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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코믈리는 현재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하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이제 겨울 이적 시장이 한 달 남짓한 시점까지 다가 왔기에 미리 준비를 해야할 시기였다. 이적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런 준비 없이 시간을 보내는 짓은 미친 짓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전부터 코믈리는 단장, 감독, 프런트의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끊임 없이 미팅을 진행하였고 겨울 이적 시장 준비에 힘써 왔다.
영입 목록을 설정하고 그 선수에 대한 관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이다. 영입하기로 한 선수의 활약, 컨디션, 부상 여부를 끊임없이 체크해야 한다. 여름, 가을에 환상적이었던 선수가 겨울 즈음에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런 부분이 단순한 체력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좀 더 심각한 문제인지 파악하고 영입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혹은 그 선수의 기량이 더욱 만개하여 몸 값이 더 올라갈지 여부도 살펴 보아야 했다.
그리고 영입 대상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과 접촉해야 했다. 그 구단이 팔 의사가 있는지, 거절한다면 이것이 몸 값을 부풀리기 위한 행동인지, 아니면 진정 팔 의사가 없는 것인지 또한 파악해야 했다. 이런 작업들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었고 그래서 현재 코믈리 이하 리버풀의 프런트 진은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무슨 문제인가?"
코믈리는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보통 팀을 운영하며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경우보다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말에 기분이 좋을리는 만무했다.
"풀럼 측에서 클린트 뎀프시 선수의 이적 관련하여 거절의 의사표시를 전해왔습니다. 아무래도..."
"500만 파운드는 너무 적다는 뜻인가? 아니면 정말로 팔 의사가 없다는 건가?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전자의 뜻으로 보이는 듯 한데..."
코믈리의 말에 직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단장의 말 대로 풀럼은 Not For Sale의 뜻을 강하게 비추는 듯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 두는 뉘앙스였기에 직원은 이런 움직임이 몸 값을 더 부풀리기 위한 행동으로 파악했다.
"그렇습니다. 당연히 정확한 액수는 아직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마치 500만 파운드 가지고 되겠느냐 는 뜻이 강해 보입니다."
"흠...아무래도 그쪽 구단의 재정 상황이 예전 같지는 않으니 한 푼이라도 더 받아 내겠다는 뜻이겠지."
책상을 두드리며 중얼거린다. 풀럼의 구단주는 모하메드 알 파예드, 알려진 자산만 해도 9억 파운드에 가까운 부호였으나 몇 년전부터 이어진 경영 악화로 지난 2010년에는 본인 소유의 해러즈 백화점(런던에서 최고로 꼽히는 백화점 중 하나)을 16억 파운드에 매각하는 등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만큼 이런 이적 제의에 있어서도 무조건 거절하는 뜻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이적료를 원한다는 뜻으로 받아 들이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제 생각도 동일합니다. 그리고 클린트 뎀프시 선수의 경우 토트넘 핫스퍼에서도 문의를 넣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아무래도 우리 구단과 경쟁을 붙일 생각으로 보입니다."
"쯧, 하긴 우리 팀만 노릴 거라는 보장이 있는 선수도 아니었지. 그저 그런 레벨의 선수였다면 애초에 5~600만 파운드를 쏟아 넣을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경쟁은 탐탁치가 않다. 수요가 많다면 공급하는 쪽에서는 좀 더 느긋하게 결정할 수가 있다. 경쟁이 붙는다면 자연스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선수를 사야하는 입장에서 반가울리 없는 소식이다.
"그 외에는 딱히 경쟁 클럽은 없는가?"
코믈리의 질문에 고개를 흔드는 직원, 아직 한 발, 아니 한 팀 더 남았다.
"MLS의 한 클럽에서도 그에 대한 이적 문의를 넣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미국 국가 대표인 만큼 그쪽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래도 클린트 뎀프시 선수의 경우 아직 빅 리그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건 언론 보도를 통해 본 것 같군. MLS 쪽에서는 조국의 팀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우리쪽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이적료나 선수 연봉 측면에서 좀 더 신경을 써 주겠지. 그렇지 않나?"
"맞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우리나 토트넘 측에서 제시할 이적료보다 50~100만 파운드는 더 지출할 것을 감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선수가 받아 들일지는 미지수겠죠."
직원의 말에 고개를 흔드는 코믈리, 자신에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이적 시장에서 절대 피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다.
"그건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 고향 클럽이라는 요소는 생각보다 중요해. 그리고 이적료 뿐만 아니라 선수 개인에 대한 계약 조건이 차이가 많이 난다면 그가 빅 리그 생활을 포기하고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해."
입맛이 쓴 듯 혀를 차는 코믈리의 모습에 부하 직원이 조심스레 말을 잇는다.
"그래도 우리 클럽은 현재 어느 팀보다도 우승 가능성, 아니 이건 너무 이른 이야기군요. 최소한 챔피언스 리그 진출 가능성은 높습니다. 선수에게 있어서 금전적인 부분 보다도 이런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맞아. 우리가 어필해야 할 요소는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지. 게다가 해당 선수의 경우 클럽 커리어에서 우승 경력이 없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할 부분이야. 이런 선수들은 보통 우승에 목말라 있는 경우가 많지.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면 좀 더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겠어."
코믈리의 말에 직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이적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동원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게다가 어차피 풀럼 입장에서는 어차피 팔아야 할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그와의 계약은 1년 밖에 남지 않죠. 늦어도 다음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떠나 보내야 할 선수죠. 풀럼이 그를 잡기에는 구단 재정 상황에 비해 그에게 줘야 하는 돈이 너무 많죠."
