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69화 (169/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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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의 평화롭던 점심 시간은 하나의 기사가 올라온 뒤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최소한 리버풀 내에서, 그리고 리버풀 FC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랬다. 그들은 맛있게 먹은 점심이 얹히는 느낌을 받아야 했고 자신의 시력을 의심해야 했다. 하지만 곧 그들은 결론을 내렸고 맹렬히 분노했다. 그들이 단체로 약을 하고 기사를 본 것도 아니었고 집단 환각 증세를 일으킨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금방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자신들의 기분을 완벽히 망쳐 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기 시작했다.

[하 X발, 진짜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 모르겠다]

어제 끝내주게 재미 있는 경기를 보고 오랜만에 기분 좋게 술을 마셨거든. 아침에 머리가 아파서 좀 고생하긴 했지만 어제의 승리 기사를 읽으니 숙취도 사라지는 것 같았어. 그래 모든게 완벽했다고. 데이빗의 이번 시즌 20호 골 기사는 한 3번 정도 읽은 거 같고 조단 핸더슨의 데뷔골 기념 인터뷰도 그정도는 본 것 같아. 하이라이트 필름은 방금 전의 X같은 기사를 보기 전까지도 계속 보고 있었어. 그래! 정말 빌어먹을 정도로 완벽한 날이 될 수 있었다고!

그런데 점심을 먹고 와서 모든 게 망쳐졌어. X발, 이럴 줄 알았으면 밥 먹고 잠이나 잤을 거야. 일어나서 기분이 X나 더러워 지긴 했겠지만 최소한 체할 일은 없었겠지. 난 소화제가 필요하게 되었다고! 아마 오늘 약국은 장사가 X나 잘 됐을거야.

혹시 내가 왜 이렇게 X랄하는지 모르는 소식 느린 친구들을 위해 기사를 걸어 줄게. 본인 혈압이 위험하다 싶은 친구들은 보지 않는게 좋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친구들은 그냥 잠이나 자. 그게 건강에 이로울 거야.

링크- http://재계약.안해.co.uk/구두쇠구단ㅗㅗ

데이빗의 에이전트가 인터뷰한 내용인데, 정말 보는 내내 기도 안 차더라. 난 처음에 기사 제목을 보고, 아 X발 또 돈 더 달라고 징징 대나 보네. 데이빗이 생각보다 돈 욕심이 많나? 아니면 에이전트가 언론 플레이하려고 하는 건가 싶더라. 이런 일 생각보다 되게 흔하잖아.

근데 기사를 읽고 나니까 그런 마음이 싹 가시더라. 대신 이 망할 구단 X끼들이 도대체 제 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 처리를 이따위로 하는 거야?

다른 찌라시 언론사의 기사였다면 이러지도 않았을 거야. 그런데 너희도 알겠지만, 최소한 리버풀 FC에 관한 기사에서만큼은 리버풀에코는 오피셜 수준이나 다름 없다는 거 알거야. 가끔 아닌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에이전트가 이야기한 대로라면 대충 데이빗 쪽에서 원한 주급은 11~13만 파운드 수준으로 보여.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부분까지 읽었을 때 '생각보다 싸네?' 라고 생각했다고. 지금 15만 파운드씩 쳐 받고 있는 선수 중에서 얘가 하는 거의 반만큼이라도 해 주는 친구 있으면 말해 봐. 아데바요르는 망했어. 테베즈? 지금 아르헨티나로 골프치러 갔다는 그 친구의 이름을 얘기하진 않겠지. 토레스? 지금 장난하는거야?!

그냥 프리미어 리그 최고 수준의 주급을 얘기했어도 감사합니다 하고 계약해야 할 판이란 말이야. 난 구단 측에서 거절했다고 하길래 한 20만 파운드 이상 부른 줄 알았지 뭐야. 사실 20만 파운드라고 해도 잡아야 하는 선수인 건 마찬가지지만, 그것도 아니었어. 대충 12만 파운드 정도 되는 금액 가지고 X랄했다는 거 아냐?

