이 괜찮아 졌어. 고마워 마르코"

생각해보면 단순한 일이었지만 데이빗은 진정 기분이 괜찮아 졌다는 듯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코는 씩 웃으며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이럴때 니가 해야할 일은 잘 알고 있겠지? 결국 구단에 어필할 수 있는 건 결과 밖에 없어. 승리, 골, 이런 것들로 말할 수 밖에 없단 말이야."

"알고 있어. 팬들이 날 지지한 사실에 대해 부끄럽지 않도록 할거야."

주먹을 강하게 쥐며 다짐한다.

[맨체스터 시티는 마이카 리차즈 선수를 데이빗 장의 전담 수비수로 붙이는 모습이네요.]

[아무래도 웨인 브릿지 선수는 이전 맞대결에서 그를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다시 한번 그의 마크로 붙이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죠. 특히 웨인 브릿지 선수는 점점 폼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지난 시즌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는 데이빗 장을 막아 내기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마이카 리차즈 선수는 맨체스터 시티 유스 출신 최고의 스타가 될 재목이라고 평가받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2006년에는 A 대표팀 최연소 데뷔 기록을 갈아 치울 정도였는데요.]

[그렇습니다. 데뷔 이후 한동안 중앙 수비수로 뛰던 리차즈 선수였는데, 만치니 감독이 부임한 이후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되고 있거든요. 이것이 괜찮은 플랜이 되었는지, 리차즈 선수는 이번 시즌 들어 완벽히 정상급의 풀백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그에서 최고로 꼽히는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로 유명하죠.]

[지금 화면에 잡히는 모습입니다만, 정말 엄청난 상체 근육입니다. 어지간한 격투기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겠네요. 거기에 스피드도 엄청나게 빠른 선수로 유명합니다.]

[아마 몸싸움에서는 데이빗 장 선수를 압도할 수 있을 겁니다. 리차즈와 몸 싸움을 벌여 이겨낼 수 있는 선수는 글쎄요...첼시의 디디에 드로그바 정도 되지 않고서야 무리가 아닐까요? 스피드는 호각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다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다 보니 지능적인 수비를 한다는 평은 받지 못하고 있거든요. 데이빗 장은 리그에서 가장 창조적인 선수로 꼽히는 만큼 예상 외의 플레이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중요한 관건이 되겠습니다.]

"안녕? 반가워."

"어? 그, 그래 반가워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반갑게 인사하는 상대의 모습에 데이빗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동안 경기를 치르며 많은 상대를 만나 보았지만 이정도로 친근하게 구는 상대는 드물었다. 슬쩍 상대의 모습을 훝어 보는 데이빗.

'나보다 작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어째 더 커 보이네.'

자신보다 약 3cm 작다고 알려진 리차즈(180cm) 였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몸이 저러냐...'

축복 받은 신체가 있다고 한다면 저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였다. 강인한 상체는 근육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둔해 보이지 않았다. 허벅지와 종아리는 탄력이 넘치면서도 충분한 폭발력이 잠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감독이 그러더라고. 너를 꼭 막아야 하는데 사이 좋게 지내라고 하더라. 이게 무슨 개소린지 한참 동안 고민해야 했어."

순박하게 웃으며 대화를 걸어 온다. 데이빗도 듣고 보니 황당한 말이라 어이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뭐라더라? 아 그래. 조만간 니가 우리 팀에 올지도 모른다고 했어. 그래서 경기를 뛰면서 좀 친해져 보라고 하더라고. 웃기는 양반이야. 안 그래? 공이 오면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 사이인데 친하게 지내라고 하니 말이야."

"....그건 그렇네요. 근데 제가 그쪽 팀에 간다구요? 누가 그래요?"

황당한 말을 들었다는 데이빗의 반응, 리차즈는 여전히 웃음을 지으지 않는 채 어깨를 으쓱한다.

"우리 감독이. 뭐 나야 정확히는 몰라. 그래도 너 정도 되는 친구가 우리 팀에 온다면 나야 환영이지. 너 때문에 자리를 잃을 공격수 친구들이야 곡소리가 난다고 해도 난 수비수라고?"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는 모습에 데이빗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 친구, 어디 한 군데 핀트가 어긋난 것 같았다.

"그러니까 뭐, 경기 중에는 서로 봐주는 것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괜찮게 지냈으면 한 다는 거야. 아 그리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인다.

"내가 그렇게 요령이 좋지 못해서 말이야. 혹시 조금 거칠게 굴 수도 있거든? 그건 미리 좀 양해를 구할게."

자신만만한 모습, 데이빗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용을 들어 보자면 도발에 가까운 멘트인데, 워낙 순박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인지라 그다지 화가 나진 않았다.

"상관없어요. 난 딱히 팀을 옮길 생각이 없거든요. 그리고..."

데이빗 또한 리차즈의 표정을 닮아간다. 오늘 시작은 어수선한 느낌이었지만 꽤 괜찮게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미리 사과해 놓을게요. 당신은 오늘 절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오우! 정말이지, 두 선수는 정말 다른 선수와 차별화 된 다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군요! 엄청난 스피드였습니다!]

[사실 루카스의 패스가 길었어요. 하지만 두 선수가 워낙 빨랐기에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수비하는 입장이었기에 마이카 리차즈 선수가 반 발 먼저 선점할 수 있었고 몸으로 데이빗을 막아서며 그대로 골 라인 아웃을 시켜 버리네요.]