"그렇다면 일단 풀럼측에 직접적인 문의는 잠시 딜레이 하도록 하는게 낫겠지. 언론 보도를 통해 조금 더 간을 보고 나서 재개 하는 게 낫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연속 적으로 금액을 올려 오퍼를 넣는 건 우리 쪽이 너무 절박해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클린트 뎀프시에 대한 지침 정리를 완료 했다. 물론 아직 해야할 일은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고 이제 시작이었다.
"그리고 저번에 보고 드린 데이빗 장 선수의 재계약 관련해서 말입니다만..."
직원의 말에 코므리는 한숨을 쉬며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눈가를 주무르며 한동안 침묵을 지킨다. 그 모습에 말을 꺼낸 직원의 표정도 덩달아 어두워진다.
"구단주 님, 그리고 이사 분들은 아무래도 프로 3년 차, 프리미어 리그로 치면 2년차 선수에게 프리미어 리그 최고 주급을 주는 건 과하지 않느냐는 반응이야. 거기에 바이 아웃까지 넣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얘긴데..."
한숨을 쉬며 구단 고위층과의 대담 내용을 요약해서 들려준다. 말을 하는 내내 코믈리의 표정은 떫은 감을 씹은 것처럼 구겨져 있었고, 이야기를 듣는 직원의 표정 또한 볼만해 졌다. 이야기를 다 들은 직원은 얼굴이 상기된 채 하소연 하듯 말을 시작했다.
"아니, 2년 차 선수도 2년 차 선수 나름이죠. 지금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선수 아닙니까. 거기에 무턱 대고 리그에서 가장 비싼 주급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요. 사실 저번에 그쪽에 8만 파운드를 제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얼마나 황당했는지 아십니까?"
본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첫번 째 오퍼, 거기에서 기본 보장액 8만 파운드, 옵션 2만 파운드라는 금액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처음에 농담이라고 여겼다. 자신이 올 해 들은 이야기 중 가장 현실감이 부족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제의가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그런 제의를 기획한 사람이 제정신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보통의 경우, 어느 정도 활약한다고 하는 선수가 2년 차에 10만 파운드에 육박하는 주급을 수령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고 많은 전례가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유망주도 데뷔하자마자 세계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선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거기에 올 시즌이 끝나면 데이빗 장 선수의 FA까지 1 시즌 밖에 남지 않습니다. 2012-13 시즌이 종료된 다면 바이 아웃이가 뭐고 간에 그가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어요. 무조건 이번 시즌이 가기전에, 아무리 늦어도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선수입니다."
"나라고 그걸 모르겠나? 알고 있네. 알고 있다고. 하지만 위에서 난색을 표하면 우리로서도 방법이 없지 않나."
답답한 듯 넥타이를 슬쩍 풀며 토로한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당장 이번 시즌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다음 시즌 전까지 재계약이 안된다면 이적료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전에 이적료를 받고 팔겠지만, 애초에 팔면 안되는 선수라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도 잘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방금 부하 직원이 이야기했던 내용과 거의 동일하게 구단 고위층과의 미팅에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대 이하였다.
"일단 내가 다시 구단주 님과 상의해 보도록 하지. 혹시 데이빗 장의 에이전트와 미팅 날짜가 잡혀 있나?"
"아니오. 아직입니다. 저희 쪽에서 날짜를 이야기해 주기로 말해 놓았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일단 내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 본 뒤에 진행하자고. 그리고 이번 미팅에는 나도 참석 하겠네."
단장이 직접 나서겠다는 말에 직원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단장이 직접 나서서 챙길만한 수준의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기다리겠습니다."
"그 외에 다른 일은 또 없나?"
"아, 그리고..."
"반갑습니다. 데미안 코믈리입니다."
티티는 눈에 살짝 이채가 맴돌았다. 일개 선수의 협상 자리에 단장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코믈리가 내민 손을 잡았다.
"데이빗 장 선수의 에이전트 새뮤얼 로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주고 받으며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소소한 신변 잡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티티는 은근 슬쩍 한 마디를 툭 던진다.
"설마 단장님까지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일개 선수의 재계약 협상 자리에 불과한데요."
티티의 말에 코믈리는 씩 웃으며 별 것 아닌듯 이야기한다.
"일개 선수라고 보기에 힘들죠. 우리 리버풀의 보물이 될 선수 아닙니까? 부족하나마 단장을 맡고 있는 몸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그 말에 티티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 졌다.
"그러신가요? 데이빗 선수를 각별하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좋네요. 물론 그렇다는 말씀은 그만한 대우를 해주실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지요?"
"물론 저희 쪽에서는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확답을 하지 않고 은근 슬쩍 넘어가는 코믈리, 티티도 그것을 알았지만 구태여 더 파고들지는 않았다. 어차피 잠시 후면 곧 알게 될테니 말이다.
"먼저 지난 번 미팅에서 서로의 입장은 확인했으니 그점에 대해 굳이 다시 이야기하지는 않아도 되겠지요?"
"그래도 확인 한번 해 보도록 하죠.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잘못 알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데이빗 선수 측에서 말씀하신 부분은 분명 주급 12만 파운드에 옵션으로 3만 파운드. 그리고..."
"바이 아웃 설정이었죠. 출전 수당이나 득점 수당은 팀에서 제시한 의견에 큰 이의가 없었구요."
"네, 그랬었죠. 제가 다르게 알고 있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리고 안경을 고쳐 쓰며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한다. 코믈리는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어 봤자 변하는 것은 없었다.
"일단 주급에 관하여서는 데이빗 선수 측의 의견을 받아 들이겠습니다. 하지만 바이 아웃 설정은 곤란하군요. 바이 아웃 조항을 삭제하고 나머지 조항을 유지 시키는 수준에서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 말에 티티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티티: 아오 깎아 줘도 X랄이여.