1차 협상에서 구단 측이 제시한 금액이 대충 7~9만 파운드 수준, 그러니까 8만 파운드 언저리로 보인다고 하는데 진짜 얘네 단체로 대가리에 총 맞고 나간거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야. 내가 쟤네한테 이렇게 말하면 뭐라고 할까? 내가 10만 파운드 줄테니 가서 메시 사와. 이거랑 뭐가 다른데? 나보고 아마 미친 놈이라고 하지 않을까? 지금 내 마음이 딱 그래!

2차 협상 얘기 들어 보니까 더 가관이더라. 선심 쓰듯 12만 파운드는 인정해 주겠다고 하고, 바이 아웃, 초상권 등과 같은 쪽은 무조건 배 째라 식으로 나섰다고 하던데, 얘네 지금 제 정신이야? 아니 지금 배짱 부릴 처지가 아닌걸 이렇게 모르냐 이 머저리들은. 다른 선수들이 하도 싸게 계약해주니까 지들 처지를 모르나 보네.

선수가 알아서 싸게 계약해 주면 좀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 들일 생각을 해야지, 거기서 더 후려칠 생각만 하고 있으니 나같아도 빡치겠다. 바이 아웃은 나도 뺐으면 좋겠어. 요즘 돈 지랄하는 구단이 좀 많아야 말이지. 어지간한 바이 아웃은 바로 질러 버리는 구단들이 몇 개 있으니까 말이야. 근데 이 X끼들은 계약의 기본도 모르나. 기브 앤 테이크 아냐. 그걸 빼려면 다른 쪽에서 뭘 더 챙겨 줘야지, 무조건 양보하라고 하는 건 무슨 미친 심보야.

정상적인 협상이었다면 '바이 아웃은 곤란합니다. 대신 초상권 중에서 몇 %를 선수 측에서 가져가는 방식으로 계약을 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나와야 한다고. 근데 '바이 아웃은 곤란한데 초상권도 우리거임.' 이거 협상하자는 거냐 싸우자는 거냐?

난 보통 에이전트들은 마음에 안들어. 그들은 선수들의 몸 값을 키우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때때로 선수단 분위기를 망치기도 해. 하지만 이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내가 데이빗의 에이전트였다면 첫 번째 협상에서 저 X같은 오퍼를 들었을 때 바로 엎어 버렸을 거야. 그리고 다른 구단으로 찾아갔겠지.

데이빗을 잠깐이라도 의심해서 미안하더라. 에이전트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정말 고마운 친구였어. 에이전트가 더 비싸게 계약할 수 있다고 해도 본인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다 잖아. 그래서 나온 금액이 대충 12만 파운드 정도라고 하고.

쓰다 보니 또 열이 올라 온다. 잠깐만 좀 씻고 나와야 겠어. 아무래도 이 망할 구단 놈들은 선수를 X나 호구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팬들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래.

Re: 아직 완전히 결렬됐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아? 일단 좀 더 지켜 보는게 어때?

Re: 완전히 결렬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속이 시원하겠냐?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라면 넌 일단 병원 좀 가봐야 할 거 같다.

Re: 지금 상황 파악이 안되냐? 구단은 지금 자기들이 X나 양보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고! 이런 상황에서 일이 원만하게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 미친 짓이야.

Re: 아마 지금 데이빗의 에이전트가 다른 구단과 미팅을 잡고 있어도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니야.

Re: 그건 사전 접촉 금지 규정 위반이야.

Re: 전부 다 하고 있는데 무슨. 니가 그 에이전트를 24시간 파파라치 하지 않는 이상 막을 수 없는 일이야. 그냥 쉽게 말해서 지금 우린 X되기 일보 직전이라고.

Re: 아 X발, 진짜 할 말을 잃게 만드네. 12만 파운드 선이면 선수나 에이전트 측에서도 진짜 양보를 많이 한건데. 거기서 왜 쓸데 없이 고집을 부려서 일을 망치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

Re: 난 진짜 만약에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다고 기사가 뜨면 구단에 불을 질러 버릴거야. 망할 X끼들. 하여간 X같은 양키 놈들은 안돼. 이 망할 미국놈 같으니, 보스턴으로 꺼져 버려라.