[이야, 데이빗 장 선수와 주력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수비수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요? 역시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신체 능력의 소유자 답습니다. 정말 엄청 나네요.]

[지금까지는 마이카 리차즈 선수가 잘 따라가 주고 있네요. 리차즈 선수가 이렇게 데이빗을 끝까지 봉쇄해 낸다면 경기는 아무래도 맨체스터 시티 쪽이 조금 더 유리해 질 수 있습니다.]

"와우, 너 진짜 빠르구나."

놀랐다는 듯 눈을 휘둥그래 뜨며 칭찬을 건네오는 모습이다. 데이빗은 절레 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도 그에 못지 않은 발을 가진 주제에 남을 칭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게 칭찬인지 자기 자랑인지 욕인지 알기 힘들었다.

"댁도 빠르네요. 나중에 우리 팀의 호세하고 달리기 시합을 붙여 보고 싶은데요."

"호세? 아 저기 뒤에 있는 친구? 그 친구도 그렇게 빠르다지? 어때? 나보다 빨라?"

어린애 같은 질문에 데이빗은 결국 실소를 터뜨렸다. 아주 잘하는 수비수인 것도 맞고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생각 되었는데 뭔가 긴장감이 꺼지는 느낌이다.

"비슷할 거 같네요. 호세도 나하고 비슷하니까."

"그래? 이야, 나중에 저 친구 올라오면 한번 붙어 봐야 겠는데?"

의욕을 드러내는 모습, 데이빗은 제발 그래 달라며 부탁했다.

"좋네요. 저는 뒤에서 얌전히 구경하고 있을테니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아 맞다. 널 깜빡할 뻔했네. 토라지지 말라고 베이비. 난 이번 경기에서 너만 따라 다닐 거니까."

윙크를 하며 느끼한 멘트를 날려 오는 모습에 데이빗이 헛 구역질 하는 시늉을 했다. 리차즈는 껄껄 웃으며 데이빗의 어깨를 두드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데이빗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내려갔다.

"잘 하긴 하는데...아무래도..."

좀 미친 것 같다며 데이빗은 고개를 저었다.

이후 데이빗은 몇 차례 리차즈와 더 일 대 일로 맞 붙었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잘 따라 오는 리차즈의 움직임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조금 전, 순간적으로 볼 터치 리듬을 바꾸며 무게 중심을 완전히 빼앗았다. 보통의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도 따라 오지 못했다. 커버를 해주는 이가 있다면 모를까 리차즈는 맨체스터 시티의 포백 라인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커버는 중앙 수비 한 명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수아레즈 쪽에서 찬스가 생길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리차즈는 말도 안되는 운동 능력을 보여 주며 곧바로 자신을 쫓아 왔다. 사실 방심한 것도 있었다. 잠깐 전방을 살펴 보며 공격 방법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작 0.수 초, 단 그 정도 만에 상대가 따라올 줄은 몰랐다. 갑자기 뻗어 오는 검은색 다리에 화들짝 놀란 데이빗이 공을 접기도 전에 터치 라인 밖으로 차내 버렸다. 황당한 듯 자신을 보는 데이빗의 모습에 리차즈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폈다.

"큰일 날뻔 했네. 너 진짜 듣던 것보다 잘하는 구나. 그래도 어때? 나도 만만치 않지?"

"...네. 정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하고..."

'또 특이 하네요.'

뒷 말은 생략했다.

"고마워. 근데 너도 정말 잘하네. 그러니까...음 확실히 그 리베리나 로벤 걔네들 보다 니가 훨씬 나은 거 같아. 이번에 챔피언스 리그에서 걔네 만나 봤거든."

씩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 데이빗은 자신을 높게 평가해 주는 상대에게 고마움도 느꼈으나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아야 했다. 왜냐하면...

"저기...당신들 바이에른 뮌헨한테 지지 않았어요?"

그랬다. 이겨 놓고 저런 멘트를 한다면야 납득이 가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패했다. 져 놓고 그쪽 선수보다 낫네 마네 이야기를 하니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리차즈는 당당했다. 그리고 뻔뻔했다.

"아 뭐 그거야 그렇지. 근데 팀은 졌지만 난 지지 않았다고? 난 마크를 잘 했어. 다른 쪽에서 진 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거 아냐? 안 그래?"

"......"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리차즈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당당하게 이야기하니 진짜 그럴 수도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언제부터 축구가 개인 종목이 되었는지 잠깐 고민하게 된 데이빗이다.

'아 뭐야 이 사람. 뭔가 진짜 이상해...'

덕분에 재계약과 관련한 내용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긴 했지만 말이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데이빗은 고민했다.

============================ 작품 후기 ============================

-팀은 졌지만 난 지지 않았다

-우리 팀이 진건 딴 애들이 똥 싸서 그래

-예전에 롤 할때 저런 사람들 참 많이 봤다능

-제가 그랬다는 건 아닙니다

-어머 후원 쿠폰을 한 방에 100장을 주시다니

-엔피오님 이러시면 감사합니다

-후원 쿠폰 주시는 분들 이름 볼 수 있는거 이제야 알았어요

-비류월 님, 정력고릴라 님, 지니76 님, 메론맛우유 님, Kubera 님, 엔피오 님, 그리고 10월에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추천, 선작, 그리고 원고료 쿠폰을 주시는 분들은 알 수가 없어 따로 언급을 드리지 못해 아쉽네요.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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