Re: 질레트 힉스 놈들보다 좀 낫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양키는 우리랑 안 맞아. 가서 야구나 쳐 하라고 망할 놈들아.

Re: 근데 지금 21살짜리 선수한테 12만 파운드는 충분히 많은 금액 아니야? 거기에 바이 아웃이나 초상권까지 바라는 건 너무 욕심 아닌가?

Re: 너 구단 직원이지? 꺼져 멍청아. 지금 분위기 파악이 안되냐?

Re: 야 이 멍청한 X끼야. 그럼 니가 어디 한번 12만 파운드에 이만큼 하는 공격수 구할 수 있으면 구해 봐라. 이적료는 없는 셈치고라도 한번 구해 보라고 멍청한 놈아!

Re: 지금 메시, 호날두를 제외하면 그나마 얘하고 비벼볼 수 있는 선수가 웨인 루니나 세르히오 아구에로 정도인데, 얘네는 지금 14만 파운드 씩은 받는다고. 그나마 비벼 볼만한 저 친구들도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 숫자로 따지면 데이빗의 절반도 안돼!

Re: 지금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매주 받는 금액이 약 21~22만 파운드라고 알려져 있어. 얘는 지금 본인이 해주고 있는 퍼포먼스대로 받는다면 20만 파운드 급의 계약을 체결해도 충분하다는 말이야. 알겠니? 알았으면 빨리 꺼져! 멍청한 구단 편 드는 소리 하지 말고.

Re: 야, 니들 마음은 알겠는데, 적당히 해. 쟤 X나 민망하겠다.

Re: 알게 뭐야. 짜증나 죽겠는데 멍청한 소리 지껄이잖아.

Re: 안 그래도 데이빗을 노리는 클럽이 많아서 불안해 죽겠는데 아주 내 보내려고 작정을 했구나? 데이빗이 다른 구단으로 떠나기만 해봐라. 진짜 죽여 버릴 거야!

Re: 이 머저리들은 도대체 돈을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네. 조 콜이나 폴센 같은 놈들은 떡하니 고액 주급자로 만들어 주더니만, 꼭 잡아야 할 선수한테는 돈을 아끼려고 하고.

티티와 에드윈이 진행한 인터뷰 기사는 엄청나게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팬들의 반응은 대부분 구단이 미친 짓을 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들로서도 에이전트가 말한 조건들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아니 월등히 구단 측을 배려한 수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프리미어 리그의 최고 주급 수준은 10만 파운드 정도였다. 하지만 시장이 점점 커지고 선수들의 몸 값이 천정 부지로 치솟으면서 최고 수준의 선수들의 경우 주급 20만 파운드를 받는 시대가 왔다.

이미 바르셀로나의 메시,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가 주급 20만 파운드 이상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자신들의 간판 스타 웨인 루니에게 프리미어 리그 최고 수준 이상의 계약을 안겨 주겠다고 말하며 그에 근접한 수준의 주급을 안겨줄 것으로 보였다. 맨체스터 시티는 구단주의 막강한 재력을 앞세워 소속 팀 선수들에게 호화로운 주급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그 금액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아마 겨울 이적 시장쯤에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주급 20만 파운드를 넘는 선수들이 어느 정도 나타날 것이라 예상되고 있는 요즘이었다.

그런데 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자신의 팀 선수가, 스스로 몸 값을 낮추어 계약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는데 구단 측에서 다른 조건까지 내세우며 재계약 협상을 거의 파토낼 위기에 빠뜨렸다고 하니 팬들로서는 기가 막힐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기사가 뜬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타 구단에서 일제히 데이빗 장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 줄 의향이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고, 이 기사를 본 리버풀 팬들은 뒷목을 잡아야 했다.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면 사전 접촉 금지에 걸리게 되니 뭉뚱그려서 데이빗 장에 대해 칭찬하고 그가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 이 내용이 리버풀 팬들에게 달가울리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출근하던 코믈리는 구단 앞에 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구단 근처에서 차량 진입이 원활하지 않자 코믈리는 창문을 내리고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 말문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

형형 색색의 플래카드, 그리고 언제 준비한 것인지 모를 대형 현수막에는 각종 항의 멘트들이 적혀 있었다.

Yankee Out!

Yankee Go Home!

Suck in Boston!

I'll kill you sell David!

.

.

.

.

"......"

코믈리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저기 단장이다!"

그때, 자신의 차를 알아 본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성난 군중들이 자신의 차로 다가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전 요원들이 그들을 막아서며 실랑이를 벌였고 자신의 차까지 접근하지는 못했으나 그들이 외치는 소리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 망할 자식아! 데이빗을 팔기만 해봐라. 너도 절대 무사하지는 못할 거야!"

"멍청한 프랑스 놈 같으니! 빨리 니네 나라로 꺼져 버려!"

"무슨 생각으로 그런 X같은 오퍼를 날린거냐? 우리 팀을 망치기로 작정했냐 이 거지같은 놈아!"

등등

악의와 저주에 찬 목소리를 들으며 코믈리는 간신히 출근을 마칠 수 있었다. 업무가 시작하기도 전인데 땀으로 이마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제기랄, 나도 하고 싶어서 한 일이 아니라고."

자신이 협상 자리에 나간 것은 맞지만, 온전한 자신의 뜻은 아니었다. 결국 구단주의 의사가 가장 중요했고 자신은 그를 완전히 설득하지 못했다. 그 또한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그로서도 억울한 면은 있었다.

"하루만에 이런 분위기라니...정말 완전히 결렬된 것이 아닌데도 이정도라면..."

만약 완벽하게 구단과 틀어졌다는 내용의 기사가 뜬다면, 상대가 구단이 제시한 내용에 거절하고 테이블을 접었다는 내용이 기사로 나가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구단주 님, 화재로 건물을 잃고 새로 짓는 비용 대신 데이빗에게 돈을 더 주는 것이 어떨까요?'

"이렇게 말할 수도 없고...정말 미치겠군."

솔직한 마음으로는 저렇게라도 말하고 싶었다. 아니면 구단주가 오늘 저 광경을 실제로 보길 원했다. 물론 뉴스를 통해, 혹은 구단 직원들의 보고로 알게 되겠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은 느낌이 다를 테니 말이다.

"...저 단장님?"

자신의 심기가 굉장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부하 직원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 온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이적 제의가 들어 왔습니다만..."

목적어가 생략된 불완전한 문장, 하지만 알아 듣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코믈리는 신경질 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거절해! 제기랄, 무조건 거절해!"

"...알겠습니다. 다른 구단에서 온 제의도 거절하겠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만이 아니라는 말, 코믈리는 행동도 빠른 자식들이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후우...망할 자식들."

불난 집 구경하는 것도 모자라 쓸만한 물건이 없나 눈독 들이고 있는 꼴이라고 코믈리는 생각했다. 일이 이렇게까지 나빠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에이전트들이 구단과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종종 언론 플레이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드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이 이정도로 구단 측에 적대적으로 변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러게 돈을 더 주자니까..."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고용주가 원망스러운 코믈리였다.

============================ 작품 후기 ============================

-계란 안 맞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저 정말 착한듯 ㅇㅇ 비폭력 평화 주의자임

-Be 폭력?

-ㄴㄴ

-사실 코믈리도 억울할만 함

-구단주가 돈을 안줬단 말이에요 엉엉

-꺼져

-징징거리면 비폭력 대신 Be 폭력을 보여주겠어

-코믈리: 니가 시켰잖...

-ㄴㄴ 뭔소리임

-그럼 즐감해주세요~

-추천 코멘 선작 쿠폰 모두 정말 감사 드립니다!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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